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아직 격아 시작은 못하고 있지만
대략의 스토리 흐름과 역사관 핫한 이슈들은 눈팅하고 있는 유저입니다.
최근 가장 뜨거운 감자가 실바나스의 행보인 것 같습니다.
도대체 저 새키 왜 저러나 싶은 짓도 많이 하고 있고,
호드를 상징하던 명예라는 속성과는 전혀 상반되는 인상을 주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실바나스의 행보와 이야기 전개는 예상된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최근 올라온 글 중에 포세이큰의 속성과 사고방식에 대한 고찰이 있었는데,
그 글의 아이디어의 연장선상에서 몇자 적어보려고 합니다.
모든 종족을 통틀어서 실바나스와 포세이큰의 가장 독특한 점이 있다면
바로 죽은 자들이라는 사실입니다.
포세이큰은 그 자체만으로 와우의 모든 종족들과 죽음 대 생명 구도로 분리가 될 정도로
독특한 차이를 갖는 종족입니다.
때문에 '죽은' 포세이큰은 살아있는 다른 종족들과 아주 중요한 부분에서 차이를 보입니다.
무엇이 그들을 살아가게끔 하는가? 라는 질문을 생각해봅시다.
포세이큰 이외의 살아있는 종족들은 자신들만의 가치나 신념이 있습니다.
그게 빛이 될 수도 있고, 명예가 될 수도 있고, 평화가 될 수도 있고, 돈이 될 수도 있습니다.
살아있는 종족들은 자신들이 믿고 있는 걸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며 죽음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결국 살아있는 종족들은 자신들이 지키고자 하는 무언가를 위해 살아갑니다.
그러나 이미 죽은 포세이큰은 다릅니다. 포세이큰은 공통의 가치나 신념이 없습니다.
포세이큰은 명예를 위해 살아간다거나 영광스럽게 죽는 것에 대한 감정이 없습니다.
포세이큰은 하나의 의지만을 갖는데, 그것은 바로 그저 살아가려는 의지가 아닐까요?
제가 포세이큰 관련 퀘스트들을 하면서 받는 인상은
이들은 이미 죽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살아가려는 의지가 확고하다는 것이었습니다.
포세이큰은 그저 살기 위해 사는 겁니다.
다른 종족들이 명예나 신념 같은 가치를 위해 살아가는 것과는 다르죠.
물론 그 방식이 굉장히 왜곡된 것처럼 보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들은 망상증이나 히스테리증 환자처럼 자신들의 삶을 위협하는 존재에
극도의 두려움과 분노와 복수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포세이큰은 자신들이 살아가기 위해 산 자들 전체를 저주하는 위치에 있습니다.
그리고 산 자들을 잔혹하게 죽이는 데에도 거리낌이 없죠.
왜냐하면 이미 죽음을 겪은, 그리고 죽은 뒤에 살아가기라는 모순을 겪고 있는 포세이큰의 입장에서
산 자들의 감정은 전혀 공감할 수 없고, 할 필요도 없기 때문입니다.
실바나스와 포세이큰은 이런 관점에서 똘똘 뭉친 집단입니다.
생명이 가득한 세계에서 죽은 자로서 살아내기 위해 고군분투 해야하죠.
아서스를 쓰러트리고 지금까지 실바나스가 항상 마주하는 질문은
자신과 자신의 종족을 어디로 이끌어야 하는가? 라는 것입니다.
이미 죽었기 때문에 새로운 생명을 피워낼 수는 없지만 살아가야 하는 문제에 대한 고민이죠.
그렇기 때문에 실바나스와 포세이큰은 그 자체만으로 독립적인 집단입니다.
실바나스와 포세이큰에게 호드의 가치는 아무런 의미가 없으며,
애초에 호드와 포세이큰은 서로의 생존을 위해 불편한 동거를 시작하였죠.
문제는 실바나스가 호드의 대족장이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대족장은 단순히 호드 내 포세이큰의 여왕일 때와는 다른 역할이 요구되는 자리입니다.
대족장은 호드의 안위를 지키면서도, 호드 구성원들의 가치에 부응해야 합니다.
그러나 실바나스에게 후자는 의미가 없는 게 아닐까요?
실바나스와 사울팽 사이의 대립도 바로 여기서 기인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울팽은 명예롭고 실바나스는 명예롭지 못한 게 아니라,
사울팽은 명예라는 가치를 알지만 실바나스는 느낄 수가 없습니다.
실바나스는 포세이큰에게 그랬듯이 어떻게든 호드를 살아가게끔 만들면 되는 겁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격아에서 마주하고 있는 실바나스의 괴상한 행보도 이해가 될 뿐만 아니라
죽은 자라는 존재의 성질 자체에서 어떻게든 일어날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앞으로 전개되는 이야기가 실바나스와 포세이큰을 어떻게 다루어낼지가
핵심이라고 할 수 있겠죠.
왜 볼진은 실바나스에게 대족장을 맡겼을까?
전쟁인도자 영상에서 나온 대사처럼 모든 생명을 상대로 전쟁을 건 실바나스의 행보는?
포세이큰의 살아가려는 의지는 실현될 수 있을까?
마지막으로
블리자드가 이번 격아 속 호드의 무대로 잔달라를 선택한 데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겉으로는 해상 세력이 필요해 쿨 티라스 vs 잔달라의 구도를 만들었지만,
스토리 상으로는 보다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격아 스토리는 얼라의 제이나와 호드의 실바나스로 수렴한다고 생각합니다.
제이나와 쿨 티라스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고
실제로 쿨 티라스의 주요 스토리 라인은
지금껏 끊임없이 물음표를 남겼던 제이나의 행보를 정리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실바나스와 잔달라가 해상 동맹 외에 연관성이 있을까?
저는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볼진은 죽음의 목소리를 듣고 실바나스를 대족장에 앉혔습니다.
그리고 잔달라라는 공간을 통해 볼진을 이끈 죽음의 로아 브윈삼디의 이야기가 진행 중이죠.
심지어 잔달라의 핵심인물인 라스타칸과 탈란지는 죽음의 로아 밑으로 들어오게 되면서,
잔달라에는 죽음이 드리우게 되었습니다.
실바나스는 잔달라라는 공간 혹은 그 속의 인물들과의 관계 속에서
보다 깊숙하게 죽음에 대한 의미를 찾아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지난 확장팩을 통해 질서(비전, 티탄)와 무질서(지옥, 불타는 군단)의 관계,
그리고 빛(성스러운 빛, 나루)와 어둠(공허, 공허의 군주)의 관계가 정리되었음에도
항상 생명과 죽음의 관계는 그저 흔한 속성처럼 치부되곤 하였습니다.
블리자드는 이번 확장팩을 통해 죽음의 자리를 만들려는 게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