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
시간은 자꾸만 흘러갔다. 미야는 몇 번 씩이나 병원의 응급실에 실려 가야만 했고, 미카루시는 계속 그녀의 옆자리를 지켜주고 있었다. 소하양도 가끔씩 미카루시 대신에 미야와 함께 시간을 보내곤 했다.
2008년 7월 31일이었다. 미야는 평소와는 다르게 집에서 거울 앞에 앉아서 화장을 하는데 많은 시간을 쓰고 있었다. 그녀의 뒤에서 소하양이 그런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언니. 그렇게 좋아요?”
“뭐가?”
“오늘 남자 친구분 오신다면서요?”
“어라? 어떻게 알았어?”
“미카루시가 얘기하던데요.”
“헤헤. 기분 좋아 보이지?”
“네.”
“이번 만남이 마지막이 될 거 같아.”
“네??”
“내 몸이 어디까지 버틸지 모르니까..”
“하지만.. 언니.. 아이..”
“응.. 아이.. 그 아이가 먼저 태어날지.. 내가 먼저 끝을 맺을지..”
“그런 말 하지 말아요..”
“헤헤. 그렇지?”
소하양은 왠지 눈물이 날거 같았지만 울지 않았다. 미카루시와의 약속 때문이었다.
“소하양”
“응?”
“부탁이 있어.”
“뭔데?”
“누나 앞에서 울지 말아줘.”
“.....”
“누나.. 자기 때문에 울면 아마.. 미안해서 떠나버릴지도 모르니까..”
“..... 응..”
“소하양?”
“....”
“소하양.”
“응? 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아.. 그냥 이런 저런 생각요.”
“헤헤. 린트는 열흘 동안 함께 있을 거야.. 열흘 동안.. 나.. 잘 참을 수 있겠지?”
“네. 언니는 분명.. 잘 참을 수 있을거에요.”
“그래. 힘내 볼께!”
“힘내요.. 언니..”
“미카루시한테도 전해줘.”
“네..”
“그리고..”
“네?”
“미카루시랑 잘 됐으면 좋겠다..”
“언니.. 알고 있었어요..?”
“헤헤. 눈치가 좀 느린 편이라.. 이제야 알게 됐어..”
“언니..”
“미카루시.. 좋은 아이니까..”
“네..”
“소하양도 좋은 아이고..”
“......”
“분명 잘 할 수 있을 거야..”
“언니.. 흑..”
소하양은 미야에게 매달려 울고 말았다. 미카루시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하지만 그녀는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슬픔이었다..
열흘 뒤.
“비 오네.”
“많이 내리네..”
소하양과 미카루시가 일을 하는 시부야의 음반 매장의 창문에 굵은 빗줄기가 떨어지고 있었다.
“오늘 린트 오빠 돌아가는구나..”
“응.”
“언니.. 괜찮을까..”
“.....”
비는 점점 굵어졌다. 조금씩 시부야 곳곳에서 볼 수 있던 사람들이 사라졌고, 거리는 한적함이 느껴질 정도였다. 미카루시는 일을 하다가 비가 내리는 창 밖을 멍하니 응시하고 있었다. 소하양은 그런 그가 이상해서 옆으로 다가왔다.
“뭐해?”
“저기.. 누나랑.. 형이야..”
미카루시가 손가락을 들어 가리킨 방향에는 한 우산을 쓰고 행복함이 넘치는 웃음으로 서로를 바라보는 미야와 린트가 보였다.
“미야 언니는 어디에 있든지 잘 찾는구나..”
“......”
“돌아가기 전에 시부야에 잠깐 들린다고 했어.”
“응..”
“계속 보지 말고.. 마음 아프잖아..”
소하양은 미카루시의 옷을 붙잡고 조금씩 끌어당기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엄청난 소리로 질주하는 차가 보였다.
“저 차.. 이상해.. 너무 빨라..”
“......”
지그재그로 질주하던 차는 차들을 뚫고 전속력으로 움직이고 있었고, 미카루시의 눈에 린트와 미야가 횡단보도를 건너기 위해 서 있는 것이 보였다. 미카루시는 순간 오싹한 기분에 등을 돌려 일을 하려 가려다 다시 그쪽을 바라보게 되었다. 소하양도 덩달아 그와 함께 멈춰서 그곳을 바라보았다.
“아... 안돼!!”
“언니!!”
두 사람의 비명 소리가 매장 안에 울려 퍼졌다. 모든 손님들이 놀라 그 둘을 바라봤고, 다시 그들이 바라보고 있던 쪽을 동시에 바라보았다. 빠르게 질주하던 차량이 그대로 미야와 린트를 들이받고 옆에 있는 가게에 부딪히며 멈춰 선 것이었다.
“누나!!”
미카루시는 손에 들고 있던 씨디를 떨어트렸다. 그리고 출입구를 지나 그녀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소하양 역시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이 그를 따라 뛰었다. 그들이 얼마나 뛰었을까. 느려진 시계처럼 천천히 뛰던 그들의 눈앞에 빨간 불길이 솟구쳤고, 그대로 차가 터져나갔다.
“누나!!!!!!!!!!!!!!”
미카루시는 그 자리에 주저앉았고, 소하양은 그대로 기절을 하고 말았다. 너무나 비가 많이 오던 8월 9일에 생긴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