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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지휘관은 옛 꿈을 꾸었다

Erkenia
댓글: 5 개
조회: 1338
추천: 10
2017-09-24 18:36:43
 스프링필드의 진심어린 간호에, 그는 이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된다했지만 그녀는 절대로 양보하지 않았다, 하루 새에 몸은 꽤나 나아졌다. 하지만 먼저 휴가를 복귀하며 무엇이 그리 걱정되는지, 스프링필드는 지휘관에게 몸조심하라며 신신당부했다. "누가 보면 오늘 내일하는 사람인 줄 알겠어요." 그리 농을 던지자 그녀는 볼을 부풀렸다만.

 "대신 간호해주실 분을 불러뒀어요."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어요."
 "저희가 걱정돼서 그래요."

 어젯밤, 그녀가 가기 전에 했던 말이었다. 간단히 먹을 수 있는 유동식부터 해서 아침 저녁으로 먹을 약까지 꼬박꼬박 챙겨둔 것으로도 그녀의 마음은 편치 않았던 모양이다. 지휘관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꿈을 꾸었다. 자욱한 연기와 타닥거리는 소리. 어디선가 들려오는 비명과 총성. 혼잡하기 그지 없었다.

 간만에 보는 그 때의 기억이었다. 감기 때문에 몸이 약해져서일까. 꽤나 오래 잊고 있었던 것 같은데. 십 여 년 전 어릴 적 기억은 이제 흐릿해져가고 있었다. 선명했던 그 때 그 기억은 이제 어렴풋해졌다고 생각했건만 아무래도 마음 속 깊이 새겨져 있는 모양이었다.

 세상이 대충 망하고 난 뒤. 우스꽝스럽기 그지 없는 표현이지만 아마도 그리 말하는 것이 작금의 세상을 말하기에 가장 정확한 말일 것이다. 그리고 그런 세상에서 비극은, 그리고 그 비극의 주인공들은 흔해빠진 것이다. 그 또한 그러했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한 발짝 물러서서 바라보는 그때의 광경이란. 움직이는 것은 고사하고 숨소리조차 조심스러운 상황이었다. 어린 아이의 짧은 생각으로도 그리 생각할 수 있었다. 전쟁통은 광기의 한복판이었다. 살아남은 것이 행운일 것이다.

 비록 살아남은 것이 그 혼자일지라도.

 연고자도 없이 어린 아이가 살아남기엔 세상은 꽤나 각박했었다. 그도 어떻게 살아갔는지 기억은 잘 나지 않았다. 그저 필사적으로 살아남았단 것 정도만 기억에 남았다.

 누군가가 머리를 쓰다듬는 느낌. 지휘관은 천천히 눈을 떴다. 감기 기운은 아직도 진득하게 달라붙어 그를 괴롭히고 있었다. 스프링필드의 걱정이 맞은 모양이었다. 평소라면 아마 빠릿하게 일어났을텐데. 문 열리는 소리조차 듣지 못한 모양이었다. 멍한 정신에 고개를 살짝 돌려 침대맡을 바라보았다.

 "일어나셨나요, 지휘관 님?"
 "아……, 스프링필드 씨?"
 "정말, 지휘관 님도 참."

 조금 나무라는 듯한 말. 다시 들어보니, 스프링필드의 목소리와는 다르지만, 비슷한 분위기의 나긋한 목소리. 지휘관 님이라는 호칭은 꽤나 익숙한 것이었다.

 "죄송해요……, 95식 씨."
 "아뇨, 괜찮아요."

 살짝 웃은 그녀는 다시 그의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부드러운, 능숙한 손길이었다. 그러고보니 97식의 머리를 이렇게 쓰다듬는 모습을 자주 보곤 했었지. 가벼이 한숨을 내쉰 그가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많이 힘드신가요? 이따금씩 신음을 흘리시던데."

 땀이 배어난 그의 이마를 살짝 닦아주며 그녀가 물었다. 정확한 꿈의 내용은 기억나지 않았다만, 좁은 공간에 숨어 숨조차 죽여가던 그 장면만은 생생히 기억났다. 폐쇄공간 속 압박감이 문득 되살아난다. 숨이 거칠어졌다.

 "괜찮으세요, 지휘관 님?"

 그녀가 놀라 그에게 물었다. 놀라 어쩔 줄 모르는 그녀에게 손을 들어 진정시키곤, 지휘관은 천천히 심호흡했다. 이젠 지나간 일이라 생각했는데, 마음 속 깊이 남아있는 어릴 적 기억은 상처로 남아있는 듯 했다. 고작 떠올리는 것 뿐이었는데. 폐쇄공포증은 거의 극복했다 생각했지만 그렇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미안해요, 조금 옛날 꿈을 꿔서요. 못 미더운 모습을 보여드렸네요."

 자그만 미소는 힘없는 표정. 아직 진정되지 않은 살짝 가쁜 호흡 소리. 쓴웃음이 어울리던 평소의 지휘관과는 다른 연약한 모습에 95식은 무심코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달래줘야할 것 같은 애처로운 웃음이었다.

 "많이 힘드셨나요?"
 "조금 몸살 기운이 남아있는 정도에요."
 "많이, 힘드셨나요?"
 "……."
 "무슨 일이 있었나요?"

 잠시간의 침묵이 이어졌다. 그는 그녀의 손을 쳐내지도, 거리를 벌리지도 않았다. 그녀 또한 그저 그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었다. "흔한 이야기에요." 웅얼거리는 소리였다.

 "전쟁통에 부모님을 잃었어요. 무너진 집 안, 운 좋게 작은 공간 속에서 웅크리며 살아남았고, 또 구출됐죠. 그리고 고아원에 맡겨졌어요."

 "약해보이면 안됐어요. 그 뿐이에요." 그는 그리 말하곤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그의 말마따나 흔한 이야기였다. 어딘가 굴러다니고 있을 노숙자와, 지금은 번듯한 지휘관인 그의 시작은 같았다. 아득바득 살았느냐 아니느냐의 차이일 뿐이겠지.

 "시간 내서 와줬는데 무거운 이야기를 했네요, 미안해요."

 지휘관이 머리를 쓰다듬어주던 손을 정중히 떼어냈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한 그 얼굴엔 다시 그의 얼굴에 어울리는 자그마한 쓴웃음이 걸려있었다. 자조일 터였다.

 "그냥, 그런 이야기에요. 신경쓰지 마세요."

 태연하게, 애써 평소처럼 행동하려 하며 그리 말하는 그의 모습이 더 약해보이는 것은 어떨까. 그녀는 충동적으로 그를 끌어안았다.

 "고생하셨어요, 지휘관 님."

 갑작스레 안기는 바람에 놀라 움찔한 그가 그 말을 듣고는 움직임을 멈췄다. "정말로, 고생하셨어요." 해줄 수 있는 말이라곤 그것 뿐이었다. 아이를 달래듯이 그저. 그 말을 듣고, 지휘관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네, 힘들었어요. 정말로, 정말로."

 그렇게 밖에 표현할 수 없는 것이겠지. 그때의 고생이 스쳐지나가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한낱 전술인형인 그녀로써는 상상할 수도 없는 길이 그곳에 있을 것이었다. 옆에서 같이 겪은 것이 아니기에 더 이상 해줄 수 있는 말이 없었다. 그저 마음 가는대로 살며시 안아주는 것 뿐이리라.

 "약한 모습을 보였네요. 다른 인형들에겐 비밀로 해주세요."

 그녀를 살짝 밀어낸 그가 그리 말하며 쓴웃음을 지었다. 아까보다 살짝 얼굴이 붉었다. 인형이라고는 해도 여성에게 안긴 것이 뒤늦게 부끄러워졌던 것일까, 그녀는 그런 지휘관이 귀여워 살짝 웃었다.

 "네, 약속할게요, 지휘관 님."

 물론 명령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부탁하신거니 지켜질 지는 모르겠지만요. 그녀는 그 말은 삼켰다. 지휘관이 그녀의 가슴에 안겨 약한 모습을 보였다, 그 사실을 밝히는 것만으로도 그녀는 아마 온 지휘부의 질투를 한 몸에 받을 수 있겠지. 하여간 그는 죄 많은 사람이었다.

 무어, 여기에 있는게 그녀가 아니라 스프링필드였어도 똑같이 행동했을 것이다. 그리 생각하고 마는 것은 지휘관의 마음에 가장 가까이 다가간 것이 그녀이기 때문일까. 깨달았는지 깨닫지 못했는지 모르지만 그건 어쩌면 질투일 것이다. 어쨌든, 그녀도 그녀가 말한 '온 지휘부'의 일원이었으므로.

 그나저나. 95식은 가벼이 한숨을 내쉬었다. 지휘관의 마음의 벽은 조금 허물어진 모양이었다. 그녀가 한발짝 내딛을 수 있었던 것을 보아하니. 이래서야 스프링필드가 제 자리를 대신해줄 이로 그녀를 뽑아준 것에 얼마나 보답을 해줘야하는지 모를 정도였다.

 두 번째 정도는, 양보해주려나.

-

애정을 너무 쏟았다

Lv3 Erke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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