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 갑자기 뜬금없는 생각이 떠올라서 여러분들과 의견을 나누고자 왔습니다.
제 의문의 핵심은 이겁니다.
와우는 플레이 가능한 종족을 두 개의 대립적인 진영으로 나누는데
이러한 이분법적인 판가름이 서사 내에서 상당 부분 부정적으로 작용한다는 겁니다.
물론 게임의 재미를 위해서는 당연히 그게 좋죠!!
그리고 대립 구도를 끌고 감으로써 다양하게 스토리를 이끌어 갈 수 있지만
그만큼의 리스크도 크다고 생각해요.
얼라이언스와 호드라는 거대한 진영적 대립이 없었다면
각각의 종족들은 국지적인 차원에서 다른 종족과 상호이익을 도모할 수 있을텐데
일단 그 가능성의 통로를 사전 차단하게 되어버린 것 같아요.
거기다 오히려 진영에 속함으로써 적대적인 인식이 점차 고착화되어 가는 영향도 있죠.
직접적인 전투 없이 상상의 전투를 지속하는 느낌이라고 표현하고 싶네요.
감히 제 개인적인 생각을 얘기하자면
와우가 취해야 할 방향은 결국 이 대립을 점차 허물고 함께 연대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물론 지금 군단도 그런 맥락에서 시작되었죠!
비록 서로의 오해 때문에 와해되고 말았지만요.
저는 블리자드가 게임 제작사 중에서는 진보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명성을 더욱 단단하게 이어가기 위해서도 그게 좋다는 생각이 드네요.
사실 얼라이언스와 호드의 대립도 우리 실제 세계에서 볼 수 있는 전통적인 대립의 연장선이라고 해석되는데,
물론 대격변 이후처럼 직접적인 사건도 많았죠.
하지만 대부분이 자신들의 역사 속에 누적된 전통적인 분노라는 판단을 지울 수가 없네요.
이는 지금 우리 세계에도 있었고 여전한 문제들이죠.
물론 이게 굉장히 민감한 주제라는 건 잘 압니다.
그리고 이러한 인식을 역이용해서 자신들을 정당화하는 파렴치한도 굉장히 많구요.
하지만 와우는 게임이잖아요?
게임이니까 대충 만들어도 된다는 의미가 아니고
게임이니까 대안적인 가치를 표현하고 제시해도 된다고 생각해요.
생각해보면 워크래프트 3 듀로타 건설(맞나요?)의 관점은 굉장히 의미 있었다고 이해되는데,
끊임없이 재생산되는 과거의 분노와 그로부터 비롯되는 억압과 차별의 지배적 성격을
극복하기 위해 다른 종족들이 연대했으니까요.
와우도 그런 점들을 보여줬으면 좋겠어요.
갑자기 남부 불모의 땅 퀘스트가 생각나네요.
얼라이언스와 호드 두 진영이 서로 바라보는 요새를 건설하고 대립하고 있죠.
그런데 얼라이언스 소속 사령관은 이러한 대립의 야만적이고 소모적인 측면에 의문을 품습니다.
이러한 속사정은 얼라이언스 플레이어만 알 수 있습니다.
결국 이 사령관은 타우라조 야영지 침략의 배후자로 호드 진영에서 지목되고 호드 플레이어에 의해 사망하죠.
블리자드가 이런 서사를 설정한 것만 봐도 진영 갈등에 대해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제공하고
유연한 사고를 보여주는 것 같은데
이제 보다 큰 맥락에서 적용했으면 좋겠네요.
'바로 이 갈등 때문에' 플레이어들만 고생시키지 말고 말이죠.
막상 플레이어들은 큰 사건 앞에서 계급장 떼고 나서는데
국왕님들은 대립적인 구조는 유지하면서 공로만 빼가고 말입니다.
이럴거면 우리를 달라란 수장으로 만들어주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