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HOMM: 올든 에라', 이 게임이 그렇게 잘 나간다며?

게임소개 | 정재훈 기자 | 댓글: 5개 |

조금 부끄럽긴 하지만, HOMM 시리즈는 제대로 해 본 적이 없다. 아니, 제대로 한 기억이 없다. 분명 어린 시절엔 꽤 열심히 하긴 했던 것 같은데, 기억이 별로 없다. 이유인 즉, 초딩(...)이었으니까. 낼 모레면 40줄에 들어가는 지금 기억이 날 리 없다. 바둑 학원으로 향하는 구형 이스타나에서, 몰래 가져온 게임 잡지 속 HOMM3 진영 소개를 봤던 기억은 어렴풋이 난다. 실제로 플레이 했다는 것도 기억나고. 그런데, 게임이 어땠는지는 도무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리고, 거진 30년에 가까운 세월이 지났다. 이 30년 동안, 내 머리속에서 HOMM 시리즈는 조금씩 잊혀졌다. 제대로 했던 마지막 작품(그러나 기억은 안 나는)인 3편 이후로, HOMM 시리즈는 기나긴 어둠의 시간으로 빠져버렸다. 그나마 괜찮다던 5편이 출시되었을 때는 안타깝게도 고3이었다. 물론 고3이라고 게임을 안 한 건 아니지만, 당시의 나는 카오스와 기어즈오브워에 빠져 있었다.

'올든 에라'의 얼리액세스가 시작되었을 때 살짝 갈등할 수밖에 없었다. 이걸 해 볼까 말까? 해 보고 기사를 써 보려 해도, 도무지 올드 팬들만큼 이 게임을 정확히 볼 자신이 없었다. 잘 모르고 기사 썼다가 얻어맞는 것 만큼 기자들에게 뼈아픈 게 없다. 그런데 아뿔싸? 게임이 너무 잘 나간다. 얼리액세스 주제에 매긍 89%를 찍는 위엄. 이쯤되면 그냥 넘어갈 수도 없다.

때문에 생각을 조금 바꿨다. 어차피, HOMM을 내내 플레이해온 골수 팬들은 소수에 불과할 뿐이다. 이제부터 나는 다수의 편에 선다. 잘 모르는 입장(정확히는 기억 못 하는 입장)에서 플레이하는 'HOMM: 올든 에라'. 과연 누구에게나 먹힐 만큼 재미있는 게임일까?



히어로즈 오브 마이트 앤 매직: 올든 에라(Heroes of Might and Magic: Olden Era)
🏭 개발사언프로즌
🏭 퍼블리셔후디드 호스
📱 플랫폼PC
🎮 플레이PC
📅 출시일2026.04.30. 앞서 해보기
🏷️ 키워드#턴제전략 #판타지 #전략RPG #헥스전장 #멀티플레이

Deja Vu! I've just been in this place before


2026년 출시작에 2.5GB라는 귀엽고 깜찍한 설치 용량. 설치를 누르고 화장실 다녀 오니 설치가 완료됐다. 그리고, 시작된 튜토리얼. 어? 어디서 많이 봤는데?



분명 어디서 많이 본 화면 같은데... ©Inven

그렇다. '올든 에라'는 시리즈 최고의 작품으로 꼽히며, 내 기억속에도 아주 어렴풋이 남아 있는 'HOMM 3'와 너무나 유사하다. 물론, 게임 시스템 자체는 모든 시리즈가 다 비슷하긴 하다. 하지만, 전작인 7편까지만 해도 2D에서 점점 3D로 바뀌어가는 시대의 흐름은 볼 수 있었는데, '올든 에라'는 아예 3편의 그 느낌으로 다시 회귀해버렸다. 기억이 가물가물함에도 단번에 데자뷰를 느낄 정도로 말이다.



HOMM3랑 완전 판박이다 ©GOG.com

일단 시작 하면 주변 땅 자원들부터 먹고 시작하는 것도 똑같다. RPG하듯 영웅을 키우고, 1주일마다 보충되는 병력을 모으며 점점 힘을 키운다. 그러다 궤도에 오르면 다른 진영 영웅들과 투닥거리며 세계의 패권을 다투는 게 게임의 기본이다.

헥스 그리드 전장 또한 3편의 그것과 똑같다. 약간 달라진 점이라면, 전투가 이전보다 조금 더 어려워진 느낌이라 해야 할까? 잘 기억은 안 나도 이전에는 어찌저찌 병력을 구성하면 일방적으로 두들겨 패면서 끝낼 수 있었던 것 같은데, 이제 웬만해서는 피해 없이 전투를 끝내기가 어렵다.



안 다치고 이기기가 좀 힘들어진 느낌 ©Inven

다만, 플레이어블 진영의 수는 다소 줄었다. 3편 원작에서는 처음부터 8개 진영은 있었던 것 같은데, 본작은 6개 진영 뿐이다. 아마 얼리 액세스라 아직 못 나온 진영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재미있는가?'하면 당연히 재밌다. 정확히 기억은 못 하지만, 내가 '플레이했었다'라는 것을 선명하게 기억하는 것만 해도 분명 3편은 재미있는 게임이었다. 나이가 많아지면서 하도 이것저것 한 게임이 많다 보니 아예 기억을 못 하는 게임도 있는 판이니 말이다.

그리고, '올든 에라'는 내가 그 당시 왜 3편을 즐겁게 했는지 너무나 잘 알 수 있는 게임이다. 세력을 키우는 과정부터 탐험, 어려운 전투를 뒤집는 쾌감까지, 말 그대로 시간이 훅 가버린다. 3일 안에 기사 쓰면 여유롭겠군 싶던 내 계획을 타임어택으로 바꿔버릴 정도로 말이다.



떨렁 성 하나 있던 마을이 ©Inven



휘황찬란하게 변해가는 과정을 보는 재미도 있다 ©Inven


게임을 하는게 아니라 '보는게' 어렵다.


물론, 아예 처음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내 식견으로도 이 게임은 아직 완전하지 못하다. 진영 간 밸런스야 뭐 문제가 아닌 날이 없는 전략 게임의 고질병 같은 거고, 업데이트를 통해 충분히 고쳐질 수 있는 부분이기에 큰 문제라 생각되진 않는다.

신규 게이머의 시선에서, '올든 에라'의 가장 큰 문제는 게임이 어렵다는 것. 정확히는 게임을 '하는 것'이 아닌, '보는 것'이 어렵다는 것이다.

더 자세히 설명하면, 이 게임은 게임 내에서 필요한 정보를 확인하는 게 너무 번거롭고 어렵다. '사기'는 무엇을 의미하는지, 마법은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 건지, 마법의 효능이 즉각적으로 어느 정도의 효과를 보여주는지, 영웅의 공격력과 방어력이 전투에서 무슨 의미가 있는지, 적 유닛이 어떤 특성을 지니고 있는지 등등 자잘하지만 어찌 보면 중요한, 자잘한 정보들을 직접 몸으로 박아가며 배우게 되어 있다.



처음엔 눈이 핑핑 돈다. 뭐부터 해야 하지? ©Inven

시리즈를 거듭 플레이해온 오랜 팬들의 입장에서는 아마 별로 어렵지 않게 느껴질 부분이지만, 나처럼 너무나 오랜만에 이 게임을 접하게 된 이들에게는 굉장한 허들이다. 처음에는 영웅을 정확히 도시의 문에 닿도록 놔야 상호작용이 된다는 것도 몰라서 병력이 다 소진되어 영웅이 죽기도 했고, 마법을 제대로 활용하기까지도 시간이 무척 오래 걸렸다.

게임 자체를 플레이하는 건 결코 어렵지 않다. 더블 클릭으로 이동하고, 상호작용하고, 병력을 모으고 전투에 돌입하는 과정은 그리 어렵지 않으니까. 하지만, 이 게임은 전형적으로 '아는 만큼 더 즐거워지는' 게임이다. 게임의 전반적인 정보들을 확인하지 못한 시점에서, 게임은 다소 지루하다. 튜토리얼이 꽤 잘 만들어져 있지만, 이것만으로도 다 알 수 없을 정도로 게임은 복잡하게 짜여져 있다. 이걸 직관적으로 딱 알아보기가 쉽지 않다는 뜻이다.



마법은 또 어떻게 쓰는 거지...? ©Inven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서 게임에 익숙해지면 분명 무척 재미있는 게임은 맞다. 하지만, 이 복잡함을 탐구하는 과정이 쉽지 않다는 건 분명 신규 게이머들에게는 허들로 작용할 거다. 나처럼 약간의 기억이라도 갖고 있거나, 오기가 강해 '왜 재미있는지 알아내기까지 한다'는 각오를 품지 않는 이상은 무조건 걸릴 수밖에 없는 허들 말이다.


'얼액 방패'를 감안하면 충분히 값어치를 할 게임


정리하면, 올든 에라는 아직 완벽하진 않지만, 충분히 재미있는 게임이며, 이는 게임을 잘 모르는 입장에서 를레이해도 마찬가지다. 아쉬운 부분들이 없는 건 아니지만, 리뷰가 9천 건을 넘어 1만 건을 향해 가는 시점에서도 여전히 89%의 긍정적 지표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만 봐도 이 게임이 좋은 게임이라는 건 증명할 수 있다.

여기서 조금 아쉬운 부분들, 앞서 말한 UI/UX의 불편함이나, 밸런싱, 따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커뮤니티에서도 종종 언급되는 난이도 별 AI의 문제 등은 충분히 해결될 여지도 있다. 다들 알다시피 이 게임은 아직 얼리 액세스 단계에 있으며, 개발사 또한 피드백을 활발히 받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아직은 맵도 좀 부족한 느낌이고 ©Inven

때문에, 결과적으로 이 게임에서 '해결되지 않을' 단점이라 할 건 하나 뿐이다. 본문에 언급하진 않았지만, 개발사가 신생이며 가격대가 낮은 게임임을 감안해도 '올든 에라'는 비주얼 면에서 다소 아쉽다. 유닛 조형이나 전투 애니메이션 같은 부분들만 좀 더 멋지게 만들 수 있을 텐데, 그 부분을 빼면 다른 부분은 걱정이 없다. 아직 '정식 출시'가 아닌 상황에서 수많은 자잘한 문제들은 대부분 해결될 가능성이 높으니 말이다.



비주얼도 조금 더 좋게 뽑을 수 있었을 것 같은데... ©inven

돈 주고 사서 할 가치가 있냐고? 당연히 충분하다. 정식 출시 사양이라면 약간은 고민할 만 하겠지만 아직 얼리 액세스라는 점. 그리고, 가격대 또한 AAA급 게임에 비하면 상당히 착하기에 큰 부담도 없다. 나도 아직 이 게임의 참 재미를 알려면 더 오래 플레이해야겠지만, 그럼에도 추천은 충분히 할 수 있다.

그러니 고민 중이라면 '츄라이 츄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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