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동안 안정을 취한 에르하르는 다시 상단의 일을 맡기시작했고 마르코가 죽은지 일주일이 지나자 잠시 충격에 빠져 중단되었던 많은 일들이 예전처럼 돌아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로린토는 여전히 충격에 휩싸인채 제정신을 차리지 못하고있었다.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항구에 나와 그냥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마르코와의 옛추억만을 떠올리고 있었다. 아버지나 마리의 잔소리가 귀찮아 그는 몇명의 선원을 고용해 조그마한 캐러벨 한척을 구입해서는 포르투까지 와있었다. 그가 그렇게 사람을 피하면서 옛 기억에 붙잡혀 헤어나지 못하고 있을때 어디선가 사람들이 달려와서는 그를 붙잡았다. 당황한 로린토가 물었다.
"뭡니까! 왜 이러는거에요?!"
"자네 선원이잖은가. 맞지?"
자기 정체를 드러내기 싫었던 로린토는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나라의 급한일이 있다. 선원들을 전부 동원하라는 동원령이 내려왔다. 너도 와줘야겠다. 물론 보수는 약속하지."
"나라의 급한일이라고요?"
그때 저쪽에서 좋은 옷차림을한 척보기에도 귀한사람인 티가 나는 사람이 걸어왔다.
"더이상은 묻지말게 젊은이. 그저 나라를 위해 한번 일좀 해줬으면 하네만."
로린토는 그 사람을 알고 있었다.
"엔리케 왕자님을 미천한 몸이 뵙습니다."
로린토의 허리가 절로 숙여졌다.
"계획은 이렇다. 현재 건조중인 전함들을 전부 8월 15일 밤에 동원하여 세우타 근처까지 항해한다. 그리고 동이 틈과동시에 세우타를 공격한다."
지금 작전사령부에서는 세우타 공략작전이 준비 중이었다. 당시 세우타는 이슬람인들의 항구였지만 포르투칼은 호시탐탐 아프리카로 진출할 기회를 노리고있었고 가장 가까운 세우타를 오래전부터 노리고있었다. 로린토는 예전에 엔리케 왕자가 자금문제로 상단을 방문했을때 만났었기에 신분을 숨길수도 없었고 왕자가 맡긴 전함의 지휘를 거부할 수 도 없었다. 사실 귀족도 아닌 그가 지휘관을 맡을 수는 없었을 테지만 이번 원정에 로팔라 상단이 자금을 지원했기에 그가 지휘관이 될수 있었다. D-Day까지는 앞으로 4일. 이제 전함은 건조가 모두 끝나있었고 선원들도 꾸역꾸역 리스본으로 몰리고 있었다. 치안문제로 순시관들이 분주히 돌아다녔고 엄청난 선원들의 무리에 시민들은 어리둥절해 있을뿐이었다. 로린토도 정신없이 바빴다. 그가 지휘할 전함의 선원들을 관리해야했고 자금문제로 상단에도 몇번씩이나 가봐야했다. 잠깐 마리를 만났을때 따가운 눈총을 받을줄 알았지만 의외로 마리는 그에게 이번일을 잘 해보라고 격려하고 홀로 다음 발굴지를 향해 떠났다. 그렇게 바쁘게 시간은 흘러갔다.
"모두 전투준비하라."
조용히 배들이 나아가고있었다. 파도를 가르며 갤리온들이 세우타의 불빛을 향해 돌진해갔다. 긴장되는 순간이었다. 모함이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신호다! 모두 포격개시!!"
"포격개시!!!"
선장인 로린토의 명령에 선원들이 복창을 하며 포를 당겼다.
콰콰콰쾅
적들은 공격을 당해서 우왕좌왕하고있었다. 몇몇이 갤리를 타고 상대하러 나왔지만 이미 이쪽은 전투준비가 갖추어진상태이고 저쪽은 부랴부랴 서두르느라 정신이 없는상태. 붙지도 못하고 포격에 모두 바다속으로 가라앉았다. 갤리온 200여 척의 포격에 세우타의 성벽은 무너져갔고 곧이어 상륙한 육군의 맹공에 세우타는 함락되고말았다. 엔리케왕자가 함락된 세우타의 광장에 서서 외쳤다.
"세우타는 우리 포르투칼의 것이다!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우리는 아프리카로 전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