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 DAY 7. 시작되는 연인들을 위해.
"벌써.. 일주일.."
꽃비는 호텔에 혼자 앉아 핸드폰 속 달력을 보고 있었다. 자신과 린트에게 허락된 열흘 중에 6일이라는 시간이 흘러가고 7일째가 되고 있었다.
"너무 많은 일들이 일어났었어.."
꽃비는 자신에게 일어났던 일들을 하나하나 생각해 정리해 보기 시작했다. 린트와의 비행기에서의 만남. 자신의 전 남자친구와 친구의 신혼여행에 린트를 끌어 드렸던 것부터 그의 슬픔을 알게 되고 치유해 가는 등 한 가지, 한 가지 조심스럽게 다이어리에 정리를 했다. 쓰면서 청야랑이 자신과 린트를 보며 미간을 찌푸리던걸 생각하며 웃었고, 린트가 너무나 슬프게 우는 것을 보며 자기도 모르고 코끝이 찡해지며 눈물이 났다.
"일어났어?"
호텔 문을 열고 들어오는 린트가 혹시 볼까 꽃비는 얼른 다이어리를 가방 안에 집어넣었다. 하지만 눈물만은 감출 수가 없었다.
"안 좋은 꿈이라도 꾼거야?"
"아니.."
"근데 왜 울어?"
"행복해서."
"응?"
"린트라는 사람을 알게 되고, 일주일이라는 시간 동안 너무 많은 것을 받아서 행복해서.." "꽃비.."
린트는 꽃비를 안아 주었다. 그녀의 몸이 떨리며 슬퍼하는 것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벌써.. 일주일이나 되었구나.."
"응.."
"그래.." "헤헤.. 미안.. 자꾸 눈물 보여서.."
"....."
린트는 아무 말 없이 그녀를 쓰다듬어 줄 뿐이었다. 그녀의 슬픔이 자신으로 비롯된 것 같아서 미안하고 아파왔다.
"헤헤.. 이제는 잘 안아주네.."
"바보 같이 맨날 우니까.."
"나 바보 아냐. 헤헤."
"나가자. 일주일을 기념해야지."
"헤헤. 오늘은 어디 가?"
"오다이바에 있는 호텔에 있으면서도 오다이바 구경은 정작 못한 거 같아서."
"아. 맞다. 좋아!"
"후후. 가자."
"응. 얼른 준비 할게."
꽃비가 준비를 마치고 그들은 손을 잡고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호텔에서 나왔습니다."
"알았어. 계속 감시해."
"네. 아가씨."
누스밤도 꽃비와 린트를 천천히 뒤따르기 시작했다.
"청야랑"
"응"
"준비해. 나가게."
"어디 가게?"
"오다이바."
"거긴 뭐 하러 가?"
"서로 목적은 달성해야 하지 않아?"
"목적이라니?"
"넌 꽃비를 계속 데리고 있고 싶고. 난 린트라는 남자를 얻고 싶고."
"미쳤어?"
"만약에 다시 한 번 날 감히 거부한다면. 부숴버릴거야."
청야랑은 하루의 표독스러운 말에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 무렵. 꽃비와 린트는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린트. 저게 레인보우 브릿지야?"
"응. 맞아."
"우와. 매일 타고 다닐때는 몰랐는데.. 되게 아름답다.."
"그렇지?"
하얀색 원피슬 입은 꽃비는 어느새 신발을 벗고 맨발로 백사장을 거닐고 있었다. 린트는 그녀를 천천히 따라가며 웃고 있었다. 앞서서 걷던 꽃비는 어느 샌가 린트 옆으로 다가왔다.
"린트!"
"응?"
"린트 이제 되게 예쁘게 웃는거 알아?"
"그래?"
"응. 앨범 속에서 보았던 린트의 웃음 같아." "다.. 꽃비 때문이지 뭐."
"응?" "아니야."
린트는 자기 자신도 놀랄 만큼 변해 있었다. 언제부터인가 잃어버렸던 웃음을 조금씩 되찾고 있었고, 한 없이 우울하지도 않았다. 모든 것이 꽃비, 그녀 덕분이었다.
"난 린트가 웃을 때가 제일 좋아."
"매일 울기만 했던 것 같은데.. 그때는 싫었어?"
"우와. 이제 농담도 할줄 아네?"
"하하."
두 사람은 그렇게 행복하게 걷고 있었다.
두 사람의 모습을 지켜보는 눈들이 있었다. 하루와 청야랑 그리고 정체 모를 남자들이었다.
"저 두 사람이에요."
"언제 원하시는 대로 해드리면 되겠습니까?"
"삼일 뒤. 우리는 그 날 돌아갈 거니까요."
"저희는 굉장히 비쌉니다."
"알아요. 돈이라면 충분해요."
"알겠습니다. 마음 바뀌시면 언제라도 전화 주시길."
"훗."
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들은 조용히 차를 타고 사라졌다. 그리고 하루와 청야랑만이 그 자리에 남았다.
"이래야겠어?"
"응."
"차라리 다시 유혹을 해봐."
"기분이 나빠졌어."
"뭐?"
"저 둘을 보고 있자니 기분이 나빠졌다고."
"넌 도대체 왜 그렇게 꽃비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 난거야?"
"몰라서 물어?"
"단순히 꽃비가 너보다 인기가 많았다. 이거 뿐이잖아?"
"응. 맞아."
"그렇다고 사람을 쓴다고?"
"너 같이 원래 없던 놈들은 모르겠지. 하지만 미모, 지성, 돈 다 갖고 있는 애가 저런 애한테 밀린다는 게 얼마나 자존심 상하는 일인지 넌 모르겠지."
"너.. 미쳤어.."
"미친 거든 아니든. 그건 내가 판단해."
"............"
청야랑은 아무 말 없이 두 사람을 지켜 볼 뿐이었다.
"저거 타고 싶어."
"관람차?"
"응!"
"저거 무서울텐데.."
"헤에.. 린트 저런거 못 타는구나?"
"아니. 그런건 아닌데.."
"그럼 가자!"
린트와 꽃비는 오다이바에서 유명한 관람차를 타기 위해 줄을 기다리고 섰다. 그리고 그들 한참 뒤쪽에 청야랑과 하루가 있는 것을 알지 못했다.
"투명 타고 싶어?"
"투명도 있어?"
"응. 근데 투명은 굉장히 무서울텐데.."
"음.. 타볼래!"
"어휴.. 그래. 무섭다고 울지 말어."
"쳇. 무시하기는.."
마침내 기다리던 투명 관람차가 도착했고, 린트가 말할 틈도 없이 꽃비가 자리에 앉았다. 천천히 관람차가 돌기 시작했다. 바닥까지도 투명이었기에 조금씩 올라가기 시작하자 꽃비는 겁이 나기 시작했다.
"으음.."
"왜? 무섭지?"
"이거.. 되게 높다.."
"바람 많이 불면 끼익끼익 소리도 나는데."
그 순간 바람이 린트의 말대로 불자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꺅!"
꽃비는 소리를 지르며 린트의 품에 안겼다.
"것봐. 무섭다니까."
"헤헤.. 이렇게 무서울지는 몰랐지.. 괜찮아. 린트 품에 있으니까."
린트는 자신에게 안긴 채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꽃비가 너무나 귀여웠다. 갑자기 꽃비가 눈을 감았다.
"흠.."
"왜?"
"왠지 린트가 뽀뽀해줄 것 같아서 기다리고 있었어."
"뭐?"
"뽀뽀 해줄 것 같은 느낌!"
약간이지만 입술까지 내밀며 눈을 감고 있는 꽃비. 린트는 조용히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헤헤헤. 거봐. 뽀뽀 해줄 것 같다고 했잖아."
"해달라고 한거 아니었구?"
"어라? 내가 불쌍했던거야?"
"풉.. 조금?"
"쳇.. 나쁘다!"
꽃비는 린트를 밀치며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려고 했다. 하지만 이미 관람차가 가장 높은 고도까지 올라온 후라 움직일 자신이 없었다.
"움직이면 떨어진다."
"으악! 장난치지 마.."
눈물까지 글썽이며 겁을 먹은 꽃비의 모습을 본 린트는 너무나 웃음이 났고 행복했다. 자신이 언제부터 이렇게 웃었는지 기억조차 할 수 없었다.
"이리와."
"응?"
린트는 자신의 무릎위에 꽃비를 앉혔다. 그리고는 입을 맞추기 시작했다.
"일주일동안 내 여자친구가 되어줘서 너무나 고마워."
"헤헤.."
"아무래도 꽃비를 더 좋아하게 될 것 같아서 겁이 난다."
"응?"
고백 같지 않은 고백.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꽃비는 충분했다.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그녀의 눈에서 흘러내렸다.
"아.. 울지마.. 울릴려고 한 말 아니야.."
"흑..흑..나빠.."
"그만 울어.. 뚝.."
"흑..흑.."
린트는 울고 있는 그녀의 눈에 입을 맞췄다.
"바람둥이 같아."
"왜?"
"여자가 좋아하는건 다 알고 있으니까."
"그런가?"
"그래. 나만 봐."
"원하신다면.."
그렇게 두 사람의 입술은 다시 서로를 찾았고, 관람차가 멈출 때까지 식을 줄을 몰랐다..
"저 꼴을 보고도 참으란거지?"
"..........."
"린트.. 복수해주겠어.."
하루의 분노는 점점 더 강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