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anger Explorer는 스토리를 다루는 노말 모드와 헤프닝과 몇 가지 실제 경험 및 대사를 이용한 에피소드로 나뉩니다. 물론, 에피소드는 전적으로 개그입니다 (....)
*여기에서 나오는 대부분의 이름은 엔피씨를 제외한 경우 실명인 경우가 많습니다[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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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틸러스 길드는 아무래도 리스본에 있고, 길드원들끼리 조촐하게 술자리를 가질 때가 많다. 노틸러스 길드는 아무래도 친목을 중시하고 정보 교류를 위해 설립 되었지만 실상 그 정체는 선장들 계모임이나 다를 바가 없다. 왜냐고?
생각해보시라, 기나긴 항해 동안 선원과 선장간의 대화교류라고 하는 것은 대부분이 선원들의 불만사항이나 명령 지시를 할 때 복창하는 것 외에는 그다지 별볼일이 없다. 그런고로, 제대로 된 대화가 그리운 사람들은 언제나 한번 리스본 주점에 모였다 하면 끝없는 이야기 보따리를 푸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
“아니, 그러니까 분명히 이 옷의 이름은 다마스크 직물 아랍해적 셔츠라구. 그런데, 이 옷이 무슨 옷이냐고 물어보니… 다마스크 직물을 써서 만든 상인의 복장이라는 거야.”
“…요새는 상인도 술 취한 다음에 영업하는 건가?”
“그러니까! 몇 번이고 물어봐도 대답은 같았단 말이야.”
길드에서 꽤나 부유층에 속하는 아크투르스 씨는 입고 있는 다마스크 직물 아랍해적 셔츠를 붙잡고 투덜거렸다. 내가 알기로는 저 옷 한 벌이 가난한 모험가들의 배 한 척과 맞먹는 가격이라고 들었다. 원래 다마스크 직물이라는 것 자체가 귀한 옷감이니 어쩔 수 없이 비싸겠지만, 단순히 저 사람은 그냥 멋지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저 옷을 막 입고 다닌다. 그 옆에서 아랍해적 셔츠를 입은 미켈롯은 부럽다는 듯이 아크투르스를 바라보고 있다.
길드 사람들이 모여서 하는 이야기는 그다지 특별한 게 없다. 그저 동네 아낙들의 수다와 본질은 다를 것이 없지만, 화제에 대해서는 조금 특별할 수 밖에 없다. 제각각 어디에서 들었는지도 모를 정보들을 토해내고 그걸 잡담의 수준으로 만들어버리는 것을 보자면, 학자들에 버금가는 지식이 있으리라고 짐작할 뿐이다. 뭐, 나도 가끔 그들의 대화 중에서 모험을 떠날 단서를 찾아갈 때도 있으니 서로서로 좋고 좋은 것이라 생각한다.
“아, 늦어서 미안해요.
길드에서 어린 편에 속하는 알비레오가 주점 안에 들어서자 테이블에서 열심히 대화중인 리칼의 눈이 번쩍 뜨인다. 다소 점잖고 예의바른 알비레오는 행동하는 것이 꼭 여성스럽다는 말을 많이 듣는 사람인데, 다소 심하게 동성애적 편력이 심한 리칼은 이런 알비레오를 놀려먹는데 재미를 들이고 있다. 뭐, 소문을 들으니 한둘이 당한 게 아니라고 하던데…
“와, 알비군이다!”
“…….”
작달만한 체구에 앙증맞아보이는 외모의 소유자인 리칼은 앳된 얼굴로 한없이 사악한 의도가 느껴지는 표정을 짓는다. 일부러 연기를 한다면 표정 관리가 수준급이고,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표정이라면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상상하기가 겁난다. 아아, 이럴 때는 희생자가 아닌 관조자의 위치에 선 것을 신께 감사하다고 해야 하는 것인가.
“아, 아하하… 죄송해요. 금방 주조의뢰가 들어와서 급히 대포를 주조해야 해서…”
알비레오는 슬쩍 뒷걸음을 치며 빠져나갈 변명을 하지만, 리칼이 그런 변명에 넘어간 적인 한 번도 없다. 아니, 오히려 그 변명을 이용해서 더욱 괴롭히면 모를까.
“마침 잘됬어! 나도 대포 필요한데. 그러니까 이리 와.”
“아, 저기…그게…”
건장하지는 않지만 그럭저럭 남성의 표준체격에 근접한 남자가 꼬마라고 불릴 지도 모를 여성에게 쩔쩔매는 모습이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겠지만, 어디까지나 이건 고양이 앞에 쥐의 심리를 적용시키면 이해하기 쉬운 상황이다. 천적이 이빨을 드러내고 있으면 온 몸이 굳는 게 일반적이고, 알비레오의 천적은 리칼이다. 체구나 재력, 그런 것은 상관 없다. 단지 리칼의 분위기에 압도되어버리는 저 불쌍한 남자가 있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이,이거 놔요!”
“어딜 가! 이리 와아아! 바다로 도망가면 배 타고 신대륙이고 인도고 간에 죽어라고 따라다닐 거야아아!”
“저,저기 아크트루스 님! 댁 따님이잖아요! 좀 어떻게 해주세요!!”
“음? 알비레오 군. 원래 이런 것은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법이야. 자기의 일은 스스로 하자. 알아서 척척척~ 모르나?”
“미,미켈롯 님…”
“아, 저기 그게… 아, 아크투르스 님. 저번부터 궁굼하던 게 있는데…”
“…포,폴라리스 님…”
“…음냐.”
방조,외면,수면으로 철저하게 구조요청이 무시당한 상태. 안타깝게도 현재 길드원들이 제각기 바쁘다고 불참한 사람이 많아서 이 주점안에서 모인 길드원은 총 여섯. 그 중에서 세 명에게 거부를 당했으니… 남은 건 나 뿐이군. 하지만, 어디까지나 내가 길드마스터의 직책을 가지고 있긴 해도 그건 어디까지나 명분일 뿐이다! 전 길드마스터 하이르나 님께서 해적에게 복수의 칼을 갈기 위해 잠시 나에게 직책을 이양한 것일 뿐. 권한도 없고 능력도 없는 가난한 모험가. 힘도 없다. 그러니 불쌍하지만 그저 외면할 수 밖에.
“흐음, 그게 말이지요… 아, 마스터. 요새 뭐 정보 같은 거 없습니까?”
“…너무해, 모두들…”
“그러니까 포기해. 발버둥 쳐 봤자 알비군만 괴로울 뿐이야. 응? 알겠지?”
어디 밀가루 포대마냥 질질 끌려온 알비레오의 곁에서 한없이 기묘한 미소를 띄는 리칼이 오늘따라 더 무시무시하다.
이쯤에서 포기할 법도 한 알비레오는 계속해서 몸부림을 치며 저항하지만, 힘이 부족하다! 매일 주조한다고 함부르크에서 열심히 금속을 녹이고 제련한다고 튼튼할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었군. 기회가 되면 알비레오도 탐험을 떠날 때 같이 데려갈까 생각을 하고 있던 와중…
「부욱---」
무언가가 찢어지는 소리가 났다. 얼떨결에 모두의 시선이 집중된 곳은 알비레오의 오른쪽 어깨, 그가 입고 있던 다마스크 직물 아랍해적 셔츠의 어깨 부분이 좍 찢어진 것이었다. 그 일로 길드원들 모두가 잠시 침묵에 빠졌다.
“…오우, 저런.”
맨 처음 정적을 깬 것은 아크투르스의 애도였다. 옷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옷이 찢어진 알비레오를 위한 애도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을 기점으로 한 순간에 수많은 입이 동시에 열렸다.
“아,안돼… 이거 비싼건데…”
“와아, 리칼씨 힘도 좋아. 저걸 어떻게 잡아당겨서 찢어먹을 수 있어?”
“아니 그게 아니라 난…”
“...오우, 알비레오 군 섹시해 보여.”
“그,그게 지금 상황에서 나올 소리입니까!!”
“오호라, 정말? 알비군 섹시해 보여!”
“…이봐요, 이거 댁이 이렇게 만든 거에요.”
“어라, 그랬어? 아아, 잘 됐네. 앞으로 이렇게 하고 다녀. 섹시한 알비군이라고 불리게.”
“지금 그게 말이나 됩니까! 이런 옷차림으로는 밖에도 못나간단 말이에요! 안 그래도 이 옷밖에 없는 단벌신사 신세인데…”
단벌신사라는 말이 거론되자 모두가 찔린다는 표정을 짓는다. 사실, 옷을 여러 벌 들고 다니는 사람은 그리 흔하지 않다. 나만해도 금장갑옷이라는 보기에도 화려한 갑옷을 입고 있는데, 위험한 모험에서 든든하게 몸을 지켜주는 방어구를 이렇게 입고 다니는 이유는 이거 말고 딱히 입을 것이 없기 때문이다. 뭐, 보기에는 멋지고 좋지만… 갑옷이란 것이 일상 생황에서 얼마나 불편한 것인지… 아차차, 지금 이 이야기를 할 때가 아니군.
알비레오는 찢어진 어깨쪽을 부여잡고 거의 통곡하듯 말을 했고, 그 모습에 조금 찔리는 듯 리킬은 슬쩍 알비레오의 어깨를 토닥인다.
“에이, 괜찮아. 이 정도 쯤은 꿰매면 티 안 나.”
“…손 떼요.”
“뭘 또 그래. 위로해주는 거잖아.”
“…위로하는 사람이 찢어진 틈 사이로 어깨를 매만져요?”
“에이, 알비군도 좋으면서…”
“하나도 안 좋아요!”
다른 건 몰라도 남자 어깨를 슬쩍 어루만지면서 좋아하는 건 좀 그렇다. 뭐, 취향 따라서 좋아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래도 소름이 돋는데.
이렇게 되어 우리는 알비레오의 옷을 수선하기 위해 도구점으로 찾아갔다. 원래 사고 파는 곳에서 수리도 잘 하지 않는가. 하지만, 이 사건을 계기로 우리는 매우 심각한 사태를 자각했다.
“저, 죄송합니다만 수리는 안 되는데요.”
“혹시 바느질 도구 같은 건 안 팝니까. 그냥 우리가 수선하고 말지요.”
“그,그게… 바느질 도구를 쓰시면 옷 색상만 바뀝니다.”
“그럴 리가… 바느질 도구라면서 수선이 되지 않는다구요?”
“네.”
“…….”
설마 설마 하는 마음에 우리들은 바느질 도구를 하나 구입한 뒤 실제로 시험해보기로 했다. 찢어먹은 장본인인 리칼은 바느질 도구와 옷을 들고 투덜거렸다.
“에이, 왜 이걸 나한테 시켜?”
“댁이 찢었잖습니까. 그러니 꿰매는 것도 당연히…”
“아, 알겠으니까 할게.”
리칼은 바늘에 실을 꿴 뒤 다소 어설픈 손길로 천에 바늘을 가져갔다. 그 순간, 갑자기 옷의 색상이 변해 버리는 게 아니던가! 붉은 색이었던 다마스크 직물 아랍해적 셔츠는 어느 새 묘한 살색으로 바뀌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진짜 변하네.”
“왜 고작 바느질 도구가 비싸다 싶었더니… 마법의 바느질 도구잖아?”
“그,그러게… 수선 대신 옷 색이 바뀌는 것이지만…”
넋이 나간 채 서로 중얼거리는 와중에, 수선을 위해 옷을 벗고 있던 알비레오는 울상을 지었다. 신기한 마법의 바느질 도구고 나발이고, 그의 입장에서 지금 옷을 수선하지 못한다는 것이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
“그,그럼 내 옷은…”
결국 바느질 도구로 어찌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 이상 포기하라는 리칼의 말에도 불구하고 알비레오는 리스본 곳곳을 돌아다니며 수선집을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다지 순탄하게 진행되지는 않았다.
교역소 주인에게 수선공을 아냐고 물어보아도 고개를 가로젓고, 학자도 고개를 갸우뚱거릴 뿐이었다. 정보원은 그저 모르겠다는 말을 할 뿐이고, 주점 주인도 잘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각 조합의 마스터는 그런 정보는 없다고 답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우리는 수선공이라는 것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고, 그것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해가 넘어간 뒤였다.
“내 다마스크 직물 아랍해적 셔츠…”
“저기, 그렇게 안 해도 뭐가 찢어졌는지 다 알거든? 그러니까…”
“내 다마스크 직물 아랍해적 셔츠… 힘들게 구해서 아껴 입었는데… 훌쩍.”
“저,저기… 그러니까…”
“내 다마스크 직물 아랍해적 셔츠… 훌쩍.”
참으로 난감한 상황에 빠진 리칼은 평소 때처럼 놀려먹을 생각은 못하고 길드사무소 구석에 틀어박혀 중얼거리는 알비레오를 달래느라 고생이었다. 다른 길드원과 나는 그저 그런 두 사람을 바라보며 한숨을 쉴 뿐이었다.
“저기, 아크투르스 님. 그 옷 좀 벗어서 알비레오 군에게 주면 안될까요?”
“이봐,이봐. 그럼 난 벗고 다니라는 거야?”
“미켈롯 씨, 그거 좀 벗어다가 주지 않겠어?”
“이거 다마스크 직물이 아니에요. 지금 저 상태 보니까 주면 애처럼 집어 던지면서 이게 아니야~~ 우에잉~ 내 다마스크 직물 어쩌구저쩌구~ 라면서 칭얼댈걸요?”
“저 녀석이 애야? 설마 그럴리가…”
쓸데없는 잡담을 하면서 어찌할 줄을 모르면서 시간을 죽이고 있던 도중, 갑자기 길드사무소 문을 활짝 열어젖히며 누군가가 들어왔다.
“후우, 다들 오래간만입니… 분위기가 갑자기 왜 이리 싸늘한 겁니까?”
기세 좋게 상큼한 미소인지 영업용 미소인지 모를 표정을 지으면서 나타난 스카스메로는 주위 상황이 왠지 가라앉았다는 것이 조금 어색한지 뒷통수를 긁적였다.
“왜들 이래요? 누가 죽었기라도 했나?”
“아, 그렇고 그런 일이 있습니다.”
“흐음, 그렇고 그런 일이라… 아, 맞다!”
무언가가 생각난 듯 스카스메로는 양 손에 들고 온 짐꾸러미를 내려놓고 부지런히 뒤적인 뒤 무언가 화려한 붉은 옷을 꺼내었다. 다마스크 문양이 돋보이는 직물로 멋들어지게 만든 의상을 들고 자랑스럽게 으쓱이는데, 저거… 지금 우리가 그렇게 원하던 옷이 맞던가?
“저기, 그 옷…”
“아, 이거요? 다마스크 직물 아랍해적 셔츠라고… 요새 사람들 사이에서 유행인 패션이지요! 이 멋진 외형, 이 아름다운 무늬! 이걸 입으면 그야말로 패션의 선두주자!!”
“…다마스크?”
순간, 뒤에서 폐인 비슷한 상태가 되어있던 알비레오의 눈이 순간 반짝인다. 그 뒤, 리칼에게 무언의 눈빛을 날리는데… 아마 ‘저거 안 사주면 다음부터 댁이랑은 한 마디도 안 할 거야!’로 해석이 될법한 것이었다. 여인네 심정이 어떻건 간에 마음이 약해진 리칼은 한숨을 쉰 뒤 스카스메로를 돌아본다.
“저기… 그거 나한테 팔면 안돼?”
“예? 안돼요! 저도 이건 마지막으로 산 거라서 비싸게 샀단 말입니다!”
말이랑은 다르게 왠지 그의 눈에서 ‘껀수 잡았다’라는 대사가 잡히는 이유는 무엇인가? 하지만 급한 상대 앞에서 최대한 이익을 뜯어내는 게 상인의 도리인 법. 스카스메로는 곰곰이 생각하는 ‘척’ 한 뒤 어렵게 교섭안을 내민다.
“음… 그럼 50만.”
“뭐,뭐 그렇게 비싸게 팔아?!”
“에이, 저도 힘들게 구한 거니 이 정도는 받아야 하잖아요.”
“크읏…”
약점을 잡힌 교섭자가 별 힘이 있겠는가, 그냥 이를 갈며 그저 동의를 할 뿐. 하지만 명목뿐인 길드 마스터라도 길드 내 거래의 상도덕은 준수해야 하는 것이고 그것을 어기는 자에게는 징벌을 내려야 하는 법이다!
“에라 이 인간아!”
나는 스카스메로에게 반성하라는 의지를 담은 하이킥을 날려주는 것으로 이 사건의 마무리를 지었다.
이후 스카스메로는 합의 후 20만 두캇이라는 대출혈 서비스라는 명목의 바가지를 리칼에게 씌우며 매각했고, 알비레오는 다마스크 직물 아랍해적 셔츠를 입자마자 금방 생기가 돌아왔다. 그 후, 한동안 알비레오는 20만 두캇어치의 괴롭힘을 충분히 당했다나 뭐라나. 혹시라도 코펜하겐이나 함부르크 근지에서 훌쩍이는 알비레오 군을 발견하는 사람이 있다면 고생 많다고 위로라도 해주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p.s 실제로 옷이 찢어진 것은 아닙니다만, 리칼 씨는 실제로 알비레오 군을 많이 괴롭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