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칼의 세우타점령은 당시 오스만투르크와 이슬람세력에 주눅들어있던 유럽대륙에 자신감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포르투칼의 시민들은 이 일로 아프리카 탐험에 열을 올렸다. 주점마다 세우타점령과 아프리카 이야기가 꽃을 피웠다. 후에 이사건을 계기로 에스파냐는 이베리아반도의 마지막 이슬람 왕국인 그라나다를 점령, 합병하게 된다.
"선장. 저기 우리 국적의 배 아닌가요?"
선원이 손가락으로 가르키는 지점을 따라 로린토의 눈이 갔다. 포르투칼국기를 단 카락 한척이 갤리들에 둘러싸여 공격을 받고있었다. 망원경으로 자세히 보니 국기 옆에 조그마한 표식이 붙어있었다. 왕가의 명령을 받고 움직이는 배였다.
"저 배는! 정기 연락선이다! 구출해야한다! 모두 전투태세!"
한달에 한두회씩 오스만투르크의 움직임을 포착하기위해 보내지는 정기연락선이었다. 중요 정보뿐만 아니라 여러 귀중품들도 실고있을것이 분명했다. 공격하고 있는 쪽은 알제해적들이었다. 예전에 자신도 공격받았었기에 그 문장을 잊을수가 없었다. 포가 갤리들을 향해 쏘아지기 시작했다. 갑작스런 공격에 적들은 당황했는지 아무곳에나 마구 포를 쏘아댔다.
"계속 포격하면서 적의 배에 충돌한다! 충돌후에는 적을 향해 총격을 시작하도록!"
그의 명령대로 선수포가 계속해서 불을 뿜으면서 해적들을 향해 달려갔다. 높이가 낮은 갤리들은 카락의 충돌에 맥을 추지 못했다. 물이 마구 넘쳐 흘러들어가서 한척씩 가라앉기 시작했다. 바다로 뛰어든 해적들에게는 가차없이 총격이 퍼부어졌다. 약 2시간이 흘러서야 연락선을 구출할 수 있었다.
"정말 고맙소. 이 은혜를 어찌 갚아야할지."
연락선의 선장이 로린토에게 경의를 표했다.
"포르투칼 국민으로써 당연히 해야할일이었을 뿐입니다."
"알제부근을 빠르게 항해해야해서 적의 눈에 띄지 않으려고 호위선을 대동하지 않았는데 설마 적들이 매복해있었을 줄이야."
"알제해적들이 요즘 기승을 부리는군요. 저도 한번 기습을 당해봐서 놈들의 무서움을 잘알고있습니다."
"어찌되었든 이번일은 국왕폐하께 잘 말씀드리겠소. 후한 보상이 내려질것이오."
"감사합니다."
며칠 후 왕궁으로부터 호출이 들어왔다. 한껏 차려입고 간 로린토를 국왕이 직접 알현해주었다.
"그대가 연락선을 구출해주었다는 것을 들었네."
"당연히 해야할 일이었을 뿐이옵니다 폐하."
"잔악무도한 해적들로부터 위험을 무릅쓰고 구해주었으니 그대에게 큰 상을 내리겠노라. 로린토 로팔라에게 1만 듀카티(당시의 화폐)와 황금 10돈, 그리고 바르톨로뮤 디아스라는 이름을 하사하노라."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폐하."
왕으로부터 직접 이름과 성을 하사받는것은 큰 영광이다. 그야말로 가문의 영광인것이다. 아버지인 에르하르역시 이소식을 듣고는 마르코가 죽은뒤로 처음으로 크게 웃으며 기뻐하였다. 마리 역시 왠일이냐고 퉁박을 주면서도 기뻐하는 듯했다.
그 후 몇년간 바르톨로뮤와 마리는 발굴현장에 돌아다니느라 정신이 없었다. 성요한기사단, 성당기사단, 튜튼기사단의 사적과 유물을 발굴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어느 날 발굴후 귀항하자 엔리케 왕자로부터 바르톨로뮤를 찾는다는 전갈이 도착해있었다. 예를 갖추어 찾아가자 엔리케왕자가 기쁘게 맞이해주었다.
"요즘 발굴을 하느라 바쁘다더군."
"개인적으로 관심이 있는 유물들이 있어서 왕자님의 전갈을 빨리 보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아닐세, 아니야. 이번에 왕실에서 추진하고 있는 계획이 있다네. 그 일에 참여할지 의사를 물어보려고 부른것일세."
"무슨 계획이옵니까?"
"왕실에서는 오래전부터 아프리카 서쪽 해안을 탐사하고있다네. 그런데 탐사도중 난파당한 선원 하나가 난파도중에 섬을 봤다는 거야. 아쉽게도 정확한 위치를 알지는 못하지만 아프리카 서쪽에 섬들이 있다는 것은 확실한듯 하네. 그래서 그 섬들을 조사해보고 사람이 살 수 있다면 우리의 영토로 만들어야겠지. 어때 해보겠나?"
바르톨로뮤로서는 기회였다. 처음에는 단순히 자기 상단을 차려보려고 했던 항해였으나 마리와 발굴을 하러 다니면서 그에게도 탐험가의 기질이 생겼는지 어딘가를 발견하고 탐험하는것이 즐거웠다. 게다가 왕실의 일이라니, 더욱 좋은 기회였다.
"부족한 능력이나마 왕실을 위해 쓰겠습니다. 저를 함대에 집어넣어주십시오."
"그대가 참여하겠다니 기쁘군. 좋아 함대는 며칠 후 출발이네. 채비를 갖추어놓게."
"예. 왕자님."
함대는 며칠동안 아프리카 서해안을 맴돌았다. 그러나 헛걸음일 뿐이었다. 카사블랑카에서 재차 보급을 마친 함대의 분위기는 그야말로 험악 그 자체였다. 선장들 역시 그 섬은 단순한 허깨비에 불과하지 않았는가라는 생각에 왕실로부터 귀환명령이 내려오기만을 기다렸다. 이런 분위기에서 제대로 탐험이 이루어질리가 없었다. 그러나 바르톨로뮤는 분명히 섬이 있을거라는 믿음에 언제나 선수에 서서 망원경으로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물새들이 날아다니는 것으로보아 분명히 근처에 육지가 있을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새들이 어딘가에서 쉬지도 않고 하루종일 날수는 없는법. 육지가 있고 둥지가 있기에 물새들도 날 수 있을것이라고 생각하며 망원경으로 쉴새없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했던가. 끝내 바르톨로뮤의 망원경에 육지가 보였다.
"육지다!! 육지가 보인다!"
그의 말에 놀란 선원들과 함장이 뛰어나왔다. 바르톨로뮤로부터 건네받은 망원경으로 육지를 본 함장은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기뻐했다. 몇 시간 후 육지에 도달한 함대는 그 곳을 두루 탐사해보았고 섬이라는 것도 알게되었다. 함대의 함장이었던 사람은 아름다운 섬의 경치를 보고는 그 주변의 조그마한 바위섬을 묶어서 "낙원"이라는 의미의 마데이라제도로 명명하였다. 이 발견이 포르투칼의 식민 계획의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