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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퀘] 먼저 다가가지 못해서.. (9)

아이콘 푸른나비
댓글: 7 개
조회: 78
2011-02-25 22:48:01

 


# 9



“누스밤.”
“응?”

“나 부탁이 있어.”
“뭔데?”

난 주섬주섬 침대 시트 밑에 손을 갖다댔다. 내가 찾는 것은 편지들이었다.


“이거..”
“이게 뭐야?”

“멀록한테.. 좀 전해줘..”

“멀..록한테..?”

“응..”
“언제부터 쓴거야..?”

“내가 병이 있다는걸 알고나서부터..”

“..........”

“부탁할께.”

“그래.”


누스밤은 나의 손에서 편지를 받아 나갔다 오겠다는 말만 남기고 밖으로 나갔다.


현재 난 눈이 거의 멀어 있는 상태였다. 의사 선생님말로는 수술이 잘 되면 시력이 돌아올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물론 난 그 말을 믿지 않는다. 기적이라는건 나에게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니까..


잠시후 누스밤이 돌아왔다.


“화중. 나 왔어.”

“응. 고마워.”

“밖에 비가 내려.”

“그래? 창문 좀 열어줄래?”

그녀가 창문을 열자 시원한 바람과 함께 빗소리가 들렸다.


“누스밤.”

“응? 여기 있어.”

“매일 같이 여기에 있어도 괜찮은거야?”

“응..”

“학교도 안 가는거 아냐?”

“아냐. 매일 학교는 잘 가고 있어.”
“거짓말 하는거 아니지? 난 마음의 눈으로 다 볼 수 있다고.”

“거짓말 아니야. 바보.”

난 그녀의 말이 거짓인걸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언제나 내 옆에 있었다. 아침부터 밤까지 내 옆을 지키다가 잠을 잘 때도 내 옆에서 잠을 자곤 했다. 그녀가 가끔씩 자리를 비우는건 자신이 갈아 입을 옷을 가지러 갈 때 뿐이었다.


“엄마가 계셔도 되는데..”

“어머님은 일 나가셔야 하잖아..”

“하긴.. 병원비가 만만치 않을테니까.”

“또 그렇게 말한다. 그 놈의 종양 얼른 수술해서 없애야지 성격 다시 좋아지지.”

“큭큭.”

“웃기는..”

“난 비 오는 날이 제일 좋아.”

“왜?”

“햇살 밝은 날은 느낄 수가 없지만.. 비 오는 날은 들을 수는 있으니까..”

“...............”


그녀는 아무 말도 없었다. 아마도 울고 있으리라..


“미안.”

“... 흑.. 왜.. 뭐가 미안해..”

“울지마..”

“아냐.. 흑.. 안 울어.. 그냥.. 흑.. 그냥..”

“눈이 멀어도 보이는게 뭔지 알아?”

“흑.. 뭔.. 흑.. 뭔데..?”

“누스밤의 따듯함.”

“흑.. 흑..”

“에이.. 울지 말라고 한 말인데 더 울면 어떻게 해..”

“바보.. 흑..”


그녀가 일어나는 소리가 났고, 출입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어휴.. 나도 참 나쁘다..”


한달이 지난 후. 누스밤에게 난 물어보았다.


“저.. 누스밤..”

“응?”

“혹시 답장.. 없었어?”

“답장?”

“응..”

“매일 확인해 보는데.. 없네..”

“받긴 한 거겠지?”

“응.. 받았을거야..”

“그래.. 이거.. 이번에 또 쓴 편지인데.. 좀 보내줄래..?”

“응.. 이따가 학교 가면서 보내줄게.”

“에.. 그래. 정말 고마워.. 근데 멀록은 날 잊었나보다. 큭큭.”

“..............”

“누스밤? 누스밤?”

“..............”

“거기 있는거 다 알아.”

“어떻게..?”

“누스밤한테는 착한 향기가 나니까.”

“피.. 착한 향기가 뭐야..”

“누스밤한테만 나는 향기야. 너무너무 착하고 따듯해서 향기가 되어 나는..”

“거짓말쟁이.”

“아냐. 진짜야. 그래서 난 아. 누스밤이 왔구나. 한다니까?”

“치..”

“큭큭. 내가 평소에 그렇게 거짓말을 많이 했나? 난 그런 기억 없는데.”

“많이 했어. 안 믿어 줄거야. 흥.”

“큭큭큭.”

“헤헤”


난 여전히 멀록의 답장을 기다리고 있다. 누스밤한테 미안한 일이고, 누스밤한테 절대로 해서는 안될 일이라는걸 알고 있지만 난 그녀의 답장을 여전히 기다리고 있다.




「지금까지 보낸 편지를 받았으려나.. 사실 보내지 말아야 할 편지들이긴 했지만.. 아무런 답장이 없다는건 날 잊었거나, 아니면 날 피한다는거겠죠? 그럴거라고 생각해요. 멀쩡한 사람도 아니고.. 괜히 가슴 아프게 편지 써서 미안해요.. 그냥.. 이렇게라도 외로움 달래지 않으면.. 정말 제 자신에게 화가 날거 같아서.. 제 자신을 버릴 것 같아서 그래요.. 읽지 않아도 좋아요.. 절 잊어도 좋아요.. 오늘도 전 이렇게 진심이 아닌 말들을 쓰네요..

화중의 편지 中」

Lv70 푸른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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