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매체에서 소개된 바, 권장희 소장은 "게임 중독에 빠진 아이들은 전두엽의 발달이 늦어져 모든 일에 반사적이고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는 짐승과 비슷한 상태로 변한다."면서, "지금 (한국의) 교실에는 게임때문에 얼굴은 사람인데 뇌 상태가 짐승같은 아이들이 있다." 라는 말로 게임 중독에 대해 강력하게 비판했다.
일단 발끈했다. 그러나 곰곰히 생각해보니 그냥 넘어갈 일만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강제성 기금 조성이나 셧다운제같은 여성가족부의 주장에는 동의하기 힘들어도 현재 학생을 자녀로 둔 부모들이 게임 과몰입때문에 우려를 표하는 것은 사실이고 또 저렇게 강력한 수위의 비판을 할 정도라면 확실히 무엇인가 근거가 있을 것이 아닌가.
게다가 지금까지 한국의 온라인 게임 산업이 발전하면서 등장한 부작용들에 대한 대처가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다. 게임의 부정적인 효과를 무시하고 사회적인 책무를 다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도 어느정도 긍정할만한 구석은 있다는 뜻이다.

[ 2011년, 게임문화재단의 90억 규모 사업계획. 과몰입 예방에만 약 16억 규모의 예산이 배정된다. ]
현재 제시된 정책들의 실효성에는 동의하기 힘들지만 이 나라의 미래인 청소년을 보호하자는 취지 자체는 모두가 공감할 수 밖에 없다. 게임업계를 옹호하고 싶어도 청소년 보호가 필요하다는 여성가족부의 주장에 반박할 근거가 없다면 결국 셧다운제와 게임중독예방 기금이라는 규제를 받아들이게 될 수도 있다.
일단 사실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기에 놀이미디어교육센터에 전화를 걸어 16일 토론회의 발언에 대한 확인을 거쳤다. 아쉽게도 발언 당사자인 권장희 소장과는 연락을 할 수 없었으나 해당 토론회에서 그런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은 사실이며, 해당 발언이 '추적 60분'이나 '그것이 알고 싶다' 등의 공중파 방송, 그리고 일본의 뇌신경학자인 모리 아키오 교수의 저서에 기반한 것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데 공중파 방송에서 근거로 사용하고 있는 자료들 역시 따지고 보면 최종적으로 모리 아키오교수의 저서인 '게임뇌의 공포'로 귀결된다. 혹여 다른 학술서나 관련 이론서, 실험결과 등이 있을까 해서 찾아보았으나 모리 아키오 교수의 저서와 뇌내오염(오카다 타카시 저, 2005년)이라는 책에서 주장하는 내용 외에는 비슷한 이론이나 학설에 대해 찾아볼 수 없었다.
결국 2002년 일본에서 출간되며 큰 화제가 되었고, 2003년에는 한국에서 번역을 통해 출간된 이 '게임뇌의 공포'라는 책에서 주장한 내용들이 게임이 아이들을 짐승처럼 변하게 만든다는 발언의 근간이라는 뜻이다.

[ KBS2 추적 60분, 모리 아키오 교수와의 인터뷰 ]
그렇다면 논란이 되었던 주장의 근거로 사용된 모리 아키오 교수의 저서, '게임뇌의 공포'란 어떤 책일까?
모리 아키오 교수는 이 책을 통해 사람이 게임을 즐길 때의 뇌파가 치매 상태인 사람과 비슷하게 변하고 인간의 품성을 담당하는 전두엽 전부피질의 기능을 저하시키는 현상을 발견하였다는 내용을 주장하고 있다. 특히 게임을 할 경우 도파민 신경계의 자극을 통해 쾌감을 얻게 되는데, 이런 쾌감에 내성이 생기면 결국 반복적으로 게임을 즐기면서 뇌의 신경회로가 굳어져 기능을 저하시킨다는 주장도 펼쳤다.
게임을 많이 하면 전두엽의 발달이 늦어지고 자극만을 찾게 된다는 책의 주장은 권장희 교수의 발언이나 공중파 방송에서 지적했던 게임 과몰입 현상의 부작용과 일치한다. 책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당장 병원으로 달려가서 우리 아이들의 두뇌에 이상이 없나 살펴봐야 하겠지만 다행스럽게도 그럴 필요는 없다.
세계적인 콘솔 게임의 본고장이 일본인만큼 모리 아키오 교수의 저서인 '게임뇌의 공포'는 한때 일본에서 큰 이슈가 되었으나, 이후 연구결과의 과학적 정당성이나 근거, 객관성 등에 의심을 받으면서 학계의 정설로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후 뇌내오염 (오카다 타카시 저, 2005년)이라는 책도 등장하였으나 역시 결과는 마찬가지.
2002년 출간되면서 일본에서 엄청난 화제가 되었던 책인 만큼 해당 저서에 대한 내용은 일본의 위키에 "게임 뇌"와 저자인 "모리 아키오" 교수의 카테고리로 굉장히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다. 쉬운 이해를 위해 위키에 등장하는 일부 내용을 해석해보았다.

[ 일본의 위키피디아에서 상당한 분량이 소개되어 있다. ]
일본 신경 과학 학회의 회장을 역임했으며 오사카 대학의 명예 교수인 츠모토 타카지 교수는 학회지 '신경 과학 뉴스'를 통해 "게임뇌의 공포나 뇌내오염과 같은 책들이 신경학에 대한 신뢰를 해치게 된다." 면서 "지금까지 방치해 왔지만 이제부터는 실수를 바로잡도록 노력하고 싶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사실이 있으며, 특히 2010년에 개정된 신경 과학 뉴스의 연구 윤리 지침에서 게임뇌의 공포에 대한 내용을 지명해 비판한 바 있다.
토호쿠(東北) 대학의 가와시마 류타 교수는 "게임의 종류와 연령, 게임에 대한 대처 방법 등에 따른 뇌의 연구 결과가 전혀 없었다."면서, "게임 뇌라는 것은 미신이나 단순한 망상과 같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日本 トンデモ本 大賞(일본 말도 안되는 책 대상)을 담당하는 작가 야마모토 히로시는 모리 아키오 교수의 저서인 '게임 뇌의 공포'를 말도 안되는 삼박자를 모두 갖춘 책이라고 비평했다. 그의 발언에 의하면 "1. 연구 대상인 게임에 대한 무지, 2. 과학적인 순서조차 따르지 않았고, 3. 게임과 스포츠의 뇌파 중 스포츠만 좋은 것으로 해석하는 등 논지조차 엉터리." 라는 것.
해외 역시 '게임 뇌 이론'에 부정적이다. 영국의 과학 잡지 'New Scientist'에서는 "실험이나 해석의 상세한 수법이 공표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결과가 타당한지 판단할 수 없으며, 만약 결과가 정확하더라도 그것이 두뇌에 피해를 입힌다고 볼 이유가 없다."면서 게임 뇌 이론을 비판했다.
미국의 연구 기관인 Mind Reserach Network는 2009년 테트리스 게임을 플레이하는 행동으로 대뇌의 감각기관과 복잡한 동작을 담당하는 두뇌피질이 두꺼워지고, 논리적 사고와 언어를 담당하는 두뇌 부위에서는 효율화가 진행된다고 밝혀 전두엽의 발달이 늦어진다는 '게임 뇌의 공포'와는 반대되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였다.
게임 뇌의 공포에서 뇌파를 측정하는데 사용된 간이 뇌파계는 모리 아키오 교수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기기로 엄격한 의학적인 수속을 밟지 않았으며 임상 실험 등의 현장에서 사용되었다는 실적도 없다. 결국 측정된 뇌파의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
뇌파를 계측하는 실험에서 '게임중'에는 베타파가 줄어들면서 β/α값이 저하되는 부분을 게임 유해론의 근거로 삼고 있으나, '운동을 하는 중'의 결과값 역시 게임중인 상황과 거의 같은 패턴으로 β/α값이 저하된다. 그러나 게임은 비판하면서도 운동은 추천하고 있어 같은 실험 결과에 다른 기준을 적용하는 모순이 발생하고 있다.
게임 뇌 이론을 지지하는 사람들중에는 뇌를 활성화시키기위해서 독서(낭독)을 권하는 사람이 많지만, 낭독중인 상태 역시 게임뇌와 흡사한 상태가 된다는 연구 결과가 존재해 그 자체로 모순이다.
▷ 일본 위키피디아: 게임 뇌 바로가기! (일본어)

[ 이미지 출처: 리브로(www.libro.co.kr) ]
10년이 지난 현재까지 모리 아키오 교수의 게임뇌 이론을 증명하거나 보완할만한 신뢰성있는 자료를 찾아보기 힘들다. 위키에 소개되어 있는 몇몇 비판들만 살펴봐도 '게임 뇌의 공포'라는 책의 주장에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다. 결국 이를 보완할 자료가 없다면 16일의 토론회에서 언급된 짐승뇌 논란은 검증을 거치지않은 학설일 뿐이다.
이와 비슷한 사례로 혈액형별 성격 이론을 들 수 있다. 여성지의 가십란에서는 언제나 인기있는 편이지만, 대한 적십자사 혈액 관리본부가 혈액형별로 성격이 다르다는 이론을 근거로 법을 만들고 혈액을 관리하거나 헌혈을 규제하려 한다면 이런 조치를 합리적인 행동으로 받아들일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청소년의 보호를 이유로 기득권층이 규제를 시도했던 일은 이미 과거에도 있었다. 한때 상당한 규모의 산업으로 성장하면서 콘텐츠 산업으로 주목을 받았으나 현재는 고사 상태에 이른 만화 산업의 현재를 조사해보면 된다. 물론 저작권의 인식이나 경쟁력 저하같은 원인도 있겠지만, 진흥이 사라진 규제와 정책이 많은 영향을 끼쳤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10만부씩 만화책을 팔던 인기 작가가 생활고를 토로할 정도로 한국의 만화 산업이 고사한 현재, 한국 만화가 사라진 자리는 일본 만화가 대체하고 있다. 청소년들은 만화의 악영향에서 보호되고 있을까?
정당한 근거를 갖고있는 비판이라면 결과가 혹독하더라도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올바른 자세이다. 그러나 과연 어디까지가 산업이 책임질 수 있는, 그리고 책임져야할 영역인지는 정확한 사실과 근거를 기반으로 잘잘못을 가리는 것이 우선이다. 증명조차 되지 않은 학설을 비판의 근거로 삼는 것은 피해야한다.
게임산업의 잘못이 맞다면 반성하고 고쳐나가면 될 일이다. 여성가족부가 주장하는 셧다운제와 기금에 대한 요구에 앞서, 그들이 게임 중독이라 비난하는 과몰입 현상이 정말로 온전히 게임 산업의 책임으로만 남아야 하는지, 그리고 그들의 주장대로 게임으로의 접근을 차단하면 정말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과학적인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