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 DAY 8-4. 사랑이 싹트던 밤에.
“헤헤.”
“괜찮아?”
“딸꾹. 괜찮아. 헤헤헤”
“많이 마시더라..”
“우우. 우리 린트는 걱정이 너무 많아.. 헤헤..”
“자자. 신발 벗고..”
린트는 술에 잔뜩 취해 걷지도 못하는 꽃비를 엎고 방으로 들어 왔다. 그녀는 무슨 이유에서인가 계속 술만 마셨고, 결국 이 상태가 되었다. 창 밖에는 비가 내리기 시작하고, 번개도 치기 시작했다.
“휴.. 어쩌지..”
린트는 고민하고 있었다. 그녀가 떨고 있는 자신을 위해 속옷 차림으로 함께 잔적은 있지만, 그 이후로 과도한 접촉은 최대한 피해 왔기 때문이었다.
“미안.. 어쩔 수가 없다..”
린트는 떨리는 손으로 천천히 꽃비의 블라우스 단추를 푸르기 시작했다. 그의 머릿속에 얼마 전에 끝난 남자배우의 대사가 생각이 났다.
“김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삼천갑자.. 아..”
단추를 하나씩 풀러 나갈때마다 그의 손은 더욱더 떨리고 있었고, 식은 땀이 줄줄 흐르고 있었다.
“으응..”
“으헉! 미안.. 꽃비..”
꽃비가 잠시 몸을 움직이자 린트는 죄라도 진 것처럼 무릎을 꿇고 빌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실눈을 뜨고 그녀를 봤더니 다시 자고 있었다.
“휴..”
린트는 떨리는 마음을 진정 시키면서 다시 하던 일을 계속 하기 시작했다. 마침내 블라우스의 단추들이 모두 풀렸고, 그는 침을 꿀꺽 삼키며 블라우스를 벗겨냈다.
“아.. 아름답다..”
린트는 순간 달빛에 비친 그녀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었다. 그녀는 아름다웠다.
“아.. 바보 린트.. 정신 차리자.. 감기 걸리기 전에..”
린트는 빠른 손놀림으로 치마를 벗겨냈고, 스타킹마저 벗겨냈다. 속으로는 끊임없이 팔만대장경을 읊고 주기도문을 가슴에 새기고 있었다.
“자.. 이제 됐다.. 이제 입히기만 하면 된다..”
뭔가 아쉬운 감이 없지 않아 들었지만, 자신의 의지를 보여주고 싶었다. 옷을 입힐려고 그녀의 몸을 살짝 자신의 품으로 놓았을 때 그녀가 눈을 떴다. 그녀의 눈은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헉.. 꽃비..”
“이리와”
꽃비는 그를 끌어 당겼고 린트는 저항할 수도 없이 이불 속에 파묻혔다.. 그의 비명소리 대신에 들리는 건 빗방울 소리와 번개소리 뿐이었다.
“린트..”
“으응.. 꽃비..?”
“린트..”
“으응.. 말해..”
“일어나..”
“으음.. 미안.. 몇시지..”
린트가 눈을 떴을 때, 그는 자신이 비가 쏟아지는 길 한복판에 누워 있는 것을 깨달았다.
“아.. 꿈..”
그가 고개를 들었을 때 저 멀리에 꽃비가 서 있는게 보였다.
“꽃비.. 거기서 뭐해..”
“.......”
“꽃비..?”
아무 대답이 없던 꽃비의 손짓에 린트는 자신의 몸이 날아가는 것을 느꼈다.
“으앗..”
린트는 너무 놀라 꽃비를 쳐다보았다.
“린트..”
꽃비는 손을 내밀어 그의 볼을 만졌다. 차가웠다. 너무나도 차가운 이 느낌은 잘 알고 있었다. 살아 있는 사람의 느낌이 아니었다..
“미야..?”
“린트..”
“이제야.. 이제야.. 널 가까이서 보게 되었구나..”
“응.. 린트..”
“흑..”
“울지마 린트.. 나에게 시간이 없어..”
“왜? 이렇게 만났는데? 이제야 만났는데?”
“린트.. 미안해..”
“몇 년동안 너에게 사과를 하고 싶어서 꿈에서 달려갔어.. 하지만 언제나 넌 내 손에 닿지 않았어..”
“린트.. 내 얘기 들어줘..”
“....”
“그녀를 지켜줘..”
“그녀라니..?”
“꽃비..라고 했나..”
“.....”
“그녀를 지켜줘..”
“미야..”
“부탁해.. 약속해줘..”
“약속할게.. 약속할테니 제발 조금만 더..”
“그녀를 아껴줘.. 사랑해줘.. 그리고 지켜줘.. 내게 그랬던것처럼..”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미야는 다시 산산이 먼지처럼 사라지기 시작했다. 린트가 잡고 있던 그녀의 손도 한순간에 먼지처럼 사라지고 말았다. 그가 어떻게든 그 먼지들이 날아가지 않게 막으려 했지만 막을 수가 없었다.
“미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