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어는 호라이즌 페스티벌을 위해 일본을 방문한 관광객의 신분으로 게임을 시작한다. 여러 타입의 레이싱을 즐기며 일본을 만끽하지만, 결과적으로 호라이즌 페스티벌에 참여하지는 못하는 것으로 튜토리얼이 끝맺는다. 현지인 친구와 함께 도쿄 구석구석을 돌며 명성을 쌓고, 예선전을 통과해 호라이즌 페스티벌에 참전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표로 설정된다.
마침내 일본이 무대, '호라이즌 페스티벌'에 어서오세요


게임은 '호라이즌 페스티벌'과 '디스커버 재팬'이라는 두 가지 트랙으로 구성된다. 각각 손목 밴드와 우표라는 등급별 아이템이 존재하고, 최상위 등급의 손목 밴드와 우표 수집을 위해 분주히 일본을 돌아다녀야 한다.
호라이즌 페스티벌에서 다음 등급으로 가기 위해서는 '호라이즌 러시'라는 이벤트에 참가해야 한다. 각종 레이싱 경기와 필드에 위치한 콘텐츠(속도 측정, 드래그 레이스, 간판 부수기 등)를 즐기며 필요한 명성을 채우다 보면, 자연스레 호라이즌 러시 참가 자격을 획득한다. 그렇게 참가한 호라이즌 러시에서 승리를 쟁취하면 다음 등급의 손목 밴드를 얻는 형태다.

'호라이즌 러시'는 공도에서 마주할 수 있는 일반적인 레이싱과는 콘셉트가 다르다. 꼬불꼬불 미로처럼 이어진 구조물을 올라가며 카쿠르(자동차로 하는 파쿠르, 도전 과제 이름이다)를 해야 하기도 하고, 경비행기와 경주를 해야 한다거나 초거대 로봇과도 레이싱을 즐긴다. 페스티벌답게 한껏 들뜬 사회자의 목소리, 경쾌한 라디오 음악과 함께 내달리다 보면 묵은 체증까지 가라앉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디스커버 재팬'은 호라이즌 페스티벌과는 별개로, 일본이라는 무대를 탐색하는 콘텐츠로 구성되어 있다. 지역 곳곳에서 진행되는 데이 트립 코스를 돌아볼 수도 있고, 차량 튜닝 전문가 유지와 함께 페스티벌에 출품할 차량들을 헌팅하러 다닐 수도 있다. 그밖에도 사진 기자를 도와 일본 곳곳에 있는 명소 사진을 촬영하는 등, 경주의 압박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도로를 누빌 수 있는 요소들이 자리한다.

도쿄 드리프트, 그리고 자동차 매니아의 로망

도쿄 탐험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역시 '드리프트'다. 이니셜D 하면 생각나는 그 노래(데자부!)처럼, 도쿄와 드리프트는 불가분한 관계다. 멋 하면 란에보(미츠비시 랜서 에볼루션)와 닛산 GT-R을 빼놓을 수 없듯, 일본의 자동차 산업이 전세계 차쟁이(?)들에게 미친 영향은 너무나 크다.
구불구불한 고갯길에서 펼쳐지는 1:1 레이스, 고속도로변 주차장에서 전 세계 자동차 매니아들이 만나는 밋업까지. 플레이그라운드는 자동차 매니아들이 '일본' 하면 떠올리는 모든 로망을 '포르자 호라이즌6'에 담아냈다.
그뿐인가. 라디오에서조차 그 세심한 관심은 그대로 드러난다. 이번 작품에서 새롭게 추가된 '가챠 시티 라디오'는 일본 라디오 방송이라는 콘셉트로, 모든 곡이 일본 서브컬처 관련 음악으로 구성되어 있다. 국내에서도 유명해진 '요아소비(YOASOBI)', 즛토마요(ZUTOMAYO)는 물론, 요즘 가장 핫한 아티스트 중 하나인 아도(Ado)의 노래까지 수록되어 있다.

어느덧 '포르자 호라이즌'은 벌써 여섯 번째 타이틀이 등장했고, 그만큼 이 전 세계 모든 자동차의 축제는 더욱 공고해졌다. 스트리트 레이싱부터 서킷 레이싱, 오프로드와 랠리, 크로스컨트리 등 자동차로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활동이 바로 이곳 도쿄에서 펼쳐진다.
경기와 차종에 따라 다른 주행 감각을 보여주는 것은 기존 작을 플레이해 본 이들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사실일 것이다. '포르자 호라이즌6'도 마찬가지다. 일반 레이스에서는 매끄러운 노면을 달려나가는 차량의 감각이 잘 살아 있으며, 흙먼지를 일으키며 비포장 도로를 질주하는 랠리는 패드를 잡은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무려 FSD(?)도 탑재, 초심자도 안심하고 즐길 수 있는 호라이즌

'포르자 호라이즌6'는 여기에 한층 더해 초심자를 위한 다양한 보정 요소들을 제공한다. 스티어링 보조, 감속 보조 등 장르 초보들이 가장 어려움을 느끼는 코너링 구간의 스트레스를 덜어주는 옵션들이 그것이다. 모든 보조 시스템을 켜두고 레이스를 즐기면, 사실상 엑셀 버튼에서 손을 뗄 필요도 없이 코스를 완주하는 것이 가능하다.
또, '포르자 호라이즌6'는 차량 업그레이드와 튜닝을 잘 모르는 초보자를 위한 콘텐츠도 마련해 두었다. 위에서 잠시 소개한 NPC '유지'가 그 주인공. 유지와 함께 차량 정비 스토리를 즐기다 보면, 튜닝마다 차량에 어떤 효과를 주는지 간략하게나마 설명해 준다. 이를 잘 기억해 두었다가 경기별로 필요한 자신의 차량을 파인 튜닝하는 데 쓸 수도 있고, 아니면 다른 플레이어가 이미 튜닝한 차량을 보고 그 내용을 다운로드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게 다가 아니다. 이 게임에는 심지어 자율 주행 기능도 탑재되어 있다. 필드에서 다음 레이스까지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할 때 AI 비서인 안나(ANNA)에게 자율 주행을 요청할 수 있는데, 이것을 레이스 도중에도 사용 가능한 것.
레이스 상황에서 자율 주행을 켜게 되면 자동차는 레코드 라인을 귀신처럼 타며 플레이어 대신 운전을 해 준다. 그 말인즉 모든 코너 상황에서 정직하게 감속을 하기 때문에 추월하기는 힘들다는 뜻인데, 경기 시작 때 몸통 박치기로 어떻게든 1등 자리에 안착한 뒤 자율 주행을 사용하면 1등으로 완주하는 것이 정말로 쉽다.
이 FSD, 아니 자율 주행 시스템은 호불호로 나뉠 여지가 존재한다. 완전히 선택적인 사항이긴 하지만, 이 시스템의 존재로 인해 맵에 존재하는 수많은 레이스 경기들이 그저 '1등 하고 다음 등급 가기'의 제물이 되는 순간이 생각보다 빨리 찾아온다. 그렇기에 추후 서술할 아쉬운 부분에서 자율 주행이 차지하는 역할이 작지 않은 셈이다.

이론상 궁극의 형태, 그런데 왜 뒷심이 떨어질까

전작 '포르자 호라이즌5'는 거의 모든 면에서 독보적인 오픈월드 레이싱(+샌드박스)의 완성형을 보여줬다. 굳이 흠을 꼽자면 무대였던 멕시코가 조금 너무 광활하기만 했던 것? 팬들은 고층 빌딩이 즐비한 도심 속에서 내달리기를 희망했고, 플레이그라운드는 그 소원을 바로 이번 작품에서 이뤄줬다.
그렇다면, 이론상 '포르자 호라이즌6'는 레이싱 장르에서 게이머가 바랄 수 있는 '궁극의 형태'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여섯 번째 정식 넘버링 타이틀이 출시되는 동안 '오픈월드 레이싱' 장르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확고히 하고 있고, 이번 작품 또한 그 명성에 걸맞은 게임플레이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왜 이상하게 후반부로 갈수록 패드를 들 힘이 나지 않는 것일까.


개인적인 감상으론, 그 이유를 '미약한 동기'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등급을 높여 황금색 손목 밴드를 얻어야 한다는 기본적인 목표가 있는 것은 적어도 전작보다는 분명하지만, 사실상 거기에 수반되는 것은 명성을 높이기 위한 반복적인 레이싱뿐이다. 새로운 지역이 열리는 것도 아니며, 그저 기존 지역에 새로운 레이스가 해금되는 방식이다.
도쿄를 막 누비기 시작한 초반에는 모든 레이스가 즐겁고 경쾌한 경험이지만, 보라색 손목 밴드를 얻을 즈음이면 감상이 서서히 달라지기 시작한다. 또 몇 바퀴나 돌아야 해. 결국엔 포인트를 벌기 위해 AI에게 자율 주행을 부탁하게 되는 결과로 이어지는 것이다.
내러티브가 중요한 게임은 아니지만, 가상의 라이벌이 한 명쯤은 있었으면 어땠을까. 포켓몬스터의 한지우에게 오바람이 있었던 것처럼. '누군가와 손목 밴드를 걸고 일생일대의 승부를 한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었다면, 그동안 돌파해 온 모든 레이스들이 좀 더 의미 있게 다가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대신 '포르자 호라이즌6'는 여전히 '축제'만을 강조한다. 이곳에 참석해 수백 가지 멋진 차량을 몰아보며 일본을 탐험하는 것. 열심히 달리다 보면 손목 밴드 색깔은 알아서 바뀐다는 것. 승부에 연연할 필요도 전혀 없지만, 원한다면 자신이 알아서 다른 플레이어들 중 하나를 라이벌로 지정하고 싸울 수 있는 세상.
레이싱 게임 매니아들에게는 꿈만 같은 세상일 수 있지만, 매번 똑같은 도로를 내달리다 보면 언젠가는 지치고 만다. 이제는 합법적으로 패드에서 손을 놓아도 되는 자율 주행까지 더해졌으니, 후반부에 뒷심이 떨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구조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레이싱 팬들에게는 거의 완벽한 무대

그 점만 감안하면, 레이싱 팬들에게 '포르자 호라이즌6'는 거의 완벽에 가까운 게임이다. 주행 보정을 넘어 자율 주행까지 지원하니 초심자들에게도 안성맞춤이다. 원하는 노면, 원하는 차량, 즐거운 레이스에 필요한 거의 모든 것을 이 게임에서 만나볼 수 있다. 물론 샌드박스와 배틀로얄까지도.
게다가 공도(오픈월드)는 커뮤니티 플레이를 위해 다양한 요소가 업그레이드되었다. 일일이 레이스를 시작하지 않아도 근처에 가면 자동으로 발동되는 즐길 거리가 늘었고, 다른 플레이어와 함께 도로에서 난장판을 치면 오히려 점수를 더 많이 주는 시스템도 존재한다.
방구석 레이서들에게 이보다 더 훌륭한 선택지가 어디 또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