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e스포츠 업계는 태동기부터 제도권 진입을 갈망해왔다. 과거 공군 에이스(ACE) 프로게임단 창단 등 산발적 시도가 있었으나, 기반 부족과 각종 논란으로 부침을 겪었다. 한국e스포츠협회(KeSPA) 또한 대한체육회 정회원 가맹을 꾸준히 추진했으나 기존 체육계의 벽은 높았다.
지난 2018년 국정감사 당시 이기흥 전 대한체육회장은 "e스포츠는 스포츠보다 게임에 가깝다"고 발언하며 선을 그은 바 있다. 이후 2021년 "세계적 흐름이 e스포츠를 체육으로 본다"며 한발 물러섰으나, 이는 국제 정세에 따른 유보적 태도였을 뿐 체육계의 근본적 인식 변화는 요원했다.


현재 상황은 변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 채택과 금메달 획득, 그리고 IOC가 주관하는 '올림픽 e스포츠 게임즈'의 출범 등 대외적 명분이 확립됐다. 국내에서는 e스포츠 친화적인 유승민 전 탁구협회장이 신임 대한체육회장으로 당선되며 기류가 바뀌었다. 유 회장은 과거 한국e스포츠협회 홍보대사를 역임했으며, 선거 공약으로 'e스포츠의 전국체육대회 종목화'를 내세운 바 있다.
이번 청룡장 수훈은 이러한 시대적 흐름과 이상혁이라는 선수의 존재, 그리고 정부의 정책적 의지가 맞물린 결과다.
일각에서는 이상혁이 훈장 수여 기준 점수인 1,500점을 달성해 청룡장을 받았다는 추측도 있었다. 그러나 취재 결과, 이번 수훈은 정량적 점수제에 의한 자동 서훈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은 점수에 반영되지만, 6회에 달하는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우승 기록은 종목사(라이엇 게임즈) 주최 대회라는 특수성 탓에 기존 엘리트 스포츠의 점수 산정 체계에 즉각 대입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수훈은 관계 부처의 추천과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의 재가로 결정된 '특례 수여' 성격이 짙다. 이 대목에서 주목할 점은 훈장의 종류다. 만약 정부가 e스포츠를 단순한 엔터테인먼트나 문화 산업의 영역으로만 국한해 바라봤다면, 체육훈장이 아닌 '문화훈장'을 수여하는 것이 타당했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체육 분야 최고의 훈격인 '청룡장'을 택했다. 이는 "게임은 중독 물질이 아니다"라는 기조를 넘어, "e스포츠는 체육이다"라는 명제에 정부가 공식적인 확답을 내린 것으로 해석된다.
다소 가벼운 비유로 들릴 수 있겠으나, 앞으로 e스포츠가 스포츠(체육)인지 묻는 케케묵은 논쟁이 반복될 때마다, 긴 설명 대신 "페이커가 청룡장을 받았다"라는 한 문장으로 응수할 수 있게 됐다. 그만큼 이번 이상혁 선수의 청룡장 수훈이 갖는 의미는 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