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벗은 드래곤소드, 재미와 색깔은 과연?

5
하운드13이 개발하고 웹젠이 퍼블리싱하는 오픈월드 액션 RPG, 드래곤소드가 1월 21일 정식 출시됐다. 2022년 12월 '프로젝트D'라는 이름으로 처음 공개된 이후 약 3년만이다. 하운드13은 '드래곤 네스트'와 '헌드레드 소울'을 개발한 핵심 인력들로 구성된 팀으로, 특히 '헌드레드 소울'에서 선보였던 상태이상 기반 콤보 액션 시스템의 노하우를 파티 기반의 '스위치 액션'으로 계승했다.

드래곤소드는 CBT 당시 제기되었던 다수의 부정적 피드백을 개선하며 정식 출시를 맞이했다. 특히 많은 지적을 받았던 최적화는 눈에 띄게 향상되었고, 점프를 비롯한 기본 조작감도 한층 나아졌다. 조작 시 발생하는 미세한 딜레이와 어색한 점프 궤적은 상당 부분 개선되어, 적어도 캐릭터를 움직이는 기본적인 행위에서 오는 불편함은 크게 줄어들었다.

다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게임의 근본적인 정체성과 차별점을 명확히 제시하는 데는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 기술적 완성도를 높이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왜 이 게임을 플레이해야 하는가'에 대한 설득력 있는 답을 제시하는 것이다. 드래곤소드는 출시 전 공개된 트레일러와 프로모션 영상들을 통해 화려한 액션과 광활한 오픈월드를 강조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실제로 플레이해 보니 '이 게임만이 줄 수 있는 경험'이 무엇인지 아직까지는 명확하게 와닿지는 않았다. 과연 후반부에 뭔가 저력을 더 보여줄 수 있을까? 관심이 모아지는 부분이다.



드래곤소드 (DragonSword)
🏭 개발사하운드13
🏭 배급사웹젠
📱 플랫폼PC, Android, iOS
🎧 키워드#오픈월드 #액션 RPG #태그 액션
📕 출시일1월 21일


왕도물인데...'내가' 없는 이야기


게임 시작과 동시에 직면하는 가장 큰 문제는 스토리 구조에 있다. 플레이어는 캐릭터 '류트'의 시점으로 오르비스 대륙을 탐험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스토리를 진행하다 보면 정작 '류트'가 이야기의 중심에서 밀려나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게임은 '조니'라는 용병단장을 중심으로 전개되며, 류트는 그저 조니에게 끌려다니는 수동적 존재로 그려진다. 이는 단순히 주인공의 성격이 내성적이거나 신중한 것과는 다른 문제다. 류트는 자신의 의지로 선택하고 행동하는 장면이 거의 없으며, 대부분의 중요한 결정은 조니가 내린다.



▲ 플레이어는 주인공 '류트'가 되어 오르비스 대륙을 모험하게 되는데...



▲ 하지만 모든 선택권은 류트(플레이어)가 아닌 '조니'에게 있다.

만난 지 5분 만에 "너 내 동료가 돼라!"를 외치는 조니는 전형적인 소년만화의 막무가내 스타일 캐릭터다. 근거 없는 자신감이 넘치고, 고집이 세며, 생각보다 몸이 먼저 나가는 '열혈 바보' 캐릭터 말이다. 이런 캐릭터 원형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오히려 많은 작품들이 이러한 카리스마 넘치는 동료 캐릭터를 효과적으로 활용해 왔다. 대표적인 예로 '루피'나 '이누야샤'가 그렇다.

문제는 플레이어가 이 캐릭터와 특별한 관계를 형성하거나 의미 있는 이벤트를 경험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조니와 류트 사이에 신뢰가 쌓이는 과정,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계기, 함께 위기를 극복하며 유대감을 형성하는 순간 같은 것이 빠진 상태. 그럼에도 게임은 계속해서 조니와 그의 용병단 이야기를 따라가길 요구한다. 이러한 과정 속에 플레이어는 주인공이 아닌 '관찰자'가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 약간의 호의를 베풀었을 뿐인데... 갑작스런 영입 시도



▲ 멋진건 왜 다 너가 하냐고!!!

불필요한 과한 연출 또한 이 단점을 가중시킨다. '록시'라는 캐릭터가 임무 도중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기깔나는 배면뛰기를 선보이는 장면이 그 단적인 예다. 물론 해당 장면은 록시라는 캐릭터를 역동적이고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려는 의도였겠지만, 다소 맥락이 떨어지는 연출로 인해 오히려 캐릭터를 가볍게 만들고 상황의 긴장감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게 된다.



▲ 장면 자체만 보면 역동적이고 멋진 연출이지만



▲ 그 뒤에 하는 행동은 의뢰 강탈이라니

스토리를 진행하다 보면 '드래곤소드'라는 칭호는 무엇인지, 오르비스 대륙과 6 영웅의 과거 등이 밝혀지며, 국산 게임 중에서는 나름 스토리에 공을 들인 작품이라는 게 느껴진다. 하지만 경쟁작이라 볼 수 있는 게임들. 특히 최근 출시된 서브컬처 게임들을 둘러보면 냉정하게 평가받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최근 몇 년간 서브컬처 게임들은 단순히 캐릭터를 수집하는 것을 넘어, 플레이어를 세계관 속으로 몰입시키는 탄탄한 서사 구조를 구축해왔다. 드래곤소드는 그러한 경쟁작들과 같은 시장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상황인데, 현재의 스토리 완성도로는 차별화가 어려워 보이는 것이 아쉬운 부분이다.








잠재력 느껴지는 '스위칭 액션' 전투


드래곤소드의 가장 큰 차별점은 '태그 콤보' 시스템을 꼽을 수 있다. 전작 '헌드레드 소울'에서 계승해 온 이 시스템은 적에게 상태이상을 부여한 뒤 다른 캐릭터로 교체해 스킬을 연계하는 방식이다. 단순히 캐릭터를 교체하는 것이 아니라, 각 캐릭터의 스킬이 부여하는 상태이상과 다른 캐릭터의 스킬이 요구하는 상태이상을 매칭, 이를 순환시키는 전략적 깊이를 제공한다.



▲ '공중' 상태를 부여하는 '레이나'와 '세리스'의 태그 콤보



▲ '카스텔리'로 기절 상태를 걸고, '류트'의 태그 스킬로 마무리!

또한, 스킬 사용 후 즉시 교대하면 이전 캐릭터가 필드에 남아 스킬을 끝까지 시전하기 때문에, 캐릭터 교체 타이밍 역시 중요한 전략적 요소가 된다. 캐릭터 교체 시스템 자체는 이제 흔하디 흔한 요소지만, 그와는 결이 살짝 다르다. 예를 들어 공격 차징 중 교대를 하여도 해당 공격을 풀 차징하여 발사한다던가, 마운트 같은 특수 행동을 유지한다던가 하는 식이다. 다수의 캐릭터가 동시에 필드에 존재하는 시간이 꽤 길어서 역동적인 전투 장면도 자주 연출된다.



▲ 교대 후에도 끝까지 스킬 차징하는 '세리스'

특히 '공중' 상태이상의 경우, 스킬마다 띄워지는 높이가 달라 고저차에 따라 맞지 않는 스킬이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어떤 스킬은 적을 살짝 띄우고, 어떤 스킬은 높이 띄운다. 후속 스킬을 사용할 때 적의 높이가 맞지 않으면 빗나가기 때문에, 콤보 순서를 신중하게 구성해야 한다. 상위 콘텐츠로 갈수록 이러한 전략적 요소가 더욱 부각될 것으로 기대된다.



▲ 어흐흑 내 공중 캄보가

하지만 이 시스템의 잠재력은 양날의 검이기도 하다. 태그 스킬을 효과적으로 연계한다면 세 명의 캐릭터가 쉴 새 없이 태그 스킬을 연계하는 짜릿한 전투를 맛볼 수 있다. 다만 그러려면 각각의 파티원들이 모두 시너지를 발생시키는 캐릭터로 구성되어야 하는데, 이 말인즉슨 캐릭터 조합 의존도가 비교적 높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거기에 '랜덤'이라는 캐릭터 가챠 시스템의 특성상 파티 조합을 구성할 즈음에는 유행이 지나가버릴 수도 있는 안타까운 일도 발생할 수 있다.

또한, 현재 빌드에서는 캐릭터 획득 난이도도 비교적 높은 편이다. 이벤트 등을 통해 가챠에 필요한 재화를 어느 정도 제공하고 있긴 하지만 플레이어가 게임의 핵심 매력인 '쉴 새 없는 태그 스킬 연계'를 경험해 보기도 전에 지쳐버릴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퍼밀리어'와 함께하는 쾌적한 오픈월드 탐험...'밀도'는 더 높여야


드래곤소드는 오픈월드 RPG를 표방하며, 게임 초반부터 '퍼밀리어'라는 탈것을 제공한다. 퍼밀리어는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오픈월드 탐험의 편의성을 크게 향상시키는 시스템이다. 고속 이동은 물론, 활강과 등반 등 다양한 기능을 갖추고 있어 유저는 게임 시작부터 광활한 맵을 쾌적하게 돌아다닐 수 있다. 이동 자체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확실히 적은 편이다.



▲ 월드 탐험에 큰 도움이 되는 '퍼밀리아'

하지만 탐험의 편의성을 높였다고 해서 탐험의 재미까지 차별화된 것은 아니다. 이미 출시된 모바일 오픈월드 게임들이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점들을 드래곤소드 역시 피해가지는 못했다.

가장 큰 문제는 월드의 크기에 비해 콘텐츠 밀도가 낮다는 점이다. 광활한 맵을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다는 것 자체는 분명 매력적이지만, 그 안을 채우는 콘텐츠가 부족하면 오히려 '넓기만 한 공허한 공간'이 되어버린다. 이동하는 동안 눈에 띄는 것이라곤 몇몇 몬스터와 드문드문 배치된 채집 오브젝트 정도다.



▲ 으음.. 익숙한 맛...

숨겨진 상자를 찾거나 보물지도를 사용하는 등의 탐험 이벤트는 존재한다. 절벽 뒤편, 동굴 깊숙한 곳, 건물 옥상 등 예상치 못한 곳에서 상자를 발견했을 때의 소소한 즐거움도 분명 있다. 하지만 정작 그 안에서 나오는 보상은 소량의 재화나 평범한 재료 아이템이 전부다. 강력한 보상은 결국 가챠를 통해서만 획득할 수 있으니 말이다.



▲ 가챠 시스템과 탐험의 재미는 공존할 수 없는걸까?

간간히 필드에 존재하는 NPC를 통해 이벤트 퀘스트를 받을 수 있지만, 이 역시 슴슴한 편이다. 몬스터 몇 마리를 처치하거나 아이템을 배달하는 단순한 심부름 퀘스트가 대부분이고, 보상도 소량의 에테르 결정(가챠권 교환에 사용되는 재화)이 전부다. 퀘스트를 완료하며 얻는 성취감이나, 그 과정에서 발견하는 스토리적 재미는 아직까지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결국 퍼밀리어 시스템이 제공하는 쾌적한 이동 경험은 높이 평가할 만하지만, 정작 '어디로 가서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매력적인 답을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다. 이동은 편해졌지만, 탐험의 본질적인 재미는 여전히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거대한 월드에 밀도 있는 탐험 요소를 배치하고, 적절한 보상을 제공하는 건 내로라하는 경험을 가진 오픈월드 개발사들도 쉽지 않은 작업이다. 드래곤소드는 하운드 13의 첫 오픈월드 게임인 만큼 패키지 게임 수준의 오픈월드 경험을 바라긴 힘들 수밖에 없다. 다만, 드래곤소드는 이동의 편의성이나 채집물, 퍼즐과 같은 기반은 잘 다져놓은 상태다. 앞으로 진행될 서사에 맞춰 점점 풍성해지는 월드를 기대해 봐도 좋을 것 같다.


잠재력은 있다! 확실한 '자기 색깔' 찾아야


정리하자면, 드래곤소드가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일정 궤도에 오르려면 꾸준하고 체계적인 업데이트 로드맵이 필요해 보인다.

가장 시급한 것은 설득력 있는 서사 구조의 설계다. 게임을 진행하는 내내 플레이어는 다른 캐릭터들에게 끌려다니기만 할 뿐, 스스로 무언가를 결정하거나 선택하는 장면이 거의 없다. '내가 왜 이 이야기에 참여하고 있지?'라는 의문을 끊임없이 갖게 되는데, 주인공의 방향성과 관계 설정이 느슨하면 게임에 몰입하기 쉽지 않다.

다행스러운 점은 현재 게임의 핵심 차별점이라 할 수 있는 '태그 콤보' 시스템이 주는 재미는 분명하다. 캐릭터 교체 시스템을 사용하는 다른 게임들과 비교해도 충분히 차별화될 만한 요소다.

물론, 전투 시스템의 '깊이'측면에서는 아직 더 보완해야 할 부분들이 보인다. 전투 재미의 근간이 되는 타격감과 피격감은 물론이고, 플레이어가 더 깊이 파고들 수 있는 요소들. 적은 캐릭터 풀 및 높은 캐릭터 획득 난이도 완화, 이후 게임이 궤도에 올랐을 때를 위한 심도 있는 레이드 콘텐츠의 지속적인 업데이트도 필요해 보인다.

매일매일 수많은 게임들이 등장하고 높은 퀄리티를 뽐내는 모바일 게임 시장. 이제는 완성도를 넘어 독자적인 정체성을 보여줄 수 있어야 '매력적인 게임'으로 다가올 수 있다. 아쉽게도 드래곤소드는 자신만의 색이 아직 완벽하게 입혀지지 않은 느낌이다.

잘 닦인 스위칭 액션 시스템과 PC 및 모바일 최적화 등 기술적인 측면은 이미 준비되었다. 이제 그 위에 드래곤소드만의 확실한 '색깔'만 입혀진다면, 오픈월드 RPG 시장에서 자신만의 확고한 영토를 확보할 잠재력이 충분해 보인다.









댓글

새로고침
새로고침

기사 목록

1 2 3 4 5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