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격투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에게 '마블'이라는 IP는 예로부터 게임으로도 출시된 바 있어 꽤 친숙하다. 이제는 마블 유니버스의 영화들을 통해 대중적으로도 널리 알려졌기에, 마블 영웅 중 누가 가장 강할까라는 질문은 큰 의미가 없으면서도 꽤 흥미로운 주제로 소비되곤 한다.
어떻게 보면 이 게임이 그렇다. 1대1로 싸우는 것이 아니라 각 영웅이 팀을 꾸려 규칙에 맞춰 대전한다. 자신이 생각하는 최고의 마블 영웅 조합이 무엇인지 겨룰 수 있는 로망이 담겨 있다. 게다가 제작사는 이미 수차례 유저들에게 큰 호평을 받은 아크시스템웍스다. 그들이 보여주는 '마블'의 연출력은 어떠할지, 그리고 마블 영웅들의 격투 게임 감각은 어떻게 구현됐을지 기대가 컸다. 그렇게 신작 '마블 투혼: 파이팅 소울즈'가 이번 아크 월드 투어에서 시연되어서 한 번 플레이를 해볼 수 있었다.
필자는 기량이 예전만 못해 격투 게임을 하며 승부욕을 불태울 정도의 열정은 부족하지만, 여전히 격투 게임 자체는 정말 좋아하는 장르다. 이전 CBT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거의 즐겨보지 못했기에 이번 데모 버전 시연에 대한 기대가 컸다. 시연 시간은 30분 정도로 길지 않았기에 가벼운 플레이 감각과 느낌, 그리고 기대 요소를 중심으로 풀어보고자 한다.
이번 빌드는 지난해 12월 진행된 클로즈 베타에서 플레이 가능했던 8명의 캐릭터에 매직, 울버린, 데인저 등 3명의 신규 캐릭터가 추가되어 총 11명의 캐릭터를 최초로 플레이해 볼 수 있는 사양이었다. 현장에서는 듀얼센스와 히트박스(HITBOX) 컨트롤러, 그리고 전통적인 레버 방식의 조이스틱 중 하나를 선택해 시연할 수 있었다.
대전 시스템은 5판 3선승제다. 첫 화면에서 4명의 히어로를 고르면 이를 바탕으로 대전이 진행되는데, 특이하게도 모든 히어로가 체력(HP)을 공유한다. 즉, 커다란 최대 체력을 네 명의 히어로가 함께 쓰는 구조다. 기존의 여러 태그 배틀에서 봐왔던 개별 체력 방식이 아니다. 또한 팀 구성에 따라 팀명이 달라지는 점도 흥미롭다. 잘 알려진 히어로들 위주라면 '투혼 히어로즈', 변신 능력을 갖춘 히어로가 많으면 '셰이프시프터(Shapeshifter)'라는 팀명이 붙는다. 주로 팀의 성향이나 배틀 스타일에 따라 팀명이 결정되는 느낌이다.
대전이 시작되면 처음에는 두 명의 히어로만 사용할 수 있다. 이후 월 브레이크를 발생시키거나 라운드에서 패배하면 히어로가 한 명씩 추가로 합류한다. 참전 캐릭터가 점차 줄어드는 전통적인 태그 방식과 정반대되는 개념이다. 대전이 진행될수록 참전하는 히어로가 늘어나는 구성은 마블 영화나 코믹스에서 점차 히어로들이 결집하는 연출과 맥락을 같이한다.

공격은 약, 중, 강으로 나뉘며 히어로 고유의 특수 액션인 '유니크 어택'과 공통 액션인 '어셈블 어택'이 존재한다. 어셈블 어택은 어시스트 히어로를 호출해 공격하거나 위기에서 탈출하는 수단이다. 이를 활용해 콤보를 연장하거나 위험 상황에 대처할 수 있으며, 사용 시 별도의 어셈블 게이지를 소비한다.
별도의 가드 버튼은 없지만 퀵대시 버튼이 배정되어 번거로운 방향키 조작 없이도 대시가 가능하다. 또한 퀵스킬 버튼과 방향 조작의 조합만으로 필살기를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공격 구조는 상단, 중단(하단 가드 불가), 하단(상단 가드 불가)으로 나뉜 격투 게임의 기본을 충실히 따른다. 격투 게임 경험이 있는 유저라면 태그 시스템 외에는 매우 쉽게 적응할 수 있는 구조다.
대전 양상도 크게 어렵지 않았다. 약공격 버튼만 연타해도 어셈블 게이지를 소모하는 링크 콤보가 자동으로 발동되며, 간단한 조작을 더하면 스킬 게이지를 소모해 슈퍼 스킬이나 얼티밋 스킬로 마무리할 수 있다. 대공기를 통해 상대를 띄운 뒤 추격하여 공중 콤보를 이어가는 과정도 직관적이다.
근접전에서는 상중하단 공방뿐만 아니라 잡기를 통한 견제도 유효하다. 어셈블 어시스트를 활용한 압박은 중수 이상의 영역이지만, 기본적으로 조작 체계가 직관적이어서 입문 장벽은 매우 낮다. 특히 대전 종료 시까지 히어로가 퇴장하지 않으므로, 하나의 캐릭터만 잘 숙달해도 꾸준히 대전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물론 더 높은 대미지를 주려면 정교한 콤보를 익혀야 하며, 효율적인 태그 연계를 위해 팀 캐릭터들의 스킬 이해도도 필요하다. 숙련자들이 파고들 만한 영역을 충분히 확보해둔 셈이다. 잡기와 상중단 공방, 특정 캐릭터의 깔아두기와 정-역가드 이지선다 등 깊이 있는 대전 감각을 원하는 고수들을 위한 시스템도 충실히 마련되어 있다.
어셈블 게이지의 활용법은 고민을 해야 한다. 단순히 콤보용 태그에만 쓰이는 것이 아니라, 가드 도중 반격을 노리거나 상대의 반격에 재차 반격하는 등 전략적인 선택지가 존재한다. 전체적으로 공격적인 플레이를 권장하는 인상을 주며, 고수들의 대결에서는 이 게이지의 관리 능력이 승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이번 시연 빌드에서 처음 선보인 '투혼! 어셈블'은 팀의 협력에 초점을 맞춘 특수 연출 공격이다. 개별 슈퍼 스킬이 영웅의 개성을 강조한다면, 이 기술은 문자 그대로 '어벤져스 어셈블'과 같은 팀워크의 화려함을 극대화했다. 특정 조건에서 단 한 번만 사용할 수 있는 만큼 연출이 화려해 보는 재미를 확실히 챙겼다. 그렇다고 해서 기본적인 대전의 연출이 밋밋하다는 느낌도 아니다. 화려하고, 강렬하고, 히어로들의 '난투'라는 느낌이 확실히 있다.


시연 소감을 요약하자면, 마블 캐릭터들이 펼치는 화려하고 역동적인 4대4 태그 팀 배틀 그 자체다. 초보자를 위한 입문 경로는 넓히면서도 마블 투혼만의 독자적인 시스템으로 깊이를 더했다. 이미 두 차례의 CBT를 통해 피드백을 수용하고 개선 의지를 보인 만큼 향후의 완성도를 더 올려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볼 수 있지 않을까.
아직 에피소드 모드나 미공개 신규 캐릭터 등 베일에 싸인 요소가 많다. 하지만 아크시스템웍스가 그간 보여준 튜토리얼 설계 능력을 고려하면 기본기는 탄탄하게 갖추고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훌륭한 성우들의 한국어 더빙까지 지원되는 만큼, 국내 유저들에게도 더 편안하게 다가갈 요소도 갖췄다. 다소 마니아적인 격투 게임 장르가 마블이라는 대중적 IP와 만나 어떤 시너지를 낼수 있을지, 앞으로 마블 투혼을 지켜보는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일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