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장님!! 돛이 접히질 않습니다!!"
폭풍의 한가운데에서 로린토의 배가 위태롭게 휘청거리고 있었다. 처음에는 강행돌파를 하려고 했었으나 계속된 침수와 선원피해로 도무지 앞으로 나갈 수 없어서 닻을 내린뒤 폭풍이 지나갈때까지 기다리려고한 것인데 돛이 도무지 접히질 않았다. 돛이 접히지 않으면 이 광풍에 떠밀려 어디론가 난파당할 것인데 비를 머금어 잔뜩 무거워진 돛은 도무지 접힐 생각을 하지 않았다. 로린토는 급박한 심정에 마르코를 쳐다보았다. 마르코는 이미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일을 하느라 피로한 상태였다. 로린토는 어쩔 수 없다는듯 소리를 질렀다.
"돛을 끊어! 돛줄을 끊어!!"
바다 한가운데에서 돛을 끊는다는것은 난파를 의미한다. 그러나 예비돛도 몇장 준비해놓았고 상황이 상황인지라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잠시 후 무거운 돛이 선체로 떨어져내렸다.
'빌어먹을. 이렇게 심할 줄이야.'
한순간이나마 폭풍따위의 도전은 가뿐히 받아주겠다고 자신했던 자신이 부끄러웠다. 이 대자연 앞에서 자신과 자신의 배는 너무나도 하찮게 보였다. 그래도 로린토가 돛을 끊으며 접고 들어가자 폭풍도 좀 마음이 풀린건지 바다가 잔잔해져가고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바다는 조용해져있었다. 마치 폭풍같은건 없었다는듯. 선원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대부분 바다경험이 전무한 녀석들이었으니 폭풍을 버텨냈다는 것이 기뻤을것이다. 마르코가 지친 그러나 기쁜 표정으로 고함을 질러댔다.
"이녀석들아!! 돛이나 고쳐라! 육지 밟고싶은 생각이 없는게냐!"
그 후로 며칠 뒤 로린토의 카락은 마르세이유 항구에 도착했다. 프랑스어를 약간 익힌 마르코가 항구관리에게 선박등록을 하고 난뒤 선원들은 적재화물을 내리기 시작했다. 폭풍때문에 이리저리 쓸리다가 좀 망가진 것들도 있었지만 그래도 강행돌파를 함으로 인해 입은 피해라는걸 감안할때 얼마 되지 않는것이었다. 적재화물이 다 내려지자 선원들은 주점으로 달려갔다. 리스본 토박이들이 마르세이유 주점여급이 예쁘다는건 어찌 안건지 정신없이 달려갔고 마르코역시 은퇴한 친구가 마르세이유에서 조선공으로 일한다며 찾아갔다. 로린토는 말도 통하지 않았기에 상점구경은 꿈도 못꾸었고 여관으로 들어가서 가만히 있는건 성격상 안맞아서 항구를 그저 빙빙 돌고있었다. 그 때 저멀리서 배 한척이 광속으로 달려오고있었다. 세대박이(세 개의 돛대를 세운배)의 조그맣고 넓쩍한 몸체. 지중해의 빠른 범선들 중 하나인 지벡이었다.(Xebec-지벡: 세대박이의 지중해의 작은 범선) 얼마 지나지않아 지벡은 항구에 멈춰섰고 선주인듯한 자가 배에서 내리더니 로린토에게 다가왔다. 아름다운 여자였다. 그녀는 로린토를 잠시 쳐다보더니 입을 열었다.
"(프랑스어)선박 등록을 하러 왔는데요."
그러나 문제는 로린토는 프랑스어를 모른다는것. 로린토는 당황해서 어쩔줄 몰라하다가 자기도 모르게 모국어로 말했다.
"(포르투칼어)저..전 항구관리가 아닙니다."
그러자 여자는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다시 말했다.
"아하 항구관리가 아니시라구요? 어쩐지 얼굴이 바뀌었다했지요. 그럼 항구관리는 어디간건가요?"
"아까 제 배를 등록허가해주고는 항구관리소로 들어간 모양인데요. 그런데 저희말을 아시는군요."
"네. 감사합니다. 탐험가다보니 외국어 공부를 많이 했지요. 그런데 옷차림을 보아하니 꽤나 높은분이신가봐요?"
"네? 아.. 로팔라 상단의 일은 하는사람입니다. 하하.. 뭐 높은 사람이랄것 까지야."
"오호 로팔라상단이라. 그럼 저기.. 잠시 어디 좀 가서 얘기좀 했음 싶은데요..."
'아니!! 이렇게 아름다운 여자가!! 먼저 나에게 돌격해오는건가!!'
혼자만의 착각속에 빠진 로린토.. 사실 20세란 나이는 한창 사랑과 열정에 빠져 살 시기. 그는 상상의 나래를 과도하게 펼치고 있었다. 우연히 타국에서 만난 아름다운 여인. 그녀와 대화를 하고 서로 같이 돌아다니면서 점점 친해지고. 명성을 과도할 정도로 심각할 정도로 쌓은 로린토의 청혼에 그녀는 부끄러워하며 승낙을 하고 우라지게 비싼 프리깃함위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아기는 축구팀(?)만큼 낳아서 바글바글 끌고다니고 결국 그들은 저 미지의 인도를 발견한뒤 모두의 축복속에......
"저기.. 싫으신건가요?"
여자의 말에 번뜩 정신이 든 로린토는 이미 눈이 돌아가버린 상태였다.
"아니요! 싫을리가 있겠습니까. 갑시다. 가시지요."
"네.. 네.."
뭔가 이상한 사람이라고 여자는 생각했지만 자신의 일이 급했기에 더이상 생각하지않았다. 이것이 그들의 첫만남. 나중에 이름을 개명하고 왕의 명을 받아 희망봉을 발견하는 바르톨로뮤 디아스와 그의 아내 마리 프랑소와와의 만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