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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04-

세오닌
댓글: 2 개
조회: 966
2015-06-25 17:55:18

"발리스타! 앞으로!"

 

아이단의 목소리에 따라 육중한 발리스타가 앞으로 나아갔다. 그 속도는 매우 느렸다. 한 눈에 보기에도 용병들이 발리스타를 힘껏 밀고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창고와의 거리가 꽤나 있다고는 해도 도착한 시간도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늦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알고도 아이단은 아무런 질책도 하지 않았다.

하얀 거미, 벤샤르트가 어떠한 존재인가. 콜헨에 있어서, 칼브람 용병단에 있어서. 동고동락하며 함께 마을을 지켜온 마을의 수호신. 그러한 존재를 죽이는데 있어서 누가 마음이 편할까. 아이단은 발리스타가 자리를 잡는 것을 기다렸다.

이윽고, 발리스타가 자리를 잡았다. 벤샤르트는 종탑의 꼭대기에 있었다.

 

"장전!"

 

잠시 머뭇거리다가, 아이단이 외쳤다. 그 말에 따라 날카롭고 육중한 강철 창이 발리스타에 얹혔다. 끼릭 거리는 소리와 함께 시위가 천천히 당겨졌다.

리시타가 아이단의 곁으로 다가왔다. 살짝 한숨을 내쉰 리시타가 입을 열었다.

 

"단장님. 제가 올라가보면 안되겠습니까."

"안된다."

"단장님."

"너의 실력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리시타. 말로 해서 되는 상태가 아니다. 현실을 받아들여라."

 

아이단이 단호하게 거절하자 리시타는 깊은 한숨과 함께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그 모습에 아이단은 살짝 망설여졌지만 이내 고개를 저어 그러한 생각을 털어냈다. 그는 단장이다. 단장인 그가 무른 모습을 보여서는 안된다. 특히 이러한 때에는 더더욱.

 

"발사!"

 

결심을 굳힌 아이단은 벤샤르트를 가리키며 외쳤다. 발사는 바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용병들은 여전히 굼뜬 동작으로 움직였다. 아이단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것이 그가 보일 수 있는 최대한의 무른 모습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발리스타가 발사되려는 순간.

 

"안돼!"

 

외침과 함께, 하얀 실루엣이 발리스타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것이 무엇인지, 누구인지 가장 먼저 알아차린 것은 바로 마렉이었다. 실루엣의 정체를 알아차리자 마자 마렉은 다급하게 발사를 중지시켰다

 

"발사 중지! 당장 발사 중지! 누구 한명이라도 쐈다가는 내 손에 죽는다!"

 

악을 쓰는 마렉의 외침에 발리스타를 발사하려던 용병들은 그대로 멈췄다. 그것을 확인한 마렉은 실루엣을 향해 씩씩 거리며 다가갔다. 금발을 가진, 하얀 무녀복을 입은 여인. 실루엣은 바로 콜헨 마을의 무녀인 티이였던 것이다. 마을에 벤샤르트틀 데려오고, 벤샤르트를 키운 무녀.

 

"티이! 아니, 무녀님! 이게 대체 무슨 짓, 아니, 무슨 행동이십니까?"

"마렉. 멈춰줘. 제발."

"무녀님. 제발 비켜, 아니, 비키세요!"

 

본래 함께 자란 소꿉친구였지만 티이가 무녀가 되고 마렉이 용병이 되면서 그 신분의 차이가 생겨버린 둘 사이의 대화는 상당히 어색했다. 평소같았으면 그러한 모습을 보고 웃음을 터뜨렸을 리시타지만 지금의 상황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그는 그러지 못했다. 그렇게 마렉과 티이의 실랑이를 지켜보고 있던 리시타의 곁으로 한 여인이 다가왔다.

 

"......정말로 잘 뛰는 무녀님이야."

"누구지?"

 

리시타는 여인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은채 물었다. 하지만 언제라도 검을 뽑을 수 있도록 한 껏 신경을 집중하고 있었다. 과거의 경험이 리시타에게, 여인이 보통내기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느낀 것은 여인도 마찬가지 였다. 왼팔에 작은 방패를 찬 금발벽안의 여인. 그녀는 바로 로체스트에서 지하수로를 통해 티이를 콜헨으로 데려온 용병, 피오나였던 것이다. 종탑에 도착하자 마자 눈에 들어온 것은 거대한 하얀 거미였지만, 그 직후 그녀의 시선을 끈 것은 바로 리시타였다. 리시타의 기도는 피오나가 수없이 보아왔던 라인스터의 붉은 기사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더 강할지도 모른다.

그러한 생각에 피오나는 자기도 모르게 리시타의 곁에 섰다. 물론 리사타와는 다르게 검을 뽑거나 하려는 생각은 전혀 없었다. 피오나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는 리시타와는 달리, 피오나는 이들이 용병단이고, 무녀의 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내 이름은 피오나. 저 무녀님의 호위."

 

피오나의 대답을 듣고서야 리시타는 살짝 경계를 풀었다. 그리고 그제서야 피오나를 힐끗 돌아보았다. 피오나를 본 리시타의 눈에 의외라는 기색이 스쳤다.

 

"라인스터 출신인가?"

"잘 아는데."

"흠. 많이 만나봤거든."

 

어물쩡한 리시타의 대답에 피오나는 고개를 갸웃했지만, 리시타는 그 이상 말해줄 생각은 없어보였다. 문득, 피오나는 자신만 이름을 알려주는 것이 상당히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이, 그 쪽은 이름이 없어? 사람 이름을 들었으면 그 쪽도 알려주는게 예의아닌가?"

"......리시타. 리시타다. 칼브람 용병단 소속 용병이지."

"좋아. 이제 공평하군."

"?"

 

리시타는 뭐라는 건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피오나는 만족스러운 표정만을 지을 뿐이었다. 그러한 피오나를 바라보던 리시타는 고개를 살짝 흔들고는 마렉과 티이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어느새, 아이단이 그들의 곁에 가 있었다.

 

"티이. 비키거라. 이것은 네가 무녀라고 해서 막을 수 있는 일이 아니란다."

"아이단 아저씨......제가, 제가 얘기해 볼 수 있어요. 벤샤르트는 지금, 울고 있다구요."

 

티이의 애원에도 아이단의 표정은 단호했다. 그 모습을 보고 리시타는 피식 웃었다. 그가 무엇을 해야할지 확실히 판단이 섰기 때문이었다. 결심이 선 리시타는 아이단에게 다가갔다.

 

"단장님. 올라가겠습니다."

"리시타."

 

올라가도 되겠습니까, 와 같은 말이 이었다. 올라가겠다, 라고 하는 통보였다. 리시타는 티이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올라가겠습니다. 그렇지, 티이?"

"어이, 리시타! 말 조심하라고! 무녀님이라고?"

 

옆에서 마렉이 무언가 분하다는 느낌으로 소리쳤지만 리시타는 신경쓰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티이에게 가있었다. 리시타를 올려다보던 티이는 이내 결심이 찬 눈빛으로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 그 눈빛을 본 아이단은 끙, 하는 소리를 냈다. 저 정도까지 결심이 선 눈빛을 하면 막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잠시 생각에 잠겨있던 아이단이 입을 열었다.

 

"좋다. 탑에 올라간다. 인원은 최소로, 나와 마렉, 리시타, 그리고 티이. 이렇게 넷이 올라간다."

 

그 때, 아이단의 뒤에서 누군가가 아이단의 어깨에 손을 턱, 하고 얹었다. -피오나였다.

 

"잠깐만요. 나도 같이 갈래요."

"응?"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뒤를 돌아본 아이단에게 피오나는 가슴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나도 갈거라구요. 어쨌든 나는 저 무녀님의 호위로 고용된 몸이니까. 저 무녀님이 안전해질 때까지는 같이 있어야 하는 입장이죠."

"고용? 누구에게?"

"기사요. 고용주의 신분 보호를 위해서 더 이상은 말하지 않겠지만."

 

피오나의 말을 듣던 리시타는 피식, 하고 웃었다. 어쨌든, 리시타는 피오나에 대해 대충 짐작하고 있었기 때문에 지금 그녀의 말이 꽤나 웃긴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자네, 이름이 뭔가."

"피오나입니다만."

"좋아. 피오나. 함께 올라가도록 하지. 대신 종탑의 안에서는 나의 지휘를 따르게, 임시적으로나마 칼브람 용병단에 합류하는 셈으로."

 

아이단의 말에 피오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덧붙였다.

 

"기왕이면 계속 합류했으면 좋겠네요, 단장님."

"그건 두고 볼 일이지만, 그랬으면 좋겠군."

 

살짝 웃으며 그렇게 대답한 아이단은 이내 표정을 굳혔다. 종탑은 지금 상당히 무너져 있는 상태였다. 꼭대기의 벤샤르트는 조용했지만 다시 난동이라도 부린다면 안의 사람들이 위험할 것은 자명한 사실이었다.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 중요했다. 아이단은 휘하의 용병하나를 불렀다. 쉬커드라는 이름의 용병은 마렉과 리시타 다음으로 아이단이 신뢰하는 이였다.

 

"쉬커드. 우리가 올라간 사이에 벤샤르트가 난동을 부린다면 주저말고 쏘도록. 알겠나?"

"......알겠습니다. 단장님. 하지만 그럴 일이 없으면 좋겠군요."

 

대답한 후 뒤돌아 발리스타를 향해 가는 쉬커드를 보며 아이단은 다시 한 번 한숨을 내쉬었다. 저 정도로 벤샤르트라는 존재는 콜헨 마을의 구성원들에게 있어 소중한 존재라는 것이었다.

쉬커드를 보낸 아이단은 다시 티이 일행에게 돌아왔다. 준비는 끝난 것 같았다. 애초에 준비라고 할 것도 별로 없긴 했지만. 바뀐 점이라고는 피오나가 입고 있던 로브가 티이에게 입혀져 있다는 것 정도였다. 로브를 벗은 피오나는 주요 부위에 얇은 철판을 덧댄 경장 차림이었다. 얇은 철판이라고는 해도 상당히 손질이 잘 되어있었고, 그 아래의 가죽도 질이 좋고 단단해 보였다. 짧게 말하자면, 상당히 고급 제품이라는 소리였다.

하지만 아이단은 그러한 말을 밖으로 내지는 않았다. 그는 누군가에게 캐묻는 것을 즐기는 타입이 아니었다. 더욱이 피오나라고 하는 저 여인은 매우 친숙한 느낌을 주고 있었다. 마치, 아이단이 리시타를 처음 보았을 때와 같은 그러한 느낌이었다.

 

"자, 그럼 가볼까. 티이는 뒤에서 조심하면서 따라오거라."

"그래, 티이. 아니, 무녀님. 제 뒤에 꼭 붙어계세요."

"알았어, 마렉. 믿을게."

 

가슴을 팡팡치며 말하는 마렉을 향해 티이는 미소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리시타는 장난스러운 한 숨을 내쉬며 마렉의 투구를 퉁, 하고 건드렸다.

 

"우리끼리 있는 데서 자꾸 무녀님, 무녀님 할래? 듣기 거북해 죽겠네 아주. 어쨌든, 네가 말한 거니까 티이는 네가 반드시 지키라구, 마렉."

"그런 말 안해도, 반드시 지킬테니까 너는 앞에서 길이나 잘 열라구, 리시타."

"그만, 올라간다."

 

티격태격하는 리시타와 마렉을 제지한 아이단은 앞장서서 종탑의 문으로 다가갔다. 벤샤르트의 난동으로 조금 망가져 있었는지, 문은 아이단이 힘을 주고서야 간신히 열렸다.

아이단은 조심조심 종탑안으로 들어섰다. 예상대로 내부는 엉망이었다. 무너진 내부의 잔해들이 여기저기 떨어져 있어 조심히 걸어야 할 것 같았다. 그 외에는 위험해 보이는 것이 없었기에 아이단은 손짓으로 뒤 쪽의 인원들을 부른뒤 완전히 안으로 들어섰다.

 

그 때, 아이단의 발치에 무언가가 걸렸다. 내려다보니 작은 동물의 두개골이었다. 그러나 그것보다도 중요한 것은 거기에 새겨진 붉은 문양이었다. 그것을 확인한 아이단은 눈을 크게 뜨고 그것을 집어들었다. 붉은 문양. 그것은 결코 잊을 수 없는 것이었다. 그것은 바로-

 

"마족의 징표......? 이것이 여기에 왜......"

 

아이단이 그것을 이리저리 돌려보며 고민하고 있을 때, 리시타의 외침이 날카롭게 모두의 귀로 파고들었다.

 

"매복이다! 모두 엎드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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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다음편에서 프롤로그까지의 내용이 끝날 것 같네요. 역시 글을 쓴다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세계관은 거의 그대로 가져오고 그걸 제 방식대로 엮기만 하는데도 이렇게 힘이 드는 걸 보니 ㅠ

 

 

 

한 차례 티격태격하는 사이,

 

 

 

 

 

Lv25 세오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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