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리자드의 스토리텔링 능력 부재를 여실히 보여주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말마따나 아무리 호드를 고깝게 보던 제이나나 겐이라고 해도
그 전투에서 실바나스가 끝까지 후방 지원해서 호드 지도자들 목 달아나는 한이 있어도
후방을 지켜야 한다고 기대를 하고, 그렇지 않았다고 그걸 배신이라고 정명하고 복수심에 불탄다는 건...
얼라이언스 정보부 SI:7이 장난도 아니고, 부서진 해안 전투에서 볼진이 죽었고, 호드도 충분히 대가를 치뤘다는
사실은 금방 알려질 게 뻔한데.
외교사절만 파견해도 금방 알게 될 수 있는 정보이고, 달라란만 해도 이 걸 알아차리는 데 별로 시간도 안 걸릴 겁니다.
당장 정보를 모르는 당시 상황에서야 제이나와 겐이 그런 태도를 보이는 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이게 군단 초반부까지 계속 이어지는 모습이라면 이건 둘을 찌질이로 만드는 스토리텔링인 거죠.
게다가 군단이 쳐들어온 마당에 호드와의 전쟁을 준비한다?
제이나와 겐이 골빈 멍청이가 아닌 이상 이런 식으로 생각한다는 건 아제로스 멸망하길 바라는 거 밖엔 보이지도 않고.
또 말마따나 겐은 이런 상황에 대해선 오히려 잘 이해하고 있어야 되는 캐릭터 아니던가요.
3차 대전쟁 때 길니아스 내부 상황 때문에 얼라이언스를 돕지 못했고, 초기 늑대인간들이 합류할 때 얼라이언스가
길니아스를 배신자로 규정했던 점에서 직접 억울함을 느꼈을 게 겐 본인일텐데.
말마따나 길니아스는 3차 대전쟁 때 한 게 아무 것도 없었지만, 호드는 참여할 만큼 참여하고, 급박한 상황 때문에
퇴각한 거 아닙니까.
어찌 보면 제이나와 겐의 인간다운 면모를 보여주기 위한 장치일 수도 있겠지만, 둘은 사실 이미 그런 기회들이
충분히 주어진 캐릭터들입니다. 게다가 그들이 달라란이랑 길니아스를 이끄는 수장 위치에 현재 있다는 걸 감안하면
이건 인간다운 면모를 보여주기 위한 게 아니라 그냥 둘의 매력을 깎아내리는 방식으로 스토리텔링을 하는 거죠.
이 대립은 그냥 엉성합니다. 군단 본편에서도 이런 방식으로 스토리텔링이 이루어져서 드군 때의 악몽이 재연되는 거
아닌지 심히 걱정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