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진 1년만에 소설을 다시씁니다...
돈도없고, 배도 낡은, 그러나 낭만이있는 항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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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돌아오는 길
4월 4일. 오전.
- 땡-땡 땡-
잔잔한 새벽바다, 그 고요한 가운데 이물에서 선잠이 들었던 나는
갑작스런 종소리와 물보라 소리에 잠에 깨었다.
"뭐지?"
"잉글랜드 왕립함댑니다."
내 질문에 선원중 하나가 대답했다.
이제 막 떠오르는 수평선의 태양에 사그라드는 안개를 해치고,
일련의 선단이 우리배를 스쳐지나가고 있었다.
무장한 프리깃 서너척이 앞장을 서고 그 뒤로 위풍당당한 2층갑판짜리 전열함이
묵직한 용골을 뽐내며 뒤를따른다.
그 위로 빨간 제복을 입은 수병들이 총을 들고 우리쪽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어디를 가지요, 제논?"
원래는 선장으로서 하대를 해야겠지만, 그는 나이도 꽤 많아 50대였고
날카롭고 범상치않은 기운때문에 나로서도 하대하기가 힘들었다.
"전쟁하러 가는건 아니군요. 뭐... 사략(私掠)이나 교역로 보호를 위한거같은데."
"50문은 넘겠군요... 나도 언제한번 일등전열함 같은 배를 갖고싶다."
"배가 100문이 넘으면 그다지 효용이 없습니다."
"왜죠? 그 배 측면에 있는 전함들은 죄다 공포에 떨을텐데."
"조타가 제일 문제죠. 무겁고 느리니까. 영국도 1등전열함은 몇 없습니다. 대부분이 74문 이하지."
"제논은... 군인이었나요."
"뭐... 한때는."
초로의 그는 주름진 눈으로, 사라지는 선단의 뒷모습을 보았다.
그는 마치 배를 하나하나 검사하듯 훑어보는듯 했다.
"아침으로 하나씩 드세요."
어느새 에이미가 빵을 한바구니 들고와서 먼저 나에게 하나를 건네주었다.
아마 어제 들인 말린살구를 조금 넣어 아침에 만든 빵인가본데
생긴것이 영 울퉁불퉁한게 이상했다.
"맛은 괜찮네."
그러나 그 맛은 보드라운게 꽤나 먹을만 했다.
선원들도 퍼지거나 위로 이상하게 솟은 빵을 받고는 피식웃었다.
막 구운 모양인데, 그래도 이런 작은 배에서 간이 화덕을 가지고 굽는다는 자체가 힘든일이다.
배가 크고 넓으면 담당 요리장도 있겠지만...
...
창고에서 물통의 물을 마시고 나와 차가운 바닷바람을 맞았다.
바닷물에 손을 씻고 이물에서 산산히 부서지는 물을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
검푸르고 깊은 바닷물이 이물에서 부딛혀 하얗게 부서지고 빛났다.
"런던이 보입니다."
도크마다 꽉 들어찬 수많은 배들, 아침과 밤에 오가는 헤아릴수없이 많은 배들이
갈색얼룩처럼 수평선위로 번지고있었다.
내 첫 항해, 어려운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만족할만하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