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다운 뷰 슈터는 상당히 오랜 역사를 지닌, 어떻게 보면 '클래식하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오래 된 게임 장르다. 거진 1980년대, 그러니까 40년 전 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 이 흐름은 최근까지도 이어졌다. 속칭 '뱀서류'로 분류되는 수많은 로그라이트 게임들도 굳이 분류하자면 탑다운 슈터에 포함될 테니 말이다.
하지만, '아케이드'적 요소를 갖춘 게임으로서가 아닌, '슈터'의 본연에 충실한 탑다운 슈터들은 매우 드물다. 아무래도 더 나은 방식으로 슈터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이 된 지금, 굳이 탑다운 뷰를 고집할 이유는 없기 때문일 거다. 그런 의미에서, 이제 얼리 액세스를 시작한 'PUBG Blindspot(펍지 블라인드스팟, 이하 블라인드스팟)'은 다소 이례적인 접근을 한 게임이다.
'수비팀과 공격팀이 5:5로 나누어 진행하는 택티컬 슈터'라는 문장을 보았을 때, 다수의 게임을 경험한 게이머들이 머릿속에 생각하는 게임은 '레인보우식스: 시즈'다. 그리고 레인보우식스: 시즈를 플레이해 본 이들이라면 알다시피, 이 게임은 각종 기묘한 전술 장치들과 기상천외한 킬각을 통해 뉴비를 괴롭히는 전술 차력쇼에 가깝다.
그리고, 이 모든 행위가 게임 내에서 가능한 건, 기본적으로 '레인보우식스: 시즈'가 3D 슈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블라인드스팟 또한 수비팀과 공격팀이 5:5로 나누어 진행하는 택티컬 슈터다. 거기에 탑 다운 뷰를 곁들인.
익숙한 수비와 공격의 맛
게임의 흐름은 '레인보우식스: 시즈'와 무척 유사하다. 수비팀은 베이스를 강화하고 철조망과 방탄 방패를 깔면서 공격팀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A사이트와 B사이트 사이를 뚫어 '링크'를 만드는 공사를 하는 건 기본. 그 외에도 적이 다가올 경로를 예상하고, 해당 지점을 원활히 조준하기 위한 각종 '공사'를 진행한다.

공격팀은 수팀보다 조금 늦게 스폰되는 대신, 미리 스폰 위치를 정하고 웨이포인트를 통해 내가 어떤 경로로 공격을 해 나갈 것인지를 팀원들과 공유한다. 차이점이라면 CCTV와 드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인데, 아직까진 수 팀이 공격 팀을 그대로 뭉갤 만한 고차원적인 방어 기제가 없기 때문에 사실 크게 아쉬운 부분은 아니다.
이후 게임 페이즈가 시작되면, 수비 팀은 사이트를 방어하면 되고, 공격 팀은 방어를 뚫고 사이트에 '디크립터'를 설치하면 된다. 시야의 한계 때문인지, 등장하는 전장 중 다층 구조는 확인하지 못했다. 모두 단층 구조의 평면적 맵이기에 지형 파악이 그리 어렵지는 않다.

때문에, 레인보우식스:시즈가 그러하듯, 블라인드스팟 또한 소부대 전술이 무척 잘 먹히는 게임이다. 벽에 따라 총알이 관통하는 가벽도 있기에 늘 지형을 신경써야 하고, 섬광탄 투척 후 돌입이나 우회 기동, 연막 후 돌입해 경로를 수정하는 전술 등이 충분히 통한다.
그리고, 공격이든 수비든 준비한 전술이 먹혀들었을 때의 카타르시스는 굉장히 높다. 물론, 정신 차려 보니 나만 남아 있다거나, 내가 뭘 해보기도 전에 아군이 적진을 한바탕 휩쓸어 총 한 번 안 쏘고 이기는 경우도 없잖아 있긴 하지만, 전술 슈터로서의 기본은 충분히 갖추고 있다는 뜻이다.

에임? 문제는 '시야'다
블라인드스팟은 '조준'이 그렇게 어려운 게임은 아니다. 탑 뷰라는 특성 상 셀 수 없이 다양한 사격각을 고려해야 하는 3D 슈터들과 달리 게이머는 360도만 돌릴 수 있으면 된다. 문제는, 에임이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점에서 오는 '대칭성'이다.
오퍼레이터가 누구냐에 따라 총기의 피해량이 다르기에 차이점이 발생하긴 하지만, 블라인드스팟의 교전은 마주보는 순간 서로 화력을 쏟아붓는 시간이 거의 엇비슷하다. 게이머 간 조준 실력의 차이가 발생하지 않고, TTK도 무척 짧은 편이기에 서로 마주보는 순간 웬만하면 한 쪽은 죽는다고 보면 된다. 대다수의 슈터 게임에서는 실력자 한 명이 여러 명을 감당할 수 있지만, 블라인드스팟은 근본적으로 이런 슈퍼 플레이가 어려운 셈이다.
이렇게 '슈팅'에서 마련되지 못한 '비대칭성'이 만들어지는 요소가 바로 '시야'다.

블라인드스팟의 플레이는 사실상 조준의 싸움이라기보단, 복잡하게 얽히는 시야 간의 싸움이다. 게임 중 실시간으로 아군과 내 캐릭터의 시야가 보이고, 시야가 닿지 않는 부분은 전장의 안개로 채워진다. 여기에 더해 트릭을 주는 요소가 바로 '앉기'인데, 블라인드스팟의 엄폐물은 '더 디비전'의 그것과 같이 반신용 엄폐물과 전신용 엄폐물로 나뉜다.
반신용 엄폐물은 서 있을 경우 시야 확보와 사격이 가능하지만, 앉아 있으면 사격도, 시야 확보도 할 수 없다. 반대로 그 말은, 적도 나를 볼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때문에, 반신용 엄폐물을 위주로 앉은 채 다니면서 사운드로 적의 위치를 파악한 후 갑자기 튀어나오거나, 배후를 잡는 플레이도 충분히 가능하다.

이렇듯, 블라인드스팟은 다른 슈터와는 교전의 법칙이 다소 다르다. 제대로 쏘면 죽는다는 규칙 자체는 같지만, 엄폐물을 사이에 두고 에임 실력을 겨루는 전통적인 슈터의 승부 결정 방식보다는 은밀성과 우회 기동을 통해 시야의 공백을 노리는 게 유효한 플레이다.
아직 부족하지만, 얼리 액세스니까
다만, 블라인드스팟은 아직 '덜 만들어진' 게임이다. 여기서 '덜 만들어졌다'라는 건, 게임의 기본기가 부족하다는 뜻이 아닌, 기본기만 갖춰진 게임이라는 뜻이다.
예를 들면 택티컬 슈터를 표방하지만, 아직 장비나 시스템이 부족한 관계로 정보 습득 후 개척을 통해 적진을 조여 나가는 형태의 플레이는 어렵다. 여러가지 방어 장비도, 개척용 장비도 많지만 결국은 슈팅에서 모든 것이 갈린다고 해야 할까.

이 밖에도 시야를 원활하게 돌리려면 설정을 따로 해 줘야 한다거나, 멀리 있는 적을 보려면 마우스를 굳이 길게 빼서 봐야 하는 등, 다소 직관적이지 못한 부분들도 눈엣가시처럼 존재하긴 한다.
하지만, 게임이 기본 무료에 얼리 액세스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렇게까지 심각한 문제로 와닿지는 않는다. 미래가 어찌 풀려나갈지는 더 두고 봐야 알 수 있겠지만, 적어도 하나의 게임으로서 기능하기 위한 기본적인 틀은 모두 갖추고 있으니 말이다.

더 많은 오퍼레이터와 더 많은 변수, 그리고 밸런싱이 계속해서 조정된다면, '복합적'을 받은 지금보다 더 나아질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 '레인보우식스: 시즈'가 보여주었듯 더 많은 요소들이 추가될수록 진입 장벽도 높아지긴 하겠지만, 그보다는 더 나으리라 본다. 탑다운 뷰 슈터가 기존 슈터 대비 가지는 가장 큰 장점이 부담이 덜하다는 점이니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