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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퀘] 먼저 다가가지 못해서.. (12)(完)

아이콘 푸른나비
댓글: 4 개
조회: 177
2011-02-26 00:36:13

 

 

 

 

# 12



“환자 화중씨”

“네.”

“준비 됐어요?”

“네.”
“마지막 수술이 될거에요.”

“네.”

“혹시.. 뭐.. 남기고 싶은 말.. 있어요?”

“제가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모두 제 서랍속에 편지에 적어 놨어요.. 누가 온다면.. 만약에 그녀가 온다면 전해주세요..”

“네..”
“잘 부탁드립니다.”
“들어 갈께요.”
“화중아. 잘 다녀와.”

“다녀 올께요. 엄마, 아빠 모두 사랑해요.”


난 그렇게 가족들의 배웅 속에 수술실로 들어 갔다.


“마취합니다. 푹 자고 일어나요.”
“네..”


나의 정신은 점점 몽롱해져갔다.. 마취약의 기운이 점점 내 혈관을 타고 몸 전체로 퍼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난.. 정신을 잃어갔다..





난 수목원의 정자에 앉아 있었다. 비가 많이 내리고 있었고.. 난 누군가를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다. 십분이 지나도록, 삼십분이 지나도록 내가 기다리는 누군가가 오지 않았다. 난 그렇게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얼마나 흘렀을까. 저 멀리에서 누군가가 올라오고 있었다. 우산에 가려져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천천히 다가왔다. 조금씩 들어나는 그녀의 얼굴을 보고 난 웃었다. 내가 기다리던 그녀. 바로 그녀였다.













병실의 문이 열렸다. 난 그를 찾았다. 하지만 내게 보이는 것은 말끔하게 정리된 병원 침대 뿐이었다.


“저..저기요..”
“네?”

“712호 환자.. 어디.. 갔나요..”

“712호면.. 화중.. 맞죠..?”

“네..”

“지하 1층으로..”

“네?”

“가시면 가족분들 계실거에요..”

난 엘리베이터를 기다릴 틈도 없이 계단으로 뛰어 내려갔다. 계단을 뛰다가 넘어져서 다리에서 피가 흘렀지만 난 계속 뛰었다. 그리고 마침내 지하 1층에 도착했다. 저 멀리에 화중의 가족 분들이 보였다. 모두.. 슬피 울고 계셨다..


“어..어머니..”

“흐흑..”


어머님은 날 보시더니 껴안으셨다. 그리고 계속 우시기만 했다.


“어머님.. 어떻게.. 어떻게 된거에요..?”

“화중이가.. 화중이가..”

“아버님..”

“화중이가 떠났다..”

“어딜요? 어디로요?”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곳으로.. 저 멀리 하늘나라로..”
“아버님.. 거짓말 마세요..”

“미..미안하구나..”

“어머님.. 거짓말이죠? 화중이가 저 또 올까봐 그렇게 말하라고 시킨거죠? 화중이 어디 있어요? 어디에 있어요!”

“흐흐흑..”

“거짓말.. 거짓말이에요..”

난 그 순간 보았다. 환하게 웃고 있는 화중이의 영정 사진이 보였다.


“야.. 너.. 왜 거기 있어..”

그를 보면서도 눈물이 나지 않았다. 사진 속의 그는 처음 만났을 때처럼.. 나와 함께 했던 어떤 추억 속의 모습처럼 웃고 있었다.


“나와.. 이리 나와서.. 나랑.. 있자..”

“누스밤.. 이리오렴..”

“어머니.. 쟤 왜 저기 있어요?”

“이리오렴..”

“어머니.. 거짓말이죠? 화중이 죽은거 아니죠?”

“이..이걸.. 흑..”


어머님은 나에게 편지 한통을 건네 주셨다. 난 떨리는 손으로 천천히 봉투를 열었다. 그곳에는 삐뚤빼뚤하지만 그의 마음이 담겨 있는 편지가 있었다.



안녕. 누스밤.

이 편지를 본다는 것은 아마 나는 이제 더 이상 없다는거겠지.

아마 넌 누구보다도 더 많이 울고 있을거야.

널 처음 만났던 날을 기억해.

전학을 와서도 넌 당당했고, 오히려 날 괴롭히기까지 했지.

그렇게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쳐서 대학교까지 함께 왔어.

그 시간동안 난 너란 사람이 얼마나 내게 있어 중요한지 전혀 깨닫지 못했어.


널 만난게 나에게 있어서 얼마나 큰 행운이었고 행복이었는지 이제야 알 것 같아.

늘 곁에 있었기에 몰랐을 뿐.. 아니 알면서도 모르는척 했을지도 모르지만..

이제라도 너한테 말하고 싶어..


사랑한다. 너의 고백을 듣고 겁내서 뒤로 자꾸만 도망쳤던 날 용서해.

먼저 다가가지 못해서 미안해.

먼저 사랑한다 말하지 못해서 미안해..


“이 나쁜 놈아.. 이제 와서.. 이제 와서..”

난 그렇게 한참을 울었다. 지금까지 흘렸던 그 어떤 눈물보다도 슬픈 눈물을..




몇일 후 난 녀석이 자고 있는 납골당을 찾았다.


“나 왔어.. 잘 있었어? 춥지는 않고? 밥은 잘 먹고 있고? 거기서는 나처럼 괴롭히는 사람 없어서 좋지? 나처럼 보살펴 주는 사람 없어서 슬프지 않아? 나 보고 싶지는 않아? 아니. 나 이미 보고 있으려나? 난 보고 싶은데.. 난 니가 너무 그리운데..”


“편지를 보내지 않아서 미안해.. 그냥 멀록이 그 편지를 받고 난다면 왠지 돌아올 것 같았어. 돌아와서 나의 자리를 뺏길것만 같았어. 난 그냥 널 옆에서 보살피기만 해도 행복했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했어. 그런데 그 자리를 뺏길까봐 무서웠어. 그래서 보내지 않았어. 정말 미안해..”


“멀록이 나한테 말했어. 나보고 왜 너한테 고백하지 않느냐고 했어. 멀록도 너를 좋아하는데.. 자기는 나 때문에 포기하기 위해서 미국으로 떠났다고 했어.. 멀록은 니가 수술을 하러 수술실에 들어간 마지막 날도 나 때문에 오지 않는다고 했어. 니가 얼마나 아픈지, 어떤 수술인지 알면 왔을거야. 하지만 귀찮다면서 오지 않았어. 진심은 아니었을거야. 그 아이가 널 얼마나 아끼는지는 너도 잘 알고 있을테니까.”


“멀록이한테는 아직 말하지 못했어. 너의 죽음을 알려야 하는데 도저히 자신이 없어. 널 아직까지 잊지 못해서 여전히 혼자인 녀석한테 과연 너의 죽음을 알려야 할까 고민 하고 있었어. 하지만 지금 여기와서 너를 보니.. 알리지 않는게 나을거 같아. 나중에 그 아이가 유학을 마치고 한국으로 들어오면 그때 이야기 할께. 그때는 꼭 말을 해줄께.”


“너.. 나.. 그리고 멀록.. 우리 세명 모두 참 바보 같아.. 조금만 먼저 서로에게 다가갔더라면.. 분명.. 행복할 수 있었을텐데.. 이제와서 후회하는게 바보 같아. 이렇게 후회하는 내가 너무 바보 같아..”


“먼저 다가가지 못해서 미안해.. 먼저 사랑한다고 고백하지 못해서 미안해..”


“사랑해. 내 처음이자 마지막 사랑아..”



-完-

Lv70 푸른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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