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온라인 게임이란 무엇인가?
약간은 장문일
수 있는 본문에 들어가기에 앞서서 관련된 언급을 하지 않고 넘어가게 되면 반드시 문제가 생길만한 자극적인 제목임을 알기에, 이에 관한 피하기 힘들어 보입니다. 완벽한 게임이라는 말이 심히
거슬리신다면, 완벽에 가장 가까운
정도로 생각해 주십사 합니다. 또한 철저하게 게임의 장르부터 평가까지 주관적이므로, 이 또한 명심하시기
바라며 여러분과 소모적인 논쟁을 피하기 위해 사실에 대한 정정 이외의 비판에는 응수하지 않겠습니다.
저는 그리 오랜
세월을 살지도 못했고, 어떤 게임계의 거장이나 유명인사도 아니며, 관련
업무에 종사하지도 않는 평범한 대학생입니다. 물론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에는 제가 게임에 투자한
시간이나 돈은 우스울 정도로 많은 투자를 하신 분도 계시겠고, 앞서 말한 업계 종사자이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것을 떠나, 그저 한 명의 게임 애호가이자 유저로서
제가 느끼고 생각한 바를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앞서 언급했듯
저는 나이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창세기전, YS(이스), 초창기의 파이널판타지, 환세취호전 세대는 아니며 오히려 스타크래프트, 파랜드택틱스, 대항해시대가 돌던
90년대 초반 즈음의 게임들이 저에게는 더 익숙합니다. 심지어 앞으로 이 글에서 대표적인
게임으로 자주 언급하게 될 리니지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이하 와우)
또한 같은 세대기는 하지만 플레이 해보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완벽한 온라인 게임’과 이 두 게임을 언급할 것이며, 가장 최근에 문제가 되고 있다고 보는, 우리는 이 게임을 왜 해야하는가? 에 대한 대답을 내놓지 못하는 게임들을 보며 이와 관련된 근원적인 것만을 다루고자 합니다.
먼저 게임의 장르에
대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여러분이 공감하실지 어떨지는 솔직히 감이 잡히지 않습니다만, 게임 장르의 최종적인 형태는 MMORPG가 될 것이라 저는 생각합니다. MMORPG란 Massively Multiplayer Online Role-Playing Game
의 준말이며, 즉 ‘다중 접속 역할 수행 게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여러 명의 사람이 동시에 온라인에 접속해서 역할을 부여하고(받고) 수행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시면 쉽습니다. 그리고 MMORPG가 ‘완벽’하게 되기 위해서 필요한 두 가지 요소를 리니지와 와우라는 예시를 통해 말씀 드리려고 합니다. [ 두 게임은 MMORPG라는 장르에 넣기에는 미흡한 요소가 분명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디까지나 예시로써 받아들여 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MMORPG가 완벽하게 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플레이어, 즉 유저User들이 게임에 재미를 느껴야 합니다. 완벽한=재밌는 게임! 이라는 말을 드리고 싶은 것이 아니라, 재미가 있는 것, 즉 흡입력이 있고 유저를 게임에 빨아들일 수 있는
게임이 기본적으로 되어야 한다는 것이죠. 그리고 제가 보기에 이 ‘빨아들여
지는’ 유저는 두 부류로 나뉩니다. 하드Hard 유저와 라이트Light 유저.이 예시는 분명히 적절하지 않습니다만, 이 두 단어만큼 대중적으로 익숙하게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없기에 여기 차용합니다. 그렇다면 이 두 부류는 어떻게 다르고, 어떻게 끌어들여야 하는가?
먼저 하드 유저의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시간(과 돈을) 상대적으로 많이 게임에 투자합니다. 그리고 집단 행동-일반적으로 길드 단위의-을 주로 하며, 전투 위주로 플레이 하는 만큼 컨트롤 능력이 뛰어나고, 남과 비교해서
우위를 갖는데 게임의 목적을 둡니다. 물론 남보다 뛰어난 것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테지만, 이들은 특히 그런 경향이 강합니다. 그리고 하드 유저가 추구하는
3요소는 [부 권력 무력]입니다. 또한 이 세가지는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게임에서 부라는 것은 개인적으로든 집단적으로든 비교우위를 갖고
이를 공고히 하기 위한 수단입니다. 더 좋은 장비, 더 많은
물약, 더 많은 무엇으로 더 강한 무력을 보유하는 것이 게임상의 부의 목적이며, 나아가 현금화 수단이 있다면 현실을 위함이 목적이 되기도 합니다.
권력이라는 것은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만, 여기서는 게임사에서 부여하는 시스템상의 권한을 이야기 합니다. 일반적으로 영지, 성, 주인(성주 혹은 영주, 나아가 왕)의
권한을 말합니다. 부를 창출하는 수단이며, 무력으로 획득하려
하는 목적입니다.
무력은 기초 수단입니다. 무력을 통해 경쟁자를 쓰러뜨리고, 권력을 획득하고 부를 창출하여
다시 무력을 강화하는 순환이 이루어집니다. 가장 기본이자 근본이 되는 수단이자 목표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특성을 가진
하드 유저들에게 ‘재미있는 게임’이란 어떤 것이고, 어떤 것이어야 하는가? 결과적으로 전투 위주의 플레이이므로, 하드 유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전투입니다. 전투의 타격감, 밸런스 같은 문제는 차치하고 서라도 그 동기에 관해서 다루자면, 사실
이런 전쟁, 공성, 이익을 놓고 집단과 부대단위의 전투가
이루어지는 시스템을 가장 적나라하게 선전하고 주력으로 삼은 대표적인 것이 리니지 입니다. 공성과 수성을
통한 성을 담보로 한 전쟁, 성에서 나오는 막대한 양의 부. 이런
시스템을 잘 차용하고 개발시킨 게임이라 평합니다. 다만 여기서 하드 유저 = 린저씨와 가장 크게 구별되는 점은 바로 뒤에 설명할 요소인 컨트롤입니다.
첫째. 하드 유저에게, 전투는 절대로, 반드시 컨트롤이 중심이 되야 합니다. 게임상에서 전투에는 여러 변인들이 있습니다. 레벨, 컨트롤, 장비(아이템), 스킬(직업) 등등. 허나 일반적으로 컨트롤에 큰 방점을 찍는 게임은 만들기 어렵고
전투의 난이도가 급상승한다는 이유로 찾아보기 힘듭니다. 그래서 보통은 아이템과 레벨을 이용한 전투가
되기 십상입니다. 그러나 이런 게임은 레벨을 올리고 아이템을 얻기 위한 맹목적인 노가다를 강요하며, 반드시 게임의 지루함을 유발하고 오토와 매크로, 작업장을 양산하며
이에 따라 시장 구조의 붕괴, 결국 많은 유저들이 떠나는 시발점이 됩니다. 또한 클릭 클릭 123 식의 전투는 레벨/아이템에 의존하기에 변수가 적고 결과적으로 거대한 집단에 의해 서버 자체가 지배 받을 확률을 높이며, 전투의 재미를 반감시킵니다.
둘째. 하드 유저에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력하고 한정적인 아이템은 필요합니다. 위에서와 딴소리를 왜 하느냐고 묻는다면, ‘한정적’인 아이템이 필요하다는 것에는 동의합니다. 다만 반드시 천편일률적이고 소모적인 강화 시스템은 존재하는 순간 게임을 나락으로 떨어뜨리며, 오히려 제가 말하고자 하는 ‘강하고 한정적인 아이템’은 존재 그 자체로 강력하고, 수는 정해져 있으며, 그 강함은 기존 아이템 정도는 우스울 정도로, 일반 전투나 공성전
가리지 않고 엄청난 위력을 발휘해야만 합니다. 밸런스 파괴가 아니냐?라고 물으신다면 아니다라고 대답할 수 있는 것이, 이
아이템을 이미 ‘아무나 가질 수 없고’ ‘수가 정해져 있고’ ‘강력한’ 아이템이라고 정의한 이상 여기에 밸런스의 잣대를 들이대서는
안됩니다. 서버당 10~20개 사이. 이 정도로 정해진 강력한, 거의 신내림을 받은 무기는 결코 강화
따위로 얻어져서는 안되며, 1회성 레이드, 숨겨진 전설급
히든 퀘스트, 혹은 엄청난 가격으로 일부 한정 수량 판매하는 식이 되어야만 합니다. 또한 이 아이템은 거래가 가능해야 하며, 거래 가능할 때 비로소 ‘전설급 한정수량 아이템’은 독점의 대상이 될 수도 있지만 거대한 집단에 대항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다만 이런 아이템은 반드시, 언제든지 빼앗길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셋째. 전투를
통해 얻는 이득이 있어야 합니다. 이유 없이 싸울 수는 없습니다. 대표적으로
사망 시 소지품을 떨구는 루팅 시스템이 있습니다. 혹은 이익을 가져다 주는 성이나 영지를 놓고 전투하여
승자가 소유권을 갖는 것도 일반적입니다. 다만 이 행위는 반드시 라이트 유저가 피해갈 방법이 있어야
합니다. 막장 하드코어식 게임의 결말은 이미 에이지 오브 코난이 잘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이유 없는 개쌈의 끝은 초보와 라이트 유저들의 접음으로 결론이 납니다.
넷째. 직업과 스킬은 다양하고
또 사리와 이치에 맞아야 합니다. 직업과 스킬은 많을수록 좋습니다. 물론 밸런스의 문제는 중요하고, 모든 스킬은 어떤 식으로든 전투와
탐험에 도움이 되어야합니다만, 스킬이나 직업이 적은 것과 많은 것 중에는 밸런스를 파괴하더라도 많은
쪽이 무조건 좋습니다. 전쟁터에서 내가 쓰는 스킬을 적도 쓰고 아군도 쓰고 모두가 다 쓰며, 심지어 그 효과도 똑같다면 게임에서 플레이어는 자신의 그저 하나의 부속품에 지나지 않나 생각하게 됩니다. 즉 차별적인 것이 사라지고 이는 재미의 감소로 이어집니다.
또한 이는 사리와 이치에
맞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마법사는 마법을 써야 하고, 이는
검사가 검을 휘두르는 것보다 느리지만 강력하며, 또한 부가적으로 마법 자체의 사용은 일정한 난이도를
지녀야 합니다. 이런 사리에서 벗어나는 순간 유저는 의아함을 느끼고 밸런스를 문제 삼기 시작합니다.
그렇다면 라이트 유저는 어떨까요?
라이트
유저, 이렇게 말하면 우습지만 제가 생각하는 ‘라이트’를 잘 살린 게임은 와우라고 생각합니다.
혹은 스카이림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온라인이라는 범주에서 와우를 꼽았습니다.
라이트
유저의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들은 (상대적으로)적은 노력을 게임에 투자합니다. 솔로잉을 즐기고, 소속되는 것을 싫어하고, 전투가 중심이 되기 보다는 게임의 판타지
세계를 탐험하는데 중심을 둡니다. 즉
이들의 목적은 전쟁보다는 탐험입니다. 따라서
라이트 유저의 3요소는 [다양성, 모험, 안전] 입니다.
첫째로. 탐험을
즐기는 라이트 유저에게 있어 게임 속의 세상은 다양해야 합니다. 이런 마을이 있으면 저런 도시도 있고, 이런 환경이 있으면 저런 환경도 있으며, 각각의 지역에서의 퀘스트와
사건은 그 지역의 환경, 또는 설정과 밀접하게 연관된 개연성을 가져야만 합니다. 또한 이에 따라 게임 속 세상은 한없이 광활해야 하며, 모험에는
반드시 보상이 따라야 합니다. 굉장한 모험에는 반드시 굉장한 보상을 주십시오.
둘째로, 세상은
모험으로 가득 차 있어야 합니다.
이는
최근 추세인 게임 전체적인 난이도의 급 하락과도 연관이 있습니다. 언제부터 게임이 이렇게
쉬워졌나요? User Interface나 환경설정의
친절한 정도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전투의 난이도를 말하는 것 또한 아닙니다. 게임은 바보 상자가 되어서는 안됩니다. 중요한 것은 반드시
숨겨져 있거나, 숨겨져 있음에도 무언가가 지키고 있거나, 있는
걸 알아도 환경적으로 도달하기 힘든 장소에 있어야만 합니다. 또 어떤 사건이나 퀘스트에서 유저가 나아갈
길은 텍스트나 행동으로 간접제시만 되어야 하고, 결코 화살표 따위로 제시되어서는 안됩니다. 화살표 따라가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DDR을 하지 RPG를 하지는 않습니다. 게임이 전반적으로 너무 친절해 졌으며, 그에 따른 반작용으로 게임에서 모험하는 재미, 즉 숨겨진 것, 도달하기 힘든 것에 도달하는 길을 찾아내는 재미가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이것을
반드시 게임은 되찾아야만 합니다.
마지막으로, 라이트 유저에게
세상은, 적어도 다른 유저로부터는 안전해야 합니다.
앞서 하드 유저 쪽에서 이야기한
PVP 관련 내용과 일맥 상통합니다. 물론 모험 자체가 안전해서는
결코 안됩니다. 때로는 환경적 요인 때문에, 때로는 유물이나
유적을 지키고 있는 NPC 때문에 모험은 반드시 위험해야 합니다. 그러나
모험 자체의 과정에서 다른, 특히 전투를 업으로 삼는 하드 유저에게
PK를 당하는 일은 없어야만 합니다. 원하지 않는 전투는, 적어도 라이트 유저에게는 지양될 필요가 있습니다.
뭔가 글의 내용도
어수선하고 서툴게
느끼실지 모르겠지만, 결국
요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게임은 재미를
위한 것이며, 그
재미를 느끼는
주체인 유저는
두 가지
부류로 나뉜다. 하드
유저는 전투를
업으로 삼고
타인과의 비교
우위를 확인하는
것으로 재미를
느끼므로, 이를 충족시킴과 동시에
숨겨진 장소, 업적, 퀘스트를
통한 재미를
얻는 라이트
유저를 모두
잡을 수
있는 게임이
나온다면 더
바랄 바가
없다는 것입니다. 물론
그래픽, UI, 전투 시스템, 밸런스
등의 문제도
산적해 있습니다만, 보다
근본적인 요즈음의
게임 불감증
원인은, 마찬가지로 이런
근본적인 유저의
동기파악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하드 유저를
위한 전투용
게임을 만드는
것이 라이트
유저를 같이
고려하는 것보다는
쉽고 간단합니다. 오히려
그 역이
너무 어렵다고
봐야겠지요. 하지만 게임이
완전을 추구한다면, 단순히
반짝 벌고
끝날 것이
아니라 진정
재미를 목적으로
한다면 욕심일지도 모르지만, 두
가지 토끼는
반드시 다
잡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