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애플의 연례 개발자 컨퍼런스 WWDC26에서 게임업계의 이목을 끌만한 특별 세션 하나가 공개됐다. 폴란드의 게임 개발사 CD 프로젝트 레드(CD PROJEKT RED)가 직접 '사이버펑크 2077'을 Mac으로 이식한 전 과정을 공개한 것이다. 연사로는 애플 게임 퍼포먼스 팀의 엔지니어 개릿 오스틴(Garrett Austin)과 CD PROJEKT RED의 어소시에이트 게임 디렉터 파벨 사스코(Paweł Sasko)가 함께 나섰다.
이 발표에서는 개발사가 어떤 문제에 부딪혔고, 어떤 도구를 동원했으며, 어떤 기준을 세웠는지를 기술적으로 구체적으로 풀어냈다. 사용자 입장에선 그저 "이식이 꽤 잘됐구나~"하고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이고, 개발사들이 충분히 궁금해할만한 소식이다. 사실상 사이버펑크 2077의 Mac 이식에는 엄청난 분량의 사전 조사, 설계, 최적화 작업이 쌓여 있었다.

Part.1
💡 '지금 Mac이어야 하는 이유' — 애플 실리콘의 성숙
개발팀이 사이버펑크 2077의 Mac 이식을 결정한 배경에는 명확한 조건이 있었다. 단순히 플랫폼을 확장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이름을 붙여도 부끄럽지 않은 품질"을 보장할 수 있는가, 라는 질문이 먼저였다.
파벨 사스코 디렉터는 "CD프로젝트는 애플 플랫폼과 오랜 인연이 있다. 애플 실리콘의 하드웨어 성능이 이제 '사이버펑크 2077' 수준의 게임을 높은 품질로 구동할 수 있을 만큼 진화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 기준은 세 가지였다.
▲첫째, 게임의 시각적 정체성 유지. 사이버펑크 특유의 조명 연출, 표면 질감((materials), 전반적인 비주얼이 다른 플랫폼과 동일한 수준으로 표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안정적인 성능. 군중, 교통, 전투처럼 CPU와 GPU에 모두 부하가 걸리는 장면에서도 프레임이 유지되어야 한다. ▲셋째, Mac 플랫폼에 어울리는 완성도. 단순한 포팅이 아니라, macOS 환경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네이티브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는 의미다.
'사이버펑크 2077'은 정말 까다로운 게임이긴 하다. 나이트 시티는 군중, 교통, AI, 물리 연산, 애니메이션, 퀘스트, 시스템 상호작용이 모두 동시에 병렬 처리되고, 이 부하의 상당 부분이 CPU로 집중된다. 그래픽 측면에서는 네온, 반사 표면, 헤드라이트, 볼류메트릭 광원이 하나의 장면에 동시에 존재하는 경우가 많고, 레이트레이싱과 패스트레이싱 같은 고급 렌더링 모드도 지원한다. 출시 초기의 상황을 겪었던 게이머들도 대번에 이해를 할 수 있을만큼 높은 사양을 요구했었고, 지금까지 새 하드웨어가 나올 때마다 벤치마크 게임으로 활용될 정도다.
이 게임이 Mac에서 제대로 돌아가려면, 애플 실리콘이 그 수준의 작업 부하를 감당할 수 있는 수준까지 성숙해야 했다. 그리고 개발사는 그 시점이 바로 지금이라고 판단했다.
Part.2
🔍 코드를 건드리기 전에 — 게임 포팅 툴킷을 활용한 사전 분석

이식의 첫 단계는 코드 수정이 아니었다. CD프로젝트 레드가 택한 접근법은 애플의 '게임 포팅 툴킷(Game Porting Toolkit, GPTK)'을 활용해 윈도우 기반 빌드를 macOS 번역 환경에서 먼저 구동해 보는 것이었다. 목표는 최종 성능 수치가 아니라, 정보 수집이었다.
개발팀은 이 평가 단계에서 세 가지 데이터 소스를 병행했다. 엔진 내부 프로파일러의 통계적 프레임 타임 데이터, Metal HUD를 통한 렌더링 상태 실시간 확인, 그리고 스레드별로 분해된 CPU 시스템 프로파일링이다. 사전에 정해 놓은 '핫스팟 시퀀스', 즉 게임 내 특정 고부하 장면들을 반복 실행하며 일관성 있는 데이터를 수집했다.
결과에서 몇 가지 패턴이 나타났다. 고사양 하드웨어에서 GPU 부하는 예상보다 양호했고, 이는 Metal 렌더링 파이프라인을 네이티브로 구현했을 때의 성능 목표가 현실적이라는 것을 시사했다. 반면 도심 주행처럼 군중과 교통이 밀집된 장면에서는 CPU 부하가 급격히 상승하는 양상이 확인됐다. 그렇게 개발팀은 이식 과정에서 CPU 최적화가 핵심 과제가 될 것임을 직감했다.

특히 주목할 만한 발견이 두 가지 있었다. 하나는 실시간 셰이더 번역 과정에서 발생하는 프레임 타임의 불규칙한 진동이었고, 다른 하나는 특정 시나리오에서 오디오 미들웨어가 높은 자원을 소모한다는 점이었다. 이 두 문제는 번역 환경 자체의 특성에서 비롯된 것으로, 네이티브 바이너리로 이식하는 과정에서 해결했다. GPTK 덕분에 이 문제들을 네이티브 개발 이전에 파악하고 대응 계획을 세울 수 있었다는 점에서, 사전 평가 단계가 얼마나 중요한지 잘 보여주는 사례다.
이 평가를 바탕으로 이식의 로드맵이 구체화됐다. 단계는 크게 네 가지였다. ① Mac을 실질적인 개발 타깃으로 설정하는 것, ② Metal API와 Metal 셰이더 컨버터를 이용해 렌더링·셰이더 경로를 구현하는 것, ③ 플랫폼 네이티브 기능을 추가하는 것, ④ 성능 최적화 및 폴리싱이었다.

이 중 첫 번째 단계인 'Mac을 실제 타깃으로 만드는 것'은 단순히 들리지만 상당한 작업을 수반했다. macOS 툴체인으로 네이티브 빌드를 생성해야 했고, 게임 실행 파일뿐 아니라 개발 과정에서 쓰이는 내부 도구들도 모두 애플 실리콘 환경에 맞게 재구성해야 했다. 데이터 파이프라인의 경우, 기존 플랫폼들이 운용 중인 빌드 파이프라인에 macOS를 하나의 병렬 플랫폼으로 추가했다. 플랫폼별 아카이브와 셰이더 캐시가 각각 생성되도록 시스템을 조정하는 작업도 필요했다.
가장 까다로운 부분은 아키텍처 수준의 조정이었다. '사이버펑크 2077'의 엔진에는 수년간 다른 CPU 아키텍처를 기준으로 쌓인 가정(전제)들이 내포되어 있었다. 개발팀은 단위 테스트를 통해 애플 실리콘 환경에서 그대로 작동하는 코드와 수정이 필요한 부분을 식별하고, 이른바 '아키텍처 브리지'를 구축하는 과정을 거쳐 이식을 이어나갔다.
Part.3
⚙️ Metal로의 전환과 'For this Mac' 프리셋

네이티브 빌드가 갖춰지고 나면, 다음 핵심은 렌더링 파이프라인이었다. 사이버펑크의 셰이더는 단순히 방대하다는 말 정도로 끝나지 않았다. 조명 스택, 포스트 이펙트, 레이트레이싱, 패스트레이싱까지 포함한 복잡한 렌더링 경로 전체를 Metal API 기반으로 옮겨야 했다.
Metal 셰이더 컨버터는 이 과정에서 핵심 도구로 활용됐다. 개발팀은 이 도구를 셰이더 빌드 시스템에 통합해 Metal 셰이더 출력이 일반 빌드의 일부로 자동 생성되도록 설정했다. 이후 반복적인 검증 루프를 돌렸다. 먼저 정적인 인게임 장면에서 조명, 포스트 이펙트를 확인하고, 이후 카메라 이동과 스트리밍, 게임플레이가 개입하는 동적 장면으로 넘어갔다. 고급 렌더링 모드인 레이트레이싱과 패스트레이싱도 성능 최적화와 동시에 시각적 출력이 다른 플랫폼과 동일한지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며 안정화를 진행했다.
네이티브 Metal 파운데이션이 안정화된 이후, 다음 과제는 다양한 Mac 기기에 걸쳐 성능을 균등하게 확보하는 것이었다. 이 공정에서는 MetalFX 업스케일링 기술이 활용됐다. 낮은 내부 해상도로 렌더링한 후 고해상도로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GPU 연산 부담을 줄이면서도 화질의 전체적인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성능 여유를 확보해준다. 이와 함께 동적 해상도 스케일링(DRS)을 결합해, 장면의 복잡도가 변하는 상황에서도 목표 프레임을 일관되게 유지하도록 했다.

이 기술적 기반 위에 올려진 것이 바로 'For this Mac' 프리셋이다. 이 기능은 게임이 실행 중인 Mac의 하드웨어를 자동으로 감지하고, 해당 기기에 맞는 최적의 그래픽 설정을 즉시 적용한다. 플레이어가 그래픽 옵션 메뉴를 탐색할 필요 없이, 게임을 처음 실행하는 순간부터 자신의 Mac에 최적화된 환경이 자동으로 세팅된다는 의미다.
개발팀은 지원되는 모든 Mac 기기에 대해 목표 프레임을 30 또는 60으로 설정하고, MetalFX와 DRS를 조합해 각 기기의 성능 내에서 해당 프레임을 유지할 수 있도록 최소·최대 해상도 경계를 튜닝했다. 비디오 설정 역시 자동으로 구성되는데, 출력 해상도, VSync, HDR 활성화 여부가 디스플레이 및 시스템 사양에 따라 자동으로 결정된다.
예를 들어 M5 Max 칩이 탑재된 MacBook Pro에서는 Ultra 프리셋을 기반으로 MetalFX 업스케일링과 DRS가 60 FPS를 목표로 내부 해상도의 50~80% 범위에서 동적으로 조정되도록 설정된다. VSync도 60 FPS 기준으로 고정되고, 내부 디스플레이의 HDR 지원 여부에 따라 HDR도 자동으로 켜진다. 게임 내에서 극도로 밀도 높은 지역 중 하나인 팬텀 리버티의 '블랙 마켓' 장면 역시 이 설정에서 60 FPS로 안정적으로 구동됐다.
파벨 사스코 디렉터는 "다른 개발사들도 'For this Mac' 설정 방식을 채택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보고 있다. 생태계 전체에 건강한 변화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Part.4
✨ Mac 네이티브 경험을 위한 세부 완성도

기술적인 구동 가능 여부를 넘어, '사이버펑크 2077'의 Mac 버전에 관심을 둘만한 또 다른 이유는 macOS 생태계와의 통합 수준에 있다. 개발팀은 시스템 이벤트 대응, 입력 장치, 디스플레이, 오디오, 그리고 클라우드 세이브까지 플랫폼 특화 요소 전반에 손을 댔다.
macOS는 NSNotification이라는 시스템 이벤트를 통해 앱 전환이나 디스플레이 변경 등의 상황을 외부에 알린다. 개발팀은 이를 게임에서 수신하도록 구현해 여러 동작을 자동화했다. 게임이 화면에서 사라지거나 가려지면 렌더링을 멈춰 CPU와 GPU 자원을 절약하고, 디스플레이 해상도가 변경되면 게임 창이 이에 맞춰 자동으로 재조정된다. 게임 오버레이를 열면 게임 커서가 숨겨지고 시스템 커서가 나타나는 식의 매끄러운 전환도 이 방식으로 구현됐다. 또한 애플의 게임 모드가 게임으로 분류된 앱에 자동으로 활성화되면서, CPU·GPU의 우선순위가 높아지고 블루투스 샘플링 레이트가 두 배로 늘어 무선 컨트롤러와 AirPods의 레이턴시가 줄어드는 효과도 얻었다.
나아가 게임 컨트롤러 프레임워크를 통해 서드파티 컨트롤러의 네이티브 지원이 이뤄졌고, 터치패드와 어댑티브 트리거 같은 고급 컨트롤러 기능도 기존 구현을 그대로 연결할 수 있었다. Mac 노트북에는 트랙패드가 기본 탑재되어 있다는 점을 고려해, 조준 토글과 마우스 중간 버튼 대체 입력 등의 옵션도 자동으로 감지하고 활성화되도록 설계했다.
특히 돋보이는 기능 중 하나는 HDR 구현 방식이다. 보통 게임에서 HDR을 제대로 즐기려면 보정 화면에서 직접 수치를 조정해야 한다. '사이버펑크 2077'의 Mac 버전은 애플의 EDR(Extended Dynamic Range) API를 활용해 이 과정을 완전히 자동화했다. 이는 현재 디스플레이의 최대 EDR 값을 실시간으로 조회해 톤 매퍼에 반영하는 방식으로, 디스플레이 성능이나 주변 환경이 바뀌어도 항상 해당 화면에서 가능한 최선의 HDR 출력이 자동으로 적용된다. Apple의 XDR 디스플레이처럼 EDR 헤드룸이 충분한 경우에는 게임이 HDR을 자동으로 켜지도록 설정돼 있어, 플레이어가 별도로 설정을 건드릴 필요가 없다.
나이트 시티의 사운드스케이프는 원래부터 공간 음향에 맞게 설계되어 있다. 개발팀은 애플의 공간 음향 API를 활용해 AirPods의 헤드 트래킹 기반 공간 음향을 구현했다. 오디오 미들웨어가 AVAudioEngine을 통해 애플 공간 음향 API를 구현하고, 여기서 `listenerHeadTrackingEnabled` 속성을 활성화하는 방식이다. 별도의 설정 없이도 AirPods를 연결하면 게임이 자동으로 몰입형 공간 음향을 제공한다.
이미 출시된 게임이었던 만큼, 크로스 세이브 기능도 구현됐다. Mac에서는 iCloud Drive를 통한 세이브 파일 동기화를 지원한다. 여기에 자체 크로스-프로그레션 시스템이 결합되어, PC나 콘솔에서 진행하던 게임을 Mac에서 이어받거나 그 반대도 가능하도록 구현됐다.
OUTRO
🏁 이정표로 제시할만한 이식, 전환점이 될 수 있을까?

'사이버펑크 2077: 얼티밋 에디션'은 2025년 애플 앱스토어 어워드에서 'Mac 올해의 게임'으로 선정됐다. 앱스토어 이용자들의 평가도 호의적이었다. 파벨 사스코는 발표를 마무리하며 "결국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느냐가 아니라, 우리 플레이어들에게 어떤 결과물을 남겨줬느냐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번 WWDC26 사이버펑크 2077 세션은 충분히 흥미롭게 볼만한 요소들이 많았다. 게임 포팅 툴킷을 통한 사전 분석, Metal 셰이더 컨버터를 활용한 셰이더 파이프라인 구축, MetalFX와 DRS의 결합, 그리고 'For this Mac' 프리셋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이식의 전 과정을 방법론 수준으로 공개함으로써 다른 개발사들이 참고할 수 있는 구체적인 가이드이자 이정표를 제시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애플 측 발표자인 개릿 오스틴 엔지니어도 세션 말미에서 "게임 포팅 툴킷의 평가 환경에서 여러분의 게임이 macOS에서 어떻게 구동되는지 확인해보면 좋겠다. 코드 없이도 빠르게 시작할 수 있다"고 권유하며, 새롭게 업데이트된 에이전틱 코딩 기능이 추가된 ‘게임 포팅 툴킷4’도 간략하게 소개했다.
'사이버펑크 2077'의 사례는 애플 실리콘이 AAA 게임을 소화할 수 있는 하드웨어로 성숙했다는 것을 단순한 벤치마크 수치가 아닌, 실제 상용 게임의 사례로 입증한 것에 가까웠다. 바이오하자드, 붉은사막, P의 거짓, 명조 등 기존 PC에서도 꽤 고사양을 요구했던 게임들이 이미 애플실리콘 생태계에서 구동되고 있다.
개인적으로도 이번 애플과 CD 프로젝트 레드의 발표는 꽤 흥미로웠다. 그동안 단순한 방법만 제시했던 게 아니라, 구체적으로 게임에 적용된 사례를 개발자와 같이 소개하는 만큼 Mac 확장 혹은 이식을 고려하고 있던 개발사들도 충분히 연구를 시작할 수 있는 이정표이자 가이드가 되지 않을까. 이번 발표가 macOS의 게임 개발에 실질적으로 많은 개발사들이 도전해볼 수 있는 새로운 전환점이 되었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