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적의 기지를 발견했을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사라져서 그럴까. 방금 전까지만 해도 약간은 긴장한 표정으로 움직이던 선원들의 표정이 활짝 펴졌다. 게다가 생존자들을 발견한 것 같다는 사실에 임무는 쉽게 끝낼 수 있겠다며 대부분 기분이 좋아진 얼굴이었다.
산들바람 호가 닻을 내리고 멈춰 서자 다른 배들도 하나둘 멈추기 시작했다. 그리곤 전보다도 더 삼엄한 경계를 하며 행여나 나타날지 모르는 해적들에게서 함대를 방어할 준비를 했다.
배들이 닻을 내리고 멈춰 서 있을 때엔 공격하는 입장에선 손쉽게 전멸시켜버릴 수 있는 기회들 중 하나였기 때문이었다. 얀은 그런 점을 신경 쓰고 있는지 약간은 긴장한 얼굴로 작은 보트들이 섬으로 다가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멀게만 보이던 연기도 이제는 가까워져 있었다.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는 곳은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섬에 내려서도 5분에서 10분 정도만 걸어 들어가면 그 연기가 나는 진원지의 모습을 파악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혹시 해적일지도 모르니 조심들 하고.”
보트에서 내려 동료에게 머스캣 총을 받아 어깨에 메던 한스가 말했다. 그러자 4척의 보트에서 내린 다른 이들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한스와 마찬가지로 머스캣 총을 집어 들었다.
그들이 내린 섬은 자그마한 산호초 섬이었다. 작다고 해서 1~2분 동안에 섬 한 바퀴를 돌 수 있을 정도로 작지는 않았다. 게다가 섬의 중앙 부분엔 자그마한 야자나무 숲도 있었다.
약간은 긴장한 얼굴로 걷던 선원들이 자신들의 머리 위로 요란한 소리를 내며 날아가는 새의 소리를 듣고는 순간적으로 몸을 움츠렸다. 그리곤 소리를 낸 것이 사람이 아닌 새라는 것에 자신들이 놀란 것이 머쓱했는지 다들 나지막한 욕을 뱉으며 다시 걸었다.
“말소리가 들린다.”
한스가 중얼거렸다. 다른 이들도 이미 그 소리를 들었는지 한스의 말에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몸의 자세를 낮추었다. 말소리는 그들의 앞에 있는 풀숲 너머에서 들려오고 있었고 연기의 진원지도 그곳인 것 같았다.
그들은 마치 이우 대륙이나 라우 대륙에서나 쓸 듯한 말을 사용하고 있었지만 해적들이 사용하는 거친 말투와도 비슷한 것 같았다. 간간히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그들의 무리는 한스와 그의 동료들에게 해적의 무리가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했다.
“내가 가보도록 하지. 엄호 부탁한다.”
어깨에 메고 있던 총을 내려 양 손으로 들고는 한스가 주변의 동료들에게 작게 말했다. 그리곤 풀숲에서 일어나 그들을 향해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들이 서로 대화하는 목소리가 너무 커서 그런지, 한스와 그의 동료들은 아직 그들에게 들키지 않고 있었다.
“허…….”
그들이 자신의 접근을 눈치 채지 못하자 뭐라 말을 하려고 했던 한스는 갑작스레 자신의 눈앞에 펼쳐진 상황에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헛웃음을 흘렸다. 큰 나무 하나를 잘라다가 장작으로 태우고 있는 불의 주변에는 4명의 남자와 1명의 멀리서 보기에도 아름다운 흑발의 여자가 앉아있었다.
그런데 여자가 남자들의 말을 듣고는 얼굴을 붉히면서 소리를 지르더니 도망갈 기색을 보였다. 그 모습을 본 남자들이 잽싸게 일어나 여자를 붙잡고는 힘으로 밀어 넘어트린 것이었다.
여자를 강제로 취하는 자들에 대해서는 거세를 하고 범행일로부터 1달 뒤 광장에 매달아 여자들의 돌팔매질에 맞아 죽게 하는 처벌을 가하는 엠펠 영지에서 살아온 그에게 그들의 행동은 어이가 없음을 넘어 분노를 느끼게 할 정도였다.
“그만!”
한스가 큰 소리로 외치며 하늘을 향해 총을 쏘았다. 무지막지한 흰 연기를 내고 있는 머스캣의 총구와 우락부락한 한스와 그의 뒤에서 총을 겨누고 서서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이들의 모습은 그들에게 공포라는 감정을 일깨워 주는데 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비록 짧은 순간이었지만 자신의 몸을 이곳저곳 더듬는 선원들에 의해 수치스러운 얼굴로 눈물을 흘리고 있던 그 여자는 반쯤 벗겨진 옷을 허겁지겁 제대로 입으며 쓰러져 있던 자리에서 일어나 한스에게 달려갔다.
그들이 어떤 이들인지는 모르지만 병사들의 용맹함과 바다를 병적으로 좋아하는 특이함, 엄격한 군율은 엠펠 영지와 교역을 하는 국가들에선 널리 알려진 사실이었기에 그녀는 비록 생전 처음 보는 이들이었지만 약간은 안심할 수 있었다.
“숙녀 분께서는 뒤로 물러나십시오. 프랭크! 몇 명 데리고서 이분하고 먼저 보트로 가 있어.”
한스가 프랭크를 보며 외치자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의 주변에 있던 몇 명의 병사들과 함께 약간은 불안한 표정을 하고 있는 그녀를 이끌고 보트를 댄 해안가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들이 멀리 가기를 기다리던 한스는 적당한 거리가 되자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들고 있던 총을 내려놓았다. 그리곤 배에서만 지내서 약간은 뻐근해진 몸을 풀기 시작했다. 그가 움직일 때마다 관절들은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바다에서만 지내서 깊은 곳에 숨겨두었던 욕망을 해소할 곳이 없던 차에 그 욕망을 배설하려는 행동을 하던 그들은 그들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한스의 우락부락한 몸과 그가 하고 있는 행동을 보고는 몸을 움츠렸다.
“스트레스 쌓인 녀석 있으면 이리 와. 같이 풀자!”
한스가 뒤에 서 있던 동료들을 보며 말하자 거의 절반 이상이 머스캣 총을 내려놓고는 군복의 단추를 하나둘 풀더니 한스의 옆으로 걸어와 씩 웃었다. 그리곤 그와 함께 겁에 질린 표정으로 서 있는 그들을 향해 걸어갔다.
“오늘 임자 만났다!”
가장 앞에 서서 있던 선원의 멱살을 잡고 그의 볼을 무지막지한 힘을 담은 주먹으로 후려친 한스가 말했다. 그의 동료들도 한껏 외치며 네다섯 명이 한명을 붙잡고는 주먹과 발로 무지막지하게 패고 있었다.
머나먼 타국까지 와서 이상한 무인도에 흘러들어온 신세를 한탄하며 그 욕망을 풀어 헤치려던 선원들은 갑작스레 나타나 자신들을 방해한 것도 모자라 무지막지한 폭력을 행사하는 한스와 그 일행들의 주먹과 발길질 세례를 받으며 몸을 움츠렸다.
그리고 잠시 후, 한스와 그의 동료들이 선원들을 때리는 것을 그만 둔 것은 그들의 옷이 피로 얼룩지고 난 뒤였다. 물론 한스와 그의 동료들의 군복에도 적지 않은 피가 묻어 있었다.
모처럼 몸을 풀어서 개운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던 그들은 4명의 피떡이 되어버린 선원들을 앞세워 보트를 정박해 둔 곳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선원들은 제대로 움직일 힘도 없었지만 뒤에서 머스캣을 들고 협박하는 한스와 그의 일행들에 의해 죽지 못해 걸어가는 것이었다.
일행이 보트가 있던 곳에 도착하자 먼저 도착해서 모래바닥에 아무렇게나 앉아있던 이들과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서 있던 그녀가 4명의 선원들을 보고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얼굴은 멍이 들지 않은 곳이 없는데다가 퉁퉁 부어 있었고 한 명은 팔이 부러진 것 같았다. 게다가 입고 있던 옷은 원래의 색이 어떻든 붉게 물들어 있었고 한 명은 얼굴 곳곳이 찢어져 아직도 피가 뚝뚝 흐르고 있었다.
“자, 이제 돌아가지. 생존자도 발견했으니 공자님과 사령관님께 보고를 해야지.”
한스가 놀란 얼굴로 멍하게 있는 그들을 보며 말하자 그들은 정신을 차리곤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나 보트에 올라탔다. 그리곤 노로 해안가에서 보트를 밀어내 바로 앞에서 닻을 내리고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산들바람 호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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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ara에서 9회까지 연재하고 왔습니다..-.-ㅋ
피곤하네요... 라고는 말하지만 대항하러..ㄱ-
나무리야//유적.. 여기에선 뭐 그렇게 보실 수도 있겠습니다만, 뒤에 가면 글 중간중간에서 간간히 나오는 것들이 퍼즐로 변하게 될겁니다 ㅎㅎ 구상하고 있는게 있어서요~
함vs장//매회 리플 감사합니다 (__) 덤으로 글 광고도~[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