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산티아고데쿠바던 자메이카던 어디를 공격 당하던지 에스파냐 영내임에 틀림이 없으니 자메이카를 공격한다면 곧바로 카리브의 대도시 산토도밍고등 주변 지역에서 함대가 몰려올것이다. 어찌보면 그게 그거다. 그래도 운 좋게 자메이카든 산토도밍고든 산티아고데쿠바든지 간에 모두 모르고 조용하니 다행이지. 산체스는 하나의 계략을 생각해냈다. 카누선을 나포한 상선 뒤에 숨겨서 항해하게 하고서 상선대로 위장하는 것이다. 즉 아프리카에서 노예싣고온 상선으로. 작전은 제대로 먹혔고 지나가는 에스파냐 함대도 저 상선이 노예 상선이라고 착각했다. 사실 원주민들은 죽은 유럽인들의 옷을 벗겨서 입어서 변장한 것이다. 그 포로는 창고에 잡혀있다. 분명 전투 소식이 알려지면 교외의 원주민 집단도 지원 올 것임에 틀림이 없으리라.
이것을 봐서 카리브 원주민들이 미개하단건 꿈도 못꾼다, 사실 이 원주민들 대부분은 농업,광업,어업에 종사하다보니 유럽인들 어깨 너머로 여러 얘기를 듣게 되는 것이다. 심지어는 아프리카란 대륙에서 대서양을 건너서 뭐 노예 상선이 오네 포르투갈 놈들이 뭐 어쩌고 저쩌고 잉글랜드는 에스파냐가 누르고 있네 어쩌고 저쩌고 이런 얘기를 듣게 되다 보니 이런 상황엔 어떻게 대처하면 되는건지 그런것을 자연히 알게 되고 이해한 결과다. 밤하늘 달 아래 에스파냐 국기를 달은 대형 상선들과 가운데에서 천천히 따르는 카누선으로 섞인 위장 선단은 조금식 산티아고데쿠바로 가고 있었다.
도미니코 폰타로사를 이사벨라시의 총독으로 임명한다는 임명장이 이사벨라 총독 관저에 와 있었다, 이사벨라시의 전 총독은 본국으로 가서 더 높은 직위를 맡게 되었다. 폰타로사는 속으로 자신이 활약할 기회가 왔다며 좋아했다. 하지만 정작 그는 서 카리브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를 까맣게 모르고 있다. 더욱 이상한 일은 서 카리브 방향에서 오는 에스파냐 선박이 아예 없다. 그런 일이 있는데도 폰타로사는 그냥 편히 지냈다. 그렇게 밤이 깊어갔고 그러다가 새벽이 밝아왔다.
자메이카도 완전히 황폐화 되었다, 산티아고데쿠바는 손쉽게 함락 되었고 자메이카에선 이상한 징후를 느껴서 방비를 강화하려고 했지만 함락 직후 사방으로 밀려드는 원주민 반란군과 맞서지도 못했다. 총독까지도 모두 죽었고 쿠바섬과 자메이카가 완전히 반란군 수중에 넘어간 것이다. 반란군은 자메이카,산티아고데쿠바,아바나 전투에서 승전하면서 에스파냐군과 에스파냐 상선의 무기와 해도와 여러 항해기구등을 획득했다. 에스파냐말을 아는 산체스는 산토도밍고와 이사벨라등이 있는 에스파뇨라섬에 구아나하니란 지명 대신 에스파뇨라라는 지명이 있음에 코웃음을 쳤다. 자메이카에선 더욱 많은 노획품을 획득했고 거기선 정식 군함까지 획득하는등 대박을 터트렸다. 재정비가 이루어지고 원주민들은 죽은 에스파냐의 무장한 자들의 갑옷과 신발을 벗기고 무기를 가지고서 정식 병사로 무장했다. 재정비가 끝나자 나포한 상선과 군선은 반란군의 주력선이며 기함이 되었고 공격 목표는 신대륙의 대도시 산토도밍고로 정해졌다.
상선도 왕래를 하지 않는다, 어찌된 영문일까. 하지만 대형함과 소형함과 중형함이 뒤섞인 함대가 산토도밍고 앞바다에 출현했다. 밖에서 폰타로사도 차양이 넓은 모자를 쓰고 흑색의 망토로 상체를 덮은 채로 초조하게 기다렸다. 무슨 바람과 파도가 이리 센지 세도 너무 유난히 셌다. 무슨 징조인진 모르겠지만 저 멀리서 함대가 출현했기에 이 징조는 좋은 징조라고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폰타로사는 무언가를 느낀 눈을 했다. 입쪽에 한기를 느껴서 그런지 검은 장갑을 낀 손에 쥐어져있는 검은 천까지 복면처럼 입에 둘렀다. 그리고 폰타로사는 부관에게 명했다, 저 함대를 파도속 상어의 밥으로 만들라고, 동족이든 말든 간에 저것은 반란군 함대라고 했다. 부관은 센 바람도 무시한채 병사들에게 명했다, 저것은 반란군의 함대고 즉각 발포하라고. 부관의 함성은 바닷바람에 쓸려서 사방으로 울려퍼졌다.
요새에서 공격 준비가 한창일때 세찬 파도와 험난한 바닷바람을 헤치고 반란군 함대가 산토도밍고 앞을 향해 포구를 정조준 시켰다, 앞에서 말한바와 같이 그 잡힌 포로가 협박에 못이겨 다 가르친 것이다. 반란군 함대에서는 산토도밍고를 향해서 대포를 발포했다, 발포 준비를 완료한 요새에는 포탄이 수없이 날아들어 폭발했다. 뭐 산토도밍고에서도 포탄을 맹렬히 발사해댔지만 계속 공격을 받는 탓에 제대로 포격이 되지 않았다. 산토도밍고 항구에선 군함대가 나오면서 함포를 발포했다. 산토도밍고 요새는 거의 황폐화 됬고 이제는 군함대 군함전으로 전투가 바뀌었다. 요새에서는 포격으로 인한 화재와 피해를 복구하느라 정신이 없어서 포구는 쉬고 있고 에스파냐 군함과 반란군의 함선의 함포가 불을 내뿜었다.
군함쪽 해군 병사들은 놀란 모양이다, 도대체 저 앞의 원주민 반란군들이 갑옷과 투구와 총이나 활로 무장했는데 도대체 저 대포를 쏘는 법과 총 쏘는 법을 어디서 알아왔는지 신기할 따름었다. 그래도 적은 반란군이다. 만만히 볼 정도의 적이 아니란걸 알아챈 해군이니 만만한놈 상대하는 그런 방식이 아닌 정규군대 정규군전의 방식으로 돌아갔다. 해군의 대형함의 엄청난 수의 함포들이 불을 내뿜으면 반란군의 배에 맞지만 맞으려 하는 순간에 반란군의 배의 함포에서도 불을 내뿜는다. 저 멀리 수평선에선 태양이 두둥실 노을과 함께 올라오고 있었고 점점 배들도 한척식 한척식 격침되가고 있었다. 이사벨라와 산후안에서 오는 지원함대까지 가세했기에 전투는 더욱 치열해졌다. 심지어는 원주민들이 해군 군선에 도선해서 활과 총을 난사하면서 백병전을 펼치다 보니 백병전때는 해군이 조금 불리했다.
콘스탄티노플의 술탄이 카이로 운하 폭파 사건을 못들을리가 없다, 아니 이미 들은지 오래다. 홍해 주변 투르크 영지서 올라온 조사 보고서에 의하면 이슬람 교도가 한 일이 아니고 분명 이교도의 짓일거라고 단정이 지어진채로 올라왔다. 덧붙여서 아덴의 총독 니콜라스가 사라졌다는것 까지 붙어있다. 셀림은 안색이 변했다. 운하를 통해서 손쉽게 인도와 동아프리카의 이교도를 소탕할수 있는 좋은 기회고 동아프리카의 이슬람 세력들과도 힘을 합치려 했는데 힘들어졌으니 말이다. 매일같이 이런 상황엔 금과 수정으로 세공이 되어 있는 쟁판에 은제 잔에 따라져있는 술을 쟁반에 받쳐서 오는 롯사나가 와서는 웃음이 가득 담긴 얼굴을 하며 그에게 술을 권하며 모사꾼 노릇을 한다. 술탄은 자신의 옆에 은잔이 오면 당장 안색이 웃음으로 변한다, 롯사나는 셀림에게 걱정거리를 묻고서는 그걸 듣고서 답했다.
모잠비크라는 동아프리카의 이슬람 도시가 있는데, 그곳의 영주 콜리탄이란 자가 있다. 그런데 그가 지금 이교도들에게 동아프리카 해역 항해를 허가해주고 심지어는 교역까지 허가하는등의 행각을 벌이고 있다고 하는데 그것을 봐서 그는 분명 동아프리카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사람일것 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말린디라는 곳에 이미 이교도가 다녀갔다는 소식도 전했다. 이슬람 세력이 버티고 있고 투르크가 있는 동아프리카에 버젓이 이교도가 다닌단 소리나 다름이 없지만 모잠비크의 영주 콜리탄이란 자를 투르크로 끌어들인다면 분명 동아프리카와 인도에서 이교도를 몰아내는것은 가능할거라고 술탄은 생각했다. 그리고 자금과 인적자원이 많이 들어가는 카이로 - 수에즈 운하 건설 계획안도 철회해도 될것이다. 술탄 그에게 롯사나는 하렘에서 자신의 여자 이상으로 모사꾼 정도로 대했다. 그리고 롯사나의 그 계략을 당장 실행토록 했다.
조국을 그리워 하다 보니 쿠쟈라트에겐 향수병이 생겨서 침대에서 일어나질 못했다, 오늘 아침에도 의사가 다녀갔고 절대 안정을 취하라는 진단과 긍정적으로 생각하라는 진단 말고는 더 이상 받지 못했다. 쿠쟈라트는 매일같이 무굴 제국이든 캘리컷이든 어디든 간에 인도땅으로 가서 여생을 마치고 싶다고 입버릇같이 말했다. 그래도 심정을 이해하는 상회 사람들 이기에 뭐라고 하는 사람은 없었다. 쿠쟈라트와 그 휘하 사람들이 베네치아 상회 본점을 관리하고 있는 것이다. 쿠쟈라트가 위안으로 삼는 것은 페르시아 융단 몇점과 캘리컷에서 상회 회장을 맡고 있을때 조각가가 운영하는 한 조각품점에서 생신 선물이라며 준 갈색의 쿠쟈라트 흉상과 부모님과 조상 등의 유품과 나머지 선물과 물건으로 스스로를 위로했다. 지금쯤 캘리컷에선 반란군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많은 캘리컷 현지인 상인들과 현지인들이 많이 잡혀갔을게 자명하다. 아직도 그는 수많은 포르투갈 기병들 사이에서 싸우면서 랜스와 창이 이리저리 휘둘러지고 하는 그 장면을 잊지 못한다. 산자이도 그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지경이었다.
계획해둔 일들은 실행에도 옮기지 못했다, 잔지바르 왕국과 그리고 그곳의 거상과 손을 잡고 독립을 시도해서 모잠비크까지 손을 뻗쳐서 독립과 동시에 동아프리카의 일부를 차지하려는 계획이 무산된게 아니던가, 더 길어진 수염을 만지작 거리면서 쿠쟈라트는 상에 펼쳐져있는 동아프리카 - 홍해 - 인도 지도를 보며 미련을 떨치지 못한다. 이 베네치아라는 이국의 대도시에서 상회 관리 책임을 맡아 콜론나와 같은 격의 직위를 맡고 있다 하더라도 자신이 하고 싶은건 하지 못하리라는 쿠쟈라트의 부정적인 생각은 절대 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어떻게서든 이 이국의 도시에서 활약을 해야만 콜론나가 언젠가 무굴 제국으로 돌아가도 된다고 할 것 이라고 장담했기에 다시 좌절을 딛고 일어서야만 했다.
맨몸에 갑옷만 걸치고 투구를 쓴 반란군과 머리부터 발끝까지 철갑옷으로 무장한 에스파냐군과 백병전이 벌어졌다, 철갑옷의 무게를 느껴서 그런지 반란군들은 창이나 칼을 사용하기 보다는 곤봉으로 적군의 어깨나 등을 내리쳐서 넘어지게 한 뒤에 곧바로 무기로 죽이는 전법을 사용했다. 당연지사 무거운 철갑옷을 입은 자들은 이제까지 주인을 든든하게 지켜주던 철갑옷에 배신을 당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 하지만 재빨리 칼로 반란군 병사를 쳐죽이는 해군 병사는 운이 좋았다고 표현 하는게 나을듯 싶었다. 하지만 계속해서 몰려오는 지원함대를 감당하기엔 역부족 이었고 폰타로사가 보다 못해 산토도밍고에서 데리고 나온 480톤급 특대형 군함 7척은 반란군의 눈을 의심할수 있기에 충분했다.
사실 그 대형함들은 펠리페가 총독 임명장과 함께 보낸 폰타로사 소유의 함대다. 뭐 사실 나머지 중형함과 소형함도 있지만. 아무튼 그 대형함 7척은 파괴력이 강한 거포를 쏴대면서 적선을 한척식 박살내기 시작했다. 도대체 대형함에 탑승한 총병이 수십명은 넘는 모양인지 총탄도 쉴 새 없이 백병전이 벌어지는 함선이나 적함으로 계속해서 날아들었다. 아침이 밝아왔을때는 대형함은 손상된 부분 하나 없었고 침몰된 군선과 반란군 함선이 즐비했다. 그것도 반란군 함선쪽 피해가 가장 많았다. 이제 남은 배는 얼마 없었고 반란군 함선이 3척 침몰될때 군선은 1~2척이 침몰됬다. 산체스가 백병전을 벌이는 자신의 기함에 침수가 나자 한 병사는 카누가 옆에서 대기하고 있으니까 당장 피하라고 했다. 하지만 산체스는 거절하며 이렇게 말했다.
"지렁이도 밟으면 땅의 용이 되는데 뭐가 겁나나? 나는 그저 용을 죽이려는 적들을 죽이는것 뿐이야. 뭘 피하나? 무엇이 겁나서 피하나? 용이 무엇이 겁나서?"
그러고는 여유롭게 칼을 휘두르면서 조금식 가라앉는 기함을 떠나지 않았다, 그 병사도 감동해서 그의 옆에서 싸우다가 전사했다. 하지만 산체스는 물러날줄을 몰랐고 에스파냐의 병사들이 그를 에워쌌다. 철갑옷의 광채를 내뿜는 자들이 산체스에게 달려들며 인정사정 볼 것 없이 창과 칼을 마구 휘둘러댔다. 그때 한 에스파냐 병사가 창을 휘둘러서 산체스의 투구를 벗겨내서 위로 던졌다. 산체스는 투구가 벗겨짐을 느꼈고 그 투구가 하늘 멀리로 날아 올랐다가 다시 투구가 산체스의 옆에 떨어졌을때는 주변의 에스파냐 병사들이 산체스가 한 병사에게 뺏은 창에 다 죽은지 오래였다. 하지만 산체스가 계속 백병전을 벌이는 이 배는 가라앉기 일보직전의 상황이 되었다. 결국 그는 옆에서 참을성있게 기다리는 아군의 카누에 타고 아수라장판을 빠져나왔다. 산체스는 가라앉는 함대를 보다가 눈물을 손으로 훔치며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그는 다시 고개를 돌리며 미련을 떨치지 못했다. 그가 고개를 돌렸을때는 에스파냐군의 함성이 울려퍼졌을때고 그의 눈물은 바다에 떨어졌다. 승천하지 못한 용의 원통함을 품은 눈물은 바다에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