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국경은 장벽이 아닌 기회, LCK가 홍콩에서 얻은 것

칼럼 | 김홍제 기자 | 댓글: 3개 |
지난 2월 28일부터 3월 1일까지 이틀간, 홍콩 카이탁 아레나에서 ‘2026 LCK 컵 파이널’이 개최됐다.

LCK 출범 이후 첫 해외 공식 로드쇼였다. 그간 LCK의 글로벌 팬덤이 두텁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과연 홍콩 현장에서 어느 정도의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LCK 측에 따르면 현재 전체 시청자의 약 60%가 해외 유저다. 비록 국내 리그지만, 지난 10여 년간 한국 팀들이 국제 무대에서 쌓아온 압도적인 성과가 세계 최고의 리그라는 위상을 공고히 했고, 자연스레 글로벌 팬들을 불러모았다.

최근 LCK는 사업 다각화를 위해 끊임없는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번 로드쇼 역시 그 일환이다. LCK의 뿌리는 한국에 있으나 시청자의 과반을 차지하는 해외 팬들은 결코 간과할 수 없는 핵심 소비층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라이엇 게임즈는 올해부터 다시 주말 경기를 오후 5시로 변경한 이유에 대해 '해외 팬들의 시차 배려'를 언급한 바 있다. 그리고 지표로만 확인하던 해외 팬들의 열기를 현장에서 직접 검증하는 것은 LCK 사무국과 관계자들에게도 숙원 사업이었다.

물론 우려도 있었다. 그룹 배틀에서 5전 전승을 기록하며 홍콩행이 유력했던 T1이 BNK 피어엑스와 디플러스 기아에게 잇따라 패하며 홍콩행이 좌절됐기 때문이다.

T1의 팬덤은 압도적이다. 로드쇼를 계획하는 많은 팀들이 상대 팀으로 T1을 가장 원하는 이유도 손익분기점 돌파를 위한 가장 안전한 장치'이기 때문이다. T1의 탈락이 확정된 시점에서 이미 판매된 티켓의 취소는 불가했으나, 과연 팬들이 현장을 가득 채워줄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는 기우였다. 결과는 대성공. 중국과 인접한 지리적 이점과 LCK 선수들을 직접 볼 수 있다는 희소성이 맞물려 홍콩 팬들은 열광적으로 응답했다.

일각에서는 T1이 진출했다면 더 큰 수익을 냈을 것이라 아쉬워하지만, 개인적으론 그 반대다. 오히려 T1 없이도 이 정도의 흥행을 거뒀다는 사실이 라이엇 게임즈에게는 더 큰 확신을 주었을 것이다. 특정 팀의 티켓 파워에 기대지 않고도 LCK라는 브랜드 자체로 해외 시장에서 자생할 수 있음을 증명했기 때문이다.




차기 개최지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1일 결승전 현장에서 LCK 이정훈 사무총장은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다음에도 해외에서 로드쇼가 펼쳐진다면 한국 팬들을 고려해 시차가 크지 않은 곳"을 후보군으로 언급했다. 지리적으로 가까우면서 LoL에 대한 인기가 많은 중화권이나 LCK 열기가 뜨거운 베트남이 유력하다.

실제로 DRX는 오는 5월 8~10일 베트남에서 '홈프론트'라는 이름으로 젠지와 한화생명을 초대해 LCK 정규 시즌 경기를 치를 예정이다. DRX 관계자는 "베트남은 전 세계에서 LCK와 DRX를 향한 열기가 가장 뜨거운 지역 중 하나로, 우리에게는 단순한 해외 시장 이상의 상징성을 지닌 곳이다. 이번 로드쇼의 타이틀인 홈프론트는 어디든 DRX 팬들이 있는 곳이 곧 우리의 홈이라는 철학을 담고 있다.

특히 이번 로드쇼는 DRX의 유망주인 'LazyFeel'을 비롯한 우리 팀의 선수들이 베트남 팬들과 직접 마주하는 첫 번째 공식 무대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팬들과 함께 성장하는 서사를 공유하는 것은 DRX가 지향하는 육성과 도전의 가치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며 하노이의 밤을 푸른 열기로 물들일 선수들의 투지와 그동안 먼 거리에서도 변함없는 응원을 보내주신 베트남 팬들의 에너지가 만나, LCK 역사에 남을 기념비적인 교두보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라이엇이 홍콩 로드쇼를 통해 원했던 것 중 하나가 LCK 소속 게임단이 해외에서 보다 용이한 사업을 진행할 수 있게 조금이나마 고민을 덜고, 확신을 주는 것도 있었을 터. 그리고 실제로 그 가능성을 잘 보여준 사례다.

LCK 관계자는 "이번 홍콩 해외 로드쇼 준비 과정에서 가장 크게 염두에 둔 건 해외에서도 티켓, 현장의 팬 반응, 그리고 후원·파트너 성과가 실제로 만들어질 수 있느냐였다. 결과적으로는 양일 티켓 매진으로 해외 팬 수요가 확인됐고 열정적인 홍콩 팬들로 가득 찬 현장 분위기를 통해 팬 경험도 충분히 구현됐다. 팬페스타와 팝업부터 경기까지 경험이 안정적으로 이어지면서 해외에서도 LCK 팬 경험과 비즈니스 모델이 작동한다는 걸 확인했다.

또 하나 유의미했던 건 이번 행사가 홍콩 정부의 ‘M’ 마크 이벤트로 지정됐다는 점이다. ‘M’ 마크는 홍콩의 주요 국제 스포츠 이벤트를 지속 가능한 이벤트로 육성하고 도시의 국제 스포츠 이벤트 허브 이미지 강화와 지역 경제 효과에 기여하는 행사를 대상으로 운영 및 지원하는 제도다. 이번 LCK 해외 로드쇼가 주요 스포츠 이벤트로 정부 차원에서 인정받은 사례라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국경을 넘어 가능성을 현실로 바꾼 LCK 앞에 놓인 다음 숙제는 ‘해외와 국내의 균형’이다. 글로벌 성공은 축하할 일이지만, 국내 팬들의 소외감은 해결해야 할 과제다. 롤파크의 제한적인 좌석 수로 인해 직관 기회가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에서 파이널 같은 중요 무대마저 해외로 향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라이엇은 올해 모든 지역의 상금을 축소하고 다른 부분에 투자한다고 밝힌 바 있다. 라이엇이 강조하는 팬들의 경험, 그리고 비즈니스 모델이 통한다는 걸 확인한 지금 그 중간에서 적절한 밸런스를 잘 유지하는 것이 또 하나의 남겨진 숙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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