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제라 흑막설을 주장하는게 아니라는 걸 우선 밝힙니다.
군단 일리단 스토리의 주요 논란점이
누가봐도 악역인 일리단 -> 절대선인 나루 제라의 쉴드 -> 일리단 이미지 세탁
이거 아니겠습니까? 물론 와우가 기울어가는 와중에서 인기 캐릭터인 일리단을 내세워
분위기 전환에 써먹어 보겠다는 의도가 있는건 확실해 보이지만
그 방식이 밑도끝도 없는 일리단의 이미지 세탁이라고 하기엔 너무 허술한점이 많은거 같습니다.
그러다 문득 생각해본게 제라의 무한 일리단 쉴드 뒤에 숨겨진 의도가 실은
누가봐도 악역인 일리단-> 절대선인줄 알았던 나루 제라의 쉴드-> 나루도 항상 도덕적이고 옮은 판단만을 하는것은 아님
이것을 나타내려는 속셈이 아닌가 싶습니다.
사실 지금까지 나루에 대한 묘사가 워낙 신적인 존재인데다 확실한 아군이라는 이미지가 있어서
나루의 판단이나 행동은 무조건 옮다 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제라의 일리단 쉴드=일리단의 선역화 라고 받아들이게 된 것인데
나루의 신적인 면모를 제껴두고 와우 세계관에 넘쳐나는 평범한 불멸자중 하나라고 보고 생각해보면
빛의 광신도인 제라가 빛의 군대를 일으켜세울 예언의 아이인 일리단에게 콩깍지가 씌여서
과거 일리단의 악행을 어쩔수 없는 일, 희생 등으로 포장했다. 라는 전개가 전혀 어색하지 않습니다.
어쩌면 제라는 빛의 세력만 살려준다면 아제로스를 멸망시킬 존재도 착한놈이라고 감싸줄지도 모릅니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또다른 계기가 살게라스의 설정변경입니다.
기존의 살게라스는 지옥마력에 타락하여 악행을 일삼는 티탄변절자 였지만
이번 크로니클 설정에 의해 의견충돌로 판테온을 등지고
자신의 대의를 위해 지옥마력을 도구로 선택한 티탄이 되었습니다.
어찌됬든 살게라스가 악역인것은 변함이 없으나 중요한건
이번 설정변경으로 인해 지옥마력이 그 자체로 악한것이 아니라
그냥 악역이 사용하는 힘이자 도구로 변경되었다는 점입니다.
저는 이러한 설정변경이 블리자드가 힘의 가치중립성을 표현하고자 하려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다시 제라로 돌아가서 얘기하자면 빛의 힘의 중심에 있는 제라의 불완전성을 통해
나루의 정의와 유저들의 정의가 다름을 보여줌으로써
빛=선, 정의 라는 편견을 깨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는 나루같은 선한 존재가 구지 타락이라는 식상한 과정을 거치지 않고도
얼마든지 유저와 대립할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줄 뿐 아니라
(이러한 대립은 과거 알갈론과의 전투에서도 나타난적 있습니다.)
부정적인 힘을 사용하는 플래이어(흑마법사, 암흑사제, 죽음의 기사)에게 정당성을 부여해 주고
유사하게 그러한 힘을 사용하는 아군(잘타라스와 같은)의 등장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