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와우를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한건 군대 시절이었죠.
외박이나 휴가 나가서 틈틈이 찍어놓은 만렙으로 제대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빨빨거리며 아웃랜드를 뛰다녔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래픽도 구리구리 했을 텐데 그땐 왜그리도 모든게 멋지고 신기한지
미궁에 서있는 울림도 어마어마하게 거대해 보이고, 겜톡도 없이 카라잔 막공을 모아가서
첫 날 6시간 돌다가 전시관리인까지 잡고, 그 다음날 7시에 다시 모여 5시간 동안 말체까지 킬했는데
생판 모르는 사람들이 10명이나 온라인에서 잡은 약속을 칼같이 지켜서 잡는 것도 신기했었죠.
그룰잡을래면 보통 14~16중첩까지 봐야했던 시절이라 정말 산더미만해진 그룰을 보면서 오오오오 하기도 했었고 첨 갔을 땐 수십 명이 모여서 겜한다는거 자체가 신기했던 것 같네요.
그러다 보니 하나 둘 템을 맞춰서 간신히 정공에 들어갈 수 있었어요. 아직 불뱀 폭요 입장퀘가 있던 시절이었으니 꽤 초반이었습니다. 당시 서버에서 검사나 하이잘 진입한 공대가 하나도 없었거든요.
당시 저희 공대는 불뱀에서 모로그림까지 잡은 상태였고, 폭요는 캘타만 남겨두고 있었죠.
그렇게 한달 정도? 공대 생활을 하다보니 본격적으로 폐인 생활이 시작되더군요. 온종일 낚시하고 일퀘 평작하고, 남는 시간에 길드원이나 부캐 인던 돌아주고, 카라잔 골팟 돌리고.. 생각해보니 그땐 50골 100골 팟이었네요. 귀엽기도 하지.
흑마 탱이란게 첨으로 생겨난 보스가 레오테라스였는데 암저 셋도 맞추고 흑마 탱이 택틱을 익히느라 한 3주 트라이했던 것 같아요. 주 4회 공대였는데도.. 그렇게 레오테라스를 킬한 시점에서 전 와우를 본격적으로 시작한지 2달 정도? 한참 불이 붙어있을 때였죠.
그렇게 레오테라스를 킬하고 '바쉬 얼굴이나 한번 보고 가죠?'라는 공대장님 말씀에 바쉬 넘어가는 입구에 올망졸망 모여있었죠. 그.. 기계장친가 증기 뭐시긴가를 클릭하는 순간
온 던젼이 흔들리는 느낌과 함께 물 속에서 바쉬에게로 갈 수 있는 다리가 솟구치는 겁니다. 물속에서 다리가 한칸한칸 솟아 나면서 해초가 걸린 기둥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고 이제껏 낭떠러지였던 공간에 거대한 다리가 생겨나는 그 모습이 어찌나 웅장하고 가슴벅차던지..쉴 새없이 스샷키를 눌러대면서 한참을 멍 하게 있었습니다. 나중에 바쉬 킬이 익숙해지면서 보니 화면이 흔들리지도 않고, 다리도 천천히 솟는게 아니라 차라라락 하는 느낌으로 금방 올라오던데. 첫 대면의 순간엔 왜 이리 오랫동안 그리고 웅장하게 올라오는 것 같았는지...
그 뒤로 일리단 킬, 아키몬드 킬, 하이잘 정상에서 쓰랄 형님을 뵈었을 때, 김제덴 형님 보던 날, 울두아르 탐험에 아서스 학부모 면담 등등 감동스러운 순간은 많았지만. 가장 기억에 남고 전율을 느꼈던 순간은 바쉬누님 얼굴 첨뵙는 그 날이었던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