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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땅 파먹는 사람들 -5화- 도자기

사엽
댓글: 7 개
조회: 546
추천: 2
2007-11-29 01:46:45
작가의 말

이제 곧 시험기간이네요...
레포트와 기말고사의 압박이 저를 괴롭힙니다.
다행히 대항온 정액이 끝나서 공부 할 수 있겠군요...(왠지 슬프다.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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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땅 파먹는 사람들 -5화- 도자기


“안 오고, 뭐해요?”

앙칼진 목소리가 더욱 격해진다. 나는 에요소를 향해서 첫발을 딛뎠다. 에요소도 나를 향해 앞으로 걸어 나왔다. 남은 거리는 불과 1m. 손을 뻗어 뺨을 때리기는 아직까지 먼 거리다. 한발 더 다가가자, 에요소의 입가에는 알 수 없는 미소가 지어졌다. 나는 맞을 것을 대비해서 눈을 질금 감고 마지막 발을 내밀려는 순간, 몸에 무언가 충격이 오더니 균형이 뒤로 쏠렸다. 뒷걸음질 치면서 균형을 잡으려고 손을 버둥거렸다. 그리고 왼손에 무언가가 부딪쳤다.

“쨍그랑.”

왼손에 부딪친 무언가가 바닥에 떨어지면서 엄청난 소리를 냈다. 그 소리에 놀라 균형을 잡지 못하고 뒤로 넘어졌다. 한 순간이지만 엄청 놀랬다. 질금 감았던 눈을 떠보니 에요소는 나에게 손을 내밀고 있었다. 나는 일어서는 걸 도와주려고 손을 내미는 줄 알았다.

“1,500만.”

에요소의 한마디가 내 심장에 비수를 꽂았다. 방금 떨어뜨린 도자기 같은 것을 변상해라는 의미였다. 1,500만은 평생 일해도 못 버는 돈인데, 무슨 물건이 1,500만이냐!
나는 깨진 파편을 조심하면서 일어섰다. 에요소는 여전히 손을 내밀고 있었다. 손을 내밀고 있다는 뜻은 일으켜주거나, 돈을 요구하거나, 또는 꼬리 흔들고 있는 개한테 하는 행동이다. 상당히 기분이 상했다. 내가 다가오자 밀어서 넘어뜨리다니, 뺨 맞을 줄 알고 얼굴에 긴장하고 있었는데, 나를 밀어서 넘어뜨릴 줄이야…….

“1,500만.”
“…….”
“1,500만.”

에요소를 쳐다보기가 두렵다. 그보다 자기가 밀어놓고 돈을 요구하다니 억지다. 왠지 화가 난다.

“네가 밀어놓고 돈을 요구하냐?”
“깨뜨린 사람은 너다.”

순간 움찔했다. 내가 깼지만, 원인은 애시 당초 에요소가 나를 민 것이 잘못된거다.

“네가 내 나이를 물은 게 원인이다.”
에요소의 크리티컬 히트샷.

“…….”

할 말 없다. 나이를 물은 게 상당한 실례이고 잘못이지만, 그렇다고 이런 상황을 일부러 만든 본인 잘못은 생각하지 않는건가?

“인정하기 싫어?”
에요소는 가슴을 펴고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물론, 내가 나이를 먼저 물은 게 잘못이지만……. 그렇다고 나를 밀어서 저걸 깨뜨리게 한 네 잘못도 있잖아.”
“오늘부터 19살이다. 됐지? 이제 다 네 잘못이야.”

에요소는 이겼다는 표정을 살짝 지으면서 다시 손을 내밀었다. 역시 페닐리스의 딸이다. 언변도 제법 고단수다.

“1,500만 안 주고 뭐해? 그 정도 돈도 없어?”
“1,500만이 누구 집 개 이름도 아니고…….”

에요소는 나를 보더니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설마, 에요소도 금전감각이 없는건가? 급히 고개를 돌려 집사를 봤다. 집사는 나를 이해한다는 표정이었다. 이 집은 집사만 정상이군.

“너는 잘 모르겠지만, 1,500만은 서민이 평생 일해도 못 버는 돈인데…….”
“?”

에요소는 무슨 소리인지 이해 못하는 듯했다.

“아버지가 출장 한번 갔다 오면, 1,500만은 그냥 벌어오던데?”

페닐리스 아저씨, 딸에게 뭘 가르치신 겁니까…….

“이 보라색 드레스도 1,000만 두캇 이상 하는데.”

에요소는 드레스 단을 잡고 한 바퀴 휙 돌았다. 드레스가 원심력에 의해서 팔랑 거리는 게 참 예뻤다. 드레스를 자세히 보니 벨벳 원단에 베네치아 특유의 레이스가 달린 옷이었다. 저 정도에 옷이면 적어도 300만 두캇은 할거다.

“너, 혹시 밖에서 물건 사본 적 있어?”
“뭐, 집 안에만 있어도 아버지나 집사 아저씨가 사다주니까, 물건 살 필요성은 못 느끼고 살았는데……. 그, 근데 왜 내가 네 질문에 대답해야하지? 흥.”
“아, 그러셔. 그런데 깨진 게 뭐길래 1,500만 두캇이나 하는거야?”

깨진 파편을 가리키자, 집사가 기다렸다는 듯이 설명해주었다.

“깨진 도자기는 고려청자입니다.”
“고려청자요?”

처음 들어보는 도자기 이름이다. 사치품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니까 어쩔 수 없나.

“지중해 동쪽으로 대륙이 펼쳐진 것은 알고 계시죠?”
“예, 쭉 가다보면 인도가 있는 곳 아닌가요?”
“이 고려청자는 인도보다 더 먼 곳에서 왔답니다. 대륙 극동에 있는 나라랍니다.”
“아, 마르코 폴로가 썼던 동방견문록에 나오는 중국인가요?”

집사는 고개를 저었다.

“중국보다 더 동쪽에 있는 고려라는 나라입니다. 그래서 도자기 이름도 고려청자입니다.”
“흐음, 고려라는 나라에서 나오는 푸른색 도자기라. 혹시 저거인가요?”

나는 벽난로 위에 푸른색 도자기를 가리켰다. 도자기에서 나오는 은은한 푸른빛이 참 아름다웠다.

“예, 저겁니다. 빛깔도 예쁜데다가, 머나먼 나라에서 왔기 때문에 상당히 가격이 비싸죠.”
“그렇군요.”

확실히 저 정도로 고운 빛깔이 나오려면 엄청난 기술이 필요할 것이다. 갑자기 고려라는 나라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막 들었다. 생각해보니, 나도 저 아가씨랑 다를 게 없는 것 같다. 예전에 잉글랜드에서 살았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너무 어릴 적 일이라서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철이 들었을 무렵에는 조합에서 살고 있었고, 리스본에서 나가본 적이 한 번도 없다. 마스터는 나에게 지식을 전수해 주기 위해 가정교사를 붙여주었지만, 그 지식은 책 안의 내용 일뿐 실제로 경험 해 본 것은 하나도 없다.

갑자기 내 마음 속 무언가가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리스본에서 나가고 싶다. 다른 사람들처럼 먼 바다로 나가서 무언가 꿈을 이루고 싶다. 내가 배운 지식들이 맞는지 확인도 해보고 싶고, 미지의 세계를 탐험해보고 싶다.

“레드버드 군, 왜 눈물을?”
“어라? 왜 눈물이?”

나도 모르게 눈에서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하나도 슬프지 않은데 눈물이 뺨을 타고 흐른다. 눈물 때문에 시야가 흐려졌다. 눈 앞에는 에요소의 얼굴이 아른거렸다.

“저기, 왜, 왜 그래?”

에요소는 걱정하는 목소리를 내며, 나에게 손수건을 내밀었다. 나는 눈물을 닦기 위해 손수건을 집었다.

“고마워. 에요소.”
“벼, 별로. 딱히 네가 걱정 되서 빌려 주는 건 아니니까. 그보다 왜 함부로 이름을 부르는거야? 칫.”

에요소는 팔짱을 끼고, 시선을 피하려고 고개를 휙 돌렸다. 그래도 나를 힐끗힐끗 쳐다보는 시선은 느낄 수 있었다. 왠지 에요소의 행동이 귀엽다고 느껴졌다.

“헤헤헤.”
나도 모르게 실소가 흘러나왔다.

“뭐, 뭘 바보같이 웃는 거야? 남자 주제에 그깟 돈 때문에 질질 짜다니, 한심해. 흥.”

돈 때문은 아닌데 말이야. 울고 나니 왠지 속이 시원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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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후기

다음화부터 리스본 탐험기가 시작됩니다.
바다에는 언제 나갈수 있을지는 아직도 미지수....


p.s. 외로운소설가 님... 닉네임으로 자기 이름 검색해보세요...다 보려니 눈 아파요 >.< (넘 많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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