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WC를 얼마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EF 재단 파비안 쇼이어만 최고게임책임자(Chief Games Officer, CGO)는 한국 e스포츠 시장에 대한 각별한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한국 e스포츠 시장이 계속 성장 중인 점을 언급하며, 여전히 e스포츠 강국으로서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있었다.
이에 파비안 쇼이어만 CGO와 인터뷰를 통해 EWC의 파리 개최 배경과 다종목 포맷에 대한 우려, 그리고 최초로 시도되는 국가대항전(ENC)의 실무적 방향성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사우디를 벗어나 파리에서 개최하게 됐다. 여러 후보 도시가 있었을 것 같은데 파리를 선택하게 된 배경은?
"프랑스의 e스포츠 생태계는 세계적인 수준이다. 프랑스에는 열정적인 팬층과 프로 구단, 현지에 기반을 둔 주요 퍼블리셔들이 있고, 정부 역시 수년간 e스포츠에 적극적으로 투자해왔다. 무엇보다 e스포츠 월드컵(EWC) 2026이 어떤 대회가 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공감대가 있었고, 이를 파리에서 실현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있었다.
프랑스가 보유한 e스포츠 유산과 대회 운영 경험도 중요한 요소다. 프랑스는 2023년 아코르 아레나에서 열린 마지막 CS:GO 메이저, 올해 초 아디다스 아레나에서 개최된 식스 인비테이셔널(Six Invitational), 파리 라데팡스 아레나에서 열린 2026 RLCS 파리 메이저 등 주요 국제 e스포츠 대회를 잇달아 성공적으로 개최해 왔다.
이러한 경험은 프랑스가 EWC가 필요로 하는 규모의 대회를 충분히 운영할 수 있다는 확신을 줬고, 특히 이번 개최지인 ‘파리 엑스포 포르트 드 베르사유’는 파리 게임 위크 개최지로도 널리 알려진 대형 전시장이다. 또한 접근성, 인프라, 운영 전문성 역시 중요한 고려 요소였으며 파리는 세계적인 스포츠 수도 중 하나로, 글로벌 이벤트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고 대규모 국제 관객을 맞이해온 검증된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결국 파리가 적합한 개최지로 선정된 이유는 e스포츠 유산, 대규모 행사 개최 역량, 그리고 프랑스 e스포츠 생태계 전반의 강력한 협력과 지원이 결합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요소들이 EWC 2026의 잠재력을 최대한으로 구현할 수 있다는 확신을 줬다.
중동 이슈로 인해 개최 도시를 파리로 옮기게 되었다. 특수한 상황이라 변경된 점이긴 하나, 추후에도 세계 여러 도시를 돌며 개최할 계획도 고려하고 있는지?
"EWC는 처음부터 글로벌 플랫폼으로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설계됐다. 출범 초기부터 세계 최고의 선수, 클럽, 팬들이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한자리에 모일 수 있는 이벤트를 만들고자 했으며, 어느 곳에서 개최되더라도 동일한 경쟁 수준과 규모를 유지하는 것이 목표다.
이번 EWC 2026의 파리 개최는 이러한 비전을 예상보다 앞당겨 실현하는 계기가 되었지만, 그 비전 자체는 새롭게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파리는 EWC를 온전한 규모로 개최하는 데 필요한 인프라, 접근성, e스포츠 생태계를 갖추고 있었으며, 동시에 세계에서 가장 열정적인 게이밍 커뮤니티 중 하나와 연결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기 때문에 첫 국제 개최지로 선정됐다.
동시에 사우디 리야드는 여전히 EWC의 중심지다. 리야드는 EWC가 오늘날의 위상을 갖추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으며, 장기적인 생태계의 미래에도 여전히 중요한 기반이며2027년에는 리야드로 복귀할 예정이다.
우리는 e스포츠가 본질적으로 글로벌한 특성을 가진다고 믿는다. 관객, 선수, 클럽이 전 세계 모든 지역에서 모이는 만큼, 시간이 지나며 대회를 다른 주요 국제도시에서 개최할 기회를 모색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파리는 이러한 여정의 중요한 첫걸음이며, EWC가 다양한 국가의 글로벌 무대에서도 성공적으로 운영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기회가 될 것 같다.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e스포츠 산업은 어떤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보는지? 또한 e스포츠 분야에서 일하며 새롭게 느꼈거나 기존과 달라진 인식이 있다면 무엇인지?
"사람들이 e스포츠 산업에 대해 이야기할 때 흔히 관중 규모나 상금 규모에 주목하곤 한다. 하지만 제가 가장 인상 깊게 보는 부분은 선수, 구단, 팬들이 보여주는 열정이었다. 특히 서로 전혀 다른 지역 출신의 사람들이 하나의 대회를 중심으로 모일 수 있다는 점이 매우 인상적이다.
EWC에서는 각기 다른 문화, 정체성, 커뮤니티, 역사를 가진 24개 게임이 한자리에 모입니다. 체스, 발로란트, 리그 오브 레전드, 모바일 레전드: 뱅뱅, 격투 게임 팬들이 모두 같은 이벤트 안에서 함께 참여하는 모습을 보며, e스포츠가 서로 다른 커뮤니티들이 각자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함께 공존할 수 있는 단계에 도달했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대회 이면에 있는 선수들의 이야기다. 개인적으로 특히 깊이 남은 순간은 양곤 갤럭티코스(Yangon Galacticos)가 2025년 리야드에서 열린 PUBG 모바일 월드컵(2025 PUBG Mobile World Cup)에서 우승했을 때였다. 미얀마에서 벌어진 축하 분위기는 정말 놀라웠다. 수천 명의 사람들이 팀의 귀국을 환영하기 위해 모였고, 선수들은 국가적인 스포츠 영웅처럼 축하를 받았다. 많은 사람들에게 이 선수들은 글로벌 무대에서 자신들의 커뮤니티와 국가를 대표하는 존재다.
e스포츠 분야에서 일하며 또 하나 배운 점은 무대 뒤에서 얼마나 많은 협력이 이뤄지고 있는가다. EWC와 같은 대회는 퍼블리셔, 구단, 선수, 파트너들이 모두 같은 방향을 향해 움직일 때 비로소 진행될 수 있으며, 업계 전반의 관계는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견고하고 성숙하다.
이러한 점이 내가 e스포츠의 미래에 대해 가장 큰 확신을 갖게 하는 이유다. 관객도 있고, 인재도 있으며, 열정도 있다. e스포츠 산업은 매년 더 체계화되고, 더 전문화되며, 더 긴밀하게 연결되는 산업이라고 생각한다.
EWC에는 많은 종목이 있지만, 가장 화제가 되고 팬덤이 큰 종목은 LoL이 아닐까 싶다. 한국은 LCK라는 세계적인 리그와 팀을 보유한 e스포츠 종주국이라고 볼 수 있고, T1과 젠지는 클럽 파트너 프로그램에 선정된 팀이기도 하다. EF 재단은 한국 e스포츠 시장에 대해 상업적, 전략적으로 어떻게 평가하고 바라보는지 궁금하다.
"한국은 e스포츠에 있어 필수적인 시장이다. e스포츠의 역사, 문화, 경기력, 그리고 대회를 이야기할 때 한국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이는 EWC에 포함된 여러 종목 전반에 해당하며, 리그 오브 레전드는 당연히 그 논의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한국은 상업적으로도 중요한 e스포츠 시장이다. 2025 e스포츠 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4년 국내 e스포츠 산업 규모는 전년 대비 11.8% 증가한 2,872억 원에 달했다. 이 수치를 언급하는 이유는 이것이 시장의 규모뿐만 아니라, 한국 e스포츠 시장이 여전히 성장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여기에 높은 팬 참여도, 세계적인 수준의 팀, 주요 리그, 그리고 강력한 퍼블리셔 및 플랫폼 생태계까지 고려하면, 한국은 EWC에 있어 전략적으로도, 상업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시장이다.
우리의 목표는 한국의 팀, 팬, 미디어가 EWC를 진정으로 자신들을 위한 대회라고 느끼도록 하는 것이다. 단순히 초청받아 참가하는 대회가 아니라, 자신들도 지분을 가지고 있고 반드시 우승하고 싶은 대회로 느끼게 하는 것이 중요하고, 이를 위해 젠지와 T1 같은 한국의 강력한 e스포츠팀들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또한 경쟁 구조가 지역과 관계없이 최고의 성과를 낸 팀에게 보상하도록 하는 동시에, 한국 내 미디어 활동을 통해 팬들이 EWC에서 기대하는 요소를 제대로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고, 우리는 한국 팬들의 관심과 신뢰를 얻고 싶다.
올해 11월에는 처음으로 ENC가 개최된다. 국가대항전은 흥미로운 요소지만, 그만큼 완성도 있는 대회를 만드는 게 쉽지 않을 것 같다. EWC가 처음 개최될 때 압도적인 상금으로 관심을 끌었다면, 국가대항전은 상금보단 명예나 소위 '국뽕'을 자극하는 포인트가 중요한 것 같은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어떤 방향성으로 준비하고 있는지?
"e스포츠 네이션스 컵(ENC)는 글로벌 e스포츠 생태계에 새로운 레이어를 더하는 대회라고 생각한다. 국가 대항전에서 진정한 힘은 상금에만 있지 않다. 자신의 국가를 대표한다는 명예, 그리고 팬들이 국기를 중심으로 하나가 되는 경험에 있으며, 이는 모든 국제 스포츠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선수들은 국가를 대표하는 색을 입고, 같은 나라의 동료들과 함께 경쟁하며, 세계 최고의 국가들과 실력을 겨루고 싶어 한다. 우리는 e스포츠 역시 이제 그러한 무대에 설 준비가 되어 있다고 믿는다.
그렇기 때문에 첫 대회는 게임 파트너, 국가대표팀 파트너, 클럽, 코치, 현지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신중하게 준비하고 있다. 150개 이상의 국가 및 지역에서 10만 명 이상의 선수가 예선전에 참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규모가 중요한 이유는 전 세계 선수들에게 단순한 초청이 아니라, 스스로 출전 자격을 획득할 수 있는 진정한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물론 상금도 중요하다. ENC에서는 보장된 상금과 모든 게임에 걸친 동일한 순위별 보상 체계를 통해 이를 실현하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이 ENC를 기억하게 만드는 것은 상금 그 자체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사람들이 기억하게 될 것은 라이벌전, 이변, 그리고 선수들이 국가의 기대를 짊어지고 무대에 오르는 순간 이길 바란다.

EWC에서 가장 응원이 뜨거웠던 나라, 아직은 성장하고 있는 단계지만, 예상외로 e스포츠에 관심이 점점 뜨거워지고 있는 나라는?
"한국은 의심할 여지 없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고 헌신적인 e스포츠 팬층을 보유한 국가 중 하나다. 한국 팬들이 가진 깊이 있는 이해도, 팀과 선수들이 쌓아온 역사, 그리고 주요 대회를 둘러싼 높은 참여도는 오랜 시간 e스포츠 생태계에 대한 열정을 바탕으로 형성되어 왔다.
프랑스 역시 열정적인 팬층, 유럽을 대표하는 주요 e스포츠 조직들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EWC 2026을 파리에서 개최할 수 있게 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주요 e스포츠 허브임을 입증했고, 동남아시아도 세계에서 가장 열정적인 팬층을 보유한 지역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특히 모바일 게임을 중심으로 게임 문화가 일상에 깊이 자리 잡고 있다.
브라질, 프랑스, 영국, 미국처럼 풍부한 e스포츠 역사를 가진 여러 국가는 코치가 선발하는 9개 팀 기반 종목 전체에 로스터를 제출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특히 긍정적으로 놀라웠던 점은, 인도, 튀니지, 남아프리카공화국, 카자흐스탄, 과테말라, 칠레, 아르헨티나, 아제르바이잔처럼 아직 전 세계적인 인지도는 상대적으로 높지 않은 국가들도 동일하게 전 종목 로스터를 제출했다는 것이다.
국가적 자부심을 걸고 경쟁하고자 하는 열망은 전 세계적으로 존재한다. ENC는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무대와 규모를 통해 이러한 열망을 실현하고, 그동안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국가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는 순간을 제공할 것이다.
e스포츠 월드컵이라는 말처럼 다양한 종목으로 진행되는 행사인 건 알지만, 그럼에도 종목이 너무 많아 집중도가 떨어진다는 의견도 있다. 이에 대한 생각은?
"EWC가 존재하는 이유는 단 하나의 게임만으로는 e스포츠 전체를 대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모든 종목은 각기 다른 관객, 문화, 역사, 그리고 지역적 기반을 갖추고 있다. 예를 들어, 카운터 스트라이크가 유럽과 남미 팬들에게 갖는 의미는, 모바일 레전드가 동남아시아에서 갖는 의미나 아너 오브 킹즈가 중국에서 갖는 의미와 다르다.
우리의 목표는 이러한 모든 커뮤니티가 한자리에 모이면서도, 각 게임이 가진 고유한 매력을 함께 조명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모든 게임이 각자의 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퍼블리셔들과 긴밀히 협력해 대회 형식과 일정을 조율하고, EWC가 각 게임의 기존 경쟁 일정 안에 자연스럽게 통합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종목별 전용 경기 공간을 운영하고, 가능한 한 주요 일정이 겹치지 않도록 하며, 각 종목이 독립적으로 주목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난 두 차례 대회를 통해 확인한 것은 다종목 형식이 오히려 커뮤니티 간 새로운 연결을 만들어낸다는 점이었다. 팬들은 자신이 원래 즐겨 보던 게임을 보기 위해 대회에 왔다가, 새로운 종목이나 선수, 응원할 팀을 발견하고 돌아가기도 한다. 또한 모든 경기 결과가 더 큰 클럽 챔피언십 성적에 반영되기 때문에, 클럽 팬들이 이전에는 본 적 없던 종목까지 따라가며 응원하는 모습도 확인했었다.
궁극적으로 EWC와 ENC가 목표로 삼고 있는 방향성은?
"EWC와 ENC의 장기적인 목표는 e스포츠에서 가장 큰 순간들을 만들어내고, 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지원하는 것이다. 동시에 퍼블리셔, 토너먼트 운영사, 커뮤니티가 오랜 시간 구축해 온 기존 생태계와 함께 협력하는 것도 중요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EWC가 특별한 이유는 서로 다른 생태계를 하나의 무대 위에 모은다는 점이다. 팬들에게는 한 자리에서 e스포츠의 폭넓은 스펙트럼을 경험할 기회를 제공하고, 클럽들에게는 클럽 챔피언십을 통해 여러 종목에 걸쳐 경쟁할 기회를 제공합니다. 이는 단일 종목 대회만으로는 만들어낼 수 없는 경험이다.
ENC는 여기에 또 다른 차원을 더한다. 선수들은 이미 클럽을 대표해 경쟁할 기회를 가지고 있지만, ENC는 선수들이 국가를 대표해 경쟁할 수 있게 한다. 시간이 지나면, 우리는 클럽 간 경쟁과 국가대표 경쟁이 여러 전통 스포츠에서처럼 서로 공존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우리의 목표는 업계 전체가 함께 주목하고 참여할 수 있는 연례 이벤트를 만드는 데 있다. 만약 성공적으로 실현한다면, EWC와 ENC는 전체 e스포츠 생태계를 하나로 연결하는 데 어떤 역할을 하는지로 평가받게 되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국 팬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한국 팬들의 열정과 높은 기대 수준은 e스포츠 산업 전체가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도록 만드는 원동력이다. 또한 한국의 팀, 선수, e스포츠 커뮤니티는 오랜 시간 글로벌 e스포츠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우리는 EWC와 ENC가 한국 팬들이 진정으로 연결감을 느끼고, 자신들이 대표되고 있다고 느끼며, 함께한다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대회가 되기를 바란다. 파리에서 열릴 EWC의 세계적인 수준의 경쟁을 직접 경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