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에서는 발매하고 한국에서는 들어본 적도 없는 워크래프트 코믹스입니다.
제목은 Warcraft : Shaman 이며, 대지고리회의 전 수장인 멀른 어쓰퓨리를
다루고 있습니다.
아마 월드오브 워크래프트의 각 직업에 대한 코믹스작업을 진행한 것 같은데
이 만화를 그린 인물은 타사리안의 이야기를 그린 워크래프트:데스나이트의 저자와 동일인물입니다.

멀른 어쓰퓨리에 대해 잠깐 설명을 드리자면,
호드의 테라모어 침공 즈음에 쓰랄에게 대지 고리회의 수장 직을 넘기기 전까지
대지 고리회를 이끌던 나이 많은 타우렌 주술사이며, 혼돈의 소용돌이에서 쓰랄이
아제로스가 대격변의 여파로 찢겨나가지 않도록 돕는데 지대한 역할을 합니다.
실제로 대지고리회의 중진을 들자면 1위가 쓰랄, 2위가 멀른 어쓰퓨리, 3위가 노분도,
4위가 아그라, 5위가 유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비중이 큰 인물입니다.
소설 <위상들의 사명>에서는 드루이드를 도와 놀드랏실을 회복시켰다는 언급이 있습니다.

이 작품은 아이언포지 드워프, 와일드해머 드워프, 검은무쇠단 드워프가 서로 각축전을 벌이던
세 망치단의 전쟁 때를 기점으로 시작됩니다.
잘아타스의 꼬드김을 받으며 흑마법을 남발하던 검은무쇠단의 마녀 왕비 모드구드가 와일드해머 손에 죽고
검은무쇠단의 병력이 패배하자, 분노한 타우릿산은 라그나로스를 현세로 소환하기로 결정합니다.

끝내 라그나로스가 아제로스에 강림하면서 카즈모단의 일부로 추종되는 곳이 불로 익어버려
지금의 이글거리는 협곡과 불타는 평원이 됩니다.
이 전투를 계기로 아이언포지 드워프는 카즈모단으로 돌아가고 그림바톨에 거주하던 와일드해머 드워프는
모드구드에게 저주받은 그림바톨을 버리고 맹금의 봉우리로 이주하며,
라그나로스를 소환한 검은무쇠단 드워프들은 라그나로스가 패배할 때까지 그의 노예가 됩니다.

이는 세계에 다른 여파를 불러일으켰습니다. 작중에 등장하는 이 늙은 타우렌은
만화책의 주인공인 멀른 어쓰퓨리의 아버지 되는 오레그 어쓰퓨리입니다.
라그나로스가 현세에 강림하자 정령들은 일순간 침묵했다가 분노와 혼돈으로 답변했고
이를 잠재우기 위해 대지고리회에서 오랫동안 전해 내려져 온 "방식"을 사용하기로 합니다.
그 방법인즉슨 이전에 있었던 정령들의 봉기에서도 가장 어린 대지고리회의 일원이 그의 어린
수습생을 구하기 위해 예정된 죽음을 겪는 방법을 통해 정령과 교감하는 것이며
이는 오랜 세월동안 전해내려져왔다고 합니다.

이 방법은 수백년 간 대지고리회에서 사용되어져 왔으나 이번에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게 됩니다.
정령들은 분노하여 쉬지 않고 활동하며 주술사들의 기도를 전혀 들으려 하지 않게 되죠.
250년 전에 죽었던 걸로 추정되는 대지고리회의 가장 어렸던 주술사 쇼토아가 대지고리회가
가장 혼란스러울 때 나타나 오레그 어쓰퓨리의 방법에 동의하지 않고 정령과 소통하는 올바른 방법에 대해
제시합니다.
쇼토아가 제시하는 것은, 주술사가 단순히 정령의 의견을 묻고 존중하는 것보다 그에서 벗어나
그들에게 명령하고 사역하는 방법이었습니다(암흑 주술사가 생각나네요)
이 방법은 멀른을 상당히 괴롭히지만 정령들은 분명히 기존의 방법에 만족하지 않고 있고
다른 대지고리회 일원들은 정령을 사역하는 방식을 제시한 쇼토아가 옳다고 주장합니다.
이 책은 주술사가 정확히 무엇을 하는 존재인지를 보여주고, 낡은 방식의 사고와 새로운 방식의 사고가
두드러지게 대립되어 나타납니다. 멀른과 쇼토아의 대립은 재미있을 뿐만 아니라 몇가지
장단점을 제시하는데, 정령이 너무 격렬하게 활동하면 새로운 방법을 찾아보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요. 실제로 대격변의 전조 소설에서 오그리마에 화재가 일어났을 때 쓰랄이 정령에게
대화를 시도하다가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자 다른 원소의 힘으로 그 정령을 제압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대지고리회의 어린 수습생인 케타라는 멀른의 수습생이며, 쇼토아가 제시하는 새롭고, 쉽고, 편리한
정령을 다루는 방법과 기존에 멀른이 가르친 방법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뇌합니다.
흔히 다른 책들이 그러듯, 이 오크 소녀도 위기에 빠지고 멀른이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온갖 일을 다 겪다가
끝내 각성하여 정령과의 소통을 이끌어나가는 것이 이 작품의 주된 골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의 문제점에 대해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습니다.

이 책의 가장 큰 문제점은 시간오류입니다.
세 망치단의 전쟁이 일어난 시기와 대격변이 일어난 시기가 겹친 것처럼 작중에 묘사되고 있는데
와우피디아에 의하면 세 망치단의 전쟁은 257년 전에 일어났다고 합니다
사실 도입부에 세 망치단의 전쟁 부분만 빼면 다소 이견은 있을지언정 작중상에 심각한 문제는 없을겁니다
타임라인만 빼고요
말하자면 세 망치단의 전쟁이 일어난 도입부의 전개를 제외하면
이 일이 일어난 시기가 대격변의 전조라고 보는 편이 옳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작중 상 멀른 어쓰퓨리가 대지고리회 주술사의 일원들 중 가장 어리다는 설정이 어그러지죠.
이미 대격변의 전조 당시 멀른 어쓰퓨리는 히오스에서 레가르에게 늙은 황소 소리 들을 정도로
충분히 나이들었고, 이미 대지고리회의 수장이었습니다.
여러가지 오류가 있는 책이라 메단이 나오는 그 책처럼 정사로 편입되지 않는 건 아닌가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