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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바람과 별무리-10 밀항자와 행운

헬리오스흰콩
댓글: 2 개
조회: 1146
추천: 1
2012-08-20 13:06:42

10. 밀항자와 행운

 

4월 5일, 오후.

 

 

4시쯤 되었을까?

 

바다는 다시 언제그랬냐는듯 잔잔하게 파도가 가라앉았다.

 

나의 작은 바사는 용도가 근해용인만큼 외돛으로도 조류와 변화무쌍한 해풍을 타고 잘 나아갔다.

 

한가한 오후.

 

 

느닷없이 탄 손님은 작은 붉은게 였다.

 

어쩌다 파도에 밀려 갑판까지 올라온 모양인데, 이 작은 밀항자(몰래 배에 탄 사람)는 이물에

 

벌어진 나무 틈바구니 사이로 쏙 들어가있었다.

 

기껏해야 동전만한 붉은게는 북해에서 흔히보는 종류였다.

 

붉은게는 항상 습한 그 나무틈이 내심 마음에 들었는지 게거품을 연신 복작복작 일으키고있었다.

 

"먹지도 못하겠잖아, 너무 작아서."

 

에이미는 붉은게를 손가락으로 끄집어내보려고했지만 더 깊은틈으로 뒷걸음질쳐 들어갔다.

 

나중에나 되서야 주변이 조용해지자 슬금슬금 틈에서 나와 작은 해초의 조각을 들고 다시 들어갔다.

 

제논과 선원들은 그 모습을 보고 그 게(crab)에게 크랩(crap:헛소리)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어찌되었든, 이제 그 게도 배의 일부가 된 셈이다.

 

 

 

...

 

4월 6일, 오전

 

11시쯤, 우리는 정오가 가까울때쯤 암스테르담의 항구에 도착했다.

 

암스테르담은 상업지구까지 배가 들어올 수  있도록 수로를 파두었기때문에

 

그 물길을 따라 항구 안쪽까지 들어갔다.

 

배는 상당히 무거워져서 평소보다 관성이 대단했기때문에 조심을 해서 미리 돛을 내리고 준비를 했다.

 

가까운 교역소가 보이는곳에 일단 물건들을 내놓기로했다.

 

선원들이 낑낑거리며 무거운 주괴들을 배에서 꺼내 쌓아놓고 있었는데

 

수로에서 낚시를 하던 소년이 갑자기 교역소쪽으로 뛰어갔다.

 

그러더니 소년은 교역소주인을 데리고 왔다.

 

"파실겁니까?"

 

그는 네덜란드특유의 억양으로 영어로 말했다.

 

아마도 바사에 달린 기를 본 모양이었다.

 

"물론요."

 

나는 북유럽말은 그럭저럭하고, 네덜란드 언어도 어느정도 했기때문에 문제될것은 없었다.

 

"저, 저에게 파십시오! 값은 배로 쳐줄테니까!"

 

왜인지 모르지만 평소엔 돈에 관해선 냉정할 교역소 주인이 헐떡이며 말을했다.

 

그때였다, 순식간에 주위엔 사람들로 가득찼다.

 

시커먼 가죽 앞치마를 한 건장한 남자들과, 무언가의 장부를 들고있는 사람들-

 

그들은 모두들 나에게 주괴들을 팔라고 아우성치고있었다.

 

그들의 말을 종합해보니, 원래 이틀전에는 들어와야할 배가 들어오지 않고 소식도 없어서

 

기한안에 마무리지어야할 양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지금은 돈이 문제가 아니라 신용이 문제였다.

 

가격은 그들끼리 경쟁하며 두배를 넘어서 2.8배를 넘어서다가 결국 세배로 넘어섰다!

 

이 바사가 크기만했다면!

 

정말 대단한 결과를 낳았을텐데!

 

나는 어제만해도 내 예상이 맞길바라며 그저 수요가 있길바랬고,

 

그래서 암스테르담을 꼽았지만 예상외의 이런 결과가 있을거라곤 상상도 못했다.

 

거래를 못한 사람들은 실망하며 돌아갔고, 입찰된 주괴들은 각종 선박용 못, 이음매, 대포등을 만들기위해

 

여기저기로 흩어졌다.

 

 

...

 

 

"대단해요, 선장님!"

 

세배나 되는 이익을 올린 나는 기분이 상당히 좋아졌다.

 

비록 많이 싣고 오지는 못했기때문에 막 거금을 얻었다거나 순식간에 부자가 된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세배라니!

 

아마 앞으로도 이런 기회는 많이 없을것 같았다.

 

그리고 이런 요행을 바래서는 안된다고도 생각을 했다.

 

그러나 작은 가죽주머니는 별과 성자가 세겨진 베네치아 금화 열댓개와 은화로 가득찼다.

 

내 마음도 빵빵한 가죽주머니처럼 풍요로워져서,

 

고생한 선원들과 부관, 항해사들을 위해 주점에서 술을 샀다.

 

그리고 이 암스테르담에서 밤을 보내고 내일 아침에 출항하기로 계획했다.

 

 

 

...

 

우리는 푸짐하게 먹었다.

 

각종 해산물의 찜에 와인을 곁들였고, 선원들은 유독 좋아하는 럼에 레몬즙을 타고있었다.

 

"이거 참 맛있네."

 

쫄깃쫄깃한 홍합의 살을 발라먹으며 에이미는 감탄을 아끼지 않았고

 

주점 식당의 주인은 우리가 맛있게먹는 모습을 보고 무척 기뻐하며 와인을 한병 더 가져다 주었다.

 

 

 

인상깊은 저녁식사를 마치고, 부관인 에이미와 나는 시장으로 갔다.

 

거기서 배에 필요한 식량, 그러니까 장기간 보관이 가능한 쉽비스킷-아주 딱딱한-과 기름 조금,

 

숯등을 사서 배에 싣었다.

 

이제 밤이 찾아오고 골목마다 집에는 불빛이 거리로 쏟아져내렸다.

 

길가 화단에서 꽃을 줍던 아기는 엄마를 따라나가고

 

마부는 마차를 타고 골목을 돌아사라졌다.

 

곧 길거리는 한산해지기 시작했다.

 

"우리도 돌아가자."

 

"네."

 

좁은 골목 위로 푸른 별의 띠가 생겼다.

 

2-3층짜리 건물들의 처마와 처마사이로 하얗고 푸르고, 자세히보면 어떤것은 노란 별들의 띠.

 

그것은 어찌보면 한낮에 올이 굵은 범포(보통 돛으로쓰는 두꺼운 천)사이로 드는 햇빛같기도 했고

 

길바닥에 깨어진 자잘한 사금파리(유리조각)같기도 했다.

 

어쨌든 그것들은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만큼 아름다웠다.

 

"에이미."

 

"네?"

 

"내가 아주 돈이많다면-"

 

"..."

 

"난 별을 살거야."

 

"왜요?"

 

"이 세상에서 가장 예쁜거니까."

 

"난요, 돈이 아주 많다면..."

 

"많다면?"

 

"바람을 살래요."

 

"바람은 왜?"

 

"바람을 타고 날수있을거같아요."

 

"그것 참 비싸겠다. 아마 오늘 같은 일이 한- 만번쯤... 그쯤된다면 살 수 있겠지."

 

"아마도."

 

별과 바람의 주인은 누구일까.

 

돈이있다면 누구에게 값을 치르고 사야할까.

 

주점으로 오는 내내 한 유치한 생각이다.

Lv31 헬리오스흰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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