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DC26] 숏폼의 시대, '경험하는 이야기'를 위한 마비노기 모바일의 고민

게임뉴스 | 김규만 기자 | 댓글: 7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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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설빈 데브캣 스토리팀 팀장©INVEN

  • 주제: 어이쿠 손이 미끄러져 스킵해 버렸네 - 숏폼 시대의 '마비노기 모바일' 메인 퀘스트 제작기
  • 강연자 : 김혜진, 조설빈 - 데브캣 팀장
  • 발표분야 : 게임 기획
  • 권장 대상 : 숏폼 시대 모바일 스토리와 IP 재해석, 몰입 설계 및 정보 전달법을 찾는 분, 텍스트 서사를 실제 플레이 경험(퀘스트)으로 구현하고자 하는 분
  • 관심태그 : #NDC26 #퀘스트 #스토리 #마비노기모바일


  • [🚨 강연 주제] 이번 발표에서는 두 팀이 협업하며 이야기를 플레이 경험으로 구현해온 과정을 실제 제작 사례와 함께 공유합니다. 숏폼 시대의 콘텐츠 소비 환경 속에서 모바일 MMORPG 내러티브를 어떻게 설계하고 발전시켜 왔는지, 그 과정에서 얻은 인사이트와 시행착오를 솔직하게 전달합니다.

    사람들이 이야기를 소비하는 방식이 달라진 숏폼의 시대, 한 편을 진득하게 따라가야 하는 모바일 MMORPG의 이야기는 어떻게 전달돼야 할까.

    NDC 2026 강연에 나선 데브캣의 조설빈(스토리팀), 김혜진(내러티브 제작팀) 팀장은 이 질문을 정면으로 마주했다. 강연 제목부터 '어이쿠, 손이 미끄러져 스킵해 버렸네'였다.

    두 사람은 "숏폼 시대라 이야기에 스킵 버튼이 있어야 하지만, 스킵 버튼이 있어도 끝까지 보게 되는 이야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어려운 과제를 어떻게 풀어왔는지, 실제 '마비노기 모바일' 메인 퀘스트 제작 사례와 함께 풀어냈다. 세계관과 이야기를 설계하는 스토리팀, 그 의도를 플레이로 구현하는 내러티브 제작팀이 함께 무대에 오른 이유이기도 하다.


    집중 시간 47초의 시대... "읽히는 이야기가 아니라 경험되는 이야기로"




    20년 사이에 3배로 줄어든 한 화면 집중 시간©INVEN

    먼저 조설빈 팀장이 '숏폼 시대에서 살아남기'를 짚었다. 1분 이내의 짧은 영상, 곧 숏폼을 보지 않는 사람이 이제는 소수가 됐다. 국내 숏폼 이용률은 2024년 기준 약 77%에 달했고, 유튜브 쇼츠는 이용자 비율이 82.7%로 10명 중 8명 이상이 시청한다. 사람들의 평균 집중 시간은 47초로, 20년 사이 3배 이상 줄었다. 콘텐츠는 더 빠르게, 더 짧게 소비되고 있다.

    문제는 모바일이라는 플랫폼의 양면성이다. 핸드폰만 있으면 어디서든 가볍게 즐길 수 있다는 높은 접근성은, 이야기를 전달하는 입장에서는 단점이 되기도 한다. 플레이 환경이 사람마다 제각각인 데다, 같은 화면 안에 숏폼, SNS, 다른 게임 같은 경쟁 콘텐츠가 가득해 이탈이 너무 쉽기 때문이다.

    조설빈 팀장은 "모바일은 접근성은 높지만 지속성이 낮아, 그 속의 이야기는 스치듯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고 진단했다. 그래서 데브캣이 내린 결론은 분명했다. 이야기를 '경험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 쉽게 읽히되 내용은 풍부하게, 나아가 그 내용 자체가 플레이가 되도록 해 읽히기를 기다리는 이야기가 아니라 경험 속에 녹아드는 이야기를 지향했다.



    접근성은 높지만 지속성이 떨어지는 환경에서 이야기를 전달할 고민은 필수가 되었다



    긴 설명이 들어갈 자리가 없기에, IP를 사용하는 것이 주효한 전략이 되었다©INVEN

    그 다음 질문은 '무엇을 넣고 무엇을 뺄 것인가'였다. 마비노기 모바일의 첫 목표는 한 줄로 요약됐다. "마비노기 세계라는 큰 틀은 유지하되, 모바일만의 새로운 이야기를 보여주자."

    이런 방향을 잡은 이유로 조설빈 팀장은 '시간'을 들었다. 숏폼 시대에는 설명할 시간이 부족하기에, 이미 알고 있는 세계 즉 IP의 힘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IP는 경험하여 저장된 데이터"라고 표현했다. 어디서 본 듯 익숙한 것을 접하면 사람은 긴 설명 없이도 빠르게 이해하고 몰입한다. 다만 모든 것이 똑같으면 새로울 게 없어 흥미가 떨어지므로, 익숙한 세계관 위에 모바일만의 새 이야기를 얹어야 했다.

    그 '새로움'은 인물의 새로운 역할과 관계에서 찾았다. 예컨대 원작 마비노기에서 신체적 한계로 수동적인 조력자에 머물렀던 인물 타르라크는, 모바일에서는 마비노기 영웅전 측 인물의 도움으로 한계를 극복해 능동적으로 움직이고, 그 변화가 새로운 관계와 사건을 만들어낸다. 여기에 마비노기 듀얼, 허스키 익스프레스, 마비노기 영웅전 등 계열작의 장면·설정·아이템을 재창조해 녹여, 익숙하면서도 낯선 또 다른 즐거움을 제공하고자 했다.



    원작과 다른 방식으로 캐릭터를 보여주거나©INVEN



    과거 작품을 오마쥬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재미를 전달하는 노력이 더해졌다©INVEN


    "무엇을 더할까가 아니라 무엇을 뺄까"... 18자 말풍선과 '마족'




    마비노기 모바일의 NPC 대화 말풍선은 평균 18자를 유지하고 있다©INVEN

    전달 방식의 출발점도 같은 고민이었다. 모바일은 이탈률이 높고 무엇보다 화면이 작아 긴 설명이 어렵다. 그래서 가장 중요했던 질문은 "무엇을 더할까가 아니라 무엇을 뺄까"였다. 데브캣은 텍스트의 글자 수와 정보량부터 줄여나갔다.

    글자 수의 경우, NPC 대화 말풍선은 두 줄을 넘지 않도록 평균 18자로 작성했다. 핵심은 짧게 쓰는 것이 아니라 짧아도 내용이 전달되게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말풍선 하나 안에서 하나의 주제와 목표가 완결되도록 구성해, 플레이를 멈췄다가 다시 시작해도 무슨 대화를 하고 있었는지 알 수 있게 했다. 또 대화창의 버튼 텍스트를 활용해 이미 아는 내용은 생략하고 빠르게 다음 대화로 넘어가게 했고, 몰입이 필요한 순간에는 선택지를 고르는 행위로 이야기에 직접 참여하는 느낌을 줬다. 긴 설명 대신 이미지 한 장으로 상황을 이해시키고, 화면 하단의 짧은 메시지로 설명을 보조하는 방식도 적극 활용했다.



    포워르 = 지루하고 현학적임, 마족 = 간단하고 사전 지식 필요X©INVEN

    정보량을 줄일 때 가장 먼저 본 것은 타깃층이었다. 마비노기 모바일은 남녀노소 누구나, 게임이나 판타지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부담 없이 몰입할 수 있는 게임을 목표로 했다. 그래서 세계관의 진입 장벽을 높이는 요소를 줄였다. 대표적인 것이 고유명사다.

    조설빈 팀장은 청중에게 켈트 신화 속 종족명 '포워르(Fomor)'를 아느냐고 물었고, 손을 든 사람은 드물었다. 그러나 이를 '마족'으로 바꾸자 훨씬 많은 손이 올라갔다. 그는 "'마족'이라고 하면 굳이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우리와 대립하는 세력'임을 바로 짐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방식으로 '리아 파르'라는 고유명사를 '고대의 지혜'로, 또 '아다만티움'을 '깨지지 않는 광석'으로 바꾸는 등 어려운 이름을 직관적인 표현으로 치환했다. 정보의 난이도를 낮춰 설명을 생략하고 빠르게 본론으로 전개함으로써, 스토리가 늘어지거나 학습 피로가 쌓이는 문제를 줄이려 한 것이다.


    몰입감과 템포 사이의 줄타기, 팔라딘 챕터의 '취사선택'




    ©INVEN

    이런 원칙이 실제로 적용된 사례가 '여신강림 3장' 팔라딘 챕터다. 발표자들에 따르면, 이 챕터는 담아야 할 정보가 유독 많았다. 기사단에 왜 들어가는지부터 기사단 생활, 탈단 이유, 정령과의 만남과 시련, 축복, 주요 인물과의 갈등까지 굵직한 사건이 줄줄이 이어졌다.

    모바일에서 이 모든 것을 세세히 설명할 수는 없었기에, 데브캣은 '핵심 경험'부터 정리했다. 3장의 핵심은 플레이어가 '왜 팔라딘이 되어야 하고, 팔라딘은 어떤 존재이며, 어떻게 될 수 있는가'였다. 그래서 플레이어가 팔라딘으로 각성하는 경험을 중심에 두고, 그와 멀어지는 요소는 덜어냈다.

    가령 초반부에 세세히 다뤄지던 정치 세력과 기사단의 유착·음모는 한 번에 길게 풀지 않고 곳곳에 짧게 자주 흩뿌려 노출 빈도를 높였다. 메인 줄기에서 벗어난 '정령과 인간의 사랑 이야기'는 생략했고, 그에 이상형 찾기나 딸린 갑옷 제작 에피소드도 함께 덜어냈다.

    그 대신, 플레이어가 스스로 고민하고 선택하며 '빛의 기사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흐름에 집중했다. 새로 만나는 기사단 동료들도 단순한 정보 전달자가 아니라 플레이어를 응원하고 지지하는 역할을 맡아, 종장에서 마침내 각성에 이르렀을 때 더 큰 성취와 보람을 느끼게 했다.



    원작의 이야기에서 취할 건 취하고, 뺄 것은 과감히 뺐다©INVEN

    다만 무언가를 더하면 반드시 다른 무언가가 줄어든다. 사건 중심의 전개는 플레이 템포를 높이지만 부연 설명이 줄어 인물의 감정과 세계관 몰입은 약해진다. 반대로 개연성과 감정선을 강화하면 템포가 느려지고 플레이어의 주목도가 분산돼 '주인공이 아닌 주변인'으로 전락할 위험이 생긴다. 조설빈 팀장은 "결국 모바일 스토리는 몰입감과 템포 사이에서 끊임없이 균형을 조정하는 작업이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데브캣은 한정된 텍스트를 벗어나, 인물이 직접 말하지 않아도 이야기를 경험하게 하는 방법을 고민했다. 첫째는 선택적으로 읽을 수 있는 서적/편지/아이템 카드다. 빛의 기사에 대한 긴 설명을 NPC 대사로 풀면 넘기는 데만 7번의 터치가 필요했지만, 같은 내용을 책에 담아 건네면 말풍선 하나로 대화가 끝났다. 긴 설명을 체계적으로 분산하면서 대화가 늘어지는 것을 막은 것이다. 다만 이야기를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서적을 읽어야 하는 구조는 지양하고, 서적은 세계관을 풍부하게 하는 보조 장치로만 뒀다.



    7번씩 터치하지 않고도 설명을 읽게 할 방법은 없을까?©INVEN



    이러한 고민의 결과로 다양한 책들이 인벤토리를 차지하게 되었다(?)©INVEN

    둘째는 배경이다. 공간을 꾸미는 소품과 곳곳에 배치된 상호작용 포인트를 통해 공간의 이야기를 간접적으로 전달하고 탐색의 재미를 줬다. 이 역시 필수 진행 요소가 아니어서, 더 보고 싶지 않은 사람은 그냥 지나치면 된다.

    셋째는 사운드와 애니메이션 같은 시청각 요소다. NPC의 표정·동작·음성으로 상황과 감정을 풍부하게 전하고, 대사만으로 어려운 순간에는 컷신으로 몰입과 템포를 보완했으며, 공간에 어울리는 BGM으로 분위기를 체감하게 했다.

    조설빈 팀장은 "중요한 건 모든 정보를 반드시 읽게 만드는 게 아니라 선택할 수 있게 설계하는 것"이라며, 더 알고 싶은 사람에겐 세세한 설정을, 그렇지 않은 사람도 큰 맥락은 이해할 수 있게 해 각자의 방식대로 이야기를 경험하게 하려 했다고 정리했다.


    텍스트를 플레이로... 짧아도 각인되는 '세 가지 축'




    김혜진 데브캣 네러티브 제작 팀장©INVEN

    이렇게 다듬어진 이야기를 어떻게 플레이로 바꿔 '경험'이 되게 했는지는 김혜진 팀장이 이어받았다. 내러티브 제작팀은 글로 쓰인 이야기를 '플레이 시퀀스', 곧 플레이어가 직접 경험하는 흐름으로 만드는 일을 한다. 텍스트로는 보이지 않던 보완 지점이 플레이로 옮기면 비로소 드러나기 때문이다.

    김혜진 팀장은 짧은 시간에 몰입되는 플레이를 만드는 답을 세 가지 축으로 정리했다. 전개의 빈틈을 채워 짧은 만남에도 캐릭터가 각인되게 하는 '서사 연출', 반복 구간에 변주를 심어 지루함을 끊는 '플레이 템포', 챕터 주제와 어울리는 플레이를 설계하는 '플레이 테마'다.

    서사 연출의 사례는 다시 팔라딘 기사단 동료들이었다. 플레이로 구현하는 과정에서 두 가지 약점이 보였다. 조원들과 교감할 시간이 짧아 정들기 전에 헤어지는 인상을 준다는 점, 그리고 남의 모습으로 주변을 속이는 '도플갱어'의 위협이 플레이어에게 직접 와닿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INVEN

    이를 보완하기 위해 데브캣은 세 시퀀스를 더했다. 조원들이 본격 합류하기 전 플레이어와 짧게 마주쳐 호감을 미리 쌓는 장면, 함께 잔을 나누며 결의를 다지는 '서약의 잔' 시퀀스(이후 이별 장면에서도 같은 구도를 써 감정선을 잇게 했다), 그리고 대사로만 언급되던 도플갱어를 플레이어가 직접 쫓는 추적 임무다. 세 가지 모두 방향은 같았다. 서사를 길게 설명하는 대신, 짧더라도 직접 경험하게 만드는 것이다.

    두 번째 축인 플레이 템포에서 가장 경계한 것은 '반복'이었다. 모바일 게임 특성상 짧은 시퀀스가 자주 반복되는데, 전달 내용이 달라도 같은 방식의 플레이가 반복되면 플레이어는 금방 패턴을 학습한다. 다음에 무엇을 할지 예측되는 순간 기대감도 줄어든다. 그래서 데브캣은 같은 형식이라도 다르게 느껴지게 만드는 '플레이 변주'를 답으로 삼았다. 똑같이 선택지가 뜨더라도, 단서를 바탕으로 상황을 추론하는 선택과 문양을 보고 직관적으로 맞히는 선택은 전혀 다른 경험으로 체감된다는 것이다.

    변주 시퀀스의 설계 원칙은 셋이었다. 기존과 다른 경험을 줄 것, 단순 관람이 아니라 플레이어가 직접 참여하게 할 것, 실패 부담을 최소화할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세 가지 유형을 정의했다. 직접 조작하는 순간 집중도가 올라가되 반복 실패 시 넘어갈 안전장치를 둔 '수동 조작형', 세계관과 생활감을 전하며 실패 없이 자유롭게 넘길 수 있고 만점 시 소소한 보상을 주는 '미니게임형', 예상을 벗어나는 순간으로 신선함을 주는 '색다른 연출'이다. 반복 구간마다 이 셋을 적절히 투입해 짧아도 새로운 경험을 주고 템포를 환기하려 했다.



    ©INVEN

    세 번째 축은 플레이 테마다. 텍스트 설명에 기댈 수 없다면 플레이 자체가 이야기가 되도록 해야 한다는 발상에서 출발했다. 데브캣은 챕터마다 핵심 플레이 키워드를 정했다. 3장은 '선택', 4장은 '추적', 4장 외전은 '정화'였다. 선택 테마에서는 선택지를 고르는 순간 플레이어가 자연스럽게 멈추게 되는 그 찰나의 집중을 활용해 이야기 안으로 끌어들였다.

    추적 테마인 4장에서는 플레이어가 사건을 쫓는 주체가 되게 했다. 이를 위해 능동적으로 움직일 동기가 필요했는데, 데브캣은 늘 모리안 여신을 만나던 장소에서 4장 초반에는 여신이 사라진 모습을 보여줬다. 원래는 후반의 반전 장면이었지만, 추적 동기를 만들기 위해 초반부로 재배치한 것이다. 익숙한 전개가 깨지는 순간 플레이어는 자연스럽게 "어, 뭐지?" 하게 되고, 그 순간 설명 없이도 추적이 시작된다.

    이후 위협의 현장을 직접 목격하고 진상을 쫓으며 여신에게 향하는 길도 스스로 찾아내게 해, '따라가는 사람'이 아니라 '추적하는 플레이어'가 되도록 했다. 4장 외전의 정화 테마에서는 '영혼의 검'이라는 아이템을 비석 강화부터 최종 결전까지 일관되게 등장시켜, 설명이 아니라 반복되는 플레이를 통해 '정화의 도구'라는 의미가 자연스럽게 쌓이게 했다.



    각 챕터의 콘셉트에 따른 게임플레이가 몰입감을 더하는 구조©INVEN


    "환기가 아니라 맥락 단절" 변주가 남긴 교훈과 '정답 없는 선택'




    숏폼 시대에 '딱 맞는' 분량은 과연 얼마일까 라는 고민도 필요했다©INVEN

    김혜진 팀장은 이 설계가 실제로 어떤 효과를 냈는지도 솔직하게 공유했다. 서사 연출 쪽은 성공적이었다. 해당 시퀀스가 반영된 3장 이후부터 다음 스토리에 대한 기대감을 표현하는 반응이 늘었고, 새 인물에 대한 호감도 형성됐다. 플레이를 통해 서사가 전달되고, 그 경험이 다음 이야기에 대한 기대로 이어진 것이다.

    반면 플레이 템포는 모든 변주가 의도대로 작동하진 않았다. 새로운 플레이 자체를 재미있어하는 긍정적 반응도 있었지만, 긴장감이 높아진 순간에 플레이가 전환되면서 흐름이 끊긴다는 피드백도 있었다.

    김혜진 팀장이 특히 주목한 지점은 "왜 지금 이 플레이가 들어오는지 의도가 충분히 전달되지 않으면, 환기가 아니라 맥락 단절로 읽힌다"는 것이었다. 여기서 얻은 교훈은 명확했다. 서사적 긴장감이 높은 순간에는 짧은 환기보다 몰입 유지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후로는 반복 피로를 줄이는 것과 서사 흐름의 균형을 함께 고려해 더 신중하게 설계하고 있다.

    플레이 테마 중 가장 인상적인 효과를 낸 것은 선택 테마였다. 핵심은 '정답이 없는 딜레마 선택지'를 제시한 데 있었다. 플레이어가 자신의 성향과 가치관을 반영해 실제로 고민하게 만들고, 특정 선택이 정답처럼 굳어지지 않도록 다른 분기에서도 보상을 얻을 수 있는 경로를 마련했다.

    그 결과 선택에 따라 경험과 흐름이 달라지는 시퀀스를 두고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자발적인 토론이 벌어졌고, 보상 동기를 스스로 발견하는 반응도 나타났다. 정답 없는 선택이 단순 소비로 끝나지 않고 자발적 토론과 재플레이로 확장된 것이다.


    늘리고 또 줄이고, "이야기 그릇의 크기를 먼저 정한다"




    ©INVEN

    시야를 챕터 전체로 넓힌 분량과 편의성 이야기가 이어졌다. 데브캣은 이전 장들의 피드백을 살폈다. 인물 소개 중심이던 2장은 "너무 짧다"는 반응이 많아 3장의 분량을 늘렸지만, 이번엔 지나친 압축으로 "개연성이 부족하다"는 피드백이 돌아왔다.

    그래서 3장 이후부터는 분량을 조금 줄이는 대신 흐름과 개연성에 집중했다. 콘텐츠 소비가 짧아지고 플레이 환경도 제각각인 만큼, 같은 분량도 체감이 달라진다. 분량과 밀도를 모두 높이면 이상적이지만 한정된 리소스로는 쉽지 않았기에, 데브캣은 '무조건 많이'가 아니라 '적정 밀도의 기준'을 먼저 찾기로 했다.

    접근 방식도 뒤집었다. 이야기 규모에 따라 분량을 정하는 대신, 분량 즉 '이야기 그릇의 크기'를 먼저 정하고 그 안에서 밀도 있게 설계하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기존에 만든 모든 플레이 시퀀스를 연출 규모, 제작 난이도, 소요 시간까지 포함해 등급으로 나누고, 챕터마다 각 등급을 어떤 비율로 구성할지 기준을 세웠다. 기획 단계부터 이 기준을 적용하니 처음부터 이야기의 상한선을 정한 상태로 밀도 있게 설계할 수 있었고, 챕터마다 경험 품질의 편차가 줄어든 데다 개발팀 내 공통 기준이 생겨 협업 효율도 높아졌다.

    마지막 고민은 편의성이었다. 라이브 서비스는 업데이트가 쌓일수록 콘텐츠 부담도 함께 쌓이고, 그 부담을 스킵하고 싶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데브캣은 역발상을 택했다. "스킵하고 싶지 않게 만들려면, 오히려 먼저 스킵을 지원해야 한다"는 것. 언제든 스킵할 수 있다는 선택지로 심리적 부담을 낮추려는 의도다. 이에 이야기 건너뛰기 시스템을 도입해 기본 편의성을 강화하고, 필수 선행 퀘스트를 축소해 신규 유저의 진입 부담을 줄였다. 동시에 스킵으로 놓친 내용을 다시 볼 수 있는 '주요 장면 다시 보기'도 개발 중이다.



    "스킵하고 싶지 않게 만들기 위해서는, 일단 스킵이 가능해야 한다"©INVEN

    "손이 미끄러져도 이야기는 이어지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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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무리는 다시 조설빈 팀장이 맡았다. 그는 이 발표를 통해 전하고 싶었던 말로 "미끄러져도 이야기는 이어져 있다"를 꼽았다. 이 시대에 스킵은 그 자체로 자연스러운 플레이 방식 중 하나이며, 전부 스킵하는 플레이어도, 일부만 스킵하는 플레이어도, 스킵하지 않는 플레이어도 각자 자신의 방식대로 이야기를 경험할 수 있게 만들고 싶다는 것.

    이어 그는 "건너뛰는 순간에도 이야기가 닿았다면, 잠깐이라도 흥미가 생기고 그 순간만큼은 스킵하고 싶지 않아지며, 나중에 찾아보게 되고 결국 더 깊이 빠져들게 된다"고도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조설빈 팀장은 "오늘 이 발표가, 여러분의 손을 잠깐 멈추게 할 수 있었다면 좋겠다"는 말로 발표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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