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최대 규모의 인디 게임 전시회인 '비트서밋(BitSummit)'이 올해로 14회째를 맞이하며 교토 미야코메세에서 성황리에 개최됐다. 비트서밋은 단순한 전시를 넘어 전 세계의 개발자, 미디어, 스폰서, 퍼블리셔, 그리고 팬들이 한자리에 모여 직접 소통하는 글로벌 인디 게임 축제다. 특히 올해 인벤은 비트서밋의 공식 미디어 파트너사로 참여하게 되면서, 참신한 아이디어와 열정이 가득한 인디 게임의 최전선을 생생하게 담아내기 위해 교토 현장을 직접 찾았다.
이 거대한 축제가 글로벌 행사로 단단하게 뿌리내릴 수 있었던 배경에는 출전자와 운영자의 마음을 모두 깊이 이해하는 핵심 인물이 있다. 비트서밋 주최 측인 '일본 인디펜던트 게임 협회(JIGA)'의 이사이자 '스켈레톤 크루 스튜디오'의 CEO인 무라카미 마사히코다. 그는 2014년 비트서밋에 일반 개발자로 참가해 'Modern Zombie Taxi Driver'로 대상을 수상한 뒤, 이듬해인 2015년부터 행사 운영진으로 합류한 독특한 이력을 지녔다. 누구보다 크리에이터의 입장을 잘 알기에, 비트서밋을 '개발자를 위한 진정한 교류의 장'으로 발전시키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해왔다.
13년의 여정 동안 200명 규모의 소규모 밋업에서 약 6만 명이 찾는 거대 이벤트로 성장한 비트서밋. 도쿄게임쇼와는 차별화되는 '교토'만의 독특한 인디 게임 생태계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열기로 가득한 비트서밋 현장에서 무라카미 이사를 직접 만나 행사의 철학과 비전, 그리고 한국 인디 게임 업계와의 긍정적인 교류 방향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Q. 아직 비트서밋에 대해 잘 모르는 한국 게임 업계 관계자나 게이머분들을 위해 어떤 행사인지 간략하게 소개해 주세요.
" 비트서밋은 인디 게임 전시회로는 일본에서 가장 규모가 큰 게임 이벤트입니다. 매년 교토 미야코메세라는 행사장에서 열리며, 올해로 14회차를 맞이했습니다. 일본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개발자, 미디어, 스폰서, 퍼블리셔, 그리고 게임 팬분들이 모이는 글로벌 행사입니다. 작년 13회 행사 때는 3일간 약 6만 명에 가까운 분들이 방문해 주셨습니다.
가장 중요한 점은 단순히 게임을 전시하는 데 그치는 이벤트가 아니라, 게임 개발자가 자신의 작품을 모인 사람들에게 직접 소개하고 알릴 수 있는 '개발자를 위한 이벤트'라는 것입니다. 행사장 구역은 크게 스폰서 부스, 퍼블리셔 부스, 그리고 개발자 부스로 나뉘어 있으며, 특히 개발자 부스는 개인 단위로 테이블을 잡아 다양한 사람들과 직접 소통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Q. 본래 출전자였다가 2014년 비트서밋에서 'Modern Zombie Taxi Driver'로 대상을 수상하신 뒤 2015년부터 운영진으로 합류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출전자와 운영자 양쪽을 모두 경험하신 입장으로서 비트서밋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 출전자(개발자) 입장에서 말씀드리면, 미디어에 자신의 게임이 소개되거나 퍼블리셔와 직접 대화하고, 또 스폰서에게 게임을 알리는 과정은 현실적으로 꽤 어렵습니다. 메일을 보내도 쉽게 성사되지 않죠. 하지만 이런 오프라인 행사장에서는 관계자들을 직접 만나서 대화하고, 게임을 직접 시연하게 할 수 있다는 점이 정말 큰 의미를 가집니다.
게다가 전 세계적으로 팬들에게 알려진 이런 무대에서 호평을 받거나 상을 타게 되면, 단순히 '게임을 만든다'는 것을 넘어 한 단계 높은 차원에서 여러 사람과 소통할 수 있는 가치가 생겨납니다. 게임은 피드백을 받으면서 더 좋은 방향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개발자라면 꼭 출전하거나 직접 참가해서 커뮤니티의 힘을 경험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운영자 입장에서는, 애초에 '아직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재미있는 일본 게임을 전 세계에 알리고 싶다'는 마음으로 운영을 시작했습니다. 세계 각국에서 수많은 퍼블리셔나 미디어 관계자분들이 이곳 교토까지 와주시는 것 자체가 개발자들에게는 엄청난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15년, 16년 계속 이어나가면서 크리에이터분들에게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찬스'를 드릴 수 있을까를 항상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Q. 비트서밋은 2013년 200여 명 규모로 시작해 2025년에는 약 6만 명 이상이 찾는 행사로 성장했습니다. 13년의 여정 동안 가장 큰 전환점이라고 느낀 시기는 언제였고, 어떤 계기로 일본 최대급 인디게임 행사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고 보나요?
" 터닝 포인트는 몇 가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역시 첫 번째는 '조직'이 만들어진 것입니다. 원래는 하나의 회사가 자체적으로 밋업(Meetup)처럼 진행하던 느낌이었는데, 'JIGA(일반사단법인 일본 인디펜던트 게임 협회)'가 생기면서 제대로 조직을 갖추고 이벤트를 진행하자는 결의가 다져진 것이 컸습니다.
또 하나는 닌텐도나 소니 같은 대형 스폰서들이 자신들의 플랫폼에 게임을 출시하는 개발자들을 위해 지속적으로 스폰서로 참여한 부분입니다. 아마 2015년쯤에 닌텐도가 합류했던 것 같은데, 그 타이밍에 확실히 '출전할 가치가 있는 이벤트'로 인식되기 시작했다고 봅니다.
그리고 정말 힘들었지만 오히려 좋았던 점이, 코로나 바이러스가 유행했을 때 오프라인 행사를 전혀 할 수 없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때 온라인으로 행사를 진행하면서, 교토의 이 장소, 이 시기에 직접 오지 않으면 비트서밋을 즐길 수 없었던 제약에서 벗어나 더 많은 분들에게 알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온라인 쪽에 큰 힘을 쏟게 되었고, 행사장 방문이 가장 좋긴 하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정보가 잘 전달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게 된 것은 2020년 코로나 시기의 온라인 시도 덕분입니다. 이 시기가 여러모로 가장 큰 변화가 있었던 타이밍이라고 생각합니다.
성장이라는 측면에서는 정말 조금씩 단계적으로 알려지게 된 것인데, 앞서 말씀드렸듯 게임 개발자분들을 아주 소중하게 생각하는 이벤트이다 보니 한 번 출전하거나 참가했던 분들이 자국으로 돌아가서 '정말 좋았다'고 입소문을 내주셨습니다. 그런 좋은 피드백들이 쌓인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Q. 일본에는 도쿄게임쇼라는 대형 행사가 있지만, 비트서밋은 '교토에서 열리는 인디 전문 페스티벌'이라는 정체성을 일관되게 지켜오고 있습니다. 교토라는 도시 자체의 인디 게임 생태계가 비트서밋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도쿄와는 다른 비트서밋만의 정체성을 어떻게 만들어가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 도쿄 역시 생태계 측면에서는 비슷한 것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교토는 굉장히 '컴팩트(Compact)한 도시'라서 사람들 간의 거리가 가깝고 서로 다 알고 지내는 듯한 분위기가 있습니다. 이 규모의 도시 치고는 미술계 대학 등이 굉장히 많습니다. '대학생의 도시'라고 불릴 정도로 학교와 학생 수가 많죠.
게다가 행정(지자체) 기관이 저희와 굉장히 가깝습니다. 도쿄라면 행정 기관이 수많은 사람들을 다 신경 써야 하겠지만, 교토는 몇 가지 포인트에 집중할 수 있어서 행정과의 거리감도 무척 가깝습니다. 그리고 '닌텐도'가 있다 보니 작은 개발사들도 많습니다. 개발하는 분들도 많고, 학생들도 많고, 행정 기관도 협조적이고 가깝죠.
또 하나는 교토라는 도시 자체가 외국인들이 '오고 싶어 하거나 살고 싶어 하는' 곳이라서 글로벌 인재들도 비교적 가까이에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이벤트를 열었을 때 단숨에 하나의 커뮤니티로서 모일 수 있었다는 점이 처음엔 무척 좋았고, 지금도 지역 개발사, 행정 기관, 지역 학교 등과 연계해서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도쿄에서 이런 걸 하려고 하면 사람들이 흩어져 있어서 다 같이 모여서 하기가 상당히 힘들 텐데, 저희가 돈이 없던 시절부터 이렇게 서로 협력해서 해낼 수 있었던 것은 교토만의 아담한 사이즈감, 사람들과의 친밀함, 그리고 행정·학교·개발자들 간의 가까운 거리감 덕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Q. 올해 비트서밋의 타이틀이 '비트서밋 펀치(Punch)'이고 테마는 '하이 임팩트'인데요. 이 콘셉트를 정한 배경이 궁금하며, 작년과 비교했을 때 새롭게 도입됐거나 강화한 부분이 있는지도 함께 듣고 싶습니다.
" 비트서밋은 매년 특정 게임 장르 등을 조명하고 있는데, 올해의 테마 장르는 '격투 게임'입니다. 작년 즈음부터 전 세계적으로 게임 산업이 다소 위축되면서 스튜디오 폐쇄나 대규모 해고 같은 우울한 소식이 많았잖아요. 저희는 이런 침체된 분위기 속에서 "일본의 게임이 이렇게 재미있다!"라는 걸 세계에 보여줌으로써, 꽉 막힌 벽을 부수고 새롭게 활기를 불어넣자는 '응원'의 메시지를 담고 싶었습니다. 게임뿐만 아니라 콘텐츠 자체에 힘을 실어서,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습니다.
작년과 올해의 차이점을 꼽자면, 작년에 처음으로 행사장 전체를 사용해 규모를 대폭 키웠는데, 처음이다 보니 운영 면에서 조금 매끄럽지 못한 부분들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올해는 확장된 무대를 바탕으로 새로운 시도들의 '퀄리티'를 높이는 데 집중했습니다. 예를 들어 아날로그 게임이나 보드게임처럼 '게임 문화' 자체를 즐길 수 있는 부스를 마련했고, 특수 센서나 디바이스를 사용하는 체험형 게임 부스, 판타지 세계관의 주점 콘셉트로 꾸민 푸드 부스, 인플루언서들이 현장에서 바로 방송할 수 있는 전용 부스 등을 새롭게 도입하거나 대폭 강화했습니다.

Q. 올해 약 600개의 일반 출전 신청작 중에서 120개 정도를 선별했다 들었습니다. 이 출전 타이틀을 선정할 떄의 기준이나 비트서밋만의 철학이 있다면 무엇인지 알려주세요.
" 사실 올해는 작년보다 접수작이 조금 더 늘어나서 약 650개 정도의 타이틀이 들어왔습니다. 전 세계에 저희의 심사를 도와주시는 협력자분들이 계신데, 이분들이 게임을 직접 꼼꼼히 플레이해 보고 평가와 코멘트를 남겨주십니다. 저희는 그 투표 결과를 기본 바탕으로 하되, 거기에 '비트서밋다움'을 더해 최종 선정을 합니다.
여기서 '비트서밋다움'이란 단지 게임의 완성도가 높고 이미 유명한 작품만을 뽑는 것이 아닙니다. 이 개발자의 배경에 어떤 스토리가 있는지, 어떤 철학으로 만들었는지를 들여다보고 밸런스를 맞춥니다. 즉, 다양한 백그라운드를 가진 사람들에게 최대한 공평하게 기회가 돌아가도록 궁리하고 고심해서 선정하고 있습니다.
Q. 비트서밋은 단순한 팬 이벤트가 아니라, 첫날 비즈니스데이를 통해 퍼블리셔·미디어·스폰서와 인디 개발자를 잇는 비즈니스 매칭 기능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비즈니스데이를 통해 실제로 출전작이 퍼블리싱 계약이나 해외 진출로 이어진 사례, 또는 비트서밋이 자랑할 만한 성공 스토리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 B2B(비즈니스 매칭)에 관해서는 사실 주최 측이 깊게 관여하기보다는 참가자들이 자유롭게 교류하도록 환경을 열어두고 있습니다. 저희가 모든 계약에 관여할 수는 없으니까요. 하지만 확실한 성과들은 꾸준히 나오고 있습니다. 과거에 대히트했던 '천수의 사쿠나히메'라든지, 최근 화제가 된 '도시전설 해체센터' 같은 작품들도 처음에는 비트서밋에 개인 개발자로 출전했다가, 이곳 현장에서 퍼블리셔와 눈이 맞아 훌륭한 게임으로 성장해 론칭한 좋은 사례들입니다. 현장에서 좋은 만남이 성사되어 멋진 스토리로 이어지는 것을 보는 것이 저희의 큰 보람입니다.
Q. 한국의 BIC나 KOCCA를 비롯해 다양한 곳과 협력하고 계신데요, 한국의 인디 게임 시장과 비트서밋은 어떻게 교류를 이어가고 있나요?
" 저희는 한국의 BIC(부산 인디 커넥트 페스티벌)가 처음 출범할 때부터 파트너십을 맺고 교류해왔습니다. 당시 BIC 조직위원장을 비롯한 창립 멤버분들이 비트서밋 현장에 직접 오셔서 영감을 받았다고 말씀해 주셨죠. 그때부터 서로 긴밀하게 소통하며, 양측 행사에 교차로 부스를 내거나 한국과 일본 양측이 자국의 개발자들을 서로 파견하는 등 오랜 기간 끈끈한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아시아 국가로서 비슷한 문화적 배경을 지닌 한국과 일본이 서로 협력하고 밀어주는 긍정적인 관계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러한 기관 중심의 협력 외에도 최근에는 민간과 오프라인 현장을 아우르는 다양한 교류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일례로 한국 서울의 마리오아울렛에서 일본 게임 팝업스토어가 열렸던 적이 있었는데, 당시 제가 그 행사가 성공적으로 개최되고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네트워크 연결이나 현지 조율 등 다방면에서 직접 도움을 주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양국의 유저들이 서로의 게임 문화를 직접 피부로 느끼고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는 것은 무척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Q. 한국에는 G-STAR, BIC 등 자체 게임 행사가 있고, 인디씬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한국 게임 업계와 인디 개발자들이 비트서밋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그리고 비트서밋만이 제공할 수 있는 가치나 차별점은 무엇이라고 보나요?
" 한국 인디시장은 인구가 상대적으로 적고 퍼블리셔의 수도 많지 않아서 결국 '해외 진출'이 필수적인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바로 북미나 유럽처럼 경쟁이 극도로 치열한 시장으로 뛰어드는 것은 리스크가 큽니다. 그래서 지리적으로 가깝고 시차도 없으면서, 문화적 이해도가 높은 '일본 시장'에서 먼저 부딪혀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이곳에서 테스트를 거치고 미디어에 노출되면서 팬덤을 형성해 나가는 등, 자연스럽게 단계를 밟아 나가는 것이 한국 개발자분들에게 매우 유리한 전략이 될 것입니다.
Q. 마지막으로 한국의 유저들과 업계 관계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 저희는 한국의 훌륭한 인디 게임들, 특히 한국 개발자분들이 만든 열정적인 작품들을 더 많은 일본 유저들에게 선보이고 싶습니다. 나아가 앞으로는 한국과 일본의 크리에이터들이 합동으로 새로운 게임을 제작하거나, 서로 펀딩과 자금을 투자해 협업하는 등 '한일 공동 프로젝트' 같은 긍정적인 시도들이 양국에서 더 활발하게 피어나기를 진심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