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장주 박사, "게임 이용 장애, 지금이 '골든 타임'이다"

인터뷰 | 정재훈 기자 | 댓글: 1개 |



이장주 박사와 인연을 맺게 된 게 언제인지 정확히 기억이 나진 않지만, 햇수로는 10년 정도 되지 않았나 싶다.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의 연구소장, 게임문화재단 이사, 경기대학교 행정복지상담대학원 겸임교수, 그리고 게임 산업의 주요 스피커로서 이장주 박사는 당시에도 지금도 변함 없이 게임 산업을 바라보는 관찰자이자, 조언자로 서 있다.

다만, 그를 그렇게 잘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심지어, 게이머층이나 게임 산업에서도 이는 업계 전반에 큰 관심을 지닌 사람이 아니라면 이장주 박사를 아는 이는 드물다.

하지만, 그가 해 온 일들이 결코 가볍지는 않다. 연구에서 시작해, 이제는 외부 지원 없이 개인적 차원에서 진행하는 일이 된 지금도 마찬가지다. 이장주 박사는 언제나 본인의 위치에서 게임 산업을 위해 많은 일을 해 왔으며, 또 계속하고 있다.

2025년 인벤 게임 어워드에서 올해의 인물 상을 선정하는 과정에서도, 사실 큰 이견이 없었다. 그가 어떤 일들을 해 왔는지 다들 알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이제는 이를 모두에게 알릴 시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그가 지금까지 어떤 길을 걸어 왔으며, 어째서 그가 2025년의 인물로 선정되었는지 말이다.



▲ 연구소 사무실에서 만난 이장주 박사


31세 심리학자가 게임을 들여다 보기까지


2002년, 한창 대한민국이 월드컵의 열기로 붉게 물들어있던 해, 이장주 박사는 31세의 젊은 나이에 문화사회심리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당시 그가 관심을 지니고 있던 주제는 게임이 아닌, '세대 변화'에 대한 것이었다. 어째서 2,000년 전에도, 그리고 지금도 어른들은 '요즘 애들은 버릇이 없다'라고 말하는가?

같은 문화권, 민족이 공통적으로 지니는 보편적 정서는 분명 존재하지만, 이는 세대에 따른 변화와 갈등을 설명할 수 없었다.



▲ 조금 이른 시기에 박사 학위를 취득한 이장주 박사

그는 성격의 형성 과정이 '환경과 도구의 변화'를 따른다는 점에 집중했다. 15세의 아이는, 부모가 아닌 멀리 있을지언정 같은 나이와 문화를 향유하는 해외의 15세 아이와 더 많은 동질감을 지닌다는 점에서, 사회의 변화가 곧 세대 간의 차이를 만들어내고, 이것이 세대 갈등의 이유라 생각했다.

그리고, 2002년은 '컴퓨터'와 '인터넷'이 인간의 삶을 하루가 다르게 바꿔 놓고 있던 시대였다. '젊은 세대는 왜 다를까?'가 아닌, '어쩌다 세대 간의 차이가 생기는가?'에 집중한 그는 컴퓨터와 인터넷, 게임 문화가 곧 새로운 세대의 흐름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실제로, 인간의 삶은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 일과 여가가 공간/시간 측면에서 완전히 분리되어 있던 과거와 달리 오늘날의 인간은 컴퓨터로 일을 하고 컴퓨터를 통해 여가를 보낸다. 기술의 발달은 유휴 시간의 증대를 불러왔고, 이는 '주5일제'라는 개념으로 자리잡았다.



▲ 이 광경을 아는 이들은 기억할 것이다. 게임 시장이 폭발적으로 커지던 시기

여기에, '여가학'의 개념이 더해졌다. 놀이 문화를 다루는 학문인 '여가학'은 그 자체로도 꽤 오랜 기간 연구되어온 학문으로 쉽게 풀이하면 '어떻게 놀 것인가?'를 연구하는 학문인데, 인터넷과 비디오 게임은 당시 이 '여가학'의 최신 트렌드로서 활발히 연구되고 있었다. 여기에 정부도 '게임'의 흐름을 어떻게 취급해야 하는지 아직 가닥을 잡지 못했던 상황, 이장주 박사는 2,000년대 중반에 이르러, 본격적으로 게임 산업과 인연을 맺어 가기 시작했다.


'e스포츠'의 관찰자이자 조언자로서


이장주 박사가 처음 게임 산업에 발을 디딘 건 2,000년대 중반, 'e스포츠'를 정부가 바라보면서 시작되었다. 당시 정부는 e스포츠를 어떤 식으로 프레이밍할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고, 이장주 박사가 속한 여가문학회에도 포럼 참여 요청이 들어왔다. 젊은 나이의 박사이자, 마침 게임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던 이장주 박사는 자원해서 포럼에 참석했고, 'e스포츠'를 보다 학술적 방향에서 바라보고, 이 산업이 만들어내는 유, 무형의 가치를 측정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그 당시 소속되었던 명지대학교에 e스포츠 연구센터를 설립하고 운영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며, 다양한 연구용역을 수행했다. 초기 e스포츠 생태계의 구조, 즉 선수와 팀, 방송, 운영, 투자 등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면밀히 관찰했고, 어떤 문제가 있으며, 어떤 개선이 이뤄져야 할지에 대해 고민했다. 초기 e스포츠 리그는 별개의 자본 없이 이뤄지는 소규모 대회가 많았기에, 이장주 박사를 비롯한 초창기 관계자들은 이 판을 키우기 위해서는 대자본의 유입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했다.



▲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막막했던 극초창기 e스포츠 산업

그리고, 그의 생각대로, 2000년대 중반에 접어들며 e스포츠 산업에는 대자본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통신사들이 자신의 이름을 내 건 팀을 만들었고, 삼성과 CJ, 화승 등의 기업도 e스포츠 팀을 운영했으며, 심지어 공군도 공군게임단이라는 게임단을 운영해 군입대를 앞둔 선수들의 희망이 되었다. 문제는, 이렇게 된 후 이장주 박사조차 생각하지 못했던 문제들이 생겨났다는 것이다.

초기 게임팀에 대한 관리는 각 기업의 홍보팀이 맡는 형태가 일반적이었고, 그러다 보니 KPI(핵심성과지표) 또한 홍보팀의 기준에 맞춰졌다. 최대한 많은 노출이 이뤄질수록 홍보팀의 성과는 올라갔기에 경기 수는 점점 더 늘어날 수밖에 없었고, 대자본의 유입에 따라 정돈될거라 생각했던 e스포츠 씬은 선수 혹사에 이어 더 안 좋은 결과를 만들어냈다.

이장주 박사는 이 시기를 회고하며, 스스로 꽤 큰 부채 의식을 느낀다고 말했다. 당시 e스포츠 선수들은 많아 봐야 20대 중반의 젊은 나이였고, 무리한 스케쥴에 관절과 연골을 다쳐가며 경기를 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들의 미래가 딱히 밝은 것도 아니었다. 더 어린 선수들이 계속 발굴되며 선수들의 현역 생명은 점점 짧아졌고, 은퇴 이후 진로는 불투명하기 짝이 없었다.



▲ 개인의 일탈을 넘어 구조적 문제가 있었다고 회고했다

그러던 중 승부 조작 사태가 터졌다. 결정적 원인을 제공한 프로게이머는 곧 원흉으로 여겨졌지만, 이장주 박사는 그가 아니라 하더라도 언젠가는 비슷한 문제가 터질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를 옹호하는 건 아니지만, 그만큼 '스타크래프트' 기반의 e스포츠 산업은 여러모로 불안정한 부분이 많았다며 말이다. 산업의 확대는 이 산업을 통해 먹고 사는 사람이 늘어나느냐에 달려 있는데, 그가 지켜본 e스포츠 산업은 선수들의 희생을 발판 삼아 현상 유지만 될 뿐, 앞으로 나아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즈음에 이르러, 이장주 박사의 목소리도 힘을 잃었다. 그는 꾸준히 지역 연고제, 오프라인 대회 유치 등, 정부가 꾸준히 밀어붙이는 e스포츠 관련 정책들은 사실상 100년 전의 전통 스포츠에나 걸맞는 가치들인데, 이를 e스포츠에 적용하는 건 더 많은 가능성을 포기하고 퇴보하는 것에 불과하다 주장했다.

'e스포츠의 스포츠화'라는 대주제에 너무 집착하면, 오히려 e스포츠만이 지니는 재미나 역동성이 제한되고, 물리적 장소에 얽매이지 않는 이스포츠의 고유한 특성이 과도하게 축소된다는 그의 주장은 주류 정책과 거리가 있는 방향이었다. 이런 일들이 쌓이면서 이스포츠와 인연이 서서히 멀어졌다고 회고했다.


게임 이용 장애 정식 등재에 맞서


2010년대에 접어들며, 이장주 박사는 당시 알음알음 퍼져가던 '게임 이용 장애(Internet Gaming Disorder)'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게임 이용 장애'라는 용어는 2013년 미국 정신의학회에서 발간한 DSM-5(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에 처음 등장했는데, 당시엔 정식 질병이 아닌 '섹션3', 즉 추가 연구가 더 필요한 상태로 분류되었다.

이 시점에 대한민국의 대 정서는 게임 중독이 마치 규정화된 현상인 것 처럼 여겨지고 있었다. 학술적으로 정의된 바도, 미국 정신의학회도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했지만, 이미 국내에선 게임에 적대적인 분위기가 상당히 깔려 있었는데, 2010년을 전후로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강조한 뉴스들이 많이 보도되었기 때문이었다.



▲ DSM-5 기준으로는 게임 이용 장애는 '카페인 사용 장애'처럼 추가 연구가 필요한 상태로 분류되었다

이 시기에 이장주 박사는 게임 이용과 관련한 칼럼들을 활발히 게재하며 게임 이용 문화에 대한 인식 재고에 열중하는 한편 게임 이용 장애 및 과몰입 관련 이슈도 연구하고 있었는데, 이 주제가 2019년에 이르러 WHO의 'ICD-11(국제질병분류 11판)' 발표와 함께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게임 이용 장애'가 정식으로 질병코드를 부여받음에 따라 대한민국에서도 이를 질병으로 용인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 과정에서, 게임 이용 장애를 국내에서도 질병으로 분류해야 한다는 주장이 큰 힘을 얻자 이장주 박사는 끊임없이 WHO의 결정에 대한 오류와 근거의 부족을 주장했다. 무엇을 기준으로 게임 이용 장애를 판정해야 하는지 정의되지 않았고 나아가 어떤 실질적 폐해를 만들어내는지도 규명되지 않은 상황이기에 이를 쉽게 보아서는 안된다는 게 이장주 박사의 주장이다.

인생의 절반을 젊은 세대와 기성 세대의 차이를 연구해온 그의 시선에서, 게임 이용 장애의 정식 등재는 너무나 근거가 부족한 편협한 주장이었으며, 도리어 사회적 폐해를 만들어낼 수 있는 퇴보에 불과했다. 하루에 3시간을 게임하면 게임 이용 장애라는 주장도, 게임 이용 시간을 줄이면 더 생산적인 사회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주장도 그에겐 이해할 수 없는 억지였으며, 도리어 이를 검증하기 위해 진행한 연구와 조사에서는 게임 플레이가 삶의 만족도를 끌어올리고, 효능감을 일으킨다는 결과만 나왔다.



▲ 게임을 강도 높게 할 수록 삶의 만족도가 높다는 연구 결과만 나왔다

COVID-19가 기승을 부리던 시기, 이장주 박사는 자신의 본질인 학부모 강연을 적극적으로 진행했다. 게임 이용 장애 등재에 대한 단순 반대는 한계가 있음을 깨닫고, 학부모의 입장에서 자녀들과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지, 그리고 소통의 도구로서 게임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를 말했다. 매 월 1회 이상은 강연을 다녔고, 지금도 다닌다 말하는 이장주 박사는 이 시기에 '게임세대 내 아이와 소통하는 법'이라는 책을 저술해 오은영 박사의 뒤를 잇는 베스트셀러 2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장주 박사의 주장은 반대가 아닌, '검증'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판단 기준이 세워지고, 사회적 폐해가 현실적으로 규명된다면 그는 기꺼이 게임 이용 장애의 등재를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러한 연구는 전혀 진척되고 있지 않으며, 게임이 생산성을 감소시킨다는 결과도 명확히 밝혀진 바가 없다.

때문에, 그는 연구와 검증이 필요하다고 꾸준히 말하고 있다. 너무나 오래 게임 씬을 들여다본 그로서는, 이 산업이 되돌이킬 수 없는 잘못된 결정으로 나아가는 걸 그냥 방관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 이장주 박사의 주장은 '반대'가 아닌, 철저한 '검증의 우선'에 가깝다


2025년의 이장주 박사


2025년 초, 이장주 박사는 더불어민주당의 게임특위에 참여했다. 대선 시즌과 맞물려 게임관련 공약 개발을 맡았고, 나아가 1기 특위의 부위원장과 '게임 이용 장애 대응분과'를 담당했다. 정치적 성향과는 무관하게 그는 유력한 대선 주자가 게임 이용 장애와 관련해 반대 혹은 유보 메시지를 내는 것 만으로도 참여할 가치가 있다고 믿었으며, 이 과정에서 많은 제안을 내세웠다. 이 중에는 '게임 이용 장애 도입 유보'가 가장 첫번째 제안으로 만드는 성과가 있었다고 자평했다.

그리고, 2025년 10월에 이르러 성수동에서 이뤄진 행사에서 현 대통령이 직접 '게임은 중독 물질이 아니다'라는 발언을 함으로서 상황이 굳어졌다. 이장주 박사는 이를 통해 '시간을 벌었다'라고 말하면서도, 이런 정치적 해결책은 언제든 상황이 달라질 수 있는, 그저 잠시 결정을 미루는 과정에 불과하다는 점을 언급했다.



▲ 대통령이 '게임은 중독이 아님'을 공언했던 자리, 이장주 박사는 덕분에 검증을 위한 시간을 벌었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그는 좀 더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기 위해 다시 연구를 기획하고 있다. 연구의 핵심은 '반증'이다. 그는 이 사안을 학술적으로 접근하기 위해서는 '반증'이 반드시 필요하며, 지금은 반증이 없기에 게임 이용 장애 등재를 찬성하는 주장에 휘둘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게임을 많이 하면 문제다', 혹은 '문제는 게임 탓이다'라는 주장을 반박할 수 있는 수단이 아직 없다는 뜻이다.

이장주 박사는 게임을 둘러싼 단순한 ‘중독/비중독’ 논쟁을 넘어, 게임 이용 장애를 질병 코드로 규정·유지·철회하려면 어떤 과학적 근거와 사회적 조건이 충족되어야 하는지 검토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삶의 만족, 기능 손상, 공존 질환, 사회적 낙인 등을 함께 분석해, 게임이 진짜 ‘질병’의 원인인 경우와 스트레스·불안 등 다른 요인의 표현 방식인 경우를 구분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반증 가능성에 기반한 정책 의사 결정 틀을 제안하는 것이 이 연구의 핵심이다.

게임 이용 장애가 이런 반증 가능성 없이 질병 코드로 굳어지면, 그 여파는 게임 산업이나 정책을 넘어 결국 평범한 게이머들의 일상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 개념과 정의가 애매한 진단이 먼저 도입되면, 평소처럼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들까지 불필요하게 ‘잠재적 환자’로 취급되거나, 게임을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의심과 제재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한 번 이렇게 낙인과 규제가 제도화된 정책을 이전으로 되돌리기가 매우 어렵다. 그렇기에 무엇보다 먼저, “어떤 증거가 쌓이면 이 진단을 재검토하고 고칠 것인가”에 대한 반증 가능한 기준을 분명히 세우는 일이 근거 없는 ‘게임 이용 장애(게임 중독)’ 질병화를 막는 합리적이고 대중적인 근거가 될 수 있다고 이장주 박사는 강조했다.

2025년에, 이장주 박사가 진행한 주요 활동은 다음과 같이 나열할 수 있다.

구분시기내용비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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