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1592년 5월 5일...,
리스본으로 흘러드는 어느 강위의 보트위에서 이 이야기는 시작된다..
"조용!"
아이들이 숨을 죽이고 자세를 낮췄다.
회색깔의 빛나는 머리칼숱이 짙고 구맃빛으로 섹시하게 그을린 탄탄한 얇은 근육을 지닌 한 소년이 선수에 다가가 들고 있
던 작살을 모로 쥐고 물속을 조심스레 내려다 보았다.
여유롭게 헤엄치고 있는 흰등을 가진 물고기...
그 물고기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던질자세를 취한채 부동자세로 서있는 소년은 나란히 몇십미터를 흘러내려갔다.
이내 보트앞에 작은 암초가 나타났다.
"노를 땅에 대어봐!"
소년이 친구들에게 소리없이 잽싸게 고개를 돌려 말하였다.
곧이어 보트후미에 웅크리고 있던 소년의 친구 한명이 노를 보트난간을 받침점삼아 물속 땅에 박았다.
그러자 보트는 곧 멈춰서 물살에만 흔들거리기 시작했다.
그새 물고기는 암초사이를 빙빙도는것에 재미를 붙였는지 정신없이 꼬리를 흔들며 암초를 빙빙 돌았다.
한바퀴..두바퀴..세바퀴...소년의 회색눈도 물고기의 회전에 맞추어 돌아갔다.
작살을 쥔 손이 모양새가 변하였다..
네바퀴..다섯바퀴..여섯..!
홱!
순간 소년의 눈이 커지며 폭발적인 힘으로 작살을 물을 향해 내리꽃았다.
힘이 어찌나 컸던지 그 충격으로 인한 물보라가 소년의 셔츠앞부분을 몽땅 적셔버렸다.
"와!!"
"잡은거야?"
"빨리 봐봐!"
아이들이 선수에 몰려들자 물보라가 잦아들었고 작살이 휩쓸은 물속이 보이기 시작했다.
대성공이었다. 물고기는 그대로 등에 작살이 꽃힌채 꼬리만이 흐르는 물결에 넘실거렸으며
등에서 피어오른 핏줄기가 그 물결을 타고 내려가면서 아롱아롱 사라졌다.
"댑따 크다!"
"맛있겠는데?"
"잘했어! 마리!"
"훗. 이 정도야 뭐."
아이들은 연신 흥분하여 물고기를 끌어올리면서 마리를 칭찬했다.
마리는 리스본 뒷골목계의 주먹대장으로 패배와 후퇴라는 개념이 삭제된듯한 강직하고 굳센 성격을 지녀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은 소년이었다. 다만 칭찬에 약해 칭찬을 받을 때 만은 그 듬직한 얼굴에 홍조가 퍼졌다.
끌어올리고 보니 물고기의 크기는 아이 팔뚝보다 더 큰 대어였다.
"100두캇은 족히 되겠다!"
"넌 개념이 없냐? 저런게 100두캇이면 큰 고래는 아주 성 한채 값이겠다!"
"맞아. 저거랑 비슷한 크기의 숭어도 4두캇 밖에 안하는데.."
"그런건 손질 안 한거잖아! 이걸 뼈와 내장을 발라내고 예쁘게 살을 베어내서 얼음 상자에 담아 왕실이나 고급 음식점에
팔면 그만한 돈이 나온다 이 소리지! 누가 그대로 잡은 흰등생선을 100두캇에 쳐주리?"
"그..그렇구나.."
"진짜? 내가 잡은게 그 정도 가치가 있는거야?"
잡은 물고기를 팔면 100두캇이 나오겠다던 얘기를 한 아이가 상인같은 말솜씨로 아이들을 제압했다.
윈도 가르곤..마리의 가장 절친한 친구로서 나중에 꿈이 상인 이란다. 어릴 때 부터 이익계산이 철저해서
주변 아이들이나 동네 어른들이 절대로 금전적인 문제로는 그와 다투지 않는다고 한다.
"이거 팔까?"
"나 배고픈데.."
"나도.."
"나두.."
4명의 아이들은 모두 배가 고팠다. 하긴 모두들 가난한 항구도시의 아이들이니까
힘을 많이 쓰는 강가낚시를 하고 있으니 배가 고픈건 당연했다.
물론 100두캇의 가치가 있는 물고기지만 100두캇어치가 되도록 다듬을 실력을 갖춘 녀석이 없었다.
아니...있다!
막 생선을 반으로 토막내려던 마리가 칼을 갑자기 들어서 한 아이를 가르켰다.
노헤어엔 니조랄! 커서 요리사가 꿈이라는 이 어린이탈모에 시달리는 녀석은 왠만한 주점의 요리는 다 할줄 아는
솜씨 좋은 요리사이다. 벌써 리스본의 가장 큰 주점들중 하나인 '수를마라요'의 시간제직업으로 일도 하고 있었다.
"네가 손질하면 우리는 큰 용돈이 생길거야!"
3명의 아이들이 믿음직한 표정으로 니조랄을 보았다.
니조랄은 어쩔수 없다는 듯 인기에 순응하는 얼굴로 칼을 들었다.
"대신에 팔고 나면 너희들 몫으로 나한테 쏴야돼!"
"고럼!"
질걱질걱....두툼한 물고기의 뱃살에 시퍼란 칼이 움푹 들어가 날을 이리저리 놀리며 살점을 갈라냈다.
-이때 아이들은 숨을 죽이고 칼의 춤을 지켜보았다.-
곧이어 물고기의 체액과 내장이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줄줄 배밖으로 튀어 나왔고 니조랄은 그것들을 칼등으로 받아내어
강물속에 던져 버렸다. 던져진 내장주위엔 굶주린 고기들이 달려들었다. 자기들의 종족을 맛있게 먹는 잔인한 아이큐3의
녀석들..이제 머리가 쾅하고 잘려나갔다. 꼬리는 일부로 어숫썰기로 비스듬히 썰어버렸다. 이유 따윈 없었다.
칼이 물고기의 양옆으로 향하여 이번엔 비늘과 아가미 그리고 지느러미를 잘라내었다. 이것들은 굉장히 냄새가 심하여
마리와 친구들이 즉시 손으로 받아 강물로 던져버렸다.
이제는 뼈를 제거할 차례이다. 칼날이 잘려진 물고기의 단면을 향하였다. 뼈와 오른쪽 살사이로 칼날이 파고 들어
슬금슬금 움직이더니..샥! 하고 한번에 오른쪽 살점 전체가 썰렸다. 뼈는 이제 화석처럼 왼쪽 살점들에 파묻혀
칼머리에 조금씩 조금씩 들려져서 이내 시원하게 빠져 나왔다. 아...뼈가 하나도 안빠진 완벽한 골격이다..
마리가 목이 말랐던지 그 뼈를 뺐어서 척추를 반으로 가르자 척수가 양쪽에서 흘러나왔고 그것을 혀를 내밀어
마지막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쪽쪽빨아먹었다...물이 없을때 종종 이러곤 한다..
손질이 완료된 물고기살은 곧 집에서 가져온 나무 상자에 신선한 양지의 촉촉히 젖은 풀들을 깔고 그 위에 얹어져
봉해졌다. 저것을 고급음식점에 팔면 요리사가 후하게 쳐줄것이다.
그런데 생선손질에 열광하다보니 어느덧 하늘에 먹구름이 드리워 졌다. 젠장 집에 가야할 시간이다..
그런데..!
"여기가 어디지?"
"젠장! 한참 흘러내려왔나봐! 노를 젓자!"
키 담당인 키 클래욘이 선미에 있던 노를 모두 아이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클래욘은 어렸을 때부터 배를 타는것이 꿈이었던지라 항상 아버지를 따라 바다에 나갔고
왠만한 소형배는 다룰줄 아는 유능한 꼬마 항해사 였다. 항상 보트낚시에선 그가 항해를 담당했다.
그런데 이번엔 무척 상황이 안 좋은 모양이다. 하류쪽으로 내려가는 물고리를 잡기위해 뱃머리를 급류의 반대쪽으로 하고
걸리는 녀석들을 잡으려고 한것인데. 너무 쫓아온것이었다..
이제 비가 내릴것이다. 물살은 점점 보트를 바다로 밀어낼것이고 그러면 아이들은 집에 갈수 없게 된다.
방법은 하나.. 리스본 항에 입항하면 되는데. 그들에게는 가지고 나온 돈이 없었다.
4명이 힘껏 노를 저었으나 이내 내리기 시작한 비에 강물이 불어나 그 노력을 헛되히 만들었다.
"으아악!!"
아까 물고기를 잡은 암초에 다시 다다른 보트가 암초에 부딪혀 크게 돌았다.
노 하나가 강물속에 빠졌다. 아이들이 안 빠진것이 천만다행이었다..
"우린 이제 어떡하지?"
"배안에 로프가 있지 않나?"
배안에는 항상 로프가 몇 묶음씩 있게 마련이다. 역시 이유따윈 없다.
마리는 그 로프로 고리를 만들어 지나가다 마주치는 바위에 던져 배를 멈추려는 것이다.
강가에서 노는 아이들에겐 기본 상식이었다.
"여기있다!"
가르곤이 희망에 찬 소리로 보트후미쪽에 있던 로프 한 묶음을 꺼내 들었다.
"받아..으악!"
가르곤이 마리에게 로프를 주려고 손을 뻗자 보트가 튀어올랐다. 급류의 장난 이었다.
비는 이제 쏟아지기 시작하고 물이 더 불어 났다.
"이 젠장 망할것이 왜 안 묶여!"
모두가 난간에 두 팔을 꽉 기대고 중심을 잡고 있을때 마리는 두 팔을 난간에서 때는 도박을 감행하며 로프의
고리를 만들고 있었다.
그때 물의 흐름이 이상해져 배가 옆으로 돌았다.
"으아아아악!"
"어지러워!"
"살려줘!"
마리가 로프를 묶다가 배의 회전으로 갑판위에 내동댕이 쳐졌다. 저러다가는 회전력에 의해 물속으로 튕겨 나간다!
"내 발을 잡아!"
정신없이 돌아가는 배에서도 기어코 시야의 초점을 마리에게 맞춘 클래욘이 발을 뻗어 마리에게 건넸다.
"으아악!"
마리는 로프를 포기하고 필사적으로 클래욘의 발을 잡았다.
엎드려서 잡은 꼴이기 때문에 얼굴이 갑판 바닥과 닿아서 마찰 했고 빗물 까지 어우러져 숨쉬기 조차 힘들었다.
그렇게 회전하는 컵처럼 돌면서 하류로 내려가던 보트가 다시 암초와 부딪혔다. 이번엔 아예 공중으로 슝
떴다.
"끄아아악!"
비명소리와 함께 철푸덕 소리가 빠른 급류에 물보라를 퉁기며 보트가 급류에 내려앉았다.
아이들은 한차례씩 튀어올랐고 마리는 잡고 있던 손중 한손을 놓쳐버렸다.
아이들의 옷과 몸은 이미 흙탕물과 빗물에 젖어 쫄딱 젖었다.
이번엔 S자형 급류 길이다!
"이런 씨부랄!"
가르곤이 몸을 날려 노를 집어 S자형의 커브길과 충돌하려는 보트의 선수로 다가가 노를 내밀었다.
"콱!"
둔탁한 소리를 내며 보트는 방향을 바꾸었다. 가르곤은 덕분에 엄청난 충격을 받아 보트 후미로 나가 떨어졌다.
"퍽!"
"으윽!"
"가르곤!!"
"괜찮아!"
한 고비는 넘겼지만 이젠 2번째 커브다. 이번엔 선수쪽에 앉아 있던 니조랄이 노를 들었다.
니조랄은 난간을 받침점 삼아 노를 커브길의 벽을 향해 겨누었다. 충돌시에 보트에도 충돌에너지가 가게끔하여
자신이 튕겨나가지 않게 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이내 무서운 생각이 떠올랐다. 그렇게 되면 아직도 난간을 못잡고 클래욘의 발에 의지 하는 마리가
배밖으로 튕겨져 나가게 될것이다..
쾅!
그사이에 보트는 커브벽에 박았다. 신의 도움으로 보트는 무사했고 대신 아이들이 엄청난 물보라를 뒤집어 썼다.
S자형 급류를 넘긴 아이들에게 넓은 바다가 눈에 들어왔고...
강하류에서 흔들리고 있던 해적기를 단 배가 그들의 눈에 들어왔다....
제가 보기에...액션이 넘치는군요..
다음편부터는 마지막에 그림 한장씩을 첨부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