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온라인 게임의 문제점을 두 가지 뽑아보자면 상업성과 트렌드입니다.
트렌드부터 말하자면 너무 유행을 따라간다는 점이죠.
큰 흐름만 따라가자면
처음 크레이지 아케이드가 나오면서 케쥬얼 장르 게임이 대세를 탔고
서든어택을 필두로 FPS 장르가 범람하기 시작했고
이제 와우와 아이온으로 RPG 장르로 넘어왔죠.
게임 하나가 대박을 터트리면 그 장르의 게임이 정말 우수수 쏟아집니다.
이 문제는 게임을 개발하는 입장에서 최대한 이익을 내야하고 그러다보면 대박난 게임의 흥행 요소를 역추적해서 그걸 따라가려하는 방식때문이 아닌가 생각하네요.
사실 게임이 대박치는 것은 그 장르의 문제라기 보단 게임성만 좋으면 되는건데 말이죠..
이 현상때문에 대박난 게임 따라가느라 오히려 제일 중요한 게임성은 낮아지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상업성 문제는 많이 들어봐서 설명하는 게 지겨우실 정도 일겁니다.
그래서 대신 예로 상업성으로 망친 게임 2개를 들어보고 싶네요.
첫째로 택티컬 커맨더스
이 게임 들어보신 분들 많을겁니다.
그 당시 RTS 장르라 하면 무조건적으로 전쟁이 배경이 되는데 사실 스타크래프트 이후로 죄다 플레이어간의 1:1 싸움밖에 없었죠.
배경은 전쟁이라지만 실제로 플레이하는 건 2명밖에 없는 상황인겁니다.
이 트렌드를 역행하고 RTS 장르에서 정말 자신이 몇백 몇천의 유저가 싸우는 전쟁 속에 들어가서 유닛들을 지휘하는 게임이 택티컬 커맨더스 이외에 몇개나 있었을 지 모르겠네요.
전쟁또한 그냥 정해진 기간에 하는 게 아니라 실시간 전쟁이라는 말이 유일하게 어울릴 정도로 24시간 국지전이었습니다.
한 행성에 4개의 국가가 있었고 국가간의 전쟁도 정말 치열해서 A 국가가 B 국가의 수도까지 밀고 들어갔다가 지켜보고 있던 C국가가 A 국가 유저들이 다 나간사이에 옆구리를 찔러 A 국가의 수도까지 밀고 들어가서 A 국가 대통령이 모두 귀환 명령을 내리는 실제 전쟁같은 상황도 많았구요.
정치 제도도 엄청나게 발달하진 않았지만 유저 한명이 한 표씩 해서 대통령을 선출할 수 있었고 시원찮으면 쿠데타도 가능했죠.
RTS 장르의 문제인 '모두가 똑같은 유닛' 을 사용하는 현상도 방지했었죠.
연구소에서 따로 유닛 하나하나 마다 무기, 장갑, 엔진, 특수 부품 등 아마 교체할 수 있는 장비가 8개는 넘어갔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똑같은 타입의 유닛이어도 성능은 유저에 따라 천차만별이었습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높은 장비를 끼우는 게 장땡이 아니라 유닛마다 유저 스텟에 따라 유닛의 무게 한도가 정해져 있었고 다른 스텟중엔 한번에 전투에 투입할 수 있는 유닛 수를 증가시키는 등의 선택지가 있어서 '질에선 조금 떨어지지만 많은 유닛' 을 선택할 지 '많진 않지만 성능에서 월등한 유닛' 을 선택할 지에 대한 고민도 하게 만들어줬고.
나열하자면 끝이 없지만 정말 창의적인 게임이었음에는 확실했었습니다.
하지만 돈이 안된다는 이유로 넥슨에서 서비스 종료시키고 말았죠.
두번째로는 마비노기인데
처음 나올 땐 울티마 온라인의 한국 버전이다라고 사람들이 하면서 광고로 리얼 라이프를 내세웠는데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전투면에서 반턴제를 창의적이면서도 완벽하게 흡수한 게임이라고 볼 수 있었고
알바를 뛰다가 할 일이 없으면 사람들과 캠프파이어 옆에서 모여서 음악이나 연주하면서 수다도 떨었고
재봉술이나 다른 전문기술도 괜찮았고요. 오픈베타인데도 이 정도 게임성이면 기대 할 만 하구나! 라고 생각했었는데
세상에 뜬금없이 환생이라는 상업성의 정점을 찍는 캐쉬템이 나오더니 염색약 장사나 하는 거 보고
데브켓이 넥슨에 들어가지만 않았으면... 하고서 정말 아쉽더군요.
마비노기가 흥행한 것은 맞지만 시간이 지나서 남는 평판은 캐쉬 게임 그 이하 그 이상도 아닐 거 같아 씁쓸한 듯..
그래도 예전엔 이런 유망주 게임들이 많이 나오곤 했는데 요즘은 제가 관심이 없는건지 잘 찾아보기 힘드네요.
전 한국 사람으로서 한국 온라인 게임을 정말 사랑합니다.
한국 온라인 게임이 외국 시장에 나가서도 떳떳히 선전한다면 그 뿌듯함이 이루 말할 수 없겠죠.
하지만 슬프게도 한 명의 게이머로서 국산 게임을 보고 열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 사람이라고 무조건적으로 옹호하기보단 국산 게임의 미흡한 점을 까야지 결국 세계 시장에서도 경쟁력이 있는 게임이 나올 수 있고 그것이 진정한 애국이 아닌가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