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스타크래프트1 전성기만 기억하는 팬들에게 '짭제' 박상현이라는 이름은 다소 낯설 수 있다. 그러나 스타리그와 프로리그가 막을 내린 후 SOOP을 중심으로 재편된 지금의 스타 판에서, '전프로' 타이틀 없이 내로라하는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박상현의 등장은 신선한 충격 그 자체였다. 당당히 2회 연속 우승을 거머쥔 박상현의 다음 시선은 어디를 향하고 있을까. ASL 시즌21 우승 후 약 2주가 지난 시점, 근황과 속에 있는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현재 스타1 최고의 저그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스타리그 시절을 즐겨보던 팬들을 모를 수 있다. 간단히 본인을 소개하자면?
"올해 32살이고, 17살까지 프로게이머 도전을 하다가 당시 스타2로 넘어가면서 공부를 선택했다. 이후 24살부터 다시 스타를 시작해서 지금까지 SOOP에서 스타 방송을 하고 있는 닉네임 '짭제' 박상현이라고 한다.
ASL 시즌 21 우승 이후 근황은?
"우승을 차지했던 당일에는 정말 기쁘다는 감정만 떠오른다. 지금 2주 넘게 지났는데, 요즘에는 사실 이런 저런 고민을 하고 있다. 현재 32살인데, 미래에 대한 고민도 하고, 지난 시간을 돌이켜봤을 때 ASL이 나에게 가장 큰 목표였다. 지금 2회 우승을 차지하며 어떻게 보면 꿈을 이룬 상황이다.
다만, 스스로는 정말 열심히 노력해서 이룬 성과라고 생각하는데, 일각에서는 내가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우승했다던가 ASL을 폄하하는 말을 종종 들었다. 나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힘이 빠진다.
만약 내가 다른 일에 도전한다면 32살인 지금이 뭔가 마지노선 같다는 느낌이기도 하고, 꼭 다른 일이 아니더라도 스타 방송에 있어 지금은 실력 방송인데 이런 걸 조금 내려놓고, 방송적인 즐거움을 더 드리는 방향으로 해본다거나 스트리머로서의 방향성에 대한 고민도 동시에 하고 있다.
'짭제'라는 별명의 유래는? 아직 정확히 모르는 분들을 위해서 설명 부탁한다.
“물론 예전부터 저그 유저라면 당연히 제동이 형을 좋아했고, 팬이었지만 팬이라서 닉네임을 '짭제'로 정한 게 아니다.
예전 피시서버 당시에 래더 게임을 하려면 밀리 전적이 많아야 했다. 그때가 공부를 하고 있을 때라 당시 주변 지인에게 아이디를 빌렸는데 아이디가 '제동'이었다. 그리고 래더에서 '홍구'를 만났는데 유명세를 타고 '짭제동'이 되었다. 그러면서 '짭제'라는 닉네임으로 방송을 시작했고, 아무것도 아닌 아마추어였지만, 짭제동이라는 이미지를 가져가는 게 제동이 형에게 죄송해서 허락을 구했고, 흔쾌히 허락해 주셨다.
10대 때 도전했던 프로게이머, 24살에 다시 도전하게 된 이유는?
"내가 17살 당시 분위기로는 프로게이머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았다.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는데, 정말 도전하고 싶은 의지가 강해서 고등학교 입학식 하루 전에 허락을 해주셨고, 대신 조건이 야자는 필수였다. 당시 생활 패턴이 6시에 등교해서 밤 10시에 귀가해 집에 오면 스타 연습을 했고, 그렇게 커리지 매치 우승을 차지해 준프로게이머가 됐다.
그 타이밍에 스타1이 조금씩 저물던 시기다. STX 연습생까지 됐지만, 스타가 저물어가면서 불안함이 생겼다. 그리고 지금부터 신예들은 스타2를 해야한다는 소식에 스타1을 포기했다. 아직도 기억에 남는 게 당시 STX 코치셨던 박재석 코치님(현 쉐도우 코퍼레이션 대표)이 상담을 해주시면서 언제든 돌아오라고 말씀해 주셔서 감사한 기억이 있다.
그리고 4수까지 수능 공부를 하고 있었고, 취미로 스타 방송을 가끔 했는데, 관심을 받기 시작하면서 너무 재밌고 좋더라. 방송을 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수능은 당연히 망했고(웃음), 내가 지금 스타 판에서 가장 잘하게 되면 방송을 봐주는 사람들이 많아지지 않을까 싶었다. 또, 뭔가 어릴 때 이루지 못했던 내 한계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도 컸다.
그리고 계속 공부를 하던 중에 조금씩 방송을 하면서 관심을 받으니까 너무 재밌고 좋더라. 대신 게임을 하면서 수능 시험은 망했다(웃음). 그래도 스타를 가장 잘하면 내 방송을 많이 봐주지 않을까 싶었고, 뭔가 어릴 때 이루지 못했던 내 한계에 대한 도전을 시작하게 됐다.
테란전 3해처리가 정석이던 시절, SOOP에서 사실상 운영형 2해처리 빌드를 완성시켰는데?
“이번 결승전에 이세돌 바둑 기사님이 오셨는데, 과거 이세돌 VS 알파고 대국이 있을 때 알파고의 수들이 엄청난 역사를 지닌 바둑의 기본적인 틀을 완전히 파괴하는 수를 보여줬다. 그걸 보면서 느낀 게 많았다. 내가 스타를 배울 때는 3해처리가 그냥 당연한 거라 그렇게 게임을 배웠다.
나도 틀을 깨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물론 당시에도 2해처리 플레이로 주도권을 잡으면서 하던 선수들이 있긴 했는데, 거기서 내가 조금 더 발전시키고 최적화를 시켰다. 2해처리 운영에서 가장 중요한 게 미네랄 최적화인데, 지금은 다들 부스팅이라는 개념이 생겨서 하고 있지만, 예전에는 이런 게 전혀 없었다.

지금까지 SOOP을 통해 스타1 콘텐츠가 소모되고 있다는 게 기적 같은 일이다. 이제는 제법 40대를 바라보는 선수들도 많아 정말 끝이 아니냐는 말들이 많은데 이에 대한 생각은?
“솔직히 나는 20대 중반부터 했으니 나이에 대한 생각을 크게 하고 있진 않았다. 지금 돌이켜보면 내가 막내 라인인데 32살이다. 형들은 40에 가까워지고 있다. 많은 분들이 아직도 스타를 봐주는 이유 중 가장 큰 건 '추억'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택뱅리쌍' 같은 슈퍼스타 형들이 얼마나 더 해주느냐가 수명에 가장 큰 영향을 주지 않을까 싶다.
ASL 2연속 우승으로 차기 시즌도 강력한 우승 후보다. 만약 다시 결승에 오른다면 만나고 싶은 상대는?
"시즌 21에 이영호 선수가 종족 별로 이재호, 장윤철, 박상현이 가장 까다롭기 때문에 모두 잡고 증명하고 싶다고 말을 했었다. 그런 의미에서 나도 결승에서 만나보지 못한 이재호 선수와 만나면 재밌을 것 같다.
끝으로 팬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17살에 끝났던 어린 소년의 꿈이 스타 팬들의 관심 하나로 인해 살아날 수 있었다. 30대 초반에도 여전히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준 팬들에게 정말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