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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지휘관은 휴가를 나왔다

Erkenia
댓글: 2 개
조회: 1629
추천: 13
2017-08-21 11:51:13


 아침을 깨우는 알람이 없다는 것은 얼마나 기쁜 사실인가. 가볍게 맥주 한 잔과 함께 잠든 어젯밤, 동틀녘의 어슴푸레한 빛이 아닌 쨍한 햇볕에 깨는 잠은 상쾌하기 그지 없었다. 드디어 휴가라는 실감이 났다. 그래봤자 부대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공관 비스무리한 것이었지만, 지휘관실 한 구석에 마련된 간이 숙소에서 자고 일어나던 때에 비하면 그없이 편한 장소였다.

 "일어나셨어요, 지휘관?"

 부스스한 머리를 긁적이며 하품을 한 지휘관이 방을 나서자 스프링필드가 그리 인사해왔다. "네, 간만에 잘 잤네요." 자연스레 그리 대꾸하곤 화장실에서 가볍게 세수를 하곤 나섰다. 음, 방금 누가 인사했던가?

 공관 비스무리한 것이라 했지만 공관을 관리하는 이가 따로 딸려있는 것은 아니었다. 따로 누군가에게 관리를 부탁한 적도 없고, 고용한 적도 없었다. 그 말인 즉슨 이 집은 지휘관 혼자 있어야 정상이라는 말이었다. 훔쳐갈 물건이야 없지만 분명 문도 잠궈 놨을 터인데.

 "아침 식사 준비는 해두었어요. 지금 드실래요?"

 화장실에서 나서니 스프링필드가 앞치마를 입은 채로 빼꼼 얼굴을 내밀곤 그리 물어왔다. 지휘관은 얼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느긋하게 아침을 챙겨먹을 생각이었지만 누군가 챙겨준다면 마다할 일이 없…….

 "스프링필드 씨?"
 "네, 왜 그러시나요, 지휘관?"

 그녀가 생글생글 웃는 얼굴로 자연스레 대답했다. 얼마나 자연스러웠는지 지휘관조차 아무것도 아니에요, 하고 무심코 말할 뻔 했다. 지휘관은 이마를 슬쩍 부여잡았다. 그는 휴가였다. 여기는 부대 내 그에게 배정된 공간이 아닌 부대 외부의 막사였다. 얼마 걸리지 않는 거리긴 했지만 분명 부대와는 동떨어진, 그만의 공간이었다. 그리고 그는 그 곳에 혼자 살고 있었고, 당장 어제만해도 혼자서 간만에 마시는 한 캔의 맥주와 함께 잠들었을 터이다. 그 장면에 과연 누군가 같이 있었던가.

 "빨리 오세요. 아침 다 식어요."

 어딘가 기억에 빈 칸이 있나 필사적으로 뒤지는 그를 바라보며 스프링필드가 조금 곤란한 듯 웃으며 말했다. 흡사 신혼 부부가 이러할까 싶은 자연스러움이었다.

 그는 기억을 뒤지는 것을 포기했다. 아직 덜 깬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지휘관은 다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스프링필드 씨?"
 "네, 지휘관. 전 여기에 있어요."
 "……왜 여기에 계신거죠?"

 그녀가 잠깐 멈칫했다. 생글생글한 표정 그대로 잠깐 굳은 그녀는 잠시 후 "아침 다 식어요."하고 다시 말했다. 지휘관은 머리를 부여잡고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다른 인형들에겐 한없이 나긋하고 자애로운 어머니 같이 양보하면서, 그녀는 그 앞에선 이따금씩 고집을 부리곤 했다. 지휘관은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

 "아침 먹으면서 이야기 하죠."

 간단하게 차려진 아침 식탁은 그의 마음에 드는 것이었다. 부담되지 않는 음식들은 아침을 가볍게 먹는 지휘관의 취향을 고려한 것이었다. 과연 그걸 준비한 것이 우연의 일치일지는 둘째치고.

 잠시간 식기 달그락거리는 소리만 울려퍼졌다. 스프링필드는 뭐가 만족스러운지 턱을 괴곤 식사를 하는 그를 바라보며 내내 빙글빙글 웃었다. 묘하게 부담스러웠다. 이윽고 식기를 비우자, 그녀는 자연스럽게 커피를 내왔다. 알맞게 우러난 커피 향 또한 그의 기호에 딱 맞았다.

 "잘 먹었어요."
 "변변찮았는데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감사해요."

 집 주인이 바뀐 것 같은 반응이었다. 커피 한 모금을 마신 지휘관이 크흠, 하고 헛기침을 했다. 마지 제 집처럼 너무 자연스레 녹아들어가 있었지만 이 집은, 그가 혼자 사는 집이 맞았다. 지휘관은 조심스레 그녀에게 물었다.

 "그, 스프링필드 씨가 왜 제 집에?"
 "저도 휴가여서요."

 네? 그가 멍청하게 되물었다. 그녀는 오히려 이해가 안된다는 듯 가볍게 고개를 갸웃했다.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그런 표정이었다.

 "아뇨, 그, 휴가인데 왜, 제 집에?"
 "폐인가요?"

 그리 말하며 밑에서부터 살짝 올려다보는 표정. 지휘관은 눈을 돌렸다. 항상 자애로운 모습만 보아오다가 폐를 끼칠까 전전긍긍하는 그 얼굴은 차마 정면으로 쳐다볼 수가 없었다. 반칙이었다. 분명 잘못한 것은 없지만 죄인이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런 건 아닙니다만……." 그가 할 수 있는 말은 그것 뿐이었다.

 "휴가인데 따로 쉬지는 않는건가요? 그간 바빴으니 푹 쉬어야할텐데."
 "지휘관과 같이 쉬고 싶은데, 안되나요?"

 이번엔 다시 생글생글 웃음. 지휘관은 무어라 답변할 수 없이 난처하게 웃을 수 밖에 없었다. 물론 그녀와 있다고 해서 불편하진 않았다. 부대 내에서 상당한 인망을 가지고 있는 그녀는 자주 부관으로 지휘관을 도와주곤 했으니.

 "저는 신경쓰지 마시고 편하게 계셔도 괜찮아요. 딱히 무언가 하려고 온 건 아니에요. 저도 쉬러 온 걸요."

 지휘관이 머리를 긁적였다. 그녀가 있다고 해서 크게 문제가 될 건 없었다. 해봤자 소소하게 독서를 하고 저녁에 외식을 하며 가볍게 술 한 잔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휴가라고 해서 거창하게 어디 여행을 가느니 하고 싶진 않았으니.

 장난을 좋아하는 P7이나 언제나 지휘관에게 달라붙어 머리를 쓰다듬어 달라 조르는 G41과 달리 그녀는 그저 조용히 그의 옆에서 그를 도와줄 뿐이었다. 물론 그가 그런 것들을 싫어하는 건 아니었지만, 휴가만큼은 조용히 쉬고 싶은 것이 그의 본심이긴 했다. 그 때문에 데려가달라 달라붙어 울고 불고 하는 G41을 달래느라 그리도 고생했던 것이었다.

 그런 지휘관의 생각을 읽은 듯 스프링필드는 따로 그에게 말을 건네지 않았다. 식사 이후 집에는 침묵이 흘렀다. 어색함이 감도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익숙한 이들 사이에 존재하는 기분 좋은 고요함이었다. 팔락거리는 책장 넘기는 소리와, 이따금씩 찻잔이 받침과 부딪히는 소리.

 툭. 스프링필드가 다 읽은 책의 커버를 덮고는 만족스런 한숨을 내쉬었다. 책장 넘기는 소리도 없이 잠시간 시계가 째깍거리는 소리만이 흘렀다. 지휘관은 읽던 책을 배에 올리고 벽에 기대 고요한 숨소리와 함께 자고 있었다. 그녀는 그가 앉아있던 침대에 다가가 그를 깨우지 않게 조심스레 앉았다.

 부대 내에 몇이나 본 적 있을까한 지휘관의 평온한 자는 얼굴. 그리고 항상 제복에 감싸여 그 누가 본적 있을까한 그의 편한 사복 차림. 그녀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만족스레 웃었다. 지금만큼은 모두의 지휘관이 아닌 그녀만의 지휘관이었다.

 스프링필드가 지휘관의 뺨을 천천히 쓸었다. 언제나 고생하는 사람이다. 그녀들을 위해 항상 밤잠까지 아껴가며 일하는 이였다. 그녀들이 다쳐 돌아오면 피곤에 쩔어 본인이 더 힘들어보이면서도 그녀들에게 찾아와 사과를 하던 그의 모습은 그녀들의 마음을 빼앗기에 충분했다.

 눈가를 살짝 덮은 그의 앞머리 너머 의외로 긴 속눈썹이 보였다. 그녀는 충동적으로 그의 앞머리를 살며시 쓸어올리곤 그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지휘관이 손가락 끝이 살짝 움찔했다. 어머, 그녀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그에게서 떨어졌다. 이윽고 그의 조용한 숨소리가 다시 울려퍼졌다.

 이정도 친애의 표현은, 이 정도 앞서가는 것은 반칙이 아닐거라 생각하며 그녀는 살며시 웃었다.

 지휘관의 휴대폰이 울렸다. 액정엔 카리나, 라는 문구가 떠있었다. 스프링필드는 지휘관이 깰까 휴대폰 소리를 줄였다.

 그녀는 의외로 영악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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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전이는...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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