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평편의점 운영이라는 그림, 그 뒤에 존재하는 만남과 순간의 이야기
하지만 이국의 한 개발자가 바라본 일본 시골의 편의점은 다른 감정으로 다가왔다. 그것은 아름답고 아늑하지만, 살짝은 슬픈, 그런 감정. 그리고 그건 편의점을 운영하지만, 운영할 필요가 없는 게임으로 완성됐다.
편의점을 뜻하는 일본어 표현인 '콘비니'에서 알 수 있듯 인콘비니는 편의점을 무대로 삼은 게임이다. 주인공은 고모 히나가 자리를 비운 일주일 동안, 그가 운영하는 시골의 작은 편의점에서 교대 근무를 맡은 마코토. 그렇기에 편의점 운영에 필요한 다양한 작업이 자연스럽게 녹아든 시뮬레이션 구조를 갖췄다.
플레이어는 창고와 냉동고에서 물건을 직접 가져와 열을 맞춰 진열하고, 재고가 떨어진 물건은 전화를 통해 직접 주문하기도 한다. 주인인 고모 히나와 마을 사람들도 격 없이 지낼 작은 시골 마을인 만큼, 미리 물건을 떼어 주간 근무자에게 전달하는 일도 플레이어의 몫이다. 또 카운터에서 계산을 하는 등 수많은 일반적인 편의점 시뮬레이터의 특징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 모든 편의점 운영 요소에는 실패가 없다.
냉동 식품을 양념 판매 공간에 올려도, 표지가 뒤로 나오게 세워 둬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주간 근무자가 남겨둔 요청 사항을 무시해도, 손님이 필요로 하는 상품이 없어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심지어는 해야 할 일은 제쳐두고 화장실에서 몰래 시간을 보내도 누구도 뭐라고 하지 않는다.
인콘비니에서 매장 관리는 '안 해도 되는 것'에 그친다. 게임의 무대도 철저하게 편의점 안으로 한정되어 있다. 즉, 매장 관리가 직접 게임을 끌어나가는 소재가 아닌 만큼, 편의점을 찾아오는 이들에 의해 게임은 진행되고 완성되도록 설계됐다.
실제로도 게임의 핵심은 편의점에 찾아오는 손님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이 원하는 물건을 찾아주거나, 때로는 소소한 이야기를 건네는 정도다. 그리고 그 간단한 일을 끝내면 잔잔히 하루를 마무리한다.
손님과의 대화가 게임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것도 아니다. 때로는 그저 혼잣말로 뭘 살까 중얼거리고, 물건 앞에서 안절부절못하는 사람에게 조용히 다가가 웃으며 물어보는 것. 그 정도다. 우리는 바리스타도, 바텐더도 아닌, 그저 편의점 직원이니까.

편의점 관리는 하는 주인공이라는 특징에 맞게 ©Inven

계산도 하고 ©Inven

물건 진열까지 다 하는 시뮬레이터 성격이 있지만 ©Inven

핵심은 사람들과의 관계다 ©Inven

사람들이 남겨놓은 메모나 흔적도 ©Inven

또 손님들과의 대화가 게임을 완성시킨다 ©Inven

그렇다고 꼭 완벽하게 운영할 필요가 없는 설계가 핵심 ©Inven‹›
개발진이 강조하는 철학은 일생 단 한 번뿐인기회라는 말의 '이치고이치에'와 사물에서 느끼는 슬픔이라는 말의 '모노노아와레'다.
이치고이치에 - 같은 사람이 같은 장소에서 만나도 지금 이 순간과 동일하지 않다. 이 순간의 만남은 단 한 번, 그래서 다른 무엇과 대체될 수 없는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한 것이다. 그래서 게임은 타이머 없이, 손님이 떠날 때야 하루를 끝낸다. 편의점 운영이라는 일을 서두르는 것이 아니라, 손님이라는 사람과의 만남 그 자체에 집중하게 만들었다.
모노노아와레 - 만남과 존재의 슬픔은 언젠가 이 만남이 끝날 것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건 단순히 슬픔에 그치지 않고, 가장 아름다운 지금 이 순간에 대한 경외와도 같다. 그리고 기한이 정해진 마코토의 편의점 근무에서 편의점이라는 장소는 사람들의 기억과 흔적을 아련하고, 따듯한 것으로 표현한다.
이치고이치에 - 같은 사람이 같은 장소에서 만나도 지금 이 순간과 동일하지 않다. 이 순간의 만남은 단 한 번, 그래서 다른 무엇과 대체될 수 없는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한 것이다. 그래서 게임은 타이머 없이, 손님이 떠날 때야 하루를 끝낸다. 편의점 운영이라는 일을 서두르는 것이 아니라, 손님이라는 사람과의 만남 그 자체에 집중하게 만들었다.
모노노아와레 - 만남과 존재의 슬픔은 언젠가 이 만남이 끝날 것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건 단순히 슬픔에 그치지 않고, 가장 아름다운 지금 이 순간에 대한 경외와도 같다. 그리고 기한이 정해진 마코토의 편의점 근무에서 편의점이라는 장소는 사람들의 기억과 흔적을 아련하고, 따듯한 것으로 표현한다.
그럼에도 게임을 확장하는 것 역시 이야기다. 마코토의 근무 시간에 맞춰 편의점을 찾는 인물은 게임 내내 네 명뿐이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가 편의점 운영을 어떻게 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낫토를 높은 곳에 두면 어린 소년인 사토시가 손에 닿지 않는다고 이야기하고, 치프가 평소 먹던 라면을 채워두지 않으면 이를 힘든 시기 삶을 바꿀 징조로 받아들인다.
매장 관리는 '했을 때 달라질 수 있는 것'이면서, 동시에 하지 않았을 때 손님과의 이야기 거리를 만들기도 한다. 그리고 별도의 시간 제한 없이, 손님과 이야기하거나, 물건을 찾아주고, 계산해 그들의 오늘이 마무리됐을 때 주인공의 하루도 막을 내린다.
인콘비니는 플레이어를 사람들의 이야기 파도 속으로 몰아넣지도 않고, 그렇다고 확실한 해결법을 강요하지도 않는다. 물론 플레이어의 대화, 매장 관리 과정에서 나오는 이야기, 간단한 물건 추천으로 한 인물의 인생에 큰 변화가 찾아오기도 한다. 동시에 그런 이야기들이 그저 평범한 일상의 한 부분처럼 흘러가기도 한다.
무엇을 하려는 게임이 아니다. 그리고 이게 인콘비니의 가장 큰 장점이자 약점이 된다. 선택지가 이야기에 미치는 영향이 적은 만큼, 결국 고정된 경험의 전달로 마무리된다. 어쨌든 플레이어 스스로 무언가 바꿨다는 성취감보다는, 조용히 하루를 보냈다는 느낌에서 마무리된다.
하지만 반대로, 그 아무것도 강요하지 않는 이야기 안에서 지금이기에 소중한 무언가를 찾아낼 수도 있다. 앞선 근무자가 남긴 메시지나 쪽지, 고모의 물건, 그리고 사람들과의 이야기도 조금씩 달라진다.
그렇기에 빽빽한 이야기와 성취감을 주는 편의점 운영을 생각했다면 실망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이 호불호의 영역이, 개발진이 분명하게 의도했던 부분 안에서 완성됐다는 점은 높이 살 만하다. 또 그렇기에 1990년대 감성과 느긋한 분위기 자체를 원한다면, 이만한 게임 역시 없을 테고 말이다.
제목인 편의점 안, 'In+konbini'와 '원 스토어, 매니 스토리즈' 부제 역시 그런 게임의 목적과 철학을 그대로 담아냈다.
다만, 한자 문화권인 우리 눈에는 말도 안 되는 기괴한 한자와 일본어로 만들어진 게임 속 상품 이름이 더없이 어색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지만.
아련함
다시 오지 않을 여름밤의 편의점, 그리고 순간의 인연
여백
바쁜 편의점 대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공간으로
흔적
4명의 손님, 그리고 보지 못했던 이들이 남긴 자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