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블로2 이후로 2주 이상 플레이한 RPG가 없는 라이트유저입니다.
친구가 함께하자고 권유한 블레이드&소울이나 디아블로3 같은 경우에는
함께 플레이 하다가 PC방에서 잠이 들 정도로 흥미를 못 느꼈고
파판14나 와우 같은 경우는 초보 단계를 벗어나면 솔로 플레이가 안되고
무한한 노가다를 요구하기에 쪼렙 단계에서 게임을 접게 되더군요.
그래서 지난 몇년간 RPG는 멀리하고 주로 MOBA나 FPS를 주로 즐겼습니다.
그런데 우연히 로스트아크 2차 CBT에 당첨이 되어 오랜만에 RPG를 플레이하게 되었습니다.
1. 첫 인상 : 게임 설치와 실행은 타 국산 게임에 비해 쉽고 편리했습니다.
4개의 직업과 각 직업 별로 전직가능한 클래스가 3개씩 있는 부분은 좋았지만
캐랙터 외형 커스터마이징은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닌 애매한 수준이었고
동영상으로 캐랙터를 소개하는 부분은 전혀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나쁘지 않았습니다.
게임을 시작하고 느낀 점은 밝은 분위기의 디아3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고
마법사의 튜토리얼 스토리는 너무 거창했고 거너는 스팀펑크 분위기가 안 어울렸고
격투가는 혼자 다른 직업의 환타지와 너무 동떨어진 무협세계에 사는 느낌이었습니다.
전사의 튜토리얼은 전반적으로 분위기나 스토리나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 플레이 자체는 디아3에 비해 훨씬 재미있었습니다.
이동기가 하나밖에 없고 쿨타임이 10초나 된다던가하는 소소한 단점 말고는
4직업 모두 전투의 손맛이 있어서 지루하지 않게 플레이할 수 있었습니다.
단지 기본직업은 10레벨 튜토리얼까지만 쓰이고 없어지는 것이 좀 아쉬웠네요.
그럴거면 기본 직업을 아예 없애는 것이 낫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2. 게임 플레이 : 다른 RPG에서 느꼈던 지루하기 짝이 없는 퀘스트 동선
한도 끝도 없이 가야하는 짜증나는 이동 그런 것이 없어서 좋았습니다.
하지만 롤이나 다른 MOBA게임에서처럼 지도에 마우스를 찍으면 거기까지
자동으로 이동을 한다던가 하는 기능이 없는 것은 아쉬웠네요.
아무래도 그렇게 이동을 하면서 채팅을 할 수 있어야 RPG의 커뮤니티 기능이
강화될 수 있을거라 생각되서 정말 많이 아쉬웠습니다.
튜토리얼은 4직업 다 해봤지만 서머너가 제일 쉬운 것 같아서 서머너를 골랐고
전투 전반적인 부분은 만족스러웠지만 역시 이동기가 없는 부분이 아쉬웠습니다.
자꾸 롤하고 비교하게 되는데 리븐, 야스오 같은 연속 이동하는 캐랙터로
전투하는 손맛으로 게임을 하다가 이동기 한번 쓰고 10초 기다리려니 아주 죽을 맛이더군요.
이런 캐랙터로 무슨 PvP를 하겠냐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퀘스트 연출 부분은 신선했던 것 같습니다. 로프를 올라가고 외나무다리를 건너고
미끄러져 내려오고 하는 그런 연출을 넣은 것은 좋았는데 페르시아의 왕자 같은
A급 연출의 느낌이 아니라 뭔가 어색하고 빠진 듯한 동작의 B급스러움이 느껴져서 아쉬웠네요.
영광의 벽이나 왕의 무덤 같은 대형 퀘스트의 연출은 매우 멋졌다고 생각합니다.
단지 캐랙터들의 대화나 스토리 전반이 어색해서 큰 감동을 자아낼 수 있는 멋진 퀘스트가
그냥 꽤 괜찮은 퀘스트 정도가 되버려서 많이 아쉽네요.
국민들이 왕자를 도와서 봉기하는 과정에서의 누군가의 죽음 같은 것으로 감정선을 고양한다던가
스토리적으로 보강이 되면 연출만 S급이 아닌 두고 두고 얘기 될 퀘스트가 될 것 같네요.
그런데 구국의 영웅이 되기 전까지는 온 동네 심부름 하고 다니는 것이 납득은 되었는데
나라를 구한 영웅이 왕비가 되겠다고 까부는 생각없는 동네 처녀 심부름이나 하고
그 후로도 계속 NPC의 노예처럼 거지 같은 퀘스트를 하는 것이 지겨워서 플레이를 중단하게 되었습니다.
심부름꾼 컨셉으로 와우가 성공한 것이 벌써 10년도 더 지난 이야기인데
그 후로 나온 모든 RPG가 다 그걸 답습했다는 부분이 너무 지겨웠네요.
와우나 파판14도 그런 것 때문에 2주도 플레이 안하고 접었거든요.
사람들은 영웅이 되고 싶어서 게임을 하는 것이지 NPC 뒤 닦아주려고 게임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3. 후기 : 생각지도 않게 2차 CBT에 당첨되서 며칠간 즐겁게 놀았습니다.
하지만 지금 RPG의 진정한 상대는 롤이나 오버워치 같이 짧고 빠른 게임입니다.
쿼터뷰 PvP 전투라면 롤, 히오스, 도타2에서 1:1, 2:2, 3:3 다들 엄청 많이 해봤거든요.
그리고 캐랙터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스토리나 연출 또한 롤이나 오버워치와 비교될겁니다.
지금 계륵같은 기본 직업과 튜토리얼을 차라리 없애고 열댓명의 영웅 중에서 골라서 시작할 수 있게
만드는 것도 요새 감성에는 훨씬 괜찮지 않나 생각 되고요.
그리고 뮤 레전드처럼 게임 잘 만들어놓고 개돼지 과금 시스템을 붙여서
자발적으로 망하는 길은 선택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여러가지 비판도 많이 했지만 심각한 RPG 불감증에 걸린 라이트유저로서
이렇게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어주신 그 노력과 수고에 감사드립니다.
로스트 아크 앞으로도 꼭 건승하시길 바랍니다.
받고 싶은 인장은 [격투가]입니다.