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아마 매우 독선적이고 꼰대스러운 기질을 한 나루인 듯 합니다. 최초로 벼려진 나루라는 타이틀이 보여주듯이 그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나이가 많죠. 따라서 기껏 100년 사는 필멸자들이 어리석고 무지하게 보이는 것 같습니다. 드레나이나 엘프도 나루에 비하면 어린아이나 다름 없으니 마찬가지고요. 제라에게 그들은 가르침의 대상이고 자기와 다른 그들의 의견 따위는 무지에서 나오는 오판이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유정게에 올라온 벨렌의 대사를 봅시다.
제라를 잃은 건 정말 타격이 크군. 특히 투랄리온에게는 더더욱 그리하겠지. 하지만 아무리 빛의 어머니라도 우리에게 운명을 강요할 순 없네. 일리단이 그녀를 다른 방법으로 거절했다면 좋았으련만... 그러나 나 또한 나루가 준 선택지를 택해야 할 때가 있었네.
이 일 때문에 우리의 임무를 소홀히 할 수는 없네. 이제 빛의 군대의 생존자가 우리와 함께 하고 있으니 공격할 때가 무르익었네. 불타는 왕좌를 공격하기 위해서 안토란 황무지에 교두보를 확보해야 하네. 살게라스와 그의 보상을 떼어놓을 때가 온 걸세!
제라는 죽습니다. 일리단의 손에.. 아마 운명을 강요했다는 표현으로 미루어 짐작하건데, 죽음, 또는 그에 준하는 것을 제라가 누군가에게 강요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 누군가는 알레리아로 짐작됩니다. 알레리아가 공허를 탐구했고, 제라의 명령을 거부했다고 하니까요.
원래부터 이런 결말이 예정되었는지, 아니면 제라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감안해서 이런식으로 이야기를 만든건지 100% 확신할 순 없지만.
아마 후자쪽이리라 생각합니다.
그렇게 생각할 수 밖에 없는게 군단에 맞서는 최후의 전투를 앞두고 큰 힘을 가지고 있는 상징적 존재인 최초의 나루를 죽인다니요..
블리자드의 엉성한 스토리텔링이 여지없이 드러나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