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상을 보고 '배틀필드6'를 예구했습니다"

게임뉴스 | 김찬휘 기자 | 댓글: 1개 |


"이 영상을 보고 '배틀필드6'를 예구했습니다"

게임스컴 포문을 당차게 열었던 ‘블랙 옵스7’ 트레일러에 달린 댓글이다. 콜오브듀티와 배틀필드는 원래 라이벌이기에, 배틀필드 팬덤이 와서 장난을 한걸까? 그렇다고 하기엔 콜오브듀티 팬들이 옹호하는 코멘트를 찾아보기 힘들다.

좋아요 6만, 싫어요 46만으로 부정적 여론이 압도적인데, 이런 분위기는 2016년에 나온 ‘콜오브듀티: 인피니트 워페어’ 이후 9년만이다. 그때는 ‘어드밴스드 워페어’, ‘블랙 옵스3’, 그리고 ‘인피니트 워페어’로 이어지는 3연속 미래전 사이클 때문에 배경에 대한 피로감이 주된 이유였지만, 이번에는 배경 때문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팬들이 기다려온 블랙 옵스2의 시퀄’ , ‘13년 만에 돌아온 근미래전’ 과 같은 기대감을 올려줄만한 요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블랙 옵스7은 고전하고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매년 나오는 시리즈, 반복되는 문제, 피로감에 지친 유저들





"콜오브듀티"

2003년에 작품이 세상 밖에 나온 이후로, 단 한 차례도 쉬지 않은 몇 안되는 게임 중 하나다. 좁게는 바로 옆에서 엮이는 배틀필드도 배틀필드 2042의 흥행 실패 이후 4년간의 재정비에 들어갔으며, 넓게는 어쌔신크리드도 공장 마냥 작품을 찍어내다가 제풀에 지쳐 휴식기에 들어갔다.

하지만, 콜오브듀티는 쉰 적이 없다. 이러한 구조가 가능한데에는 콜오브듀티는 한 개발사가 단독으로 맡는 작품이 아니기 때문이다. 인피니티 워드, 트레이아크, 그리고 슬레지해머가 주축이 되는 개발 사이클 속에서 각 개발사는 1년마다 번갈아가며 작품을 출시한다.

후속작의 개발 기간 텀이 굉장히 긴 게임을 기다리는 유저들에게는 이러한 콜오브듀티의 환경이 부러워보일 수 있겠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정작 콜오브듀티 팬들은 게임이 한 번이라도 좀 쉬었으면 하는 바람도 가지고 있다.

아까 위에서 말했듯이, 콜오브듀티는 여러 개발사가 1년마다 번갈아가며 개발한다. 그렇기 때문에 유저들이 피드백을 하여도 바로 다음 작품에서 처리하는 주체가 달라지기에 피드백이 큰 효과를 보기 어려운 구조이다.

예를 들어, 유저가 샷건 밸런스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여도 다음 작품에서 다시 이러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맵 구조에 대한 불만을 표출해서 고쳤어도, 다음 작품에서 다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매번 비슷한 문제를 지적하거나, 다음 작품에선 안 그러길 바래도 그렇게 될 수 없다 보니 유저들의 피로감이 극대화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피로가 계속해서 쌓이다가 이번 블랙 옵스7에서 크게 터진 것이라 볼 수 있다.



▲ "정말 놀랍도록 액티비전이 커뮤니티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고 무관심 하다는걸 알게되네요."
콜오브듀티가 커뮤니티의 의견을 수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지적하는 유저의 코멘트
개발사가 바뀔 때마다 동일한 문제가 발생하니 지칠 수 밖에 없다.


근본으로 돌아온 배틀필드, 재정비하고 반등으로 더욱 비교 대상되어





앞에서도 말했지만, 유독 트레일러에서 경쟁사의 신작인 ‘배틀필드6’에 대한 언급을 확인할 수가 있다. 오래 전부터 라이벌 관계였던 콜오브듀티와 배틀필드이기에 단순히 진흙탕 싸움으로 이런 언급이 나오는 것일까?

물론 그런 여론도 있겠지만, 이러한 반응은 위에 내용과 맞물려 나타난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아까 말했듯이, 배틀필드는 2042의 흥행 실패 이후 21년부터 지금까지 약 4년이라는 시간 동안 신작을 출시하지 않았다. 그리고 올해 빈스 잠펠라의 휘하 아래 신작을 출시 하였는데 전작에서 유저들이 지적했던 문제들을 최대한 고치고, 유저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개발 기조를 잡은게 확실하게 보여졌다.

재정비하고 반등한 모습을 보여줬기에 더욱 비교 대상이 될 수 밖에 없고, 콜오브듀티식 사이클에 염증을 느낀 유저들도 반항 심리로 더욱 배틀필드6를 언급하게 되었다.



"할머니께 트레일러를 보여드렸더니 할머니도 배틀필드6를 샀다." 는 한 외국 유저의 위트있는 농담


회사와 유저의 불협화음, 밸런스 맞지 않은 콜라보와 저열한 콘텐츠 생산




▲ 최근에 나온 '비비스와 버트헤드' 콜라보, 북미 현지 유저들 사이에서도 반응이 냉랭했다.

또한 유저들이 블랙 옵스7 공개에 비판을 보내는데에는 전작인 블랙 옵스6에서 보여준 행보도 어느 정도 영향이 있다. 이를 테면, 콜오브듀티를 즐기는 유저 중에는 단순히 ‘캐주얼’한 느낌을 즐기는 유저들도 있겠지만, 한 명의 ‘택티컬’한 병사가 되어 전장을 활보하고 싶은 유저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회사 입장에서는 양쪽의 니즈를 맞추기 위해 밸런스를 맞춰야 하는데 현재 콜오브듀티는 너무 캐주얼한 콜라보에만 집중을 하고 있다. 또한 그 캐주얼한 콜라보의 대상이 북미에서도 화제성이 떨어지는 픽이다보니 유저들 입장에서는 ‘콜라보를 남발’하고 있다는 생각을 안 가질 수가 없다.



▲ 아트를 보면 좀비의 손가락이 6개다. 수습한 흔적도 없다.
내가 돈주고 사는 콘텐츠에 이런 식으로 일명 ‘딸깍’ 콘텐츠가 들어가있으면 기분이 좋을까?

그리고 저열한 콘텐츠 생산 행보도 블랙 옵스7을 향해 화살을 겨누기 충분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인수와 AI 산업의 발전 이후 콜오브듀티 개발진들도 게임을 개발하는데 있어 AI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유저들이 돈을 주고 구매하는 콘텐츠에 성의 없게 AI를 활용한 콘텐츠를 몇번 노출시킨 적이 있어 큰 반감을 불러 일으켰다. 심지어 성우 파업때는 성우의 동의없이 AI를 활용하여 대사를 만든 정황이 발각된 적도 있다. 바로 전작에서 이러한 일들이 있다보니 유저들이 블랙 옵스7에 보내는 시선이 고울래야 고울 수가 없다.


잘못된 방식으로 쐐기 박은 콜옵, 부정적 여론은 한동안 계속될 것




▲ 커뮤니티의 여론을 기반으로 현실성을 위해 블랙 옵스6 콘텐츠의 이월을 취소한다는 내용.
그렇다면 블랙 옵스7에서는 택티컬한 콘텐츠만 낼 것인가? 이것은 누구를 위한 이월 취소인가.

결정적으로, 콜오브듀티 측의 잘못된 판단으로 이번 트레일러 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블랙 옵스7 공개에도 난제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현재 콜오브듀티 유저들은 ‘캐주얼과 택티컬의 밸런스’를 원한다고 이야기 한바가 있다. 즉 유저들이 바란 정도는 앞으로 콘텐츠를 출시할 때 좀 더 택티컬한 요소를 섞어서 내달라는 정도였을 것이다.

하지만 콜오브듀티는 한 술 더떠 거기다가 자충수를 둬버렸다. 앞서 블랙 옵스7은 전작인 블랙 옵스6 콘텐츠, 이를 테면 유저가 구매한 아이템이라던지, 게임 속에 등장했던 무기 등을 전부 블랙 옵스7으로 이월해주기로 약속했다. 유저 입장에서는 한 두푼도 아니고 다음 작품에서도 이전 콘텐츠를 사용할 수 있으니 굉장히 메리트있는 옵션이었는데 콜오브듀티는 ‘현실성’과 ‘택티컬’을 핑계삼아 이러한 이월을 전면적으로 취소했다.

이러한 취소 발표 이후 유저들 사이에서는 “블랙 옵스7에서도 택티컬한 콘텐츠만 나오는거 아닌거 뻔히 아는데 왜 이제와서 그러느냐” “이월 작업 해줘야하는데 시간 뺏기는거 싫어서 건수 잡아서 억지로 취소하는거 아니냐” 등의 반응을 보였다.

여론을 잘못 해석한것 뿐만 아니라 유저들이 기대하던 요소도 빼앗아갔으니 먹구름이 끼는건 당연한 수순일 수밖에 없다.


서서히 좀먹는 콜 오브 듀티식 운영, 이대로 괜찮을까?





예전까지만 해도 각종 게임 행사에서 콜 오브 듀티를 본다는 것은 전율과 감동 그 자체였다. 시크하게 시가를 물고 헬기에서 강하하는 '프라이스', "러시아어 사용금지"라는 짧은 대사와 함께 대학살극을 자행한 빌런 '마카로프', 그리고 화려한 연출 없이 페이드 인, 페이드 아웃만으로도 설레게 했던 멀티플레이어 트레일러까지.

하지만 지금와서는 출석부에 출석을 하는 학생처럼, 숙제 콘텐츠를 하는 것처럼, 별다른 감흥 없이 "예전에도 그래왔으니까"라는 심정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

이런 여론을 뒤집기 위해서는 결국 중요한 것은 '체질 개선'일 것이다. 유저들의 피드백을 잘 받고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고, 유저들의 여론을 잘 읽고 파악하기만 해도 잃어버린 민심을 대부분 되찾아 올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도 FPS 시장에서 살아남고 싶다면, 이번 블랙 옵스7은 중요한 배움의 시간이 되어야 할 것이다. 모토로라가 휴대폰 업계를 호령하고 선두할 것처럼 보였어도 지금은 뒷방으로 빠졌듯, 영원한 왕은 없다는건 우리 모두 익히 잘 아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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