기본적으로 셧다운제는 만 19세 이후의 자녀들을 보호해주지 못하는 법이라는 걸 생각하고 셧다운제를 찬성하고 계신 학부모 님들이 계신가요? 제 생각엔 없을 것 같군요.
자녀들은 초중고교 졸업할 때까지만 소중한 자녀이고, 20세를 넘기면 성인이므로 자기가 할 일 알아서 하니, 게임에 중독되건 말건 상관이 없는, 그냥 모르는 사람이 되는 게 아닐 겁니다. 부모님 마음이 그런 게 아니죠.
게임 중독으로 부터 자녀를 보호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외부로부터의 통제'가 아니라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습관을 들이게 해주는 교육'입니다. 그러나 셧다운제는 취지와 실행에 있어서 틀림없이 '청소년 시절에 권리를 제한하는 외부적 통제를 통하여 청소년을 보호하고자 하는' 법입니다. 이 법의 어디에도 청소년들이 스스로 게임 시간을 통제할 능력을 키워줄 수 있는 교육에 관한 내용은 전혀 없습니다. 사실, 이건 당연한 겁니다. 국가가 '법 제정'을 통해서 해 줄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난 영역이니까요. 저런 걸 위해 국가가 내놓을 수 있는 최선의 방식은 게임 중독 치료, 예방 전문가를 아예 정식 공무원으로 만들어서 의무적으로 청소년이 있는 가정을 방문해서 청소년을 교육하는 제도를 만드는 것 정도의 미친 짓(예산과 실현가능성성으로 따지면 미친 짓이죠.)을 하는 수 밖에 없죠.
이야기가 다소 엉뚱한 곳으로 샜는데, 본론으로 다시 들어가자면, 셧다운제는 단순히 청소년의 게임 이용을 제한하는 게 전부인 제도입니다. 즉, 이 제도가 완벽하게 적용되서 청소년들이 게임을 못하게 하는데 완벽하게 성공을 한다고 가정을 해도, 그 제한이 '아, 게임을 너무 늦게까지 과몰입하면 안되겠구나' 하는 인식을 청소년에게 심어줄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거죠. 자율학습과 학원에 찌들어서 스트레스가 잔뜩 쌓여 있는 청소년들 입장에서 저 제도는 어떤 교훈이나 교육적인 목적은 전혀 보이지 않는, 스트레스를 풀 방법 중 하나를 제한하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닐 뿐일 겁니다.
이렇게 10대가 끝날 때까지 외부적인 의지에 의해 게임 이용을 제한 받은 청소년들이 20대에 접어들어 셧다운제라는 외부적 통제가 풀리면 어떻게 될까요? 게임에서는 이런 류의 통계가 아직 축적되지 않았지만, 비슷하게 외부적인 통제, 특히 행동심리학적 용어로 '강화'가 아닌 '처벌'에 의해 통제되는 행동은 '처벌'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는 순간, 그런 통제가 있기 전보다 더욱 증가하는 현상에 대한 실험 통계 자료는 굉장히 많이 쌓여 있습니다.
따라서 저는, '부모가 자식에 대한 교육을 통제하고, 셧다운제 같은 국가적 통제에만 의존했을 경우', 10대는 어찌 넘겨도 20대 이상 연령대의 게임 중독자가 더 많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셧다운제를 반대합니다. 이 부분은 부모로서 자녀를 생각해도 당연히 셧다운제를 반대해야 하는 요소입니다. 자녀가 20세가 넘어 성인이 되어도 부모님들은 여전히 그 자녀를 사랑할 것이고, 따라서 그 성인이 된 자녀가 게임 과몰입에 빠지거나 게임 중독이 되는 걸 원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