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로데론 시기
은빛 십자군의 기원은 로데론의 은빛 손 기사단입니다.
우서, 티리온 폴드링 등 다섯 명의 대표가 있었고, 그 중 티리온은 로데론 최고의 곡창시대인 안돌할 옆 하스글랜의 영주죠
근데 이 하스글랜은 맵 보면 알겠지만 곡창지대를 방어하기 최적의 위치이기까지 합니다. 당연히 군사력도 빵빵함
우서와 은빛십자군 간부들이 아서스한테 싹 죽은 뒤, 은빛십자군은 티리엘이 지휘하게 됩니다. 군사력과 경제력이 뒷받침되는데 감히 누가 뭐라 그러겠음
하지만 은빛십자군은 가리토스가 피난민들을 모은 얼라이언스에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왤까요?
가리토스가 괴물들에게는 차가웠지만 인간에게는 누구보다 따듯한 도시남자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참으로 이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가리토스와 성격이 맞지 않았던 걸까요? 아님 자기가 얼라이언스의 맹주가 되고 싶은 야심이 있던 걸까요
진실을 밝힐 틈도 없이 가리토스는 실바나스에게 죽어 버리고 맙니다
아 물론 오리지널 퀘스트에서 변명을 좀 하긴 합니다. 아들때문에 멘탈이 나갔다고요
창고도 싹 다 털려서 구더기고기나 먹고 살아야 한댑니다
근데 여러분, 부잣집이 망하면 3년을 갑니다
로데론이 망하고 가리토스는 땅 파가지고 피난민 끌어모은거 아닙니다
밀이 넘쳐나다 못해 샤워를 할 정도였던 하스글렌 영주가 밥이 없다?
뭐 자기 땅 뺏기고 동부역병지대로 피난갔으니 그렇다고 칩시다.
물론 은빛 여명회랑 십자군은 그런거 없이 싸우고 있지만 전직 은빛기사단 대영주가 잠수 좀 탈 수 있죠
그렇게 잠수 탄 동안 가리토스는 실바나스한테 죽고, 은빛여명회는 빌빌대며 티리온을 견제할 세력은 아무도 없어졌지만요
실바나스요? 극상성이라 못개깁니다. 빛섬 한방맞고 죽을텐데 현명한 여왕님은 자신의 분수를 알죠
티리온은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자신의 정적들을 제거한 뒤, 은빛십자군의 대영주로 복귀합니다.
만약 이게 우연이 아니라면 참으로 무섭지 않을 수 없네요
2. 리치왕의 분노 시절
문제는 여기서부터입니다
아들이 죽자 갑자기 제정신을 차린 티리온은 은빛십자군의 대영주가 되어 노스랜드를 침공합니다
자기가 인간인데 얼라이언스에 말 한 마디 하지 않고요!
달라란은 7왕국 중 하나니 자기 맘대로 좀 해도 되겠지만 은빛십자군은 나라도 아님. 로데론의 기사단 중 하나에 불과한데 이 깡은 어디서 나온 걸까요?
거기에 갑자기 지 맘대로 군대를 이끌고 간 것도 모자라 어디선가 꽁쳐둔 돈으로 t6셋을 차려입고는 아서스 턱 밑에다가 초대형 레져파크를 세웁니다. 어?
아직 스컬지 침공 안 끝난 시점이에요. 동부역병지대 서부역병지대 정화는 꿈도 못 꿀 때라고요
그럼 이 돈은 어디서 난 걸까요?
혹시 하스글랜 영주 시절 숨겨둔 비자금은 아니었을까요?
피난민들이 포세이큰에게 죽어나갈 때, 정의의 대영주 티리온은 어디에 있었을까요?
하여튼 티리온은 이렇게 화려하게 정치계에 복귀합니다
돈 많고, 군사력도 강력한 이 군벌세력의 등장에 대해 바리안과 스랄은 열받지만 일단 방관합니다
자기네 병사들은 분노의 관문에서 역병에 녹아내리고, 스컬지로 다시 살아나고 있는데 한가하게 스포츠나 즐기는 꼴이 좋게 보일리 없죠
할 말은 많지만, 아서스 때문에 일단 넘어간다는 바리안의 말에서 그의 분노가 느껴집니다
레져센터 운영이나 잘 하면 몰라요,
안전규정을 지키지 않아서 불타는 군단의 군주 자락서스를 소환하질 않나
고객관리에 실패해 얼라랑 호드가 갑자기 치고 받질 않나
회원료인 수리비 바가지를 받질 않나
경비시스템의 헛점을 이용해 리치왕이 갑툭튀해서 경기장 바닥을 날려버리질 않나
부실경영에 불만이 폭발하는 꼬라지 좀 보세요. 도대체 얼마를 해쳐먹은 걸까요?
비자금을 분식회계한 티리온의 재산은 도대체 얼마일까요?
괜히 레져사업이 고부가가치 사업이라고 불리는 게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이렇게 재산을 늘린 티리온의 다음 목적은 바로 정권에 대한 야망입니다
비록 티리온이 재산도 많고 군대도 가지고 있긴 합니다만, 얼라이언스나 호드에 비할 바는 아니죠
거기에 은빛십자군이 위치한 역병지대는 스컬지를 고려하지 않더라도 군사의 요충지입니다.
만약 얼라이언스에 은빛십자군이 가담한다면, 실버문과 포세이큰의 길이 끊겨 실버문은 고립될 것이고,
포세이큰은 도저히 이길 수 없는 극상성의 군대와 마주봐야 되는 입장이니까요
바리안이 조금만 더 현명했다면 티리온을 영입했어햐 합니다. 근데 바리안은 판다리아에 가서야 현명해지니 참으로 아쉬운 대목이죠
누구보다 야심이 많은 티리온은 이러한 부분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만약 리치왕이 사라진다면 호드의 다음 타겟은 자신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죠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본진을 옮기면 됩니다!
만약 자기가 리치왕이 된다면, 은빛십자군의 모든 성기사들을 죽음의 기사로 바꿔 버릴 수 있게 됩니다
거기에 파멸의 기사단조차 자기 마음대로 좌지우지 할 수 있게 되죠
그렇게 티리온은 자신이 리치왕이 될 계획을 세우게 된 겁니다
은빛십자군이 노스랜드에 공격 간 진짜 이유는 티리온의 야심 때문입니다
은빛십자군의 수많은 젊은이들은 그걸 모른 채 정의만을 외치며 죽어갔지만요
하지만 리치왕은 공공의 적 입니다.
자기가 되고 싶다고 될 수 있는 자리도 아니고요
리치왕이 되기 위해서는 잘 짜여진 '극본'이 필요합니다
노스랜드에 레져센터를 세우고, 용사를 모으고, 리치왕과 혈전을 벌이다 리치왕과 용사들이 모두 죽어버리는 그런 극본 말이죠
얼음방패 속에서 리치왕 레이드를 꿀잼 직관하다가 막타 스틸을 노리는 티리온,
비록 테레나스의 영혼이 용사들을 살려내 방해하긴 했지만, 큰 문제는 아닙니다. 멋있게 막타 쳤으니까요
눈앞에 리치왕의 투구가 떨어진 걸 보고 싱글벙글한 표정을 숨기며 투구를 집는 순간...
볼바르가 투구를 닌자해버리고 맙니다
사실 볼바르는 티리온의 야심을 모두 꿰뚫고 있는 사람입니다
괜히 스톰윈드의 섭정 자리에 올라선 게 아니죠. 싸움도 잘 하지만 정치 9단인 엄친아라고 볼 수 있습니다
볼바르는 2차 대전쟁 때 로데론에 피난갔다가 티리온을 보고 그의 정체를 한 눈에 간파했습니다
착한 척 오지게 하지만 그 속에는 검은 야망이 꿈틀댄다는 것을요
비록 직접 마주칠 일은 없어 그를 막지는 못했지만, 가장 결정적인 순간에 볼바르는 가장 위대한 업적을 행합니다.
그렇게 마지막 안식을 원했던 볼바르는 세계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게 됩니다
3.대격변~군단
자신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간 티리온은 피해망상에 빠지게 됩니다
하스글랜에 은거하며 자신의 세력을 강화하려 하지만, 더 이상 서부 역병지대는 티리온만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한 쪽에서는 스컬지 잔당이, 다른 쪽에서는 세나리온 의회가
그리고 안돌할에서는 얼라이언스와 호드가
서로 이 곡창지대를 소유하고자 전쟁을 벌이게 되죠
노스랜드에서 그의 영웅적인 활약(?)에 수많은 인재들이 은빛십자군에 속속 가입하고는 있지만,
티리온에게 은빛십자군은 도구에 불과했습니다. 자기 계획이 실패했는데 은빛십자군이 잘나가고 말고가 뭔 상관입니까
오히려 늘어난 인재를 먹여살리느라 재정난에 빠지게 되죠
불안과 스트레스, 좌절은 그의 판단력을 좀먹기 시작했습니다
대격변의 상처가 아물고, 판다리아에 두 세력의 관심이 쏠리느라 조금 숨을 돌리나 했더니
불타는 군단이 침공하고 얼라와 호드가 다시 싸우기 시작했습니다
앞서 말한 대로, 역병지대는 경제적으로도, 군사적으로도 천혜의 요충지입니다
호드와 얼라의 갈등이 다시 시작된 지금, 자신의 운명이 어떻게 될 지는 뻔하죠
다시 한 번 공을 세우지 않는다면,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듯 될 것입니다
그렇게 다시 한 번, 불타는 군단을 향해 원정을 떠나게 되죠
하지만 티리온은 예전의 티리온이 아니었습니다
성스러운 빛은 더 이상 그의 부름에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정의는 찾아 볼 수 없고 사악한 야심만이 남아버린 티리온은 빛에게서마저 버림받았습니다
만약에 얼라이언스와 협공에 나섰다가 이런 모습을 보이기라도 한다면, 그의 명성은 땅에 떨어질 것이 뻔했습니다
그렇게 주변 참모들의 조언을 모두 무시하고, 단독으로 부서진 섬으로 진군하게 됩니다...
4. 그의 최후와 후계자들
티리온은 비록 빛에게 버림받은 채 허무하게 죽어버렸지만, 진실을 모르는 대중들은 영웅적인 최후를 맞았다며 그를 칭송했습니다.
그리고 은빛십자군이 앞으로 어떻게 될 지 궁금해했죠
티리온의 공식적인 지위는 로데론의 귀족으로 하스글랜의 대영주입니다.
누군가가 그의 자리를 승계받는다면 로데론의 후예임을 정당화 할 수 있게 되는 거죠
얼라와 호드가 여력이 있었다면, 반드시 이 계승에 관여해야만 했습니다
만약 얼라이언스가 이 계승식을 돕거나, 얼라이언스 인사를 후예로 세운다면 이는 로데론의 후예로써 포세이큰으로부터 로데론을 되찾는다는 엄청난 명분을 쥐게 됩니다
실바나스 입장에서는 반드시 계승식을 방해하고, 은빛십자군을 제거해야 했습니다. 호드 영토 내에 반 호드 군사세력의 위협을 없애고, 로데론의 후예라는 골칫거리를 일망타진할 절호의 기회였죠
하지만 두 세력 모두 수장을 잃었기 때문에 그저 방관하게 됩니다
한편, 은빛십자군의 상태도 정상은 아니었습니다
예전의 정의로운 성기사들은 모두 마리아드와 리아드린을 따라 드레노어로 원정을 떠났다가 죽었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탐욕스러운 기회주의자들 뿐이었죠
명장 밑에 약군 없고, 졸장 밑에 강군 없는 법이라고 했습니다
일개 병졸조차 대놓고 전리품을 빼돌리겠다고 할 정도로 군의 기강은 해이해졌습니다
이런 상황을 틈타, 볼바르는 티리온의 유해를 빼돌릴 계획을 세웠습니다
탐욕스럽고 사악한 티리온을 죽음의 기사로 되살린다면 그 어떤 죽음의 기사보다 강력할 것은 뻔했습니다
볼바르의 하수인들은 생애 동안 저지른 죄를 죽어서라도 속죄하라며 티리온의 무덤을 공격했고,
죽음의 기사들을 막을 수 있는 영웅들은 더 이상 은빛 십자군에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만약 리아드린의 영웅적인 분투를 보고 선조의 영혼들이 마음을 돌리지 않았다면,
살게라스와 킬제덴은 역사상 가장 강력한 죽음의 기사인 티리온의 손에 쓰러졌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