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2월, 블리자드가 말 그대로 엄청나게 많은 새로운 소식을 공개했다. 출장을 갔던 우리 팀장은 반쯤 실신해서 귀국했고, 이 과정을 지켜본 기자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벌써 이렇게 다 풀면 블리즈컨때는 뭐함...?"
뭐 여튼, 이미 공개된 건 공개된 거니 3D 입체안경과 팝콘을 꺼내 신나게 즐길 시간. 블리자드가 폭풍처럼 쏟아낸 소식 중에서도 가장 많은 이들의 이목을 사로잡은 건, 무려 디아블로 시리즈 내 3개 타이틀에 등장하는 신규 클래스인 '악마술사'였다.
디아블로2의 악마술사는 딱 봐도 세 보였다. 음 적절히 짭짤하면서도 매콤한 맛. 'OP구만?' 싶었더니 진짜 OP가 되어버렸다. 이어진 디아블로4의 악마술사. 처음엔 세 보이다가 똥맛이 가득하다는 간증이 이어지더니 핵폭탄을 쾅쾅 터뜨리는 종말 빌드가 떠오르며 상당히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이제 '이모탈'의 차례. 2편은 말할 수 없는 비밀을 숨긴 어둠의 마법학자 같았고, 4편에서는 "내가 죄인이오" 하며 스스로를 필요악처럼 여기는 참담한 모습이었건만, '이모탈'의 악마술사는 좀 다르다. 딱 봐도 높아 보이는 자존감. 집에 숨어 있는 내성적 인간들의 멱살을 끌고 파티장으로 갈 것 같은 인싸력 깊은 미소.
액정에 금 간 신형 아이폰만 쓸 것 같은 MZ가 나타났다.

인싸답게 친구가 있다. 나한테 맞아도 내 편 해주는 친구...
어쩔 수 없다. 우리 MZ악마술사에겐 미안한 일이지만, 난 이미 두 번이나 악마술사를 플레이했다. 2편의 중년은 살짝 찍먹만 했지만, 4편의 악마술사는 꽤 열심히 했다. '증오의 군주'리뷰도 병행하고 있었으니, 빌드 실험까지 해가면서 이것 저것 다 해봤다.
이 와중에 또 악마술사? 솔직히 막 끌리지는 않았다. 난 이미 악마 소환도 해 봤고, 악마 기술도 써 봤고, 악마가 되어 본 적도 있단 말이지. 난 이 클래스를 해봤어요.
물론, 다르다. 2편의 악마술사가 악마를 고정적으로 소환해 부리고, 4편의 악마술사가 소악마부터 대악마까지 다양한 악마를 기술처럼 꺼내 쓴다면, 이모탈의 악마술사에게는 미우나 고우나 늘 함께하는 영혼의 친구가 있다. 튼튼한 네 다리로 사족보행하며 악마들을 빈대떡으로 만드는 우리의 친구 '영혼 탐닉자(Soulgorger)'다.

영혼 탐닉자는 5.0빌드에서 추가되는 악마술사의 초반부 스토리를 통해 만나게 되는데, 비제레이 탑에 침입해 악마술을 깨닫고, 게이머 악마술사와 결속되는 과정을 볼 수 있다. 그리고, 게임 내에서 영혼 탐닉자의 역할은 단순히 친구를 넘어 악마술사의 공격과 방어를 모두 책임지는, 악마술사보다 더 본체에 가까운 주인공이라 할 수 있다.
'영혼 탐닉자'는 대체 불가능한 고정 소환수다. 악마술사가 가는 모든 곳을 함께하고, 모든 전투를 함께한다. 하지만, 그 역할이 고정되지는 않는다. 공격부터 방어까지 모든 것을 함께한다는 건, 그 자체로 올라운더라는 뜻은 아니다. 악마술사가 먹이로 어떤 악마를 던져주느냐, 그리고 어떤 식으로 다루느냐에 따라 영혼 탐닉자는 더 강해지기도 하고, 역할이 달라지기도 한다. 심지어 악마술사와 체력을 주고 받을 수도 있다.

악마로 시작해서 악마로 끝내는 클래스
기존 작품들의 다른 악마술사들과의 차이라 하면, 이 '영혼 탐닉자' 메커니즘과 결부되어 '소환'의 중요도가 굉장히 높은 직업이라는 점일 거다. 2편의 악마술사는 악마 소환 자체와 악마들의 힘을 균형있게 사용했고, 4편의 악마술사는 소환이 일시적 기술인 경우가 많아 실제 플레이 감각은 중거리 캐스터에 더 가까웠다.
이모탈의 악마술사는 기본기부터 심화 기술까지 많은 부분이 '소환'과 연결되어 있다. 폭발성 임프를 던지고, 소환문을 열어 임시 악마들을 소환하며, 이동마저 악마의 발을 붙잡고 날아간다. 빌드에 따라 악마 의존도를 더 낮출 수는 있지만, 영혼 탐닉자라는 고유 메커니즘 자체가 악마 소환과 굉장히 밀접한 관계가 있기에 무시할 수는 없다. 끊임없이 악마를 꺼내고 소모해가며 강화 효과를 통해 그 악마들을 더 강화하는 것이 이모탈 악마술사의 주요 컨셉인 셈이다.

정리하면, '중간'에 있다. 개발진도 강조한 부분인데, 디아블로2와 이모탈, 4편에 이르기까지 악마술사는 꾸준히 달라지고, 더 어두운 힘에 손을 댄다. 디아블로2의 악마술사가 악마의 힘을 다루지만, 동시에 악마를 경계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이모탈의 악마술사가 적극적으로 악마를 소환하면서도 최후의 선은 넘지 않는 것도, 디아블로4의 악마술사가 마침내 악마 그 자체가 되어버리는 것 모두가 이 '시간적 흐름'에 있다.
반면, 게임 내에서 비춰지는 이모탈 악마술사의 인식은 '중간'이 아닌 툭 튀어나온 모습이다. 다른 작품의 악마술사들이 고뇌 끝에 이열치열을 실행에 옮긴 진중한 성격이라면, 이모탈의 악마술사는 이들보다 더 무모하면서 대담하고, 겁이 없는 모습을 보인다. '무척 위험하고 충동적이지만 그래도 악마보단 나은 인물'이라는 자신의 위치에 썩 만족하는 모습을 보인달까? 이정도 멘탈은 되어야 악마를 무 뽑듯 뽑아낼 수 있는 거다.


안 본 사이 많이 힘들어진 루트 골레인
악마술사 외에도 이번 빌드에는 중요한 업데이트가 있다. 지난 빌드에서 성문 앞까지만 도달할 수 있었던 '루트 골레인'이 주 무대로 추가되는 것. 디아블로 팬들은 모를 수가 없는 도시가 '루트 골레인'인데, 디아블로2에서 처음 만나게 되는 도시다운 도시기 때문이다. 액트1의 누더기촌을 벗어나 액트2에 이르렀을 때, 황금으로 빛나는 보석같은 도시를 처음 보는 감상은 보통 특별한 게 아니다.
물론, 디아블로2의 10년 후인 '디아블로 이모탈'의 루트 골레인은 우리가 아는 그 모습과는 많이 다르다. 코믹스에서도 다뤄졌듯 악마들의 침공으로 거진 박살이 나 있는 상태고, 도시 곳곳에는 피가 도료마냥 칠해져 있다. 실제 플레이 빌드에서 볼 수 있는 루트 골레인도 사막 도시라는 공통점만 있을 뿐, 곳곳에 시체가 산처럼 쌓여 있는 '도시였던 것'에 가깝다.


이 루트 골레인의 스토리 라인에서도 악마술사와 관련된 이야기들이 함께 나온다. 자세한 이야기는 직접 보는 것이 더 나을 테니 말을 아끼겠지만, 어쨌거나 함께 업데이트되는 콘텐츠인 만큼, 루트 골레인은 악마술사와도 깊은 연관이 있는 도시로 그려진다.
그리고, 악마들의 잔칫상이 되어버린 이 루트 골레인의 심처에서 게이머를 기다리는 건, 오랜 기간 우리들의 사랑을 받아온 대악마 누나 '안다리엘'이다. 개발진 가로되 '악마가 인간에게 줄 수 있는 최악의 고통'을 상정하고 만들었다는 '루트 골레인'의 서사는 이번 업데이트, 그리고 3분기 업데이트로 계속해서 이어질 예정이다.
디아블로 이모탈의 5.0 업데이트인 '피투성이 보석'은 6월 17일에 적용된다. MZ 악마술사부터 피로 물든 사막 도시 '루트 골레인'까지 살펴볼 수 있는 대형 업데이트. 얼마 남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