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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땅 파먹는 사람들 -6화- 리스본 시내

사엽
댓글: 3 개
조회: 558
추천: 2
2007-12-03 02:41:05
작가의 말
배고프다.
갑자기 저도 모르게 급전개가 되어버렸네요...
원래 이런 요소는 나중에 넣으려고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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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땅 파먹는 사람들 -6화- 리스본 시내


외출을 하기 위해 에요소는 수수한 옷을 입고 내려왔다. 드레스를 입었을 때 보다 어려보여서 훨씬 귀여운 모습이었다. 수수한 옷이지만, 어깨에 두른 스톨은 비싸보였다.

“아가씨를 잘 부탁합니다. 레드버드 군.”
“예, 걱정마세요. 리스본 시내는 제가 꽉 쥐고 있으니까요.”

집사는 내 두 손을 꼭 잡았다. 에요소를 잘 부탁한다는 뜻이었다.

“야, 가자.”

에요소는 현관문을 열고 집 밖으로 나갔다. 나도 코트를 입고 에요소를 뒤따라나갔다. 집사는 집에서 점점 멀어지는 우리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

“다녀올게요.”

에요소도 손을 흔들며 집사를 배웅했다.
페닐리스 저택에서 리스본 시내까지는 제법 거리가 멀었다. 내가 느끼기에는 얼마 안 되는 거리지만 에요소에게는 실크로드만큼 길었다.

“야, 좀 천천히 가.”

에요소가 내 옷깃을 잡아당겼다. 아까 전에는 이름으로 부르더니 아까부터 호칭이‘야’로 바뀌었다.

“저기, 이름으로 불러주지 않을래?”
“내가 왜?”
“오늘부터 19살이라고 했지? 나도 19살이니 동갑이잖아.”
“근데 왜?”

말이 안 통한다. 참 버릇도 없고 정도 없는 아가씨구만.

“나는 이제부터 너를 에요소라고 부를거야.”
“누구 마음대로 레이디의 이름을 막 불러?”
“됐어, 에요소라고 부를거니 너도 레드버드라고 불러. 아까 전에는 레드버드라고 하더니 갑자기 왜 ‘야’라고 불러?”
“흥.”

에요소는 콧방귀를 뀌더니 나를 두고 혼자서 걸어간다. 참 별난 아가씨다.
한 20분정도 걸었을까? 리스본 시내에 도착했다. 오늘도 리스본은 활기로 넘쳤다. 시장에서 채소와 과일을 파는 사람, 생선을 팔기 위해 소리치는 생선가게 주인, 아침부터 주점 앞에서 행패부리는 술꾼……. 페닐리스 저택에 있는 동안 잠시 다른 세계에 갔다 온 느낌이 들었었는데, 활기찬 리스본을 보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야, 저기 걸려있는 것은 뭐야?”

에요소는 제혁소에 걸려있는 소가죽을 가리켰다.

“아, 저거 소가죽이야.”
“소가죽? 먹는 소를 말하는 거 맞지? 소는 붉은 색이 도는 것 아니야?”
“어?”

소고기가 붉은 색이 도는 것은 맞지만, 소가 붉은 색이 도는 거라니……. 혹시 실제로 소를 보지 못 했나?

“그나저나 사람 참 많다.”

에요소는 제혁소 앞에 몰려있는 사람들을 신기한 듯 바라봤다.

“1월부터는 본격적인 겨울이 시작되니까 다들 가죽을 사려고 온 거야.”
“겨울이 되는데 왜 가죽을 사?”

할 말이 없다. 도대체 어떻게 살아왔으면 이 모양이지.

“겨울이 되면 추우니까 가죽으로 옷을 만들어 입잖아.”

설명 해줘도 에요소는 모르는 듯 했다. 참 답답한 아가씨다. 겨울에 질 좋은 모피 입고 벽난로 앞에서 쳐 박혀 지내는 게 분명하다.

“가죽으로 옷을 만드는구나. 내 옷도 가죽으로 만든건가?”

에요소는 자기 옷을 이리저리 만지면서 살펴보고 있었다. 이제 더 이상 태클걸기도 힘들다.

“배 안 고파?”

나는 화제를 바꾸기 위해 말을 꺼냈다. 에요소는 못 들은 듯 했다.

“별로…….”

뒤늦게 대답이 나왔다. 사람이 말하면 바로바로 대답 좀 하지.

“내가 잘 아는 식당이 있는데 거기로 갈래?”
“배 안 고프다니까!”

에요소가 짜증 섞인 목소리로 크게 고함친다. 주위의 시선이 우리에게로 집중된다.

“아니, 저, 저기…….”

주위의 시선을 받자 에요소는 작은 목소리로 버벅 거리며 내 뒤로 숨는다. 무슨 강아지도 아니고…….
슬슬 점심시간이다. 아침도 제대로 못 먹어서 정말 배가 고프다. 에요소는 아직도 부끄러운지 내 뒤에서 코트를 잡으며 천천히 걸어왔다. 못 말리는 아가씨다.

“어서옵셔.”

식당에 들어가자 주인아저씨가 굵직한 목소리로 인사한다. 이 가게는 낮에는 식당으로 운영하고 밤에는 주점으로 운영하는 가게이다.

“오, 빨간 새 왔구나.”
“아저씨도 빨간 새라고 부르지마요.”

이 식당은 아이프리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식당이다. 리스본 4대 주점 중에 한 곳이기도 하다. 식당 이름은 ‘내 안에 자유’이다. 아이프리의 이름을 이 식당 이름에서 따왔다고 한다.

“허허, 미안하구나. 그런데, 거기 뒤에 있는 아가씨는 누구냐?”
“아, 에요소 그만 나와.”

에요소는 고개를 숙인 체 내 뒤에서 나왔다. 아직도 주위의 시선을 받고 있는 줄 아나보다.

“얘는 에요소라고 의뢰인의 딸이에요.”
“안녕하세요…….”

에요소는 들리지도 않을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도 주인아저씨는 들었는지 가볍게 인사했다.

“에요소라고? 반갑구나.”
“예…….”

나는 에요소를 데리고 비어있는 테이블에 앉아서 주문했다.

“아저씨, 오늘 특별 메뉴로 주세요.”
“오냐.”

에요소는 테이블에 앉은 체 아직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어지간히 창피했나보다.

“이제 고개 좀 들어.”
“그치만…….”

귀까지 빨갛게 물들어있었다. 19살 먹은 숙녀라고는 전혀 생각되지 않는 모습이었다. 집에서는 그렇게 당당하더니, 밖에서 쪽 팔림 좀 당했다고 이렇게 변할 줄이야. 페닐리스 아저씨 반성 좀 하세요. 나중에 만나면 딸을 왜 이렇게 키웠는지 물어봐야겠다.

“오늘 특별 메뉴다.”

주인아저씨는 직접 요리를 테이블로 날라주었다. 주방장이 직접 요리를 날라준다는 것은 특별한 손님에게만 하는 대한 태도이다. 역시 엄청난 서비스라고 생각했는데, 나한테 할 말이 있으신가 보다.

“혹시, 이 아가씨 페닐리스의 딸 아니니?”

주인아저씨는 요리를 테이블 위에 두고 나에게만 들리게 살짝 말했다. 나는 에요소를 알아챈 아저씨한테 놀랐다. 아저씨는 뭔가 모르게 진지한 눈을 하고 있었다. 나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그렇구나. 많이 먹어라. 오늘 특별 메뉴는‘아로스 꼰 뽀요’란다. 꼬마 아가씨도 많이 먹으렴.”
“저 꼬마 아니에요!”

에요소는 꼬마라는 말에 반응하고 벌떡 일어섰지만, 식사하는 사람들의 눈치를 받자 다시 조용히 앉았다. 아까보다 더욱더 고개를 숙였다.

“하하하.”

주인아저씨는 웃으며 카운터로 돌아갔다. 에요소는 고개를 더 이상 들지 못했다. 화를 내는 건지 등이 위아래로 움직였다.

“기분 풀어. 저 아저씨 원래 저런 사람이니까.”
“…….”

에요소는 흐느끼는 것 같았다. 설마 우는건가?

“에요소, 왜 그래?”
“…….”

울음을 참을 때 나오는 끅끅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진짜 우는가보다.

“흑흑, 말 걸지마. 이 바보야!”

에요소는 울음소리를 안 내려고 억지로 참고 있었다. 테이블 위를 보니 눈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얼굴을 감싸고 있던 소매는 눈물로 젖어있었다.

“레드버드.”

주위의 시선을 눈치 챘는지 카운터에서 주인아저씨가 손짓하고 있었다. 나는 에요소를 일으켜 세우고 카운터 뒤에 주방으로 들어갔다. 주방에는 아무도 없었다. 역시 주인아저씨는 눈치도 빠르시다.

“에요소, 괜찮아?”
“…….”

에요소는 고개를 살짝 들어 주위를 살피더니, 나에게 얼굴을 파묻고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오늘은 생일인데, 내가 왜 니 같은 놈 때문에 울어야 하냐고. 흑흑흑.”

에요소는 내 옷을 꼭 붙잡았다. 나는 울고 있는 에요소를 보고 무의식적으로 살며시 안았다. 주방에는 에요소의 울먹이는 소리만이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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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후기

이번 화는 왠지 모르게 양이 많군요...(먼산)

갑자기 급전개 러브스토리가 될까봐 내 자신을 욕해봅니다.
원래 이런 내용 쓰려고 한게 아닌데...에요소가 나오는 부분을 너무 질질끌려고 하다보니 이런 상황이...

그런데 이 글 쓰다가 울었다면 누가 믿어 줄까요 ㅡ?
사실 쓰는 동안 스스로 왜 울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도 마음에 뭔가 응어리진 게 있는 것 같군요...(12월 일정 나오기 전에 정액 질러서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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