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중국 및 글로벌 기타 지역에서 CBT를 거치면서 단면을 드러낸 '이환'이었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크게 와닿지는 않았습니다. 국내에서 그간 테스트를 안 한 것도 있지만, 뭔가 조금씩은 빠져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죠. 그렇지만 이번에 국내까지 포함해서 전개한 테스트는 조금 달랐습니다. 이제야 비로소 '차세대 서브컬쳐'라는 새로운 장에 돌입할 준비를 마친 느낌이었기 때문이죠.
SCP와 도시 전설의 맛, 기상천외한 '이상 현상'

첫 공개 당시부터 '이환'의 컨셉은 명확했습니다. 네온 사인이 가득한 현대풍 도시와 초자연적인 현상, 두 키워드를 바탕으로 설계됐다는 것을 PV에서 3분 동안 꽉꽉 채워서 보여줬으니까요. 그렇다면 이제 그 '도시'와 초자연적인 이상 현상을 어떤 형식으로 그려냈을지, 그 디테일이 관건일 겁니다.
이번 테스트에서 보여주는 '이환'의 이상 현상은 SCP의 느낌이 살짝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도시 전체를 파괴할 만큼 강력한 이상 현상 사이클론과 이를 해결하기 위해 요원들이 투입되는 과정은 그만큼 친숙하면서도, 화려한 그래픽과 연출로 그 스케일을 실감할 수 있게 했죠.



물론 게임 특성상 그 과정은 기본기를 익히기 위한 튜토리얼 정도고, 이상관리국과 기억을 잃은 채 그곳에서 싸우고 있던 주인공 '제로'의 활약으로 이상 현상 사이클론 사태는 종료가 됩니다. '제로'라는 것도 사실 본명이 아니고, 코드 제로 이상 현상과 함께 나타났다고 해서 임시로 붙인 이름이죠. 어쨌거나 그 뒤에 몇 차례 검사를 거쳐서 헤테로 시티로 오게 된 이능력자 '제로'가 이상관리국과 협력하는 이상 헌터 단체이자 골동품점 '에이본'에 배속되면서 벌어지는 일련의 이야기가 '이환'의 초반 스토리입니다.
이상 현상은 어찌보면 도시 곳곳에 있는 적들의 스폰 스팟과 비슷합니다. 그 지점에 가면 어쨌거나 ODT라 불리는 이상체들이 있고, 최종적으로 그것들을 찾아서 소탕하는 의뢰가 많기 때문이죠. 여기에 '이환'은 SCP, 도시전설스러운 요소들을 가미했습니다. 그냥 단순히 스캔해서 찾는 게 아닌, 각종 단서를 찾아낸 뒤 특정 조건에 맞춰서 그 구간에 들어서야 이상 현상을 일으킨 ODT들과 마주치는 것이죠. 그리고 그 퇴치 방법도 단순 전투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일례로 하교 후 이상 현상은 건드리는 순간 갑자기 이공간에 마련된 학교로 가게 되는데, 이때 나타나는 ODT들은 어떤 수를 써도 못 잡습니다. 마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처럼 뒤따라오는 ODT를 중간중간 뒤돌아보면서 멈추게 한 뒤 어떻게든 따돌려서 CCTV 전원을 꺼야만 하죠.
더 나아가서 호러 체험에 좀 더 특화된 이상 현상도 있습니다. '어딘서 물이 샌 거야'는 어느 한 아파트 엘리베이터가 멋대로 움직이는 현상을 조사하러 가는 것인데, 갑자기 1인칭 전환에 걷기와 상호작용 키 외에는 조작이 불가능하게끔 바뀌죠. 그러면서 엘리베이터가 먹통이 되고, 제멋대로 멈춰선 층의 복도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상 현상들이 호러 분위기를 진하게 조성합니다. 이외에도 리듬 액션식으로 플레이하는 구간이나 마치 복싱에서 카운터 먹이듯 극한 회피 반격으로만 처리할 수 있는 이상까지, 갖가지 이상 의뢰들이 분위기를 더했죠.
이러한 이상 현상은 이전 CBT에서도 상당한 완성도였는데, 이번 CBT에서는 안정성도 확보하고 사전에 이상관리국 파일에 접속해서 어느 정도 힌트를 받기 때문에 진행도 원활하게 이어졌습니다. 물론 힌트 없이 들어갔을 때의 두근거림은 덜하긴 한데, 이런 장르에 익숙하지 않은 유저들을 배려하는 차원이라고 보면 될 듯합니다. 실제로 여러 이상 현상을 첫 테스트 때 밤 늦은 시간에 해봤는데, 생각보다 공포스러워서 깜짝 놀랐던 경험이 있었던 터라 그런 선택이 일견 이해가 갔습니다.




카페 관리에 택배 기사부터 슬기로운 감방 생활까지, 각양각색의 도시 라이프

아마 가장 기대할 부분이, 과연 도시 생활을 어떻게 그려냈을까 하는 부분일 겁니다. 최초에 공개됐을 때 서브컬쳐 GTA라는 말이 일각에서 돌 정도로, 그 파트에 대한 관심이 지대했으니까요. 게다가 이 부분에서는 또다른 경쟁작까지 예고됐으니, 과연 어떻게 완성도를 높여서 올지도 궁금했습니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이번 '이환'의 도시 콘텐츠는 생활감을 확실하게 캐치하면서도 할 사람은 하고 안 해도 무방한 선을 잘 지켰습니다. 몇몇 콘텐츠는 이미 유저들에게 친숙한 요소들이기도 하지만, 딥하게 파고들려면 파고들 수 있게끔 했죠. 일례로 '카페 관리'는 재고 다 갖춰둔 뒤에는 직원에게 맡기는 파견류 콘텐츠지만, 수익을 빠르게 얻고 싶고 레벨도 빨리 올리고 싶다면 직접 들어가서 미니 게임식으로 처리하는 등 보완책을 마련했습니다. 그리고 예전에는 그냥 중구난방으로 퍼져 있던 것이 '도시 타이쿤'이라는 항목으로 묶어놓으면서 접근성도 높였죠.



여기에 개발사의 전작 '타워 오브 판타지'의 MMORPG 경험을 바탕으로 해서 각종 도시 콘텐츠를 멀티플레이로 구축해둔 것도 눈에 띕니다. 카레이싱도 단순히 업적을 위한 PVE 도전뿐만 아니라, 실제로 온라인 매칭으로 플레이할 수 있었죠.
아마 가장 기대하고 있는 파트는 경찰에게 잡히는 과정이나 교도소일 겁니다. 최초 공개 당시부터 서브컬쳐 GTA라는 소리까지 나올 만큼 유저들이 기대에 차있는 부분이니까요. 사실 그 파트는 중국의 엄격한 규제 때문에 구색맞추기에 그치지 않을까 싶었는데, 생각보다 제대로였습니다.
일단 NPC들의 반응이 돌려막기식이긴 하지만 꽤나 찰진 편입니다. 연령 등급 문제 때문에 욕설은 자제했지만, 성우들의 찰진 음성으로 꽤나 생생하게 들어볼 수 있었죠. 특히 차를 들이받을 때 반응이 꽤 그럴싸했죠. 그렇게 한두 번 들이받는다 해서 바로 수배령이 내려오지는 않습니다, 아예 작정하고 들이받는 것은 물론 주변 행인까지 위협하거나 한 구간의 가드레일을 죄다 박살낼 정도로 폭주해야만 수배가 되죠.




그 수배가 풀릴 때까지 재화 던전이나 각종 퀘스트가 막히게 되고, 어딜 가더라도 조금만 눌러앉으면 주변 NPC들의 신고나 CCTV 등을 통해 치안관들이 출동하는 식으로 추격전이 쭉 이어집니다. 치안관들에게 저항을 할 수는 있지만, 무적이기 때문에 결국 잡히느냐 아니면 수배가 풀리도록 주변 범죄자들을 잡아다 착한 찍찍이 쿠키를 받고 등가교환하느냐의 선택지로 나뉩니다.
만약 잡히게 되면 외딴 섬의 유치장에 구금되고, 벌금을 내고 풀려나거나 아니면 구금 일수를 채워야만 합니다. 보통은 플레이 루틴에 지장이 생기니 벌금을 내겠지만, 의외로 이 유치장 체험이 생각보다 제대로였습니다. 강제 노역으로 청소 혹은 설거지를 하거나 야외 활동 시간에 제한된 구간을 돌아다니면서 곳곳에서 몰래 구한 물자로 다른 죄수들과 거래하는 건 물론, 심지어 탈옥을 위한 플랜을 짜는 맛도 있었죠. 식당에서 남들 안 보는 사이에 숟가락을 훔쳐서 유치장 벽을 파내는 그 흔하지만 언젠가 해보고 싶은 로망을 고스란히 구현한 게 인상 깊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죄수들과 거래하면서 이야기를 하다 보면, 이 죄수들은 대체 뭔 짓을 해서 들어왔을까 궁금해서 좀 더 파고들게끔 했죠.







템포도 Up, 속성 연계로 조합의 맛 살리는 전투

이런 생활 콘텐츠 외에도, 기본기인 '전투'가 과연 어느 정도 완성됐을지도 관건일 겁니다. 아무래도 요즘 서브컬쳐 오픈월드 게임의 전투 퀄리티가 높아지고 있으니, 그 눈높이에 맞추지 못하면 추진력이 밀리니까요.
'이환'의 기본적인 전투는 여타 서브컬쳐 오픈월드 게임의 태그식 전투를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즉 극한 회피와 태그, 그리고 스킬 연계 기반의 시스템이죠. 여기에 한 발 더 나아가 패링, 반격기를 더하는 최신 트렌드까지 따오면서 한층 더 손맛을 살린 액션이 완성됐죠.
그리고 1차 CBT부터 이환 특유의 시스템인 '에스퍼 사이클'도 한층 더 완성도를 높였습니다. '에스퍼 사이클'은 6개 속성(빛, 령, 주, 암, 혼, 상)이 마치 헌터X헌터의 넨 계통처럼 배치되어있고, 서로 인접한 속성끼리는 연계가 일어나는 규칙이죠. 빛 속성과 령 속성이 반응해서 주기적으로 적에게 피해를 주는 이능력 꽃을 형성하는 '블라썸' 효과부터 시작해 각 인접 속성 연계에 따라서 전투를 다른 식으로 이끌어가는 식입니다. 그 속성 연계를 발생시킬 태그기도 각 캐릭터의 에스퍼 사이클 수치로 바로 확인할 수 있고, 그로기나 반격기 그리고 패링까지도 시그널이 확실하게 뜨죠.


개인 전투 스킬에 연계기까지 활용하다 보면 적이 큰 피해를 입으면서 일시적으로 무력화되는 그로기 상태에 빠지게 됩니다. 어지간한 잡몹은 그로기 상태에 빠지면 거의 다 킬이라 사키리의 스킬로 최대한 모은 뒤에 연계를 한다거나, 이리저리 빠지는 보스몹은 잠시 스킬을 아껴뒀다가 그로기 게이지를 꽤 많이 채워주는 극한 회피 반격으로 눕혀놓고 연속 스킬과 연계 QTE로 극딜을 넣는 등 스타일리시한 전투가 가능했죠. 여기에 타이밍을 알려주는 시그널까지 있으니, 패턴을 저스트 회피해서 그로기 수치를 쌓는 것도 꽤 수월한 편입니다.
게다가 일일 던전은 쉽고 빠르게 클리어하고, 이상 의뢰나 도전적인 전투 콘텐츠를 따로 배분하는 전략도 눈에 띕니다. 매번 반복하는 숙제 콘텐츠는 시간이 길어지면 결국 부담감을 느끼게 되니까 시원하게 쓸어버리는 맛을 살리고, 각종 이상 의뢰와 보스 도전에서 기믹을 맞서서 총력을 발휘하는 재미를 더하는 식으로 루틴에 자극을 더한 셈이니까요.

종합선물세트 같은 차세대 오픈월드, '이환'

이미 서브컬쳐, 특히 그 중에서도 서브컬쳐 오픈월드는 포화 상태라는 말이 돌고 있습니다. 쟁쟁한 경쟁작도 많고, 장르 특성상 일정 궤도까지 오르려면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기존에 하던 게임에서 신작으로 넘어가기가 어렵기 때문이죠.
그런 판국이지만 '이환'은 기존의 강자 사이에서도 버젓이 자리잡을 위력을 확고하게 보여줬습니다. 그간 시중에 없던 어반 오픈월드만의 특징을 도시 타이쿤이라는 카테고리로 잘 정리해서 제시했고, 1차 CBT 때 다소 심심하게 느껴졌던 전투도 확실하게 타격감과 시스템을 정비하면서 충분히 경쟁력을 확보했죠. 하우징이나 스킨 등 꾸미는 요소는 물론 다른 캐릭터와의 교감도 메신저와 상호작용까지 착실하게 갖춰놓은 상태입니다.



스토리도 아직 초반 단계이긴 하지만, 어반 판타지에서만 보여줄 수 있는 다채로운 에피소드들이 여러 콘텐츠들과 엮여서 확실하게 제시되고 있습니다. 이상 현상을 조사하는 헌터물의 면모부터 도시 생활을 즐기는 일상물까지, 도시 곳곳을 누비다가 발견하게 되는 사이드 퀘스트와 이상 의뢰로 체험할 수 있죠. 특히 '이환'에서는 미니맵에 근처에 있는 각종 보상이나 히든 요소의 위치가 다 보이는데, 그래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쭉 도시를 훑어보게끔 유도했습니다. 그러면서 각종 해프닝에 또 엮여서 어반 판타지의 세계를 즐기는 선순환이 계속 이어졌죠.
게다가 최근 BM 피로도 문제도 고려한 것도 눈에 띕니다. 소위 '픽뚫' 없이 픽업 캐릭터 확정 획득에, 돌파했을 때 옵션도 고정이 아니라 자유롭게 지정이 가능합니다. 즉 타 게임이면 2돌 옵션 자리에 있는 것도, 1돌했을 때 1돌 옵션이 아니라 2돌 옵션으로 둘 수 있는 것이죠. 그것도 언제든 제약 없이 바꿀 수 있으니 돌파 부담은 줄이고 연구하는 재미는 살린 한 수인 셈입니다. 물론 뽑기를 좀 더 유도하기 위해 몇 회 이상 뽑아야 한정 스킨이나 차량 등을 추가로 획득하는 식으로 덤을 얹기는 했지만, '성능' 때문에 악으로 추가 뽑기를 해야 하는 사태는 조금 덜어냈다고 보면 될 겁니다.



물론 '이환'이 현 단계에서 100% 완벽하다고 하기는 어렵긴 합니다. 앞서 속성 연계가 중요하다고 한 만큼 캐릭터의 풀과 조합도 중요한데, 아직 만족스럽게 갖춰지지 않은 상태죠. 그런 상황이니 뽑기 부담을 기존 BM 대비 좀 줄이는 식으로 1차로 조치를 취한 느낌이었습니다. 카레이싱 등 각 콘텐츠들이 코어하게 파고들기엔 깊이가 얕다는 생각도 들었죠. 중후반에는 대화도 중간중간 스크립트 코드가 그대로 노출되는 일도 잦았고, 복잡하게 공간이 휙휙 바뀌는 '이환'의 특성상 중간중간 일부 오브젝트가 나오지 않는 버그도 있었죠.
그렇지만 이런 부족한 부분들을 버전 업데이트를 통해 채워나가는 것이 라이브 서비스의 묘미이기도 합니다. 이를 고려했을 때, 현재 보여준 '이환'의 잠재력은 충분히 기대할 만하다고 봅니다. 준수한 퀄리티로 끌어올린 전투는 물론이고 일상의 코믹함과 괴이 현상의 호러까지 복합적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준비한 게임은 흔하지 않으니까요. 심지어 수배 당해서 감옥가고 그곳에서 노역과 거래 그리고 탈옥을 계획하는 재미까지 더한 '이환'이 과연 출시 때는 어떤 이벤트를 더해서 완성도를 높일지 기대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