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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퀘] 먼저 다가가지 못해서.. (1)

아이콘 푸른나비
댓글: 21 개
조회: 157
2011-02-25 10:19:08

 

 

 

 

# 1

 

 봄날 잔디밭에 누워 있다 보면 어느새 난 잠이 든다. 겨울 내내 매섭게도 날 괴롭히던 심통 난 바람의 요정들은 어느새 화가 풀려 따듯한 바람을 내 귀에 불곤 했다. 간지러움을 느껴 잠에서 깨 그들을 바라보면 그들은 어느 샌가 부끄러움으로 빨갛게 물들어 꽃들 뒤에 숨어버리곤 한다. 난 그런 그들을 향해 조용히 미소 짓는다.

 

“꼴값 떤다.”

“으악!”

 

난 깜짝 놀라 쓰고 있던 노트를 덮었다.

 

“아주 감수성이 풍부하셔요? 그럴 거면 문창과 가지 그랬어?”

“너. 좀 기척 좀 내고 다니면 안 되냐?”

“아까 불렀어.”

“아 그래? 몰랐어.”

“뻥이지.”

“쳇.”

 

날 속이고 나선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옆에 누워버리는 그녀는 누스밤이다.

 

"넌 여자애가 아무데나 훌렁훌렁 눕고 그러냐."

"너 언제 나 여자로 본 적 있어?" "아. 그것도 그렇네 큭큭."

 

누스밤과 알게 된지는 벌써 10년. 그녀와 난 초등학교부터 알고 지낸 오래된 친구다. 초등학교 2학년 때, 그녀는 부산에서 살다 서울로 전학을 왔다. 그리고 그날, 그녀는 내 짝꿍이 되었다. 그리고 그날부터 우리는 친구가 되었다.

 

"큭큭."

"왜 웃어?"

"그냥 문득 너 처음 우리 학교로 전학 온 날이 떠올랐어."

"뭘 부끄럽게 그런 걸 기억해."

"당연히 기억나지. 첫날부터 사투리 쓰는 애가 남자애들을 때리고 다녔으니."

"어머. 저처럼 조신한 여자가 그랬단 말이에요?"

"조신. 그 단어가 언제부터 너한테 어울리는 단어가 된 거야?"

"에이. 넌 왜 나랑 같은 학교에 들어와서 난리야."

"정확히 말해서는 너보다 내가 먼저 합격 했거든?"

 

추가 합격으로 같은 학교에 들어온 누스밤으로서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날씨 좋다."

 

누스밤은 언제나 놀러가고 싶다는 말을 하고 싶을 때면 날씨 핑계를 댔다. 햇빛이 좋아서 놀러가고 싶고, 비가 내려서 놀러가고 싶고, 눈이 와서 놀러가고 싶은 아이였다.

 

"또 어디 가고 싶은데?"

"아아. 오늘은 안돼."

"뭐가?"

"놀러 갈 수 없는 몸이라고."

"별일이네."

"오늘 친구 녀석 놀러 온다고 했거든."

"친구? 너 나 말고 친구가 또 있었어?"

"........ 죽고 싶지?"

"솔직히 그렇잖아. 내가 모르는 친구가 있긴 있어?"

"있어.

"이야."

"나 부산 살 때 유일하게 나랑 친했던 애야. 종종 편지 보내다가 이번에 놀러 온다고 연락이 왔어."

"오호. 부산부터 여기까지 놀러 오는 거야? 고생이네."

"아니지. 멍청아. 지금은 A 대학교 붙어서 혼자 자취한다더라."

"좋겠다. A 대학교면 우리 집에서 완전 가까운데."

"2호선에 붙어 있으면 다 가깝지?"

"큭큭."

"올 때 됐다."

 

갑자기 울리는 누스밤의 전화. 그녀는 왠지 모르게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날 바라봤다.

 

"신 내림이라도 받으셔야겠어요?"

"........... 맞아볼래?"

"어릴 때 맞은 걸로도 충분하지 말입니다."

"쳇."

 

누스밤은 전화를 받더니 이리로 데려오겠다는 말만 남기고 사라졌다. 난 다시 잔디밭에 누워서 책을 펴 햇빛을 가리고는 잠을 청하기 시작했다.

 

"똑똑"

"으응. 뭔가 좋은 꿈을 꾸고 있었는데."

 

난 눈을 뜨고 그녀를 바라봤다. 아니 정확히는 누스밤의 등 뒤에 숨어 있던 그녀의 친구를 먼저 보았다.

 

"인사해. 멀록이라고 해."

"안녕하세요. 멀록이라고 합니다."

"아.. 안녕하세요.. 화중.. 화중입니다!"

 

그렇게 우리의 만남은 시작되었다.

 

 

 

 

「 당신을 처음 만난 날 아직도 기억해요. 햇살이 너무 좋았고, 바람도 너무 따듯했어요. 뭘 해도 좋을 것 같은 시간이었죠. 그날 당신을 봤어요. 그것이 처음이었죠. 아무런 말을 해본 것도 아니었고, 당신에 대해서 난 아무것도 몰랐죠. 그런데 그런 당신을 보자마자 당신이 내 마음 속에 들어왔어요. 손 쓸 새도 없이 당신이 들어왔어요. 그렇게 당신을 사랑하게 됐어요. 이상하죠? 첫 눈에 반하는 것은 영화나 드라마에서만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 했는데 말이에요. 만약 당신을 그날 보지 못했다면, 난 당신을 사랑하게 되지 않았겠죠? 물론 그렇게 되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에요. 난 행복하니까.

화중의 편지 中」

Lv70 푸른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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